탐정 전일도 사건집
한켠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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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너무 유쾌한 소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추리 소설'이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이 책을 집었습니다.

책 표지를 보니 탐정이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트렌치코트, 모자, 돋보기, 뛰어난 눈썰미 등을 갖춘 이가 보입니다.

마음은 '본격 하드보일드 느와르 첩보 액션 탐정'이지만

현실은 '할인은 되지만 할부는 안 되며

열 번 의뢰하시면 한 번 공짜'인 생계형 탐정.

그녀의 이름, '전일도'.


전 공시생 현 20대 고졸 실종탐정 전일도가

현 시대의 '꿈과 사랑'을 찾아드립니다.

『탐정 전일도 사건집』


할아버지는 '불륜탐정'.

할아버지에게서 일을 배운 아빠도, 그리고 현장에서 만나 부부가 된 엄마도 '불륜탐정'.

대대로 탐정 집안인 그들 사이에 "사례는 됐습니다."란 말만 남기고 트렌치코트 자락 휘날리며 표표히 사라지는 '탐정의 간지'가 있기는 커녕!

수임료는 착수금, 성공 사례금, 위험수당까지 꼼꼼하게 챙기고, 할인은 해 줘도 할부는 절대 안 되며, 사건을 하결하고 난 후에도 의뢰인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그게 다 '영업 인맥'인 된다는 '탐정 수업' 개론을 받은 그녀, '전일도'.

부모님처럼 '불륜탐정'은 되기 싫고 그렇게 그녀만의 '탐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의뢰 사건은 '결혼'과 관련된 사기(?)극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계약 결혼'을 생각한 그.

어플을 통해 만난 그녀에게 반하여 '계약 결혼'이 진지하게 '결혼'까지 생각하게 되면서 그녀는 사라지게 됩니다.

"그녀를 찾아주세요!"


그녀가 떠난 이유.

"...... 그동안 고마웠어요. 파스타 사 줘서, 저 칭찬해 줘서, 저한테 웃어 줘서, 잘해 줘서, 꿈이란 게 있다는 게 비참한데, 행복하기도 했어요. 현재만 살았던 저한테 미래란 걸 생각해 보게 해 줘서 고마웠어요. 돈 잘 버는 진짜 셰프 만나서 제대로 결혼해서 잘 사세요." - page 48

하지만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면서 그들의 사건은 해결됩니다.

그리고 시작된 본격적인 그녀의 사건 해결!

레스토랑을 나오면서 카톡 프로필을 수정했다. 내 이름은 전일도, 구 공시생 겸 불륜탐정 현 실종탐정이죠. 누구든 무엇이든 찾아드립니다. - page 50


그녀는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그들과의 '인연'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묘~하죠?!

하지만 그게 그녀만의 매력으로 다가오면서 사건들을 통해 꿈과 희망, 사랑과 행복, 위로 등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의뢰인 중 눈에 띈 인물이 있었습니다.

다름아닌 '할아버지'.

이 사건은 2017년 8월 2일 부동산 대책 직전, 부동산 시장에 '갭투자 열풍'이 불어닥쳤던 시기를 배경으로

"집주인을 찾아주세요!"

란 의뢰를 받게 됩니다.


이 의뢰를 통해서는 '가족', '욜로'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할아버지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떠나기 전 할머니를 초대해서 전한 이야기.

"시한부라고 거짓말하려고 했는데, 그냥 말할게. 난 다음주면 떠나. 더 늙기 전에 탐정 소설에 나오는 데를 다 가 보려고. '그 사람'이 그렇게 갑자기 세상 떠나는 거 보고 결심했어. 이 나이엔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더 이상 하고 싶은 걸 미루고 살지 않기로. 현재에 충실하기로. 그걸 당신이랑 살 때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그럼 그때 당신만 힘드냐고 하지 않고, 당신도 힘들었겠다고 했을 텐데, 은퇴 후에 여행 가자고 하지 않고 당장 저녁 때 손잡고 공원이라도 산책했을 텐데, 내가 다 가족 위해서 돈 버느라 힘든데 바가지 긁지 좀 말라고 하지 않고, 내가 밖에서 일하는 동안 집안이 잘 돌아가게 보살펴 줘서 고맙다고 할걸, 내가 바람핀다는 건 다 오해라고, 의부증이냐고 하지 않고 내가 맡은 사건들을 다 얘기해 줄걸. 남들도 다 이렇게 산다고 하지 않고, 어떻게 살고 싶냐고 물어볼걸. 당신이 어땠을지를 손주를 기르면서야 알았어. 요새 젊은 애들이 욜로, 라고 인생은 한 번 뿐이라고 그런다며, 미루지 말고 그때그때 다 속마음을 표현할 걸 그랬지. 난 그걸 너무 늦게 알았어. 그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데. 그때 그랬으면 당신이 날 떠나지 않았을 텐데. 이제라도, 두 번쨰 신혼여행이라고 생각하고, 같이 가 주면......" - page 101 ~ 102

너무나 가까이에 있기에 더 잘해주지 못한 미안함.

마지막에 할아버지의 반전이 있었지만 그의 이야기가 한동안 가슴에 맺혔었습니다.


엄마이다보니 '육아'와 관련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어흐흐흑, 진짜로 좋은 엄마 되려고...... 내 부모한테 못 받은 거 다 해 주려고......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되는 거 하나도 없고...... 어떻게 얘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요......"

"내가 원하는 거 말고 애가 원하는 걸 해 줘야죠. 진짜로 가윤이한테 뭐 잘못하신 거 없어요? - page 111

"우리 가윤이를 찾아주세요!"


부모의 욕심으로 아이에게 무리한 '사교육'에 관한 이야기.

저에게 일러준 이야기.

아이 하나 기르는 데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은 아이 기르는 데 손이 많이 간다는 뜻이 아니었다. 이렇게 살아도 불안하지 않고 저렇게 살아도 불행하지 않은 어른이 주변에 많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가 집에 들어가기 싫을 때 놀러 갈 수 있는 집이 많다는 뜻이다. 그 마을은 빨간 벽돌집에 가격을 매기지 않고, 창틀마다 화분을 내놓고 마당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놀러 온다. 하고 싶은 일만 하고 돈은 못 벌어도 문제없는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빨간 벽돌집의 문을 활짝 열어 둔다. - page 153

저 역시도 다짐을 해 봅니다.

아이가 마음을 열고 다가올 수 있는, 내 욕심이 아닌 아이의 관심에 귀를 기울이는 그런 좋은 어른이 되겠다고 말입니다.


'왕따', '학교폭력'에 대한 이야기 역시도 깊은 여운을 남겼습니다.

한때는 베프였지만 어느새 '왕따'를 시킨 아이가 되버린 '나은'이와 죽음을 맞이한 '은수'.

나은이 앞에 나타난 은수 엄마는 자신의 아이의 한을 풀고 싶다며, 이 아이의 처벌을 원하는 모습.

"너도 친구 없었잖아! 왜 너는 살아 있고 우리 애는 죽었어! 왜!"

...

"저도 왕따 당할 때 죽고 싶어서 유서를 썼는데, 쓰다 보니까 저 죽으면 재밌어 할 애들은 있는데 슬퍼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고, 제가 죽는다고 바뀔 것도 없을 것 같아서 안 죽기로 했어요. 남 좋은 일 하기 싫어서요. 걔는 아니었나 봐요."

누군가의 죽음에 책임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걸 아는 사람이 있고 모르는 사람이 있다. - page 356

너무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택한 이들.

그들을 '죽음'까지 내몬 우리들의 '책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말하였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전일도 탐정이라면 그 두 가지를 다 해결해 주겠죠.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줄 거고요. '열 번 의뢰하시면 한 번 공짜'라며 영업하는 전일도 탐정이 이 책에서 맡은 사건은 아홉 개입니다. 독자님들이 의뢰하고 싶은 사건을 하나씩 생각해 두셨다가 전일도 탐정에게 상담하시면 기꺼이 "받고 하나 더!"를 외치지 않을까요? - page 469

내 고민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반드시 제 사건의 해결은 '전일도 탐정'에게 의뢰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사건으로 상처난 마음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전일도의 사건집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아니!

끝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꼭 다시 만날 날을 약속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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