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와 함께 떠나는 소아시아 역사문화산책 - 터키에서 본 문명, 전쟁 그리고 역사 이야기
조윤수 지음 / 렛츠북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모든 문명은 소아시아에게 빚을 지고 있다.

신이 세상을 만들었다면 소아시아를 특별히 사랑한 것이 틀림없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만난 문구였습니다.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소아시아'

검색해보니 이는 동방과 서방을 연결하는 민족이동의 통로이자 식민활동의 무대였으며 예로부터 갖가지 문명이 꽃피었던 곳이라고 하였습니다.(두산백과)

동방과 서방을 연결했다고하니 인류의 모든 문명이 공존할 이곳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떠나게 된 여행.


거석문화의 웅장함을 보여준 괴베클리 테페, 히타이트 제국의 도시 하투샤

최초의 동서양 전쟁이 일어났던 트로이, 산 정상에 무덤이 있는 넴루트

바빌론 미타니 문명의 한 자락이었던 안티오크까지!


『대사와 함께 떠나는 소아시아 역사문화산책』

 


여행을 떠나기 앞서 우리가 둘러볼 곳을 한 장의 지도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

 


소아시아.

문명이 발달할 수 밖에 없는 지형적 조건이 있었습니다.

소아시아 전체가 타우러스 산맥 외에는 대부분 밀밭이 이어진 평평한 대지다. 게다가 티그리스 유프라테스 두 강이 흐르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온화한 기후에 강우량이 풍부한 비옥한 땅이다. 소아시아는 흑해 에게해 지중해를 끼고 있으니 사람이 살고 교류하기에 이만큼 좋은 여건이 없다. - page 11

정말 신이 특별히 사랑한 것이 틀림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만큼이나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곳이기에 '양날의 검'과도 같았습니다.


우선 방문하게 되는, 터키어로 '배꼽 모양 언덕'이라는 괴베클리 테페의 발굴현장.

가는 길엔 아무 인가도 없고 메마른 둔덕만 연이어 보이곤 하였습니다.

하지만 능선을 따라가 보니 정상엔 수천 년 동안 흙으로 덮인 신전 발굴현장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주변에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찾고자 고고학자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는데, 그렇다면 사람들이 인가와 떨어진 이곳까지 올라와서 신을 모신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것 또한 풀어야 할 과제다. 신전이 있는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니 사방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명당이다. 이 넓은 땅에 파묻힌 인류의 초고대문명을 어떻게 발견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머릿속을 맴돈다. 일설에는 농부가 밭을 갈다가 땅속에 박힌 돌기둥을 발견했다고 한다. 터키 중부에 위치한 퀼테페의 아시리아 식민지 문화 등 위대한 문화유산도 현지 운전기사의 제언으로 우연히 발견됐다는데 인류 문화유산의 발견은 모두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가 보다! - page 27


그렇게 흔적을 좇아가는 여정 속에서 인류의 문명을, 전쟁을, 역사를 되짚어가며 끝나지 않은, 앞으로도 이어질 이야기를 우리는 어떻게 전개시킬지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곤 하였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트로이 목마'와 관련된 이야기.

마침 트로이에 들어서면 목마가 우뚝 서 있다고 합니다.

최초의 동서양 전쟁이 일어난 곳을 찾은 호기심, 패전국 트로이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난 목마.

트로이는 그리스인들에게 약속의 땅으로 알려졌기에 이곳을 점령해 지역의 맹주로서 힘을 얻고 아울러 엄청난 재력을 축적하려는 목적으로 전쟁을 일으키지만 우리에겐 빼앗긴 여자를 되찾는다는 신화적 스토리가 더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옛날 사람들의 생활상은 그냥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당시의 역사적 사실에 적절한 이야기를 붙이는 소위 스토리텔링이 돼야 더 친근하고 깊게 볼 수 있는 법이다. 호머도 마찬가지였을까? 그에게도 450년 전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호머의 스토리텔링은 사실에 신화를 덧붙여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어올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page 48


인상적이었던 곳은 '리디아 사르디스'였습니다.

금속을 녹여 분리할 정도의 기술을 가진 민족이었고 당대의 페르시아와 견줄 정도로 강했던 리디아가 이제는 그 존재조차 사라지게 됩니다.

가장 융성한 시점에 지도자의 판단 착오로 650여 년의 국가가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이 모습을 바라보다 백제의 '의자왕'이 떠올랐다는 저자.

의자왕 역시 해동증자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지도자였으나 자기만 믿고 충신을 멀리한 결과 비운의 왕이 되지 않았나.

귀국해 백제의 수도였던 부여를 다시 찾았다. 부소산성을 따라 걸으니 고란사와 낙화암으로 자연스레 연결된다. 백마강에서 불어오는 따뜻한 강바람이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데 문득 이 바람이 리디아의 수도 사르디스에서 불어왔다는 느낌이 든다. 리디아에서는 백제 의자왕이, 부여에서는 리디아 크로이소스 왕을 떠올려지는 것은 왜 그럴까. - page 109

타지에서도 우리의 역사와의 연결점이 있다는 점에서 '역사'가 가지는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우리가 접했던 안타까운 현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지안테프는 이런 풍요로움 이면에 말 못 할 고민도 품고 있다. 이 시는 시리아 국경과 불과 120km 떨어져 있어, 200만 명 가지안테프 인구에 쏟아져 들어온 시리아 난민이 30만 명이나 된다. 이로 인한 여러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 page 174 ~ 175


인류의 문명이 잉태됐던 풍요로운 가지안테프이건만 지금은 시리아 내전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가지안테프의 속살을 본 이후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애처로움이 남아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본 만큼 알게 되는 걸까. - page 175 ~ 176

그래서 집시 여인의 애잔한 눈빛이 자꾸만 가슴에 사무치게 남았습니다.

우리가 좌우로 움직이면 그녀의 신비로운 눈도 따라 움직이며, 보는 이의 마음에 자신이 있는 이곳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시대와 지역을 넘나드는 역사 여행을 하고나니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곳에 대한 앎의 갈증이 일어났습니다.

사실 소아시아에 대해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야 소아시아가 가진 역사적 의미를 바라보니 보다 역사를, 인류의 문명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짐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지역을 따라 그 속의 이야기를 파헤쳤다면 다음엔 역사의 흐름에 맞추어 떠나는 여행을 하고자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