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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합시다 ㅣ 새소설 6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평점 :
내 속에 '울분'이 많아진 탓인가......
요즘들어 '복수', '살인사건', '추리소설'을 찾아 읽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소설은 제목이 확 끌렸습니다.
『복수를 합시다』

중소 규모의 포털 사이트에 온갖 사연들이 올라오는 게시판을 관리하는 그, 병진.
아무래도 게시판의 조회수가 저조한 날이면 그는 이혼을 앞둔 여자를 주인공이 되어 사연을 창작하여 올리곤 합니다.
사람들에게서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선 불륜이나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식탐을 부리는 남편을 토대로 사연의 마지막엔
'남편에게 더 이상 남아 있는 정이 없어요. 그냥 돼지 새끼를 보는 기분이에요. 저는 어떡하면 좋죠?' - page 11
란 문장으로 장식을 하면 삽시간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리곤 합니다.
뭐, 질문을 했으니 답변이 달리는 게 당연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치정극에는 언제나 복수가 뒤따르는 것처럼, 사연자가 고통을 준 대상에게 복수하는 후기를 올려야 열광에 가까운 지지 댓글이 달린다. 게시판 조회수에 목을 매야 하는 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해줘야 한다. 그러니까 가상의 고통을 만들고 가상의 복수를 하는 것, 그게 나의 일이다. - page 12
그렇게 가상의 공간에 창작의 고통을 느끼던 것도 무덤덤해질 무렵,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생생한 고통과 직면하게 됩니다.
바로 '놈'.
하필 놈이 일하는 가구점에서 침대를 골라 주문을 넣은 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당연하다는 듯 초인종을 누르고 문 앞에 서 있는 놈의 모습을 보자마자 그동안 잊고 지냈던, 아니 잊고 싶었던 지난 기억과 함께 속에서 '복수'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놈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 같은 반에 배정되어 놈과 나 그리고 정수는 삼총사처럼 붙어 다녔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은 체육대회 때였습니다.
체육대회를 하던 날, 셋은 나름의 일탈을 하였었고 일탈을 끝낸 후 돌아온 학교는 어느 누구도 그들의 부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공기는 없어지면 답답하기라도 하지......" - page 28
공기만도 못하다고 대꾸를 하던 때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걸어가는, 우리 학교 일진의 우두머리 모기 일행이 보였습니다.
놈이 멋지다, 라고 말하며 넋이 나간 놈은 홀린 듯 모기를 뒤쫓아 가게 되고 다음 날 놈은 자신을 팔아 모기 밑에 빌붙게 됩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폭행과 왕따.
악몽과도 같았던 시기.
그래서 커졌던 증오심과 살의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사라져 갔습니다.
그런 놈의 존재가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지금.
한동안 놈을 때리고 싶고 죽이고 싶다는 감정이 들끓었다가, 인생 망치기 싫으면 참아야 한다는 차가운 이성이 과열되었던 감정을 억지로 식히는 과정이 반복됐다. 가슴 한편에 지펴진 불씨가 남아 주기적으로 계속해서 뇌를 태우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고통스러웠다. 나 자신을 잃을 만큼 말이다. - page 43
그는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 얼마 전에 개설해서 운영하는, 사실상 자신의 회사의 사연 게시판과 같은 곳에 자신의 사연을 익명으로 올리게 됩니다.
그러다 정체불명의 쪽지를 받게 됩니다.
'게시판 글 읽었습니다. 혹시 복수를 하고 싶으신가요? 그럼, 우리 같이 생각해봐요. 전화 주시면 자세히 설명해드리겠습니다. 010-xxxx-xxxx' - page 47
그렇게 가상의 복수 모임에서 자신과 다른 2명, 그리고 쪽지로 자신을 초대했던 이, 이렇게 4명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복수' 방법을 같이 의견을 나누면서 그 역시도 복수를 꿈꾸게 되는데......
소설에서는 '가상의 세계' '익명'의 병폐에 대해서, '복수'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었습니다.
소설의 주인공의 복수 대상이 나타나기 전 그의 모습은 아마도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깝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우리를 억압하는 대상은 의외로 우리 주변에 있었고, 우린 그 억압에 쉽게 길들여져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억압에 맞서 '복수'를 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고통'을 감당해야한다는 사실이 '복수의 맛'은 참으로 '달콤 쌉싸름'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복수를 하고나면 시원 통쾌할 줄 알았는데......
막상 복수를 하고 나니 공허함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부당한 억압에 분노를 느껴 용기를 내 복수를 하여 내 삶의 변화를 느꼈지만 복수의 끝에 초라해진 내 모습이 보이는 건 왜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