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호 식당 (특별판) ㅣ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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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여름밤이면 한번쯤 들려오던 울음소리.

'라떼는 말이야~'라고 외치긴 싫지만 나의 어린 시절 티비 드라마에선 눈은 언제나 충혈된 것마냥 붉게, 입가엔 금방이라도 뭔가를 드신듯 선혈이 주르륵, 아홉 개의 꼬리를 찬란히 흔들며 등장하시는 분, 구미호.


그런데 책 제목을 보면서 조금은 의아했었습니다.

구미호가 식당을?

사람들을 홀려서 간을 빼먹으려는 건가?

그렇다면 이 소설은 '호러소설'?!

혼자 생각의 나래를 펼치던 찰나, 눈에 들어온 문구가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일주일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그다지 죽음도 생각해보지 않은 나에게 주어진 질문이라 생각이 깊어지곤 하였습니다.

그 전에, 소설 속에서는 자신에게 정해진 이 시간에 무엇을 할지 궁금하였습니다.


『구미호 식당』

 


생전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나(왕도영)와 아저씨(이민석).

죽은 날, 죽은 시간이 엇비슷했는지 나란히 강을 향해 길을 걷게 되었는데 서호가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어차피 다시 살아난다는 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와도 같은 확률이지. 거기에 매달리는 대신 나에게 그 확률을 판다면 훨씬 이익이 될 거야. 확실하게 사십구일 동안의 시간을 보장하거든. 그 시간 동안 이승에 머무를 수 있어. 대가는 오직 뜨거운 피 한모금이야. 판단은 알아서 하고 결정도 오로지 너희들 몫이야. 예상치 못한 이별 때문에 마음 아프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지? 사십구일의 시간을 버는 거, 그거 쉬운 일 아니다. 나를 만난 것은 행운 중에 행운이야." - page 9


뜻밖의 만남, 그리고 뜻밖의 제안에 아저씨는 앞뒤 재지 않고 바로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합니다.

나는 사십구일을 더 산다고 해도 반가울 일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어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아저씨 마음대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어차피 사람들 모두 갑자기 죽는 거 아닌가요? 인사를 제대로 하고 죽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귀찮게 뭐 하러 돌아가요?"

"모르는 소리 하고 있네. 정리 싹 하고 죽는 사람들 많아. 그러지 말고 내 말 들어.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사람 말 들어. 후회할 일 없으니까." - page 13


그렇게 살아생전에 얼굴도 모르던 아저씨와 죽어서 사십구일 동안 함께 살게 됩니다.


그들은 생전의 모습 그대로가 아니었습니다.

하얗다 못해 새파란 얼굴은 누가 보더라도 아픈 사람으로 보였고 그들이 지낼 곳은 '구미호 식당'이란 곳이었습니다.

서호는 그들에게 식당 문을 열고 나가면 엄청난 고통이 따라오기 때문에 사십구일 동안 식당 안에서만 지내야 한다고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 말을 무시하고 밖에 나갔다온 아저씨는 발가락이 찢어져 나가는 고통을 호소하며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아저씨는 누군가를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차마 밖으로 나갈 수는 없고......

그래서 고안해낸 방법이 바로 자신들의 식당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었습니다.


내가 말이다, 이래봬도 솜씨는 꽤 괜찮은 셰프다. 내가 만든 음식을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거의 중독이 되지. 곧 맛집이 될 테고 그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겠지. 그러다 보면 내가 만나야 하는 그 사람도 올 거다. 그 사람은 미식가야. 특히 내 음식에 길들여져 있어. 웬만한 음식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이야. 꼭 찾아올거야. 그래, 그 방법이 최고야. - page 33


그렇게 나와 아저씨는 구미호 식당에 최고의 음식인 '크림말랑'을 만들어 팔면서 자신이 애타게 기다리던 그녀와의 재회를 꿈꾸게 되는데......


과연 아저씨는 왜 그토록 그녀를 만나고 싶었던 것일까?

그리고 나는 사십구일 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죽음'이란 것이 예고된 일이라면 어느 정도 준비를 할 텐데 '뒤늦은 후회'라는게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살아있는 매순간을 감사해하며 사랑하며 살아야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나(도영)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었습니다.

열다섯 살의 죽음.

그 전에 아버지로부터의 폭력에, 눈엣가시였던 그에게 어느 누구도 따스한 손길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속사정을 몰랐기에, 그래서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저 역시도 눈물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가 미리 알려줬더라면.'

오늘 할머니에 대해 알았던 것을 예전에 미리 알았더라면 내 생활은 많이 달라졌을 거다. 그날 밤, 할머니가 나를 찾아다녔다는 사실만 알았더라도 할머니에 대한 미움은 조금 가벼웠을 거다. 내 체중보다 더 무거운 덩어리가 되지는 않았을 거다. 그 무거운 덩어리를 가슴에 넣고 다니느라 버거워하며 에너지를 다 쓰지도 않았을 거다.

...

할머니도 나에게 그랬던 거는 아니었을까? 똑같은 말을 듣고도 나는 형과는 다른 반응을 나타낸 게 아니었을까? 나는 할머니를 너무 가까이에서만 본 것이 아니었을까? 너무 가까이에서 보면 모든 것을 볼 수 없는 것처럼 할머니의 한 면만 봐왔을 수도 있다.

-할머니는 원래 나를 싫어한다. 우리 엄마가 싫으니까. 이 생각이 굳어져 있어 할머니의 다른 면을 아예 보지 않으려고 했을 수도 있다. 콘크리트 벽을 쌓고 살았을 수도 있다.

'이제야 이런 생각이 들다니.'

늦었다. 후회해봤자 되돌아갈 수 없다. - page 187 ~ 188


서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라는 이 말을 곱씹고 또 곱씹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을 읽고나니 드라마 <하이바이, 마마!>가 떠올랐습니다.

사십구일의 환생.

그리고 마지막 차유리가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살아가며 행복했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도 나로 인해 행복했는지."


​행복하게 마무리를 짓는 일.

그렇게 하기 위해선 지금의 '행복'에 최선을 다해 마음껏 즐겨야겠습니다.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았다.

그 향기가 세상에 남아

우리 기억 깊은 곳을 찌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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