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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얀네 S. 드랑스홀트 지음, 손화수 옮김 / 소소의책 / 2019년 11월
평점 :
제목에서 아이러니함을 느꼈습니다.
'불행'과 '멋짐'이 공존하다니......
알고보니 이 소설 속 '아줌마'가 보통이 아닌가봅니다.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데 왜 이렇게 제대로 되는 일이 없을까?"
시시각각 찾아오는 불행엘 온갖 실수를 하게 되는데......
과연 이 아줌마!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펼쳐질 좌충우돌을 통해 펼쳐질 이야기가 기대되었습니다.
『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이 소설의 주인공인 '잉그리 빈테르'.
정말이지 평범한 가정 속의 엄마이자 아내였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면서도 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한 변호사 남편.
귀엽고 사랑스러운 딸 셋.
하지만 불행의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일어나게 됩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샤워 캐비닛은 따로 설치하지 않을 거예요. 욕조 안에서 샤워를 해결하면 되거든요."
우리는 집을 짓기 전 배관공과 만났을 때 그렇게 말했다.
"정말 그렇게 하실 생각입니까?"
"네."
"하지만 만약을 위해서 샤워 캐비닛이 들어갈 수 있도록 기초공사는 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요?" - page 14
샤워 캐비닛이 있으면 실용적일 것이라 말하는 남편.
사실 그녀가 설계 도면에 있던 샤워 캐비닛을 하지 않았는데 자꾸만 이 문제로 말다툼을 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중고 매물 시장인 'finn.no'에서 매물을 찾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집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집은 바로 우리의 운명이었다. - page 85
의심의 여지없이 자신의 집이라 외치는 그녀.
동화나 소설에서나 나옴직한 것들을 원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내 머릿속에는 아예 시작도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가 슬금슬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너무 욕심을 부리면 안 돼. 필요 이상으로 태양 가까이 날아가면 몸이 타버리는 불행이 따를 거야. 하지만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내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오는 경고의 메시지가 뿌리를 내리기 전에 모두 뽑아버렸다. - page 86
결국 남편과 약속했던 금액보다 100만 크로네 더 주고 그 집을 사게 됩니다.
그녀의 직업은 노르웨이 한 대학교 문학과 교수입니다.
그런 그녀의 직장에서도 학부 개편과 구조조정으로 이직이나 해고의 문제가 그녀에게 불안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에 은근히 그녀에게 '악당' 역할을 권하면서 따돌리는 직장 동료들.
그리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학과장은 그녀에게 제안(?)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 학부 개편과 관련하여 당신이 분과 코디네이션 일을 맡아주세요." - page 176
그런데 불행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온듯이......
"잉그리 씨, 나는 오늘 특별히 당신에게 실망했습니다. 지금 당신에게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깊이 생각할 시간 말입니다. 향후 20년 동안 당신이 진정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연구 작업인지, 아니면 기타를 연주하며 아이들에게 동요를 가르치는 일인지! 그건 당신이 선택해야 할 일입니다. 다행히도 당신이 여유를 가지고 생각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가 있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어딘가요?"
"러시아입니다."
"러시아라고요?"
"우리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과 자매결연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당신도 알고 있죠?"
"저는......"
"당신도 아시다시피 우리 대학의 슬로건은 '혁신'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특히 동유럽 쪽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우리는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에 약 1주일간 사절단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 page 190 ~ 191
자신이 살던 집도 팔아야하고, 새 집으로 이사도 가야할 판에 사절단으로 러시아에 가야하다니!
그녀도 스스로에게 물어봅니다.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이토록 일을 벌였을까.
지금까지 나는 어디에 있었으며, 또 앞으로는 내게 어떤 일이 생길까.
그 와중에 나는 러시아로 가야만 했다. - page 206
그 후에 펼쳐질 기상천외한, 황당하고도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 속에서 심근경색에다 방광염,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귓병까지 그녀를 괴롭히는 병마와 함께 헤쳐나가는 과정이 참으로 '웃프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특히나 동료가 학장실에서 가져온 '성화'로 인해 시베리아의 강제수용소로 끌려갈지도 모른다는......
단풍이 우거진 숲속에서 두 개의 오솔길을 앞에 두고 선택을 내려야 하는 내 모습을 떠올렸다. 가끔은 두 개의 길 중 하나는 옳은 길, 다른 하나는 잘못된 길을 의미할 때가 있다. 잡초가 우거진 비좁은 오솔길과 널찍하고 환하게 열려 있는 오솔길. 하지만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선 어떤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전혀 알아볼 수가 없다.
문제는 내가 이미 선택을 내렸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새집을 구입하며 지나왔던 길.
목감기 약을 들이켰던 길.
훔친 성화를 숨겼던 길.
아니, 어쩌면 나는 여전히 숲속의 양 갈래 오솔길 앞에 서서 어떤 길로 발을 옮겨야 할지 선택을 앞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 page 342
하지만 뜻밖의 우레와도 같은 박수 소리.
그리고 돌아온 집.
과연 그녀에겐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일지......
잉그리 빈테르에게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당신은 한 마리 참새예요.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매 순간마다 소비해버리지요. 무지와 두려움과 당신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사람들에게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일까요? 당신이 진정으로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은 있나요?" - page 354
이 질문은 우리에게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진정으로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일지.
그것을 향해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소진해버리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이 소설은 3부작으로 이루어져있다고 하였습니다.
마지막에 뜬금없었던 고백으로 조금은 어색했던 부부사이가 한결 풀리면서 1부가 끝을 맺었는데 2부에선 어떤 현실이 펼쳐질지 궁금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