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 - 화폐가 세상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서수지 옮김 / 탐나는책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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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처럼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돈'의 가치가 단순한 '종이'를 넘어서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되면서 참 살기가 힘들다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돈'이란 무엇이길래......

의문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돈의 기원과 발전 과정을 일러준다는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알아두어야 할 돈의 역사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

 


'돈'은 문명의 탄생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문명은 모든 물자를 자급자족할 수 없기에 상품과 상품의 교환(교역)이  필수 조건이었고 이러한 교환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 바로 '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돈의 형태는 나라마다 다양했습니다.

이집트 문명에서는 금을 재료로 돈을 만들었고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는 은괴가 돈의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중국 문명은 초기에 조개껍데기 등을 사용하다가, 진의 시황제가 천하를 통일하며 저렴한 금속인 동에 가치를 부여해 만든 반량전을 돈으로 통일해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의 경우 저렴하고 풍부한 재료를 사용해 돈을 만들기에 대량 제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지만 가짜 돈 문화와 병존하게 되었다는 병폐가 있었습니다.


과거엔 돈의 기능이 지극히 단순했습니다.

자급자족을 하는 농업 사회에서는 생산 활동이 경제의 중심이었고 돈은 한정적 범위에서만 사용되었습니다.

중세 유럽 교회도 '돈으로 돈을 낳는 행위'를 죄로 간주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랬던 돈이......

시민권을 얻은 사람들이 돈이 돈을 낳고 이자를 버는 게 정당하다 생각하게 되고 이는 시대와 더불어 돈의 역할이 증대되면서 오늘날처럼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포르투갈의 아시아 무역, 스페인의 '신대륙' 개발, 북유럽의 해상무역이 활발히 이루어지면서 엄청난 양의 은이 유럽 각국으로 흘러가면서 세계사에서 돈의 흐름이 그들의 흥망을 보여주곤 하였습니다.


시민혁명 시대에 자금 조달 수단으로 지폐가 집중 조명을 받게 된면서 통화로서의 '돈'을 만들고 통제하는 기능이 정부 또는 중앙은행의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잡기 시작하고 산업혁명으로 인해 '돈'을 얻기 위해 '돈'이 '돈'을 낳는 기능이 강화되기 시작합니다.


특히 오늘날 미국 지폐를 통칭하는 '달러'라는 이름이 '콘티넨털' 지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

​

 


그리고 달러가 S라는 글자에 세로로 두 개의 막대기를 그은 모양으로 표현하는데, 이는 스페인 달러에서 따왔으며 지브롤터해협 입구에 있는 '헤라클레스의 기둥'이라 부르는 두 개의 바위기둥과 복수를 뜻하는 S를 조합해서 이 표기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세계 경제는 유럽에서 두 차례 세계대전을 겪으며 부를 축적한 미국으로 흐르게 되고 주식과 채권 등은 투자의 대상이 되는 유가증권이 되고 '돈'과 동등한 취급을 받게 됩니다.


금화와 은화가 지폐로 변하고, 다시 기호로 변하며 '돈'은 불가시성과 불투명성이 강화되었고, 일부 금융 전문가가 '돈'을 조작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됩니다.

'인간의 욕망'으로 과잉 투자, 과잉 투기를 부추겨 지구 환경을 삽시간에 악화시키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우리에게 일침을 주었습니다.

​

 


'돈'의 모습이 참으로' 칼날의 양면'과도 닮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난 뒤 돈이 조금은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돈의 흐름을 보고 나니 앞으로 이 돈은 다시 어디로 흘러갈지 궁금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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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ㅣ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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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 생각되었습니다.

'공주'와 '해적'

그래서 더 독자들을 자극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조심스런 추측도 해 봅니다.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을 읽기 전!

'작가 비공개' 였습니다.

책을 읽게 될 경우 책 제목과 작가를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그런 선입견 없이 오롯이 '소설'만을 감상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후에 정식 출간될 때는 『신라 공주 해적단』이라 명칭이 바뀌겠지만......

일단은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소설의 제목을 써 봅니다.


『신라 공주 해적전』

 

​

​신라 장보고가 망하고 15년이 지난 때(서기 861년을 말함).

장보고 아래에서, 청해진에서 일한 적이 있던 옛 부하.

지금은 장보고가 망하자 도망쳐 한주로 건너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밑천을 축내며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던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인 '장희'.


긴 세월이 흐르고나니 모아놓은 재물은 거의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기에 다시 돈벌이를 위해 목이 좋은 공터에 자리를 펴고 앉은 후 깃발을 내겁니다.


"행해만사(行解萬事)" - page 10


즉 무슨 문제든 말만 하면 다 풀어준다는 뜻으로 누군가 자신에게 적당한 재물을 주면 세상의 무슨 문제든 풀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찾아오는 이 하나없이 날은 어둑해지고 깃발을 내리려던 찰나.


"낭자, 나는 물길을 모르니 부디 나를 살려주시오." - page 12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던 '한수생'.

가까스로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졸인 마음이 풀어지던 중 갑자기 커다란 벼락 소리가 들려옵니다.


"마을 사람들을 피해 바다로 나왔더니 이제는 서해의 해적이라니, 이것이 운이 더럽게도 없는 날이라고 하는 것이구나." - page 38


그렇게 대포고래 어르신과 비단잉어 마님이 계신 해적들에게 잡혔는데 왜! 또! 뒤이어 다른 해적들이 등장합니다.

정말이지 운이 더럽게도 없는 날이 분명한 그들.

다른 해적들에게 당신들과 한편이니 살려달라는 메시지를 흔들고 혼란한 통에 정신을 잃게 된 한수생.

눈을 떠보니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웃으며 이야기 합니다.


"이곳은 저승이 아니라 백제 공주의 침실이며, 너는 송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공주의 남편이 될 것이니라." - page 50


하루아침에 생사를, 그것도 공주의 남편으로 승격된 한수생.

과연 신라의 백성이었던 한수생을 백제 공주의 남편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인 '장희'는 어떤 활약을 할까?

'신라 공주'는 누구를 의미할까?

이 모든 건 소설을 읽으면서 찬찬히 알아가는 재미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장희'의 모습이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의 손예진과도 닮아있었습니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도 머릿 속엔 한 편의 영화가 오버랩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소설의 작가는 누구일지......

두근두근 기대를 걸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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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 읽는다는 것 - 각자의 시선으로 같은 책을 읽습니다
안수현 외 지음 / SISO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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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0대의 저는 책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학교에서 필독서로 읽어야 하는 책들은 관심이 가서 읽은 책들이 아니었기에, 독후감 숙제를 위해, 나중에 수능을 대비해서 읽었기에 그때 책에 대해 살짝은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20대가 되니 세상엔 책보다도 더 흥미로운 것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것들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였기에 '책'은 점점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30대.

다시 책을 만나게 된 건 '육아'를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원하든 원치 않았든 사회에서 저는 '경단녀'가 되어갔고, 저에게도 '엄마'라는 역할은 처음이었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하기만 했습니다.

그런 저를 위로해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다들 '너만 그런거 아니야!' '그러게 엄마 되는게 쉬운 줄 알았어?!' 등 주어진 상황이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 이었고 잠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출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책은 저를 따스히 감싸주었습니다.

'괜찮다' '수고했다' 고 말입니다.


혼자 책을 읽다보면 가끔은 '이 책이 이런 얘기를 하는게 맞는걸까?'라는 의문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내가 방향을 잘못 잡고 읽는 것은 아닌지.

이해하기 어려운 책들은 도무지 진도도 안 나가고......

다른 이들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온라인 '독서카페'에 가입을 하였습니다.

그곳에서 한 달에 한 권 정해진 책을 읽고 각자의 서평을 공유하며 생각을 나누어 가졌습니다.

내 미흡한 서평을 읽어주는 이들에게 감사하였고 다른 이의 서평을 읽으면서 생각의 폭을 넓히는 등 한층 독서의 폭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씩 온라인 모임에서 오프라인 독서모임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부족한 독서력과 남들 앞에 내 이야기를 하는 것에 용기보단 두려움이 더 크기에 눈팅만 하고 있는데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우리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함께 읽고, 나누며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


『모여 읽는다는 것』

 


이 책의 저자들은 '나를 깨우는 독서모임'의 리더와 회원들이었습니다.

그들이 함께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변화된 자신의 모습을, 말 그대로 자신을 깨워 성장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첫 이야기는 모임의 '리더'였습니다.

그녀도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싶어 책을 읽기 시작하였고 혼자 책을 읽으면서 조금은 허전한 부분을 채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독서모임에 참여를 하게 되고 나중엔 자신이 독서모임의 주체가 되었고 독서에서 글쓰기로 한단계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독서모임'의 '리더'란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말을 인용하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이빨은 앞니만 있고 어린아이 같은 미소를 지닌 인상적인 노인 케투는 리즈에게 이렇게 말한다. "때로는 균형이 깨져야 삶의 더 큰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안간힘을 쓰고 지리멸렬한 일상을 반복하며 유지하고 있다면 차라리 언제 깨질지 모르는 불안한 균형을 무너뜨리고 다시 새로운 균형을 잡으라고 말한다. - page 55 ~ 56


균형을 깨뜨려 기존의 관념에 새로운 관념으로의 균형을 잡아주는 사람이 '리더'라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독서모임을 하고나면 성장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선영'씨의 이야기에 공감하곤 하였습니다.

'초보 엄마'에 '독박육아' 중인 저와 비슷한 처지였기 때문일까......

정말 이 이야기를 여러번 읊조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

그리고 지금의 이 순간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

머리로는 알지만 참...... 가슴으로 이해하기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다들 독서모임을 통해 자신을 깨부스는 '용기'를 얻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

 


『데미안』의 명대사처럼 말입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


역시 '독서모임'을 하는 이유를 이제는 알 수 있었습니다.

나의 삶과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묵묵히, 하지만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참으로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도 용기보단 두려움이 앞서지만......

그래도 조금씩 제 껍찔에 금을 내고 몸을 부딪치며 깨뜨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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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 58일간의 좌충우돌 자전거 미국 횡단기
엘리너 데이비스 지음, 임슬애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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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특별히 별일은 없는데 머릿 속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무엇 때문일까......?'

라고 생각하면 또 생각에 꼬리를 물고 물고......

결국은 잡다한 생각으로 지끈거리기 일쑤.


가끔은 누군가 내 머릿 속에 들어와 깔끔히 정리를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 그냥 비워주는 것도 좋은 생각인듯......

(또 생각이 끼어들었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이 말 한 마디가 답답했던 제 일상에서 조금은 숨통을 내어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달렸다. 2736km를.

온몸은 죽을 듯이 아팠지만

더는 내일이 두렵지 않았다.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습니다』

 


그녀의 자전거로 미국 횡단기.

그 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부모님 집을 떠나 내 집을 향한 여정.

그 여정을 함께한 건 그녀와 자전거, 그리고 그 여정을 기록해줄 펜과 종이.

그렇게 3월 16일 수요일 8시에 부모님께 작별인사를 하며 길을 나서게 됩니다.


아마 저라도 이런 질문을 던질 것 같습니다.

"왜 자전거 여행을 떠나나요? (편리한 교통 수단도 많은데 말이죠......)"

그런 질문을 그녀는 재치있게 답하게 됩니다.

​

 


이런 답은 하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역시나 이 이유때문은 아니었을까?!


힘들었거든요,

살기 싫어서.

근데 자전거를 타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오롯이 내가 힘을 줘야 움직이는 자전거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이할 수 있기에,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동안엔 '아무 생각'을 할 수 없기에, 지친 나에게 잠시나마의 '쉼'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자전거 여행'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자전거 여행'만의 묘미를 그녀를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로 갔다면 빠르게 지나쳤을 풍경이, 오고 가는 사람들을 놓칠 수 있는데 페달을 밟으며 때론 바람의 도움을 받아 쉬이 가기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 잠시 수다도 떨어보는 이런 소소한 재미들이 책을 읽으면서, 그녀와 함께 동행하면서 저 역시도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일기도 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복병이 등장하게 됩니다.

'무릎 통증'

그래서 중간에 포기도 할뻔 했습니다.


난 어째 하는 것마다

전부 포기하는 것 같아

여행하는 내내

정말 행복했는데

집에 갔다가

다시 우울해지면 어쩌지?

그때만큼

슬퍼질까봐 무서워


그런 그녀에게 스포츠 닥터인 트루먼 스푼 '닥'의 한 마디가 저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잖아요.

계속해야죠.


다시 그녀는 페달을 밟기 시작합니다.

예전보다는 훨씬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리고 좋아하는 일이기에.


그녀를 보고나니 우리는 그동안 너무 복잡하게, 다른 이의 틀에 맞추어 힘겹게 살아온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페달을 밟으면서 마주하는 하루하루도 결국 되돌아보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것을 그땐 미쳐 모르기에 매 순간 주저하고 망설이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역시나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지코가 나와서 <아무노래>를 만든 계기를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스트레스도 많고 노래에 생각을 많이 투영하다 보니까 피로감이 쌓여있었다. 그때 아무 생각 없이 만든 노래다. 한 번의 수정 없이 만들었는데 의도치않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가끔은 '아무 생각없이' 무언가를 할 때 오히려 자신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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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의 타자기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황희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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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게 된 건 소설가 '진산'씨의 추천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학대받는 어머니, 장애를 가진 딸이라는 음울한 서사를 몇 겹의 액자틀 안에 담아낸 이야기. 다중액자 구성이라는 복잡한 구조를 취했으면서도 계속 읽게 만드는 치열한 힘이 장점이다.

_진산, 소설가


힘 없는 이들,

조금은 갑갑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건 '픽션'이라고 쓰고 '논픽션'이라 받아들일 수 있는, 우리 주변 어디선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이야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읽고 싶었던 이유.


한때 누군가의 꿈이었으나 현실이 되지 못했던 '타자기'를 매체로

성장과 희망을 노래하는 아름답고 독특하며 기발한 미스터리 판타지!!


바로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들이 그려나갈 성장과 희망에 발맞추어 나아가보려 합니다.


『기린의 타자기』

 


사람들이 울부짖고 얼굴에 피를 흘리는 사람들아 보였다가 다시 뿌연 연기속으로 사라지는......

불길과 시커먼 연기를 토해내며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 비명을 지르며 불길과 반대쪽으로 물러나고 있었습니다.

그 속에 느닷없이 나타난 한 여자.

창백한 피부에 검은색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바짓단이 너덜너덜해진 낡은 청바지에, 해진 먹색 라운드넷 스웨터를 입고, 헝글어진 머리와 맨발로 아이, 노인, 여자 순으로 지하철 안에서 안고 사라지길 반복합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한 남자.

화재 현장에서도 거의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쥐고 끔찍한 현장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그 여자를 촬영하려던 찰나.

그녀는 그의 휴대폰을 낚아채 던진 후 그가 지하철을 빠져나와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어디에도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순간이동 능력을 가진 그녀의 이름은 '류지하'.

그녀는 이든의 격투기 도장 앞에 기억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습니다.

자신이 어떤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형제는 있는지, 부모는 어떤 사람인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채......

청각언어장애를 가진 그녀는 타자기로 쓴 소설을 가지고 출판사를 다니는, 작가가 꿈입니다.


그리고 또 한 명.

시집과 친정이 돈으로 얽혀 그녀 혼자만 희생하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 삶을 살아가는 , 지하의 엄마 '나서영'.

인간 이하의 취급과 폭력을 행사하는 이 집에서 그녀는 오늘도 영문 모른 채 지하 와인창고로 쫓기고 CCTV로 감시를 받게 됩니다.


그러다 입주도우미가 몰래 전해준 소포.

발신인은 없고 수신인에 자신의 이름 석 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소포를 찢자 하얀 배경에 무엇인가로부터 달아나는 듯한 여자의 뒷모습이 그려진 한 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조용한 세상'

작가의 이름을 보고 묘한 감정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자신의 딸의 이름과 같은 '류지하'.

가출한 지 6년째 소식도 모르고 지냈었는데 이렇게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어 멋진 작가가 된 딸의 모습에 기쁜 것도 잠시.

첫 페이지에 적힌 헌사를 보고 충격을 받게 됩니다.


'남편이 던진 타자기에 얼굴이 짓이겨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 나의 어머니에게.' - page 41


섭섭함과 불쾌함 그리고 내용에 대한 강한 호기심이 동시에 치밀어 나영은 시어머니와 남편의 시선을 피해 책을 읽게 됩니다.


지하는 FBI에 쫓기는 신세였고 자신의 능력인 순간이동을 하지만 그 능력의 부작용으로 점점 자신의 몸은 횡폐해져 갑니다.

설상가상으로 더이상은 순간이동 능력을 쓸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잃어버린 기억이 하나둘 문을 열고 나오면서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그래서 잊고 싶었던 현실이 다가오는데......


서영은 '조용한 세상'을 읽으면서 등장하는 이들은 자신의 가족들이었고 그 속에 자신의 모습을, 그동안 몰랐던, 아니 자신의 삶이 힘겨웠기에 외면하고팠던 딸 지하의 심정을 알게 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하면서도 안주했던 현실.

하지만 그런 서영에게도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서영을 이해하면서도 한편으론 답답하였습니다.

자신의 부인을 폭행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는, 그러면서도 사회적 시선 앞에선 현직 시의원이자 대형교회의 목사인 남편.

돈의 인질로 자신의 딸을 불행에 빠뜨리는 친정.

그리고 자신을 벌레보듯하는 시댁.

인정도 받지 못하고 폭력을 당하면서도 그 집을 나가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의 아이들 때문이었습니다.

하아......


또한 서영에겐 '산후우울증'이 있었습니다.

그로인해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그 죄를 평생 가슴에 짊어지게 됩니다.


아무리 엄마라고 해도 자식의 생명을 자기 마음대로 할 권리는 없다. 그 엄중한 진리를 그땐 깨닫지 못했다. 그저 내 새끼는 내가 거둬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서영은 멍하니 성경책을 내려놨다. 나는 대체 어떤 인간인가.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한 생명의 가능성을 말살하려 했던 나는 대체 어떤 엄마인가. 지하에게 속죄하고 싶었다. - page 188


이는 절대 용서받을 수도 용서할 수도 없음을 지금의 아동 학대 사건에 빗대 일러주고 싶었습니다.


지하는 엄마와 달랐습니다.

헤르만 세헤의 책 『데미안』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처럼 말입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 page 300


끔찍한 현실 앞에서도 나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너무나 멋졌습니다.

​

 


자신에게 처해진 상황을 그저 운명처럼 받아들이기만 하였던 서영.

자신의 상황을 벗어나 새로운 운명을 개척했던 지하.

이 '운명'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

 


지금 이 순간.

주어진 운명이든 새로 만들어가는 운명이든 이 모든 것이 결국 '나'를 이룬 것이라고 그들은 우리에게 전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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