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특별판) ㅣ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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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여름밤이면 한번쯤 들려오던 울음소리.

'라떼는 말이야~'라고 외치긴 싫지만 나의 어린 시절 티비 드라마에선 눈은 언제나 충혈된 것마냥 붉게, 입가엔 금방이라도 뭔가를 드신듯 선혈이 주르륵, 아홉 개의 꼬리를 찬란히 흔들며 등장하시는 분, 구미호.


그런데 책 제목을 보면서 조금은 의아했었습니다.

구미호가 식당을?

사람들을 홀려서 간을 빼먹으려는 건가?

그렇다면 이 소설은 '호러소설'?!

혼자 생각의 나래를 펼치던 찰나, 눈에 들어온 문구가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그다지 죽음도 생각해보지 않은 나에게 주어진 질문이라 생각이 깊어지곤 하였습니다.

그 전에, 소설 속에서는 자신에게 정해진 이 시간에 무엇을 할지 궁금하였습니다.


『구미호 식당』

 


생전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나(왕도영)와 아저씨(이민석).

죽은 날, 죽은 시간이 엇비슷했는지 나란히 강을 향해 길을 걷게 되었는데 서호가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어차피 다시 살아난다는 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와도 같은 확률이지. 거기에 매달리는 대신 나에게 그 확률을 판다면 훨씬 이익이 될 거야. 확실하게 사십구일 동안의 시간을 보장하거든. 그 시간 동안 이승에 머무를 수 있어. 대가는 오직 뜨거운 피 한모금이야. 판단은 알아서 하고 결정도 오로지 너희들 몫이야. 예상치 못한 이별 때문에 마음 아프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지? 사십구일의 시간을 버는 거, 그거 쉬운 일 아니다. 나를 만난 것은 행운 중에 행운이야." - page 9


뜻밖의 만남, 그리고 뜻밖의 제안에 아저씨는 앞뒤 재지 않고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합니다.

나는 사십구일을 더 산다고 해도 반가울 일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어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아저씨 마음대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어차피 사람들 모두 갑자기 죽는 거 아닌가요? 인사를 제대로 하고 죽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귀찮게 뭐 하러 돌아가요?"

"모르는 소리 하고 있네. 정리 싹 하고 죽는 사람들 많아. 그러지 말고 내 말 들어.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사람 말 들어. 후회할 일 없으니까." - page 13


그렇게 살아생전에 얼굴도 모르던 아저씨와 죽어서 사십구일 동안 함께 살게 됩니다.


그들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었습니다.

하얗다 못해 새파란 얼굴은 누가 보더라도 아픈 사람으로 보였고 그들이 지낼 곳은 '구미호 식당'이란 곳이었습니다.

서호는 그들에게 식당 문을 열고 나가면 엄청난 고통이 따라오기 때문에 사십구일 동안 식당 안에서만 지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 말을 무시하고 밖에 나갔다온 아저씨는 발가락이 찢어져 나가는 고통을 호소하며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아저씨는 누군가를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마 밖으로 나갈 수는 없고......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자신들의 식당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었습니다.


내가 말이다, 이래봬도 솜씨는 꽤 괜찮은 셰프다. 내가 만든 음식을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거의 중독이 되지. 곧 맛집이 될 테고 그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겠지. 그러다 보면 내가 만나야 하는 그 사람도 올 거다. 그 사람은 미식가야. 특히 내 음식에 길들여져 있어. 웬만한 음식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야. 꼭 찾아올거야. 그래, 그 방법이 최고야. - page 33


그렇게 나와 아저씨는 구미호 식당에 최고의 음식인 '크림말랑'을 만들어 팔면서 자신이 애타게 기다리던 그녀와의 재회를 꿈꾸게 되는데......


과연 아저씨는 왜 그토록 그녀를 만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나는 사십구일 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죽음'이란 것이 예고된 일이라면 어느 정도 준비를 할 텐데 '뒤늦은 후회'라는게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매순간을 감사해하며 사랑하며 살아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나(도영)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었습니다.

열다섯 살의 죽음.

그 전에 아버지로부터의 폭력에, 눈엣가시였던 그에게 어느 누구도 따스한 손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속사정을 몰랐기에, 그래서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저 역시도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미리 알려줬더라면.'

오늘 할머니에 대해 알았던 것을 예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내 생활은 많이 달라졌을 거다. 그날 밤, 할머니가 나를 찾아다녔다는 사실만 알았더라도 할머니에 대한 미움은 조금 가벼웠을 거다. 내 체중보다 더 무거운 덩어리가 되지는 않았을 거다. 그 무거운 덩어리를 가슴에 넣고 다니느라 버거워하며 에너지를 다 쓰지도 않았을 거다.

...

할머니도 나에게 그랬던 거는 아니었을까? 똑같은 말을 듣고도 나는 형과는 다른 반응을 나타낸 게 아니었을까? 나는 할머니를 너무 가까이에서만 본 것이 아니었을까?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모든 것을 볼 수 없는 것처럼 할머니의 한 면만 봐왔을 수도 있다.

-할머니는 원래 나를 싫어한다. 우리 엄마가 싫으니까. 이 생각이 굳어져 있어 할머니의 다른 면을 아예 보지 않으려고 했을 수도 있다. 콘크리트 벽을 쌓고 살았을 수도 있다.

'이제야 이런 생각이 들다니.'

늦었다. 후회해봤자 되돌아갈 수 없다. - page 187 ~ 188


서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라는 이 말을 곱씹고 또 곱씹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읽고나니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가 떠올랐습니다.

사십구일의 환생.

그리고 마지막 차유리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살아가며 행복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도 나로 인해 행복했는지."


​행복하게 마무리를 짓는 일.

그렇게 하기 위해선 지금의 '행복'에 최선을 다해 마음껏 즐겨야겠습니다.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았다.

그 향기가 세상에 남아

우리 기억 깊은 곳을 찌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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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히사이시 조 지음, 박제이 옮김, 손열음 감수 / 책세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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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들었을 때 솔직히 잘 몰랐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들의 이름을 듣자마자 무심코 탄식이 나왔습니다.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특히나 개인적으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의 울림이 있어 괜스레 센치해질 때면 찾아 듣곤 합니다.


이처럼 마음을 울리는 음악을 들려주는 이, 히사이시 조.

그가 자신의 철학과 사색이 담긴 한 권의 음악을 들고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마음의 선율을 작곡하고 지휘하는 그의 이야기.


『히사이시 조의 음악일기』

 


그가 클래식 음악을 지휘하게 된 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은 낡은 것이란 생각에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현대음악에만 빠져 있었던 그.

미니멀 음악을 하는 그는 전위음악의 작곡가, 즉 '예술가' 였습니다.

그랬던 그가 클래식 음악을 지휘하게 된 이유.


왜냐하면 현대음악은 시종일관 어떻게 사고했느냐 하는 문제만 다루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논리적인 허점을 날카롭게 파헤치고 논파함으로써 자신의 음악 개념을 세우려 한다. 거기에는 음악이 아니라 공허한 논리만 있을 뿐이다. 소리가 '음악이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어떻게 사고했느냐 하는 증거로만 존재한다. 아무도 그 음악을 듣고 즐거워할 사람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어느새 마음이 떠났다. 서른 전후의 일이다. - page 21


그렇게 그는 과거에서 현대로 이어져내려와 미래로도 계속이어지는,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연주가가 '현대의 음악'을 더욱 적극적으로 다루기 위해 작곡가 겸 지휘자로써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었습니다.

'현대의 음악'을......

​

 


작곡가는 머릿속에 생각한 곡을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전달해야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단순히 바라보면 '악보'를 통해서 음악을 전달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외에도 전달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었습니다.

카세트테이프라든가 디지털 녹음기기 등.

하지만 이 마저도 위태로워져 콘서트만이 간간히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음악을 전한다'

이 '전한다'의 본연의 의미에 대한 그의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

 


그래서 작곡과 연주, 지휘, 관객 모두가 하나의 큰 상상의 세계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비로소 노래가 전하고자한 바를 조금이나마 다가설 수 있다는 점에서 경이로움마저 느끼곤 하였습니다.


'예술'이란 분야가 이토록 멋진 분야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물리적인 의미에서 시각에는 시간이 없고 청각에는 공간이 없는데, 예술 세계에서는 그것이 오히려 표현의 중요한 요소가 될 때도 있다. - page 149


화가는 자신의 캔버스에 원래 없는 시간의 흐름을 그려고 하고, 작곡가는 오케스트라 등을 통해 공간적 확장을 표현하려고 한다는 점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그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책 속에 그는 지휘자 겸 작곡가로써의 본질적 의미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내딛는 발자국의 마지막엔 '음악'이라 쓰여 있었지만 결국 '자신'이 존재함을 의미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습니다.

청중이 부재하는 음악이...

청중이 부재하는 장소가...

음악이 끊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현대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그의 바램이 지금의 나에게도 간절히 들려왔습니다.

​

 


그의 이야기를 듣고나니 왜 클래식 음악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알 것 같았습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시켜주는 하나의 공감대라는 줄기를 형성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음악과 그 음악의 가치.

그동안은 귀를 닫고 있었기에 몰랐던 그 의미를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OST인 '인생의 회전목마'를 들어보았습니다.

마음의 빈 한 구석이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잔잔히 흐르는 선율에 몸과 마음을 맡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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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 - 생명의 정의를 초월한 존재
야마노우치 가즈야 지음, 오시연 옮김 / 하이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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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그들의 존재를 크게 느껴보지 못했습니다.

그저 제때 '예방접종'을 하기에, 그러다 가끔 걸리는 '감기'정도.

그것도 병원에 가서 약 먹고 나면 금방 낫기에 그러려니 하며 지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그들의 존재감을 제대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니, 존재감 뿐만아니라 그들의 존재가 두렵기까지 하였습니다.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그들, '바이러스'.

제대로 알고 싶어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

 


이 책은 전반적으로 '바이러스'란 어떤 존재인지 소개하고, 바이러스의 관점에서 그들의 진화 과정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리 어렵지 않게 쓰여 있었기에 큰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에 열심히 공부한 사람이거나 이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겐 다소 쉬운 편이기에 그들에겐 이 책을 가볍게 정리하는 관점에서 읽으면 될 것 같았습니다.


바이러스의 등장.

19세기 후반에 처음 발견되기 시작합니다.

아니, 그 전에도 그들은 존재하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그들에게 '바이러스'라는 명칭을 부여한 것은 불과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라는 점에서 미루어 보면 그들의 연구는 짧은 시간에 많은 성과가 일어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바이러스는 혼자 증식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일단 세포에 바이러스 입자가 들어가게 되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엄청난 수의 새끼 바이러스를 생성함을 볼 수 있습니다.

​

 


이번에도 느꼈듯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잠복기'라는 시기가 있습니다.

이는 세포 안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세포의 단백질 분해 효소에 의해 껍질(캡시드)이 분해되고, 안에 있는 핵산이 드러나면서 감염력이 있는 바이러스가 사라지게 되는 이 기간을 '암흑기', 우리가 알고 있는 '잠복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그런 암흑기가 끝나고나면 어마어마한 수의 감염성 바이러스가 세포에서 방출되면서 질병에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알기로는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고 자외선이나 약품으로도 쉽게 죽는다, 숙주 안에서 살아 있어도 세포 밖으로 나가면 금방 죽는다고 알지만 좀처럼 '죽지 않는' 바이러스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마치 '좀비'와도 같은 바이러스의 생존에 놀랍기도 하였습니다.

이 예로는 심한 설사를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 60년 동안이나 냉장고 안 병에서 살아있었던 '천연두바이러스', 그리고 3만 년 동안 잠들어 있었던 아메바의'피토바이러스'까지.

외부 세계에서 죽은 바이러스가 '부활'하는 현상에 두려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바이러스를 생명체로 볼 때, 거기에는 독특한 생과 사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제까지 바이러스 연구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증식하고, 어떻게 병원성 세포 속에서 활동하며, 그 구조의 형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것은 바이러스의 '생'의 측면이다. 그러나 바이러스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의 '일생'을 살펴보면 바이러스는 생과 사의 경계를 가볍게 초월한 존재로 보인다. 세포 안에 침입한 바이러스는 새끼 바이러스가 태어나기 전에 일단 모습을 감춘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새끼 바이러스는 일단 죽어도 되살아나기도 한다. - page 34 ~ 35


무려 30억 년이라는 세월을 생물과 함께한 바이러스.

그들은 참으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숙주에 특수한 생존력을 제공하고, 때로는 숙주의 숨은 공범자로 다른 생물을 공격하는 일에 가담하는 등.

정말 말그대로 때로는 파괴자가 수호자로도 활동하는 모습에 양면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ㅣ다.

특히 기생벌의 일종인 '맵시벌의 생태'.

​

 


벌에게 폴리드나바이러스는 유충의 생존을 도와주는 든든한 공범자다. 벌이 생존하면 바이러스도 존속할 수 있으니 벌과 바이러스 모두에게 이익이다. 반면 애벌레에게 폴리드나바이러스는 두려운 병원체다. 만약 다윈이 살아 있다면 벌 - 폴리드나바이러스 - 애벌레의 이 불가사의한 관계를 뭐라고 할까? - page 125


바이러스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때때로 체내에서 증식해 병을 일으키지만, 보통은 아무 증상 없이 공존하기에, 오히려 인간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는 바이러스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제대로된 인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바이러스와의 공생.

하지만 지금의 바이러스와는 이별을 하고 싶은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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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전쟁 (30만부 돌파 기념 특별 합본판)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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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씨의 작품이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

아마도 그는 '소설'이라 쓰지만 '팩트 소설'이라 여길만큼 팩트와 픽션 사이를 넘나들며 흡인력 있는 스토리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전개와 박력 있는 문제로 독자들에게 다가오기 때문일 것입니다.


특히나 이번 작품은 쉬이 넘어갈 수 없었습니다.

현재 우리의 문제이기에!

그래서 '픽션'이라고 믿고 싶지만 '논픽션'이 되어버리기에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북핵은 도화선일 뿐,

'그들'이 설계한 소름 씨치는

전쟁의 서막이 오른다!


『미중전쟁』

 


소설은 비엔나 프라터 스트라세 31번지, 세계은행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거기 계시는 총재께서 그런 걸 세밀히 챙겨주셔야지, 자금이 줄줄 새고 있는데도 금시초문이라 그러시면 어떡해요? 유력한 정보에 따라 한 사람을 보냈으니 총재께서 그를 도와주세요."

"한 사람? 자금세탁을 조사하는 사람이란 말입니까?"

"그래요." - page 15 ~ 16


국제적 규모로 이루어지는 자금세탁.

이를 조사하는 이, 김인철.

젊은 그의 등장에 슈나이더 총재는 마냥 놀랍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여느 조사요원과는 달랐고 점점 그를 신뢰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에게 블랙마켓의 큰손을 소개시켜주기로 합니다.


"어떤 나라 중앙은행들에서 얼마가 들어오고 얼마를 튀겨 돌아가는지 파악하는 게 자네의 임무인가 보군."

"그렇습니다."

"페터 요한슨을 소개하겠네. 비엔나에서는 어떤 종류의 핫머니도 그를 통하지 않을 수 없다고들 하네." - page 21


하지만......

그에게 소개시켜준 45세 페터 요한슨은 '자살'아닌 자살로 사건은 시작하게 됩니다.

그는 왜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인철은 제3인베스트먼트의 시드머니로 미국의 셰일 석유로 돈이 흘러들어감을 눈치채고 케이맨 제도로 비밀리 수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FBI와도 관련되었음을 깨닫게 되고 사건의 진실로 파헤칠수록 단순한 개인의 검은 뒷돈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데......


소설 속엔 현재의 정세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읽으면서도 '이래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너무나 현실적이었습니다.

아마 그래서 더 몰입하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현 정부와 북한의 정세,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중국과 미국의 정치적 세력싸움.


역시나 트럼프의 무대포 정신이 여기서도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습니다.


"정신 나간 거 아닌가? 자기네 국민을 지키려고 방사포를 때려 잡는데 대통령이 반대해? 그리고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하는데 주한미군을 꼼짝 못 하도록 잡아둔다는 거야? 김정은을 돕고 싶어 환장한 건가? 하지만 분노는 숨기고 웃는 얼굴로 최대한 그들을 달래야 해. 우리도, 문재인 정권도 서로 친한 척하는 게좋아." - page 111


우리 대통령의 '평화 정책'이 참으로 무책임하면서도 뭔가 환상을 뒤쫓는 듯한 느낌이라 소설을 읽으면서 솔직히 정책을 이해할 수 없음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정책이 더없이 무의미, 무책임함을 느낄 수 있어서 조금은 답답함을 느낀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무서웠던 점은 트럼프의 정치 속 드러난 진짜 목적이었습니다.

그는 김정은과 북핵을 노린 것이 아니었음에......

이를 토대로 중국을 눌러 자신들의 패권을 지키고자함에 더없이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었습니다.

이건 결코 '픽션'으로 그치지 않음에 소설을 읽으면서도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음이 책장의 마지막을 덮으면서도 쉬이 끝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희망'이 보인 건 아마도 이 이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사해답처럼 어느 한쪽이 불만족스러운 게 맞아요. 그 부족한 나머지 부분은 우리가 선택으로 메워야 해요. 그게 수학과 현실의 다른 점이에요."

"선택으로 메운다는 말은 어떤 의미죠?"

"수학과 달리 세상일에는 완벽한 해답이 없어요. 우리가 선택함으로써 비로소 해답이 되는 거죠. 그래서 삶의 선택이 중요하고, 그 선택을 위해 지식과 경험을 연마하잖아요.또 선택한 후에는 그 선택을 완성하려는 용기와 노력이 필요하고요. 국가도 마찬가지예요. 저는 남북미중을 그 자체로 만족시키는 해법은 없다고 생각해요. 없는 게 오히려 좋아요. 우리가 선택하고 우리 힘으로 그걸 이루어나가는 게 맞으니까요."

...

"네, 인철 씨. 우리의 선택이 바로 해답이라는 말이 가슴에 다가오네요. 그 자체로는 좋은 선택도 나쁜 선택도 없다, 내가 선택한 게 해답이다. 결국 수학이 아니라 용기가 답이란 얘기네요." - page 448 ~ 449


미국과 중국, 러시아.

한국과 북한.

참으로 애증의 관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나라의 이권을 위한 것임에 자잘못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의미가 있는 일일까?

사실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 해답을 찾으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팩트이지만 픽션으로 이루어졌던 이 소설.

미중 전쟁의 승자, 그 누가 승자가 되더라도 우리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살아감에 그 의미를 더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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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합시다 ㅣ 새소설 6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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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 '울분'이 많아진 탓인가......

요즘들어 '복수', '살인사건', '추리소설'을 찾아 읽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소설은 제목이 확 끌렸습니다.


『복수를 합시다』

 


중소 규모의 포털 사이트에 온갖 사연들이 올라오는 게시판을 관리하는 그, 병진.

아무래도 게시판의 조회수가 저조한 날이면 그는 이혼을 앞둔 여자를 주인공이 되어 사연을 창작하여 올리곤 합니다.

사람들에게서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선 불륜이나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식탐을 부리는 남편을 토대로 사연의 마지막엔


'남편에게 더 이상 남아 있는 정이 없어요. 그냥 돼지 새끼를 보는 기분이에요. 저는 어떡하면 좋죠?' - page 11


란 문장으로 장식을 하면 삽시간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뭐, 질문을 했으니 답변이 달리는 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치정극에는 언제나 복수가 뒤따르는 것처럼, 사연자가 고통을 준 대상에게 복수하는 후기를 올려야 열광에 가까운 지지 댓글이 달린다. 게시판 조회수에 목을 매야 하는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가상의 고통을 만들고 가상의 복수를 하는 것, 그게 나의 일이다. - page 12


그렇게 가상의 공간에 창작의 고통을 느끼던 것도 무덤덤해질 무렵,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생생한 고통과 직면하게 됩니다.

바로 '놈'.

하필 놈이 일하는 가구점에서 침대를 골라 주문을 넣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당연하다는 듯 초인종을 누르고 문 앞에 서 있는 놈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동안 잊고 지냈던, 아니 잊고 싶었던 지난 기억과 함께 속에서 '복수'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놈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같은 반에 배정되어 놈과 나 그리고 정수는 삼총사처럼 붙어 다녔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은 체육대회 때였습니다.

체육대회를 하던 날, 셋은 나름의 일탈을 하였었고 일탈을 끝낸 후 돌아온 학교는 어느 누구도 그들의 부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공기는 없어지면 답답하기라도 하지......" - page 28


공기만도 못하다고 대꾸를 하던 때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걸어가는, 우리 학교 일진의 우두머리 모기 일행이 보였습니다.

놈이 멋지다, 라고 말하며 넋이 나간 놈은 홀린 듯 모기를 뒤쫓아 가게 되고 다음 날 놈은 자신을 팔아 모기 밑에 빌붙게 됩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폭행과 왕따.


악몽과도 같았던 시기.

그래서 커졌던 증오심과 살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그런 놈의 존재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지금.


한동안 놈을 때리고 싶고 죽이고 싶다는 감정이 들끓었다가, 인생 망치기 싫으면 참아야 한다는 차가운 이성이 과열되었던 감정을 억지로 식히는 과정이 반복됐다. 가슴 한편에 지펴진 불씨가 남아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뇌를 태우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고통스러웠다. 나 자신을 잃을 만큼 말이다. - page 43


그는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얼마 전에 개설해서 운영하는, 사실상 자신의 회사의 사연 게시판과 같은 곳에 자신의 사연을 익명으로 올리게 됩니다.

그러다 정체불명의 쪽지를 받게 됩니다.


'게시판 글 읽었습니다. 혹시 복수를 하고 싶으신가요? 그럼, 우리 같이 생각해봐요. 전화 주시면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010-xxxx-xxxx' - page 47


그렇게 가상의 복수 모임에서 자신과 다른 2명, 그리고 쪽지로 자신을 초대했던 이, 이렇게 4명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복수' 방법을 같이 의견을 나누면서 그 역시도 복수를 꿈꾸게 되는데......


소설에서는 '가상의 세계' '익명'의 병폐에 대해서, '복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의 복수 대상이 나타나기 전 그의 모습은 아마도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

 

​

우리를 억압하는 대상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 있었고, 우린 그 억압에 쉽게 길들여져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였습니다.

​

그리고 그 억압에 맞서 '복수'를 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고통'을 감당해야한다는 사실이 '복수의 맛'은 참으로 '달콤 쌉싸름'하다고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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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하고나면 시원 통쾌할 줄 알았는데......

막상 복수를 하고 나니 공허함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부당한 억압에 분노를 느껴 용기를 내 복수를 하여 내 삶의 변화를 느꼈지만 복수의 끝에 초라해진 내 모습이 보이는 건 왜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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