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미움들 - 김사월 산문집
김사월 지음 / 놀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제목에 끌렸습니다.

『사랑하는 미움들』

 

​

​사실 그녀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아무런 거리낌없이 귀를 기울일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이야기에 앞서 조심스런 <접속>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심장 두 개가 가장 가까이 닿게 하고, 당신의 심장박동 신호에 귀를 기울여 나의 것과 속도를 맞춥니다. 그리고 눈을 가만히 감아요. 나는 어쩌면 당신의 꿈속으로 접속할 수도 있겠죠.


이제 내가 당신에게 신호를 보내요.

저의 이야기들을 용서해주시겠어요? - page 5

그렇게 서로의 심장 속도를 맞추고 가만히 눈을 감으며 꿈속에서의 동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습니다.

외롭다. 심심하다. 누구라도 내 옆에 있었으면. 사무치는 고독에 푹 잠긴 채 결국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집에서 라면을 먹으며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켜야지, 생각했다. - page 15


​아이였기에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무섭고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그런 감정을 숨기지않고 오히려 드러냄으로써 당당히 자신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에 그만 내 모습을 투영해보기도 합니다.

그러곤 한참을 멍하니 있어봅니다.

​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는 '트위터'와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트위터가 켜진 스마트폰.

리트윗과 하트들 사이.

그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죽고 싶었던 적이 있나요?"

하고 물으며 우리는 어색함에 웃었다.

"정말 죽고 싶었던 적은 없어요. 그렇지만 죽고 싶을 정도로, 어쩌면 그 이상으로 괴로웠던 적이 있었어요."

그녀는 대답했다.

"내가 너 때문에 죽는 거야. 나는 너 때문에 죽는 거야. 그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어떤 고통을 끝내는 키가 나의 죽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 page 81 ~82

​

요즘들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마감한 이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녀의 노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가 애잔하게 제 마음을 울리곤 하였습니다.




책 제목처럼 <사랑하는 미움들>에 대해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


​

부족함투성이인 자신을 미워하는 마음을 품지 말고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

참으로 어렵기만 합니다.

나는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모른다. 그러나 예전처럼 나를 가치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page 159 ~160

​


조금씩 그녀는 우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손끝을 따뜻하게 만들고 숨을 천천히 쉬어 심장박동을 진정시킨다. 나만의 시간. 오직 나만 생각해야 하는 시간. 그 시간이 나를 기다린다. - page 202

그리고는 우리에게 전한 이야기.

강하게 쥐면 손에 무엇도 남지 않는 모래를 가지려면 가볍게 손을 오므려 넘치지 않게 찰랑찰랑하게 담기. 나의 몫만큼 가지며 오래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희망하기로 했다. - page 205


저는 긍정적이지 못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세상 속에서 웅크리고만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 발짝 떼기가 두려워 자꾸만 주저앉곤 하였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그녀가 손을 내밀며 말해주었습니다.

당신과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이 여기 살아가고 있으니 너무 자책하며 아파하지 말라고.

당신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당신이 세상에 있어줘서 오히려 고맙다고.

꾹꾹 눌러 쓴 진심이 그녀의 글에서, 노래에서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그녀 덕분에 한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안심하고 고맙고 눈물나는 일이라는 것.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는 내 자신이 '사랑하는 미움들'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얀네 S. 드랑스홀트 지음, 손화수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에서 아이러니함을 느꼈습니다.

'불행'과 '멋짐'이 공존하다니......


알고보니 이 소설 속 '아줌마'가 보통이 아닌가봅니다.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데 왜 이렇게 제대로 되는 일이 없을까?"

시시각각 찾아오는 불행엘 온갖 실수를 하게 되는데......


과연 이 아줌마!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펼쳐질 좌충우돌을 통해 펼쳐질 이야기가 기대되었습니다.

『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이 소설의 주인공인 '잉그리 빈테르'.

정말이지 평범한 가정 속의 엄마이자 아내였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면서도 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한 변호사 남편.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 셋.


하지만 불행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일어나게 됩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샤워 캐비닛은 따로 설치하지 않을 거예요. 욕조 안에서 샤워를 해결하면 되거든요."

우리는 집을 짓기 전 배관공과 만났을 때 그렇게 말했다.

"정말 그렇게 하실 생각입니까?"

"네."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 샤워 캐비닛이 들어갈 수 있도록 기초공사는 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 page 14


샤워 캐비닛이 있으면 실용적일 것이라 말하는 남편.

사실 그녀가 설계 도면에 있던 샤워 캐비닛을 하지 않았는데 자꾸만 이 문제로 말다툼을 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중고 매물 시장인 'finn.no'에서 매물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집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집은 바로 우리의 운명이었다. - page 85

의심의 여지없이 자신의 집이라 외치는 그녀.

동화나 소설에서나 나옴직한 것들을 원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내 머릿속에는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슬금슬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돼. 필요 이상으로 태양 가까이 날아가면 몸이 타버리는 불행이 따를 거야. 하지만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오는 경고의 메시지가 뿌리를 내리기 전에 모두 뽑아버렸다. - page 86

결국 남편과 약속했던 금액보다 100만 크로네 더 주고 그 집을 사게 됩니다.


그녀의 직업은 노르웨이 한 대학교 문학과 교수입니다.

그런 그녀의 직장에서도 학부 개편과 구조조정으로 이직이나 해고의 문제가 그녀에게 불안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에 은근히 그녀에게 '악당' 역할을 권하면서 따돌리는 직장 동료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학과장은 그녀에게 제안(?)을 하게 됩니다.

​

 


"앞으로 학부 개편과 관련하여 당신이 분과 코디네이션 일을 맡아주세요." - page 176


그런데 불행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온듯이......

"잉그리 씨, 나는 오늘 특별히 당신에게 실망했습니다. 지금 당신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할 시간 말입니다. 향후 20년 동안 당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연구 작업인지, 아니면 기타를 연주하며 아이들에게 동요를 가르치는 일인지! 그건 당신이 선택해야 할 일입니다. 다행히도 당신이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가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어딘가요?"

"러시아입니다."

"러시아라고요?"

"우리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과 자매결연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당신도 알고 있죠?"

"저는......"

"당신도 아시다시피 우리 대학의 슬로건은 '혁신'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동유럽 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 약 1주일간 사절단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 page 190 ~ 191

자신이 살던 집도 팔아야하고, 새 집으로 이사도 가야할 판에 사절단으로 러시아에 가야하다니!

그녀도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이토록 일을 벌였을까.

지금까지 나는 어디에 있었으며, 또 앞으로는 내게 어떤 일이 생길까.

그 와중에 나는 러시아로 가야만 했다. - page 206


그 후에 펼쳐질 기상천외한, 황당하고도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 속에서 심근경색에다 방광염,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귓병까지 그녀를 괴롭히는 병마와 함께 헤쳐나가는 과정이 참으로 '웃프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특히나 동료가 학장실에서 가져온 '성화'로 인해 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단풍이 우거진 숲속에서 두 개의 오솔길을 앞에 두고 선택을 내려야 하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가끔은 두 개의 길 중 하나는 옳은 길, 다른 하나는 잘못된 길을 의미할 때가 있다. 잡초가 우거진 비좁은 오솔길과 널찍하고 환하게 열려 있는 오솔길. 하지만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선 어떤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다.

문제는 내가 이미 선택을 내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새집을 구입하며 지나왔던 길.

목감기 약을 들이켰던 길.

훔친 성화를 숨겼던 길.

아니, 어쩌면 나는 여전히 숲속의 양 갈래 오솔길 앞에 서서 어떤 길로 발을 옮겨야 할지 선택을 앞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 page 342


하지만 뜻밖의 우레와도 같은 박수 소리.

그리고 돌아온 집.

과연 그녀에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지......


잉그리 빈테르에게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당신은 한 마리 참새예요.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매 순간마다 소비해버리지요. 무지와 두려움과 당신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사람들에게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요? 당신이 진정으로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은 있나요?" - page 354

이 질문은 우리에게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진정으로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

그것을 향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이 소설은 3부작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하였습니다.

마지막에 뜬금없었던 고백으로 조금은 어색했던 부부사이가 한결 풀리면서 1부가 끝을 맺었는데 2부에선 어떤 현실이 펼쳐질지 궁금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대사와 함께 떠나는 소아시아 역사문화산책 - 터키에서 본 문명, 전쟁 그리고 역사 이야기
조윤수 지음 / 렛츠북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모든 문명은 소아시아에게 빚을 지고 있다.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소아시아를 특별히 사랑한 것이 틀림없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만난 문구였습니다.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소아시아'

검색해보니 이는 동방과 서방을 연결하는 민족이동의 통로이자 식민활동의 무대였으며 예로부터 갖가지 문명이 꽃피었던 곳이라고 하였습니다.(두산백과)

동방과 서방을 연결했다고하니 인류의 모든 문명이 공존할 이곳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떠나게 된 여행.


거석문화의 웅장함을 보여준 괴베클리 테페, 히타이트 제국의 도시 하투샤

최초의 동서양 전쟁이 일어났던 트로이, 산 정상에 무덤이 있는 넴루트

바빌론 미타니 문명의 한 자락이었던 안티오크까지!


『대사와 함께 떠나는 소아시아 역사문화산책』

 


여행을 떠나기 앞서 우리가 둘러볼 곳을 한 장의 지도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

 


소아시아.

문명이 발달할 수 밖에 없는 지형적 조건이 있었습니다.

소아시아 전체가 타우러스 산맥 외에는 대부분 밀밭이 이어진 평평한 대지다. 게다가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두 강이 흐르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온화한 기후에 강우량이 풍부한 비옥한 땅이다. 소아시아는 흑해 에게해 지중해를 끼고 있으니 사람이 살고 교류하기에 이만큼 좋은 여건이 없다. - page 11

정말 신이 특별히 사랑한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만큼이나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기에 '양날의 검'과도 같았습니다.


우선 방문하게 되는, 터키어로 '배꼽 모양 언덕'이라는 괴베클리 테페의 발굴현장.

가는 길엔 아무 인가도 없고 메마른 둔덕만 연이어 보이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능선을 따라가 보니 정상엔 수천 년 동안 흙으로 덮인 신전 발굴현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주변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찾고자 고고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는데, 그렇다면 사람들이 인가와 떨어진 이곳까지 올라와서 신을 모신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것 또한 풀어야 할 과제다. 신전이 있는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사방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명당이다. 이 넓은 땅에 파묻힌 인류의 초고대문명을 어떻게 발견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머릿속을 맴돈다. 일설에는 농부가 밭을 갈다가 땅속에 박힌 돌기둥을 발견했다고 한다. 터키 중부에 위치한 퀼테페의 아시리아 식민지 문화 등 위대한 문화유산도 현지 운전기사의 제언으로 우연히 발견됐다는데 인류 문화유산의 발견은 모두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가 보다! - page 27


그렇게 흔적을 좇아가는 여정 속에서 인류의 문명을, 전쟁을, 역사를 되짚어가며 끝나지 않은, 앞으로도 이어질 이야기를 우리는 어떻게 전개시킬지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곤 하였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트로이 목마'와 관련된 이야기.

마침 트로이에 들어서면 목마가 우뚝 서 있다고 합니다.

최초의 동서양 전쟁이 일어난 곳을 찾은 호기심, 패전국 트로이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난 목마.

트로이는 그리스인들에게 약속의 땅으로 알려졌기에 이곳을 점령해 지역의 맹주로서 힘을 얻고 아울러 엄청난 재력을 축적하려는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키지만 우리에겐 빼앗긴 여자를 되찾는다는 신화적 스토리가 더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옛날 사람들의 생활상은 그냥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역사적 사실에 적절한 이야기를 붙이는 소위 스토리텔링이 돼야 더 친근하고 깊게 볼 수 있는 법이다. 호머도 마찬가지였을까? 그에게도 450년 전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호머의 스토리텔링은 사실에 신화를 덧붙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올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page 48


인상적이었던 곳은 '리디아 사르디스'였습니다.

금속을 녹여 분리할 정도의 기술을 가진 민족이었고 당대의 페르시아와 견줄 정도로 강했던 리디아가 이제는 그 존재조차 사라지게 됩니다.

가장 융성한 시점에 지도자의 판단 착오로 650여 년의 국가가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이 모습을 바라보다 백제의 '의자왕'이 떠올랐다는 저자.

의자왕 역시 해동증자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지도자였으나 자기만 믿고 충신을 멀리한 결과 비운의 왕이 되지 않았나.

귀국해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를 다시 찾았다. 부소산성을 따라 걸으니 고란사와 낙화암으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백마강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강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데 문득 이 바람이 리디아의 수도 사르디스에서 불어왔다는 느낌이 든다. 리디아에서는 백제 의자왕이, 부여에서는 리디아 크로이소스 왕을 떠올려지는 것은 왜 그럴까. - page 109

타지에서도 우리의 역사와의 연결점이 있다는 점에서 '역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접했던 안타까운 현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지안테프는 이런 풍요로움 이면에 말 못 할 고민도 품고 있다. 이 시는 시리아 국경과 불과 120km 떨어져 있어, 200만 명 가지안테프 인구에 쏟아져 들어온 시리아 난민이 30만 명이나 된다. 이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 page 174 ~ 175


인류의 문명이 잉태됐던 풍요로운 가지안테프이건만 지금은 시리아 내전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지안테프의 속살을 본 이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애처로움이 남아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알게 되는 걸까. - page 175 ~ 176

그래서 집시 여인의 애잔한 눈빛이 자꾸만 가슴에 사무치게 남았습니다.

우리가 좌우로 움직이면 그녀의 신비로운 눈도 따라 움직이며, 보는 이의 마음에 자신이 있는 이곳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역사 여행을 하고나니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곳에 대한 앎의 갈증이 일어났습니다.

사실 소아시아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야 소아시아가 가진 역사적 의미를 바라보니 보다 역사를, 인류의 문명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지역을 따라 그 속의 이야기를 파헤쳤다면 다음엔 역사의 흐름에 맞추어 떠나는 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일본인 이야기 1 - 전쟁과 바다 ㅣ 일본인 이야기 1
김시덕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역사'에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되면서 우리 나라 뿐만아니라 주변 국가에 대해서도 알고 싶어졌습니다.

특히나 우리에게 가깝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

우리를 식민 통치 하에 억압했던 나라.

자신들의 만행을 부인하고 오히려 적방하장인 나라.

그래서 더 그들이 알고 싶어졌습니다.

『일본인 이야기 1』

 


다섯 권으로 구성된 이 시리즈는 우선 전국시대에서 에도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전쟁과 변수가 넘쳐나는 격동의 16세기 일본.

​

 

 

​

​첫 시작은 일본과 유럽이 처음으로 접촉한 1540년대 초였습니다.

그래서 '네덜란드'로부터 시작됩니다.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서쪽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동쪽으로 타이완과 파푸아뉴기니에 이르기까지 인도양의 패권을 차지한 무역 회사이자 전투 집단으로 이들을 상징하는 문구.

"전투 없이 거래 없다"

이 문구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전투 없이 거래 없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보면서 저는, 세계가 움직이는 근본 원리를 이렇게 숨기지 않고 드러낼 수 있는 당당함이랄까, 혹은 뻔뻔함이 바로 유럽 문명권이 세계를 지배한 원동력이었다는 사실을 최종적으로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인 이야기》의 첫머리를 "전투 없이 거래 없다"는 말로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 page 17

그렇게 무억과 전쟁이라는 두 개의 칼을 휘두르며 세계 전체를 식민지로 만들려 한 역사를 인식하고 이야기는 일본으로 초점을 맞추어갑니다.

​

대항해시대부터 19세기까지.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일본이 맞닥뜨린 위기이자 기회는 일본의 미래를 위한 행운이었습니다.

이 행운은 청나라와 일본에 동시에 찾아오지만 청나라의 경우 다른 문제들이 더 컸고 일본은 이 행운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조선에는 이러한 위기도, 행운도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인들은 유럽 세력이 자기 나라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과 함께 "유럽에서 무언가 선진적인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으니 먼저 배워야 한다"는 자세로 유럽 배우기 운동인 '난학'을 시작합니다. 19세기 중기에 이르러 유럽 세력이 다시 한 번 동중국해에 군사적 위협을 가해왔을 때, 다행히 일본보다 청나라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 행운으로 작용했습니다. 대항해시대에 유럽이 일본에 가한 군사적 위협과 위기의식, 그리고 난학이라는 준비작업을 통해 일본은 식민지가 되지 않고 거꾸로 제국주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 page 49

그들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할 점.

행운의 덕을 얻으려면 행운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강렬한 의지를 갖고 끊임없이 준비해놓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간은 물론 물질적인 조건에 크게 제약받지만, 때로는 강렬한 의지를 갖고 주어진 조건을 뛰어넘어야 합니다. - page 49 ~ 50

​

우리와는 매우 다른 역사적 경험을 하는 일본인들.

남중국해 연안에서 전개된 일본인의 활동, 그로부터 촉발된 유럽과의 접촉은 그들의 사회 시스템이 바뀌고 그에 따라 사람들의 정신과 물질적 조건이 바뀌게 됩니다.

​

​이 시기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들의 활약과 함께 일어나는 전쟁과 바다가 만들어낸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됩니다.

​

이들 16~17 세기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우연이 찾아오기를 끈질기게 기다렸다가 책략을 부려서 이를 행운으로 바꾸는 것에 주저함이 없는 것. - page 168

그렇게 위기를 발전의 발판으로 삼았고 우연을 행운으로 만들어 일본이 식민지의 길을 걷지 않고 독자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에 편입될 수 있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

​인상적이었던 '쇄국'이란 단어.

일본이라하면 '쇄국'이 떠오르곤 하였는데 단어 탄생과정을 따라 가다보면 '일본'이라는 나라가 이 시기에 이미 글로벌 네트워크에 편입되어 있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


그래서 최근 일본 역사 교과서에서는 '쇄국'이란 단어는 완전히 빼버리고 쓰시마, 나가사키, 사쓰마, 마쓰마에를 '네 개의 창구'라고 일컬으며, 도쿠가와 시대 일본의 외교, 무역을 설명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결국 무사 집단의 이익을 지키기위해 나라의 성장을 중단시킨 꼴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그렇게 이번 책에선 유럽 국가들과 경쟁하면서도 해외 시장을 확보하는 길을 스스로 포기한 일본의 경제적 한계로 다음 2권에서의 만남을 남겨두었습니다.


우리가 일본의 역사를 알아야하는 이유.

보다 명확한 관점과 시각으로 우리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마냥 우리와 비슷한, 우리에게 영향을 준 역사만 바다보는 것은 '井中之蛙'로 편협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지 못하게 되기에 일본 뿐만아니라 중국, 세계 여러 국가에 대한 역사 인식의 중요성을 깨우치면서 다음에 이어질 일본인 이야기가 기대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 가게에 갈까? - 헬싱키 중고 가게, 빈티지 상점, 벼룩시장에서 찾은 소비와 환경의 의미
박현선 지음 / 헤이북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끔 기분전환할 겸 찾아가는 곳이 있습니다.

동묘의 빈티지 샵.


사실 '빈티지'에 관심이 크게 없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이제는 힐링의 장소가 되기까지는 우연히 보게 된 티비에서 연예인들이 방문하면서였습니다.

단순히 오래된 물건, 중고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관심조차 없었는데 오히려 유행을 좇기 보다는 나만의 스타일을 찾아 입을 수 있기에, 제일 큰 매력은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빈티지 샵을 찾아다니면서 쇼핑도 하고 힐링도 하곤 합니다.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워낙 북유럽에선 '벼룩시장'이나 '중고 가게'가 보편화되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하고 구입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중고 문화'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왜 중고가게에 갈까?』

 


우리는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산업혁명 이후 대량생산이 보편화되면서 이제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말이 나올정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발맞춰 물건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인간은 편의롭게 생활하고 있지만 제품 생산과 가공 과정에서 일어나는 환경오렴과 자원 고갈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결국 인간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기도 하고 생태계를 망가뜨려 생태계의 존속과도 직결되는 문제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단편적인 예로 '슈퍼마켓'을 들었습니다.

​

 


뿐만 아니라 요즘은 온라인 쇼핑으로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고 그중 상당수는 바로 반품되거나 서랍 깊은 곳으로 직행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물건이 망가졌을 때 고쳐서 쓰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저렴한 경우도 많아 쉬운 폐기를 결정하기도 합니다.

이런 편리한 소비와 쉬운 폐기로 만들어진 세상.

과연 우리는 이대로 괜찮은 걸까?


우선 '재활용'과 '재사용'이라는 개념 이해부터 시작하였습니다.

재활용은 재처리 과정을 통해 제품을 다시 새로운 제품의 원료로 만드는 것이다. 재활용을 위해서는 제법 높은 수준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재활용 과정에서 일어나는 원료의 가공과 합성은 재활용 이전과 이후의 원료 성질에 차이를 준다. 그 결과 강도가 약해지거나 품질이 떨어지거나 물성이 변화하여 다른 재료와의 합성을 요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 과정에서 에너지가 쓰인다. 반면에 재사용은 제품의 전부 혹은 그 일부를 그대로 다시 사용함을 일컫는 용어다. 재사용은 재활용과는 달리 특별히 다른 가공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물건을 있는 그대로 사용하거나 아주 간단한 수리를 거쳐 사용하는 것이다. - page 50 ~ 51

중고 문화는 이 '재사용' 문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고 개인이 중고 문화에 참여함으로써 소비자가 물건의 수명을 늘이는 주체가 되어 선형 경제에서 순환 경제로 변환시키는 힘을 갖게 되는 것이라 일러주었습니다.


핀란드의 중고 문화는 일부 특정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닌, 그 어느 때보다도 쉽고 자연스럽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음에, 기부뿐 아니라 중고로 물건을 사고파는 문화가 잘 자리잡혀 있었기에 그들을 보고 있으면 건강한 소비가 무엇인지, 환경의 의미에 대해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

 


저에겐 인상적이었던 빈티지 가구점 '크루나'의 주인 '빠시'의 이야기.

"저는 새 물건보다는 평가절하된 옛 물건들을 찾아 가치를 알아가는 것에 더 흥미를 느꼈어요. 참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만들어진 물건보다 옛날에 만들어진 물건이 튼튼하고 정교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였는지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빈티지 가구점을 열겠다는 목표가 자연스레 자리 잡았던 것 같아요." - page 168

그렇게 빠시는 단순히 멋있어 보이는 가구를 진열하고 팔리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가치가 있는 물건을 찾고 그 가치가 잊히지 않도록 끊임없이 움직이는 모습이 더없이 멋있어 보였고 이런 이들이 있기에 잊혀질 뻔한 과거의 가치가 다시금 빛을 발할 수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소비'란 무엇일까?

​



중고 문화가 활발해졌다는 의미가 가진 이중적인 의미.

조금은 씁쓸하였습니다.

"중고 가게에서 팔리는 물건들이 다 어디에서 올까 생각해보면 답은 단순합니다. 사람들의 소비가 그만큼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이야기죠. 중고 문화가 활발해졌다고 해서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한 소비를 시작했다는 뜻이 아니에요. 전보다 많은 소비를 하고 있고, 전보다 많은 물건이 중고 시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어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소비가 많은 시대를 살고 있어요." - page 318

그럼 이러한 문제의 책임은 개개인의 소비 탓일까?

그보다는 쉬운 소비와 폐기를 부추기는 커다란 시스템에 그 잘못이 있음을 이해하고, 산업의 대량생산 방식에서 그 개선점을 찾는 것이 더욱 건설적이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식이라 일러주었습니다.


책을 읽고나니 문뜩 우리 나라에서도 한때 전 국민이 했던 운동이 떠올랐습니다.

'아나바다 운동'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

그리고 요즘은 비닐 봉지 사용 줄이기, 개인 컵 사용하기 등 우리 개개인이 노력을 하기에 앞으론 더 나은 미래가, 진정한 소비자가 되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