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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줄리언 반스'를 만나게 된 건 『또 이따위 레시피라니』라는 에세이가 인연이었습니다.
그때 조금은 독특함을 느끼곤 하였습니다.
요리를 책으로 배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리곤 언제나 투덜투덜!
알고보니 섬세한 사람이라 그랬나봅니다.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 그의 성격이 조금은 괴팍(?)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이번에 미술 에세이를 읽으면서 너무나 섬세하고 지적인 모습에 그의 유명한 소설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이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당대 최고 화가들의 그림 구석구석과 공명하며
캔버스 뒤에 숨은 그림자를 들여다본 집요하고도 흥미진진한 기록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나름 미술 에세이를 좋아하기에 많이 읽어보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랬는데......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을 읽고나니 그동안 읽었던 미술 에세이는 단순한 '수박 겉핥기'였음을 깨닫게 되었고 이제서야 화가와 그림에 대해 구석구석 알게 됨에 감사함마저 들었습니다.
솔직히 이 책 속의 화가들을 다 알진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또 누군가를 알게 된다는 기대와 설레임, 그리고 화가와 명화, 작가의 이야기로 하여금 '예술'의 진정한 의미에 한발짝 다가가게 되어 좋았습니다.
그가 미술을 바라보는 눈.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 - page 18
그래서 작품을 바라보는 눈이 지극히 사적인 작가의 시선이었지만 그를 통해 얻게 되는 우리의 눈은 미술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의 영역 확장을 의미하곤 하였습니다.
'명화'라는 것을 생각해 본 계기가 된 <프로이트 : 일화주의자>에서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예술가들은 잔인하다. 그들은 소재를 있는 그대로 가져다 쓴다. 이런 맥락에서 그것은 문제가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의 어머니 그림들은 '사랑하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애정이 깃든 초상화로 보이며, 따라서 프로이트 자신이 혐오하는 "거짓 감정"의 좋은 예가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때가 되면 이 모든 게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지 모른다. 예술 작품은 언젠가는 작가의 전기를 벗어나 자유로이 떠돈다는 특징이 있으니까. 어느 한 세대에서는 거칠고 비열하고 비예술적이고 차가웠던 것이, 다음 세대에 가서는 진실된 것, 심지어 삶의 아름다운 화신이 되고 삶을 표현하는 - 또는 심화하는 - 모범이 되기도 한다. 두 세대 또는 세 세대 전만 해도 스탠리 스펜서의 누드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중력의 법칙에 충실한 유방을 가진 풍만한 여자들 - 실은 아내들 - 옆에 작은 체구의 남자가 벌거벗은 채 포즈를 취한 모습. 이제는 이 그림들이야말로 평온과 애정이 깃든 작품이며, 사랑과 욕정의 희롱에 대한 진실한 묘사 같다. 프로이트는 20세기의 위대한 초상화가로 인정받게 될까? 미래의 세대는 지금 우리가 스펜서의 누드화를 보듯이 프로이트의 누드화를 보게 될까? 아니면 케네스 클라크가 프로이트의 화풍에 표한 유감을 정당한 것이라 생각하게 될까? 개인적으로 나는 프로이트가 그린 거대한 리 바워리 습작보다 작은 프랜시스 베이컨 초상화가 더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프로이트가 싱크대나 화분, 나뭇잎, 나무 그림을, 볼모지나 거리의 그림을 더 많이 그렸더라면 좋았을 거라고도. 화가는 있는 그대로, 그들의 능력과 운명 그대로 받아들여져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나는 프로이트가 그런 것들을 조금 더 그렸으면 좋았을 걸 하는 마음이다. - page 376 ~ 378
긴 호흡으로 한 작품, 한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고나니 진한 여운과 한 손에 남겨진 이 책, 『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앞서 그가 했던 말처럼 그 전율을 몸소 느꼈기에 왜 책을 덮는 순간 마주하게 된 문장이 나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읽고 나면 당장 미술관으로 달려가고 싶어질 것이다!"
그의 사적인 미술 산책.
또다시 그의 산책에 동행하고 싶습니다.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