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허즈번드 시크릿》으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녀, '리안 모리아티'.
그녀의 섬세하면서도 치밀한 이야기는 한 번도 책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있을지언정 한 번만 읽고 끝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매력적인 그녀의 작품은 매번 애타게 기다리게 됩니다.
이번에 그녀가 선사할 이야기.
놀라운 치유가 필요하신가요?
열흘 후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을 겁니다!
열흘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

"난 괜찮아요. 아무 문제도 없어요." - page 9
구급대원 '야오'가 보기엔 전혀 괜찮지 않은 그녀 '마샤'는 오히려 자신은 아주 건강하다며 서둘러 구급대원들을 보냅니다.
하지만,
"기껏해야 14초면 돼요."
마샤가 핀에게 말했다. 그런데 발음이 흐트러져 '돼요'가 아니라 '되으요'로 들렸다. 야오와 핀의 눈이 마주쳤다. 순간 마사의 머리가 졸고 있는 사람처럼 축 늘어졌고, 서류철이 마샤의 손에서 스르르 빠져나갔다. - page 13
결국 심장마비가 온 그녀를 그저 보고만 있는 야오.
야오가 갖춘 가장 괜찮은 장비는 그의 뇌였지만 이날 그의 뇌는 완전히 잘못 가동되고 있었다.
핀과 야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샤의 심장은 일정한 속도로 뛰지 못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자신의 사무실 밖으로 실려나오는 동안 마샤 드미트리첸코의 심장은 완전히 멈춰버렸다. - page 15
그리고 십 년이 흐르게 됩니다.
열흘 동안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최고의 프로그램, 이제 단 한 자리 남았습니다! - page 18
몸과 마음이 지친 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이 모이게 됩니다.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로 이름난 건강휴양지 '평온의 집'으로.
한땐 잘나가는 작가였지만 이제는 두려움이 잠재의식 속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여전히 탄탄 중견 소설가이지만 스스로를 인정하지 못하는 '프랜시스'.
180억 복권에 당첨되지만 그후 가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 '벤'과 '제시카'.
이혼 전문 변호사인 '라스'.
4명의 딸의 다른 여인에게 남편을 뺏기고 이혼을 당한 '카멜'.
한땐 잘나가던 미식축구 선수였지만 지금은 이혼 후 홀애비로 사는 '토니'.
오빠의 죽음으로 무너진 가족 '나폴레옹', '헤더', '조이'.
평온의 집에서의 규칙은
아침은 7시, 점심은 12시, 저녁은 6시.
식사가 나올 때면 오 분 전에 종이 울리고 단식 기간에는 스무디가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진행되는 채혈.
"혈액검사를 하게 될지 몰랐어요."
"매일 할 겁니다. 그래야 매일 몸 상태에 맞춰 프로그램을 조정할 수 있으니까요."
야오가 쾌할하게 말했다. - page 81
그런데 뭔가 수상쩍습니다.
"마지막 날이 되면 나를 찾아와 말하게 될 겁니다. '마샤, 당신 말이 옳았어요.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에요. 나는 치유됐어요. 나쁜 습관도, 나쁜 화학 물질도, 나쁜 독성 물질도, 나쁜 생각도, 나를 붙잡고 있던 나쁜 행동도 모두 사라졌어요. 내 몸과 마음은 깨끗해요. 전혀 상상도 못했던 나로 거듭 태어났어요'라고 말입니다." - page 152
"명상 수업을 처음 시작하기 전에 한 가지 들려드릴 얘기가 있습니다. 십 년 전에 난 죽었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믿지 못하겠다면 야오에게 물어보세요."
마샤는 왠지 신나 보였고 야오는 웃음을 꾹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심장이 멈춰버렸어요. 임상적으로 죽은 거였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자아 멋진 순간을 얘기하고 있는 것처럼 즐거워하는 마샤의 초록색 눈이 기이하게 빛났다. 프랜시스는 얼굴을 찡그렸다. 그런데 왜 야오 얘기를 한 거지? 야오가 그때 같이 있었단 거야? 계속 말해봐요, 마샤.
"보통 임사체럼이라고 하지만 그건 틀린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거의 죽음에 이른 게 아니라, 정말로 죽었던 거니까요. 나는 죽음을 경험했습니다. 그런 특권을 누릴 수 있었다는 사실에 영원히 감사할 테고요. 덕분에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으니까요." - page 154
알고보니 그들이 마시는 스무디에 소량의 LSD를 첨가했던 것이었습니다.
이에 대해 분노한 이들을 향해 마샤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부작용은 아주 적어요.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순간에도 아이비리그에 있는 저명한 과학자들이 임상실험을 하고 있어요. 그 결과는 아주 놀랍습니다! 지난주에 여러분은 LSD를 소량 복용했기 때문에 명상과 요가에 집중할 수 있었고, 알코올이나 설탕처럼 훤씬 해로운 물질을 끊었는데도 금단 증상을 겪지 않은 거예요." - page 320
현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이들.
그들에게 건넨 마약으로 '환각 상태'에서 비로소 자신의 아픔을 마주할 수 있었던 그들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게만 느껴졌습니다.
"우릴 언제까지 여기에 둘 순 없잖습니까? 당신이 했던 말 있잖아요. '영원한 것은 없다.' 우릴 이곳에 영원히 가둬둘 순 없어요."
라스는 유감이라는 듯 웃으며 이마에 붙은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영원한 것은 없다. 프랜시스는 생각했다. 마샤는 계속 그렇게 말했다.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한 것은 없다. 프랜시스가 인형 속에는 비밀번호가 들어 있지 않았다고 했을 때 마샤는 말했다. "분명히 없어요."
"누가 마지막으로 문을 열려고 했죠?"
프랜시스가 여덟 손님들에게 물었다.
"이미 비밀번호는 충분히 눌러봤습니다."
나폴레옹이 대답했다.
"비밀번호 말고요. 손잡이 말이에요. 마지막으로 손잡이를 돌려 본 사람이 누구였죠?" - page 539
연예계 뉴스에서도 접했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했던 남성 그룹의 그.
"나 평생 할 거야. 천재 되고 싶거든."
하지 말아야함을 알지만 결국 손을 댄 그의 마지막 모습이 이 소설의 마지막과 함께 오버랩되었었습니다.
참으로 씁쓸했던 소설.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고팠던 그들의 바람은 자신을 받아들이면서, 타인을 받아들임으로써 치유됨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나 역시도 지금과 다른 나를 꿈꾸는 것일까......?!
이 의문을 남긴 채 깊은 사색에 잠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