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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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으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녀, '리안 모리아티'.

그녀의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이야기는 한 번도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읽고 끝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그녀의 작품은 매번 애타게 기다리게 됩니다.


이번에 그녀가 선사할 이야기.

놀라운 치유가 필요하신가요?

열흘 후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을 겁니다!

열흘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난 괜찮아요. 아무 문제도 없어요." - page 9

구급대원 '야오'가 보기엔 전혀 괜찮지 않은 그녀 '마샤'는 오히려 자신은 아주 건강하다며 서둘러 구급대원들을 보냅니다.

하지만,

"기껏해야 14초면 돼요."

마샤가 핀에게 말했다. 그런데 발음이 흐트러져 '돼요'가 아니라 '되으요'로 들렸다. 야오와 핀의 눈이 마주쳤다. 순간 마사의 머리가 졸고 있는 사람처럼 축 늘어졌고, 서류철이 마샤의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갔다. - page 13

결국 심장마비가 온 그녀를 그저 보고만 있는 야오.

야오가 갖춘 가장 괜찮은 장비는 그의 뇌였지만 이날 그의 뇌는 완전히 잘못 가동되고 있었다.

핀과 야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샤의 심장은 일정한 속도로 뛰지 못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자신의 사무실 밖으로 실려나오는 동안 마샤 드미트리첸코의 심장은 완전히 멈춰버렸다. - page 15


그리고 십 년이 흐르게 됩니다.


열흘 동안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 이제 단 한 자리 남았습니다! - page 18


몸과 마음이 지친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이 모이게 됩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로 이름난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으로.


한땐 잘나가는 작가였지만 이제는 두려움이 잠재의식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여전히 탄탄 중견 소설가이지만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프랜시스'.

180억 복권에 당첨되지만 그후 가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벤'과 '제시카'.

이혼 전문 변호사인 '라스'.

4명의 딸의 다른 여인에게 남편을 뺏기고 이혼을 당한 '카멜'.

한땐 잘나가던 미식축구 선수였지만 지금은 이혼 후 홀애비로 사는 '토니'.

오빠의 죽음으로 무너진 가족 '나폴레옹', '헤더', '조이'.


평온의 집에서의 규칙은

아침은 7시, 점심은 12시, 저녁은 6시.

식사가 나올 때면 오 분 전에 종이 울리고 단식 기간에는 스무디가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진행되는 채혈.

"혈액검사를 하게 될지 몰랐어요."

"매일 할 겁니다. 그래야 매일 몸 상태에 맞춰 프로그램을 조정할 수 있으니까요."

야오가 쾌할하게 말했다. - page 81


그런데 뭔가 수상쩍습니다.

"마지막 날이 되면 나를 찾아와 말하게 될 겁니다. '마샤, 당신 말이 옳았어요.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에요. 나는 치유됐어요. 나쁜 습관도, 나쁜 화학 물질도, 나쁜 독성 물질도, 나쁜 생각도, 나를 붙잡고 있던 나쁜 행동도 모두 사라졌어요. 내 몸과 마음은 깨끗해요. 전혀 상상도 못했던 나로 거듭 태어났어요'라고 말입니다." - page 152


"명상 수업을 처음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들려드릴 얘기가 있습니다. 십 년 전에 난 죽었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믿지 못하겠다면 야오에게 물어보세요."

마샤는 왠지 신나 보였고 야오는 웃음을 꾹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심장이 멈춰버렸어요. 임상적으로 죽은 거였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자아 멋진 순간을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즐거워하는 마샤의 초록색 눈이 기이하게 빛났다. 프랜시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데 왜 야오 얘기를 한 거지? 야오가 그때 같이 있었단 거야? 계속 말해봐요, 마샤.

"보통 임사체럼이라고 하지만 그건 틀린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거의 죽음에 이른 게 아니라, 정말로 죽었던 거니까요. 나는 죽음을 경험했습니다. 그런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는 사실에 영원히 감사할 테고요. 덕분에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으니까요." - page 154


알고보니 그들이 마시는 스무디에 소량의 LSD를 첨가했던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분노한 이들을 향해 마샤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부작용은 아주 적어요.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순간에도 아이비리그에 있는 저명한 과학자들이 임상실험을 하고 있어요. 그 결과는 아주 놀랍습니다! 지난주에 여러분은 LSD를 소량 복용했기 때문에 명상과 요가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알코올이나 설탕처럼 훤씬 해로운 물질을 끊었는데도 금단 증상을 겪지 않은 거예요." - page 320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이들.

그들에게 건넨 마약으로 '환각 상태'에서 비로소 자신의 아픔을 마주할 수 있었던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게만 느껴졌습니다.

"우릴 언제까지 여기에 둘 순 없잖습니까? 당신이 했던 말 있잖아요.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릴 이곳에 영원히 가둬둘 순 없어요."

라스는 유감이라는 듯 웃으며 이마에 붙은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영원한 것은 없다. 프랜시스는 생각했다. 마샤는 계속 그렇게 말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것은 없다. 프랜시스가 인형 속에는 비밀번호가 들어 있지 않았다고 했을 때 마샤는 말했다. "분명히 없어요."

"누가 마지막으로 문을 열려고 했죠?"

프랜시스가 여덟 손님들에게 물었다.

"이미 비밀번호는 충분히 눌러봤습니다."

나폴레옹이 대답했다.

"비밀번호 말고요. 손잡이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손잡이를 돌려 본 사람이 누구였죠?" - page 539


연예계 뉴스에서도 접했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했던 남성 그룹의 그.

"나 평생 할 거야. 천재 되고 싶거든."

하지 말아야함을 알지만 결국 손을 댄 그의 마지막 모습이 이 소설의 마지막과 함께 오버랩되었었습니다.


참으로 씁쓸했던 소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팠던 그들의 바람은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타인을 받아들임으로써 치유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나 역시도 지금과 다른 나를 꿈꾸는 것일까......?!

이 의문을 남긴 채 깊은 사색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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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살아볼 용기 - 당연한 것들과의 결별
이종미 지음 / 들메나무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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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에 마음이 이끌려서 읽게 된 이 책.

하지만 읽고 난 뒤엔 왠지모를 묵직함이 남는 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비혼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의 무게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 맘대로 살아볼 용기』 

 


"제발 내 인생에 관심 좀 꺼주시죠!"

세상을 향한 비혼 여성들의 소리없는 외침.

하지만 그녀들의 선택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책장을 펼쳐들었습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였습니다.

남들 기준에 아득바득 나를 맞추는 대신 진정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 온전히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에만 집중할 뿐, 오히려 모두가 바라는 것에 용기를내지 않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용기 있는 삶이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 page 7

저 역시도 그녀에게 박수를 보냈으니......


책 속엔 비혼의 중년 여성으로 살아가는, 세상의 시선과 그 속의 상처, 자족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쉽게 읽혀지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는, 그 무언가가 가슴 속에 남아 맴돌곤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결혼 안 하고 살 용기.

이에 대해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결혼해라', '애를 낳아라'하고 정부가 개인의 사생활을 간섭하고 제도로 차별, 강제하는 것보다는 각 개인이 행복할 수 있는 제도, 사회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가족이나 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해 젊은 노동력과 그들이 내야 할 각종 세금이 줄어들어 걱정이라면 출산을 꼭 '법적 혼인' 관계로만 한정하지 않으면 된다. 경제적 이유, 신념에 따라 동거 중 출산한 부부, 법적 혼인 전 이별한 미혼모(부) 등의 '한부모 가정' 자녀도 박탈감 없이 살 수 있는 제도를 만들면 된다. 이민자 가족도 많지 않은가.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생명을 만들 일은 아니다. 자기 철학이나 경제적 이유로 비혼을 선택한 사람을 '결혼을 하지 않은 혼잣몸'이라는 이유로 정책에서 소외시키고 차별해서는 안 된다. - page 26

앞으로 1인 가구가, 싱글족이 늘어나는 시점에서 우선적으로 사회보장제도가 '가구, 가족 중심'에서 '개인'으로 바뀌어야함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 속엔 유독 걷기나 등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걸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특히나 그들의 뒷모습이 아련히 남았습니다.



아마도 걷기와 우리의 '인생'이 닮았기에 그랬나봅니다.

영화 「걷기왕」에서도

걷는 건 누구나 하지만 경보는 아무나 안 한다. 경보는 특별한 날 특별한 목표가 있지만 걷기는 별 목표가 없는 일상의 평범한 해우이다. 이 영화는 남보다 조금 늦게 걸어도 자기만의 속도로 느끼는 행복이 최고라고 말한다. 미리 정해놓은 꿈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는 것, 느리지만 내가 나로 살고 자신한테 편할 때 꿈이나 열정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 설혹 꿈이 없어도 다 저 나름의 삶을 꾸릴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 page 120


이 영화는 꿈의 유무, 타인의 평가와 시선이 중요한 게 아니라 각자 '자기만의 길과 속도를 찾자'라고 말한다.

"인생은 육상이 아니다. 육상은 정해진 길을 찾아가는 거지만 인생은 자기만의 길을 찾아 헤매는 과정이다." - page 123


책 속엔 다양한 '용기'들이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남들 다 가진 것'을 안 가질 용기

내 속도대로 걸을 용기

세상의 차별에 당당히 맞설 용기

등 그 용기들 속에 그 무엇보다 '내'가 당당히 서 있어야함을 일깨워주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모습.

그 뒷모습이 이 모습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상처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발뒤꿈치 같은 곳... - page 254

그래서 더 묘하고도 진한 연민이 남는가봅니다.


책을 읽고나니 또다시 이 책을 펼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땐 그녀가 추천했던 책들과 함께, 영화와 함께 세상 앞에 당당히 살아갈 용기를 내 보며 그녀의 이야기를 곱씹으며 그렇게 읽어내려가야겠습니다.


이 책이 '비혼 여성'들만의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지쳐 쓰러지지 말고 자신만의 속도로 세상 앞에 당당히 나아가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이번에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이 떠올랐습니다.

그녀에게도 부디 세상을 맞설 용기를 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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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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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보라섬.

사실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검색을 해 보니 세상 모든 커플의 버킷리스트라고 하였습니다.

타히티 보라보라 섬.

화가 폴 고갱에게 큰 영감을 준 섬이자 소설 《남태평양 이야기》의 작가 제임스 미치너가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은 섬이라고 하였습니다.

푸르른 바다.

마냥 바라만 보아도 힐링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곳을 간 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

이건 그즈음의 이야기다. 한국을 떠나는 게 집에서 멀어지는 건지 가까워지는 건지, 보라보라에 도착하면 여행이 시작되는 건지 생활이 시작되는 건지, '그'가 외간 남자인지 남편인지조차 몰랐던, 아직은 모든 것의 경계가 희미했던 나의 첫 보라보라. 그 시작을 함께해주었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 page 5

『우리만 아는 농담』

 

​

​첫 이야기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불어가 서툰 그녀 '나즈'의 이야기였습니다.

어떤 고단함도 긍정으로 감싸는 힘이 있는 사람.

그런 그녀가 하루는 남편의 생일이 다가온다며 걱정을 털어놓습니다.

항상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선물만 했다며, 이번에는 '돈'이 들어간 선물을 해 주고 싶다는 그녀.

​

누만의 생일날.

나즈는 들뜬 얼굴로 만족스러운 선물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어느 조용한 섬에 있는 숙소에서 푹 쉬기만 하는 일정.


그야말로 '돈'이 들어간 선물이었습니다.

어떻게 돈을 모았는지 물어보았더니 서툰 외국어로 낯선 사람들에게 빨래가 필요하지 않은지 묻고, 그것을 받아 빨래를 하고, 말리고, 다림질하며 차곡차곡 모았다고 합니다.

그럼 저 역시도 이런 의문이 듭니다.

'힘들게 번 돈을 하루에 다쓰는 거야? 너무 여유 부리는 거 아닌가?' - page 16


하지만 그런 저에게도 나즈는 작은 충고를 건네주었습니다.

낭만적인 사람. 생각해보면 나의 가난을 핑계로 지금껏 얼마나 많은 이들의 낭만을 비웃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다른 이의 낭만을 비웃지 않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괜찮은 어른이 되는 걸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나는 용기를 내어 나즈를 꼭 안아주었다. - page 16


저에게도 울림을 주었던 <곰팡이 핀 노트가 말하게 해준 것>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오해를 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잘 알고 있다고 오해하게 된다. 그런 오해들이 적절하게 쌓인 덕분에 하게 된 결혼이니, 어떻게 우리가 행복하기만 할 수 있을까. 누구나 결핍이 있고 그래서 외로운 것일 텐데, 나 역시 그렇다는 걸 인정하기는 왜 그리도 어려운 건지 모르겠다. 찌질하면 찌질한 대로, 서로의 가까이에 있어줄 텐데. 물론 그마저도 오해일지 모르겠지만. - page 81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왜 상대방을 위로할 때 영어로 "I'm sorry."라고 외치는지......

​

그리고 <누구보다 사랑했고 사랑받았던> 그들의 이야기에선 '사랑'의 유통기한이란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참으로 사랑의 달콤함 뒤에 오는 쌉싸름함이란.....


책을 읽으면서 '행복'이란 단어가 새삼 떠올랐습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떠난 마농과 그녀의 남편.

"여행은 즐거웠어?" 라는 질문에 뜻밖의 대답을 건넨 그들.

"다시는 안 갈 거야. 사람들이 왜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안 가는지 알겠더라고. 그건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야. 부모를 위해서 안 가는 거야. 돈도 많이 드는데 체력적으로도 정말 힘들어." - page 214

하지만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

"하지만 그 모든 고생들을 미리 알았더라도 나는 갔을 거야. 그때 산후우울증이 심해지고 있었거든. 행복이 필요했어. 떠나지 않았다면 난 지금처럼 행복하지 못했을 거야. 거기 간 덕분에 집이 제일 좋다는 걸 알았으니까." - page 214

그리고 저자의 이야기.

행복이라는 단어를 쓰는 어른을 참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 마지막으로 행복하다고 느껴본 적이 언제였더라. 불행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경계가 희미하다. 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 아이는 어떤 어른이 될까. "괜찮아?" 바다에서 마농이 나를 향해 소리쳤다. "괜찮아"라고 대답하며 손을 흔들었다. 마농도 손을 흔들었다. 나는 내게 손을 흔드는 마농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 아이는 행복하게 자랄 거라고. 스스로 행복해지려는 엄마를 보고 자라는 아이가 어찌 불행할 수가 있을까. 나는 그렇게 믿는다. - page 214 ~ 216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

내일의 불확실한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어제오늘과 똑같이 지루하기 짝이 없는 하루가 계속될 수도 있고, 반대로 모든 것이 무너질 수도 있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그 지루함이 축복이었다는 걸 알게 되겠지만, 워 그렇다고 별 수 있다. 무너진 자리에 다시 새로운 지루함을 만들 수밖에 없다. 오늘이 언젠가 우리만 아는 농담이 될 날을 기다리며. 내일의 일은 모르겠다. - page 260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을 열심히, 때론 낭만을 즐기며 자신만의 농담을 만들어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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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
AM327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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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티비에서 '허지웅'씨를 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작가였을 때 그의 가감없는 필체에 빠져 그의 책을 두고두고 읽었었는데......

어느 날 들려온 소식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악성림프종'이라는 병마가 그에게 찾아와 힘겨운 시기를 견뎌내고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찾아온 그가 마냥 반가웠습니다.


그는 완치 후 근황을 알리면서 하는 운동이 있었습니다.

'요가'

사실 저 역시도 요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땐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요가 열풍이 불었기에 저도 그 바람에 휩쓸려 하게 되었지만 한 달도 채 못 마친 채 그만두었습니다.

유연성도 제로였기에.

다른 이들은 너무나 편안히 하지만 나에게 그저 지루했기에.

하고나서도 별다른 의미를 찾을 수 없었기에 그만 두었습니다.


그런데 요즘들어 다시 '요가'에 눈길이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여기저기 쑤셔오는 몸.

주변 육아맘들이 '요가'를 하면 몸도, 마음도 좋아진다고 하기에 또다시 솔깃하였습니다.

그러던 찰나에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 이미 유명했던 이 작품.

피키캐스트 화제의 연재작!

책 속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외부를 향한 눈을 잠시 가리고

내 안에 있는 눈을 뜨고

그저 여기 있음에 집중하는 시간.


오늘의 요가 수업

지금 시작합니다!

『마음에도 근육이 붙나 봐요』

 

​

​이 책을 읽기 앞서 충분한 스트레칭이 필요했습니다.

내 안의 신에게 인사를 하고

순간순간 정성들여 나와 대화를 나누고

그렇게 우리의 마음이 오늘도 안녕하길 빌며 시작합니다.

오늘도 나마스떼!


책 속엔 요가 동작에 대한 설명도 있었고 우리의 일상 속 이야기가 있었고, 그렇게 일상 속에 요가가 스며들면서 나 자신과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읽으면서 소개되는 요가 동작을 차근차근히 따라하다보면 어느새 흐르는 땀방울과 함께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가지게 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요즘 눈여겨 보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쌉니다 천리마마트>

거기서 나온 동작이 이 책에서도 소개되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드라마에선 '그랜절'이라는 이름으로, 예의를 갖춘 절이라고도 하는 이 동작이 알고보니 '시르사아사나' 준비동작이었음을!

 

​

​왜 자꾸 드라마 속 인물과 겹쳐서 읽혀지는지......

풋! 하고 웃음이 새어나오곤 하였습니다.


단순히 요가 동작들만 설명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피키캐스트에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TO DO LIST>를 보면서 소소한 곳에서 얻는 작은 행복에 대해 공감하곤 하였습니다.

 

 


알지 못하는, 알 수 없는 미래를 걱정하기보단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오늘을 위해 사소한 결심과 성취를 통해 얻는 기쁨, 행복이 우리가 살아가는데 활력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요가'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는 것.

잠시 눈을 감고 귀를 닫으며 내부의 '나'와의 대화를 할 수 있는, 나를 가꿀 수 있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책 속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뭐든 시작은 어렵지만

반복을 통해 몸이 달라지는 걸 느껴보세요.


새로운 것을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을 정직하게 '잘'하는 것 아닐까요? - page 66

굳이 요가의 달인처럼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저 자신의 속도로, 하나라도 차근히 이루어지면 어느새 내 마음에 다가가는 방법도 하나씩 차근히 다가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32가지의 요가 동작.

우선 숨 쉬기부터 차근히 내뱉어 봅니다.

하나씩.

천천히.

그렇게 저도 제 마음 속 저를 만나러 가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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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가 돌아왔다
김범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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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동~

뭔가 심상치 않은 이 할머니.

깃털 달린 밤색 벙거지 모자를 쓰고 은빛 반짝이가 잔뜩 달린 원피스 정장을 입은, 눈이 커다랗고 뺨이 발간 그녀는 어디에 있다가, 무슨 일로 돌아온 것일지 궁금하였습니다.

『할매가 돌아왔다』

 


2012년 한여름 날.

귀신을 본 건 아니었습니다.

분명 사람인데......

할머니가 돌아왔다. 광복을 코앞에 두고 염병에 걸려 죽었다던 할머니가, 사진은 물론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그분 얘기를 꺼내지 않아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인물처럼 그렇게 묻혀 있던 정끝순 여사가 어느 날 오후 갑자기 우리 집 앞에 나타나 벨을 눌렀다. - page 9


평소 조선 시대 마지막 선비의 모습을 하시는 할아버지는 대뜸 삿대질과 욕설을 퍼붓지만 정작 무덤히 넘겨버리시는 할머니.

그녀가 돌아온 이유.

"무슨 병에 걸리진 않았다. 그것 빼곤 네 말이 다 맞아. 내가 너희들 가슴에 생 못질을 하고 떠났다가 이제 핏덩이가 할머니가 되니 돌아왔구나. 내 잘못은 내가 잘 안다. 지난 세월, 그 긴 시간 한시도 잊은 적이 없다. 내 죄에 대해선 딱히 할 말이 없다. 그냥 한번 보고 싶었다. 그것뿐이다. 얼마나 있을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잠시만 머물다 가고 싶다. 안 되겠니?"

...

"그동안 돈을 좀 벌었다. 꽤 된다. 이젠 얼마 남지 않은 내 인생, 난 더 이상 돈이 필요 없는데, 복지 단체에 기부하려니까 왜 그렇게 허전한지. 이제 와서 핏줄 얘기하는 걸 참기 힘들겠지만 그래도 꼭 너희들, 바로 내 핏줄에게 물려주고 싶구나. 이번에 꼭 너희들에게 주고 가고 싶다. 물론 받으려 하지 않겠지만. 아무튼 오래 있지 않을 테니 좀 봐다오." - page 37 ~ 38

할아버지만 빼고 나머지 식구들은 각자 계산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곤

"애들 아빠 30분 내에 도착한대요, 어머니." - page 40

그렇게 할머니와의 동거가 시작됩니다.


할머니 등장 일주일째, 가족들은 할머니의 그동안의 안부를 궁금해 합니다.

"궁금한 게 당연하죠. 가족이니까 어머니의 지난 생활을 알고 싶은 거죠."

"난 너희들 지난 세월을 묻지 않았다."

"그래도 우리는 다 들려드렸잖아요."

"그건 너희들이 그런 거지. 내가 물은 건 아니지."

"가족이라면 당연히 얘기하는 게 맞지 않나요? 안 그래요, 여보?" - page 97 ~ 98

하지만 정작 그들이 궁금했던 건......

"아니다, 너희는 내 재산이 궁금할 뿐이다. 그래서 달자가 여기저기 안 알아본 곳이 없다. 내게 너희들 소식을 들려준 샌프란시스코 한인 교회 이준용 목사, 바로 부여에서 우리 아랫집 살던 꼬마 아이 말이다. 어제 그 아이와 통화를 했다. 달자가 거기까지 연락해서 내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온 것을 알아냈지. 그리고 달자는 다른 건 안 물어보고 택시 회사만 물어봤더군." - page 98

참으로 숙연해집니다.

그리고 이어진 할머니의 이야기.

"난 너희에게 거짓말한 적 없다. 일본에서 택시 회사로 돈 번 것은 맞다. 거기서 미국으로 갔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샤롯데시에 정착해서 살다가 부흥 설교를 하러 온 이 목사를 만나 너희 소식을 들었고 무려 3년을 고민하다 이번에 찾아왔다. 함께 산 남자는 둘이 있다. 일본인 하나, 미국인 하나. 일본인과는 이별했고 미국인과는 사별했다. 자식은 없었다. 너희 둘이 다야. 달자야, 넌 이런 것은 전혀 궁금하지 않았지?"

...

"이해한다. 돈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희보다 내가 더 잘 아니까. 내가 일주일째 돈 얘기를 안 하니까 혹시 내가 속이는 게 아닌지 불안해하는 것도 이해한다. 내가 약속하마.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유산을 물려주겠다. 그러나 누구에게 얼마를 주느냐는 순전히 내 마음이다. 가족 중에 날 사심 없이 대하는 건 동석이 하나뿐이어서 우선 손자에게 피시방 차릴 돈 1억을 주기로 한 거다. 동석이가 집안의 자아손이니 당연한 것이지. 그렇지 않냐, 달수야? - page 99


마냥 웃기지만은 않았습니다.

할머니가 떠난 이유를 알고나니 더 그랬습니다.

"넌 그때도 날 믿지 않았어."

할아버지가 느리게 반응했다.

"뭔 말이여?"

"그때 짝불이, 너하고 숙부님하고 박종세가 통매네 헛간에 숨어 있다고 밀고한 거 말이여. 그거 나 아니었어."

"이번엔 또 뭔 수삭지여. 천하가 다 아는 일을 아니라고?"

"그거 밀고한 거 홍갭이여, 홍갭이. 순사보 하던 홍갭이 말이여. 그래 놓고 그놈이 나한테 뒤집어씌운겨."

"난 억울혔어. 하지만 아무도 날 믿어주지 않었어. 홍갭이, 그 엉큼한 놈이 평소 마을 어른들에게 잘혔지. 겉으로만 말이여. 난 최가들이 속으로는 다 자바아먹지 못혀서 안달하는 며느리 아닌 종년이었고." - page 166 ~ 167


"그런 년이 왜 도망을 쳤누?"

"내가 분명히 그때 종우 도련님 통해서 너한테 내가 그런 게 아니라고 기별을 넣었지?"

"몰러. 기억 안 나."

"그런데 네 대답은, 기막혀서, 날 개잡년이라고 하면서 세상이 바뀌면 반드시 돌아와서 맷돌로 갈아버리겠다고 혔어, 안 혔어?"

"민족을 배신하고 지아비를 배신한 년인데 당연히 그래야 혔지."

"넌 마누라 말을 믿어주지 않았어." - page 167


하지만 할머니가 자신의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하면서 마지막에 외친 이야기는 가슴이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이런 스토리다. 그러니까 난 짝불이라는 최씨 가문 장손보다도 경성의 휘중당, 그 빨간 벽돌과 담쟁이덩굴, 그리고 빛나던 교복과 결혼한 것이고 혼인 한번 하려고 지독하게 맞다가 죽을 뻔했고 그 넓은 강경뿐 아니라 주변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소문난 기적 같은 혼인을 했고 혼인 후에는 참 눈물 쏙 빼는 시집살이를 했다. 그게 전부야. 하지만 혹시 그때로 돌아가서 다시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래도 난 짝불이를 선택할 거야. 그게 그렇더구나. 사람이 아무리 머리로 산다고 해도 한번 가슴이 동하면 머리 같은 건 정말 쌀 한 톨보다도 못한 게 되더라고. 나중에 후회를 해도, 다시 그 순간이 돌아오면 어쩔 수 없이 또 가야 하는 길. 이제 죽을 때가 돼가니 비로소 알 수 있단다. 그게 사람 사는 길이야. 뜬구름 같은 거 말이야. - page 217 ~ 218


할머니의 한.

결국은 가슴에 묻힌 채 그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이젠 여름도 갔구나. 나도 미국으로 돌아가야겠다."

"조금 더 있다 가세요."

"아니야, 사람은 올 때와 갈 때를 잘 알아야 한다."

"기분이 어떠세요?"

"서럽다. 내 여행도 이젠 막을 내리는구나. 나와 함께 내 일기를 썼던 모든 이가 다 죽었구나. 나 하나 남았어."

"그래도 억울한 누명을 풀었으니 기분은 후련하시죠?"

할머니가 피식 웃었다. 이런 웃음은 처음이었다.

"한 잔 더 하세요."

할머니는 한 잔을 더 들이켜곤 낮은 목소리로 금발의 제니를 불렀다. 그런 생각을 했다. 세월이 한 100년 흐른다면, 나도 죽고 나면 이 할머니의 모진 인생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텐데 진실이란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 page 322 ~ 323


금발의 제니.

할머니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 이야기.

 

돌아보면 모든 것이 행복이었다는 그 말......

자꾸만 맴돌았습니다.


웃으면서 읽기 시작하였지만 결국 눈물을 흘리며 책장을 덮어야만 했습니다.

할머니의 가슴 속 '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나의 할머니의 이야기였고 엄마의 이야기였습니다.


결국 돌아보면 모든 것이 다 행복이라고 일러준 할머니의 가르침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그리고 부디 할머니의 앞날에도 행복이 가득하길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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