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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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혼불문학상> 작품들은 챙겨 읽곤 합니다.

의미있는 문학상임에 믿고 읽는, 그리고 수상작들을 읽어보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작품들이었기에 1회 수상작이었던 『난설헌』을 시작으로 하나 둘 읽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작품을 기다리는 소소한 재미도 있곤 합니다.


이번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역시도 제목 역시 심상치 않았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담긴 수수께끼,

          조선의 운명을 예측하다!

『최후의 만찬』

 


소설의 첫 문장.

신해년 시월.

승암산을 타고 내려온 바람은 시리고 매웠다. 오목대를 지나면서 바람은 두 패로 갈리었다. 전주천을 거슬러 초록바위로 향한 바람은 천주에 얽힌 결박과 소란을 품고 서문 가까이 불어갔다. 한 떼의 바람은 향교 앞에서 맴돌았다. 담장 너머 한림들의 발걸음은 멀고 가늘게 들렸다. - page 11

스산한 바람과 함께 절규가 아닌 절박함이 울리게 됩니다.

그자의 이름은 윤지충.

"조선은 자유의 나라이오. 신체와 신앙과 마음이 자유로운 나라에서 죽은 자의 미덕을 마음으로 섬길 수 있다면 그 또한 조선을 긍정하는 것이 아니겠소?" - page 11 ~ 12

하지만 윤지충과 권상연은 조상의 신주를 불태우고 제사를 갈아엎었다는, 조선의 기강을 허물고 나라의 근본을 엎었다는 죄목으로 처형을 당하게 됩니다.


죽은 자의 집을 수색하면서 발견한 한 점의 그림이 있었습니다.

임금이 조용히 물었다.

"흔한 그림이 아니더냐?"

"열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사옵니다. 저마다 앉거나 선 채 은밀한 표정으로 식사를 즐기는 그림이었사옵니다."

"13인의 식사?" - page 31

13인의 만찬.

이것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모사본이었습니다.


화성을 바라보는 약용의 얼굴.

어둡고 창백합니다.

그에게 다가온 이복령이 전한 이야기는 시린 바람이 목을 베어내는 것만 같았습니다.

"완산벌 풍남문 앞에서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제 윤지충 바오로가 권상연 야고보와 함께 목이 잘렸다고 합니다." - page 41

아......

...가엽다 말하지 않겠나이다. 두 영혼의 길을 인내하소서.

들리지 않는 소리로 읊조리며 머리에서 가슴으로 이어지는 성호를 그으며 손바닥을 감싸 봅니다.

하지만 그 손가락 사이로 불어나가는 솔바람.

이복령이 조용히 대꾸했다.

"바오로는 바오로대로, 야고보는 야고보대로 저항 없이 제 갈 길을 갔다 합니다."

"순교란 조용하며 무거운 길이다. 길 끝에 천주의 세상과 마주할 것이다. 허나 그 길이 천주의 길이란 말인가?" - page 42


앞서 <13인의 만찬>의 그림에 숨은 뜻을 알고 싶었던 정조는 별제 김홍도에게 찾아가 그 의미를 묻게 됩니다.

김홍도의 눈 속엔 서리가 내려앉습니다.

"신이 본 것은 무겁고 가혹하옵니다. 신의 판단으로 오래된 선악을 머금고 있었사옵니다."

"선과 악, 그렇게도 보였을 것이다. 허나 그 너머 진실은 선악이 아니라 그 무엇이지 않더냐?" - page 112

숨을 크게 들이켠 후에야 무겁게 입을 떼는 김홍도.

"하오나 그림은 악이 팽배한 자리를 택해 선이 자라고 있음을 암시하옵니다. 악을 딛고 선이 일어서므로, 그림은 선으로 악을 무마하고, 무너진 악으로 선을 세우고 있사옵니다." - page 113


그렇게 조선의 앞날을 걱정하는 정조와 순교한 이들을 위해 복수를 꿈꾸는 포라니 탈춤패들, 신앙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약용 등.

우리가 알던 역사적 인물과 '신앙'을 바라보는 이들의 섬세한 심경의 변화를 바라보며 과연 신앙의 의미를, 선과 악의 의미를, 삶과 죽음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가지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인 <최후의 만찬>.

이 그림으로 조선의 앞날에 대해 걱정하던 정조의 모습은 인상적으로 남곤 하였습니다.

그림은 중첩된 선악으로 세상을 말하고 있는지 몰라도 임금의 눈엔 감이 오지 않았다. 선과 악은 본래 하나가 될지 별개의 것이 될지 알 수 없으나 선악이 구별되는 세상 안에서 살고자 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었다. 임금은 이 밤에 건너갈 길이 먼 것을 짐작했다. 임금의 눈 안쪽으로 평생을 살다 간 하루살이가 하나둘 별이 되어 떠올랐다. - page 113


결국 그들의 마지막 모습이 아련히 남곤 하였습니다.

"매 순간 꿈속을 걷는 것 같았습니다. 선함도 악함도 모두 묻고 떠날 수 있어 기쁩니다. 내게 줄 수 있는 벌은 기억뿐입니다. 지나온 세상은 숨이 마를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따고......"

...

모두의 눈에 물이 흘렀다. 물방울 속에 끊어 낼 수 없는 십자가가 보였다. 모두는 자신만의 전쟁을 끝내고 전쟁 없는 곳으로 걸어갔다. 모두는 흔들림 없는 생생한 눈빛과 조용한 목소리로 소박한 날을 품고 걸었다. - page 421 ~ 422


책의 마지막엔 소설 속 대표적인 장소와 인물, 그리고 참고문헌들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

 


'신앙'의 힘을 이 소설을 통해 또다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믿음을 잇기 위해 흘러야만 했던 피를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스산히 불어오는 가을 바람에 잠시 머리를 식혀봅니다.

그리고 그들이 저도 모르게 손을 모으로 높을 곳을 향해 부르짖은 이 한 마디를 저 역시도 낮게 읊조려봅니다.

마리아여...... - page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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