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의 실루엣 - 그리스 비극 작품을 중심으로 빠져드는 교양 미술
박연실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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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는 봐도 봐도 좋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주저 없이 읽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은

 

그리스 3대 비극작가의 작품을 그린

신고전주의 회화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스 3대 비극작가?

그리스 신화는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비극작가들이 누구인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비극의 내용과 신화와 연관지어 비교하는 재미까지 챙기는 센스!

 

"명화 속에 깊이 잠든

비극을 풀어내는 시간"

 

아이스퀼로스, 에우리피데스, 소포클레스

그리스 3대 비극 작가의 흥미진진한 작품 속으로

 

『명화의 실루엣』

 

이 책은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아이스퀼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의 현존하는 비극을 읽고, 그 내용을 토대로 신고전주의 화가들이 그린 명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목차를 살펴보면 비극작가들의 비극작품 20개로, 각 제목에 담긴 명화의 수는 12 ~ 13점으로 모아서 제시하였습니다.

 

 

 

특히나 다수의 화가가 비극의 중요한 플롯에 따라 같은 주제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표현한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기에 서로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였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

 

우리가 비극을 통해서 지혜를 얻고 정화될 수 있다면 비극의 가치는 대단한 것이다. 필자는 그림을 통해서 그런 비극의 가치를 알리고 싶었다. 혼돈스러운 감정을 비극의 명화를 통해서 정화될 수 있다면 얼마나 명료한 감정이 되겠는가?  명료한 감정이 주는 명쾌한 상황 판단에서 오는 이상은 얼마나 명증할 수 있겠는가! - page 9

 

정말 이 책을 읽는동안 비극의 가치를 명화와 함께 해 더 깊이있게 느낄 수 있었고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나 은밀하고도 신비한 세계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고 할까...

읽을수록 페이지가 줄어듦이 아쉬웠고 마지막 페이지는 차마 덮고 싶지 않았다는 게 제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또한 이 책의 매력 중 하나는 선명한 명화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과 간간이 TIP으로 좀더 확장된 이야기가 펼쳐졌다는 점, 그리고 재미로 풀어보는 모의고사가 수록되어 있어 책을 읽고 다시금 되짚어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첫 이야기는 아내에 의해 죽음을 맞는 『아가멤논』이었습니다.

맏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시키면서까지 트로이 전쟁을 이끌었던 아가멤논에 대한 불만과 증오로 남편을 죽이고자 한 그녀, 클리타임네스트라.

십 년 이상을 계획하고 실행한 그녀의 모습을 '존 말러 콜리어'는 1882년엔 도끼를, 1914년엔 장도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였습니다. 

 

 

​여장부의 모습으로 그려진 클리타임네스트라.

​'죄를 지은 자는 벌을 받게 되어 있다'는 그리스 종교관이 반영된 그녀의 살육은 결연한 표정에서도 엿볼 수 있음에 이 책을 펼쳐 처음 만난 그녀가 쉬이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

아름다운 악녀, 팜므파탈 『메데이아』, 인간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vs 바람으로 빚은 허상 『헬레네』,  헤라의 저주에서 언제 벗어날까? 『헤라클레스』등 인간과 신의 성정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재밌다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오히려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

목차마다 제목이 주는 전반적인 내용을 먼저 기술하고 난 뒤 그림에 대한 해석으로 이루어졌던 이 책.

그림에 대한 해석은 그림 자체가 갖는 시각형식으로 점, 선, 면, 형, 색, 구도, 비례, 조화, 균형, 균제, 대비, 점이를 설명하고 그 형식에 담겨있는 문학적 내용으로 비극을 언급하였기에 평면적인 이야기가 입체적으로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스 신화를 좋아하고 명화를 좋아한다면 이 책으로 그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아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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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 수업 - 조그맣고 꿈틀거리지만 아름답고 경이로운 생명
김태우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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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곤충'.

그전까지는 관심이 없었기에, 마냥 징그럽게만 여겼기에 잘 몰랐는데 하나 둘 곤충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니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되고 그들의 존재에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 역시도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습니다.

 

'메뚜기 선생님' 김태우 박사의

놀랍고 신기하고 사랑스러운 곤충 이야기

 

『곤충 수업』

 

 

책을 읽기 전까지는 '곤충들(나비, 개미, 거미 등과 같이 각각의 곤충들)'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곤충학자의 일상에서부터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잘못 알려진 곤충에 대한 정보들에 이르기까지 곤충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읽으면서 한 학기 교양과목-곤충 수업-을 수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난 뒤 자신이 관심 있는 곤충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 보다 '곤충학자'에 한 발짝 다가가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란 생각이 들곤 하였습니다.

 

앞서 저자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곤충'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강연 자리에서 이 질문을 던지면 보통 이런 대답들이 나온다고 합니다.

 

"파브르요!" (네, 곤충학자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이지요.)

"벅스 라이프요!" (곤충도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여러분, 지렁이는 곤충이 아닙니다.)

 

저 역시도 이 질문에 비슷한 답을 하였고 그보다 우선적으로 떠오른 것은 아무래도 '징그럽다'였습니다.

생김새 때문에, 잘못 만지면 쏘이거나 해를 입을까 봐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우리가 제대로 곤충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사실!

 

우리는 곤충이라는 말을 널리 쓰기 전 '벌레'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곤충 이름에 '벌레'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슴벌레, 딱정벌레, 대벌레, 잎벌레, 집게벌레 등.

하지만 곤충과 벌레는 엄밀히 따지면 완전한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

 

'벌레 충(蟲)'자를 파자(破字)해서 풀이하면 '벌레 훼(虫)'자가 3개 모여 있는데, 본래 이 상형문자는 뱀이 똬리를 풀고 있는 모습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동양에서는 '석 삼(三)'자는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즉, '벌레 충' 자의 뜻을 해석하면 '뱀보다 작고, 종류가 많은 것'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지요.

한편, 곤충을 뜻하는 영단어 'insect'는 'in'+'sect', 즉 몸이 마디로 나누어진 절지동물로서의 형태적 특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학술용어인 'hexapoda'도 'hexa'+'poda', 즉 다리가 여섯 개인 개체의 특징이 반영된 단어입니다. 이처럼 어원에 따라 벌레와 곤충을 좀 더 엄밀하게 구분하자면 '벌레'는 크기가 작은 소형 동물, 달팽이나 지렁이, 심지어 개구리, 뱀까지 모두 포함해 가리키는 말이고, '곤충'은 다리가 여섯 개, 몸은 머리, 가슴, 배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 생물을 정의합니다. - page 20 ~ 21

 

'곤충'의 의미를 파악하고 나니 또 하나의 놀라운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곤충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생물종의 다양성과 개체의 숫자가 그 어떤 생명체보다 크고 많습니다. 크기가 작다는 까닭으로 우리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죠. 작은 곤충의 세계를 오랜 기간 연구하고 관찰하면서 제가 얻은 큰 깨달음 중 하나는 크기에 상관없이 세상에 존재하는, 생명이 이쓴 모든 것들은 하나하나가 복잡하고 정교한 소우주라는 사실입니다. - page 11

 

이런 곤충을 우리는 무의식 속에 '곤충은 쓸모없는 벌레'라는 선입견이나 편견을 가졌다는 것이 부끄럽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요즘 혐오나 기피의 대상을 가리킬 때 '○○충'이라고 부르는 것에 우리 모두 반성해야 합니다.

 

옛말 속에도 곤충 이야기가 꽤 있었습니다.

 

​

​

곤충과 곤충의 생태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시선.

그들을 통해 우리는 또 한 번의 가르침이 있었습니다.

 


 

오래전부터 인간과 곤충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며 공존 공생하는 관계를 이루며 살아왔음을...

꼭 기억해야 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이 대목을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이야기...

아마 이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이제 곤충을 대할 때 편견과 선입관을 조금 거두고 온고지신(溫故知新)의 태도로 서로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며 그렇게 공존 공생하며 살아가야 함을 가슴 깊이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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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이은정 - 요즘 문학인의 생활 기록
이은정 지음 / 포르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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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에세이가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기웃기웃하다 보니 눈에 띈 책이 있었습니다.

 

2018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대상이자 2020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자인 쓰는 사람 '이은정' 작가.

아직 작가분의 작품을 접해보진 않았지만 그 열정만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쓰고 싶어서 문학인으로 살겠다"

 

'전업 작가'로 살겠다는 쓰는 사람, 이은정 작가.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춥고 배고프며 가난한 작가의 삶,

그 속에서 마주하는 소중한 일상의 나날

 

『쓰는 사람, 이은정』

 

 

어느 어촌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작가 이은정.

사실 이곳이 마음에 드는데 매매로 들어올 형편이 안 되었습니다.

실망과 아쉬움을 안고 주인아주머니께

 

"그냥 돌아가려고 했어요. 근데 혹시 결과를 기다리실까 봐 말씀드리러 왔어요." - page 16

 

그리고는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주인아주머니의 돌아온 대답이 너무나 따스했습니다.

 

내 말을 들은 주인아주머니는 대단히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들이 집을 보러 많이 오는데 보통은 말없이 가버린다고. 계약하지도 않을 거면서 다시 돌아와 인사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가진 게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세도 좋고 월세도 좋으니 여기 와 살라고.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내 주인아주머니는 내 손을 꼭 잡더니 고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바르게 살면 좋은 일들이 생긴다고... 그 말 때문에, 그 따뜻한 손 때문에, 나는 그만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여기 와서 글 열심히 쓰겠다며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나에게 아주머니는 더욱 반색하며 말했다.

"작가였구나! 좋은 작가가 되겠어." - page 16 ~ 17

 

그렇게 해서 시작된 시골 마을에서의 삶.

간만에 사람 냄새를,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겨울 이른 저녁, 감기 때문에 입맛이 없어서 죽을 사러 나갔다가 군고구마를 파는 할아버지는 만나게 됩니다.

한 봉지를 사기엔 너무 많고 반만 사기로 한 그녀.

만 원을 건네서 할아버지는 오천 원을 건네주십니다.

그리고 작은 병.

군고구마처럼 뜨끈뜨끈한 쌍화탕.

거스름돈을 가지러 이발소 안으로 들어갔던 것인지 쌍화탕을 가지러 들어갔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무뚝뚝하게 건네신 할아버지.

 

"추우니까 빨리 가라!" - page 30

 

정을 구우시는 할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그녀의 집에서 고작 이삼 분 거리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다짜고짜 따라오라고 하셔서 같이 나선 그 걸음.

자신의 집까지 가는 동안 세 번쯤 멈춰 서서 숨을 고르시던 할머니.

천천히 그 짧은 길을 걸어서 도착한 할머니 집에 할머니는 비닐장갑과 커다란 위생 봉지를 건네며 원하는 만큼 김치를 담아가라고 하십니다.

 

"이거 주고 싶어서 직접 오신 거예요?"

벽에 기대앉아 숨을 고르던 할머니가 대답했다.

"주고 싶은데 들고 갈 수가 있어야지." - page 33

 

이어진 작가의 이야기가 가슴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누군가는 세 번이나 쉬어 가야 했던 길.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고 싶어서 다녀간 먼 길.

그 길은 나누고 싶은 사람의 마음처럼 가볍지 않았다. 마음의 무게가 느껴졌다. 뭔가를 나누고 싶지만 가져다줄 기력이 없다면 얼마나 서글플까. 어리석은 나는 그 마음을 아직 모르겠다. 그저 사랑도 정도 건강해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걸 그 먼 거리를 걸으며 깨달았다. - page 33

 

그렇지 않아도 요즘 내 이웃이 모르고 사는 세상에 진정 사람이 사는 세상을 일러준 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서서히 핑크빛으로 물든다고 할까...

그곳에서 저도 살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일러주곤 하였습니다.

​



 

 

혼자 고립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처음이기에 서툴러도 괜찮다!

조금은 틈을 내주어도 괜찮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라!

라며 위로와 용기를 건네주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진정한 쓰는 사람이자 마음 수리공이었습니다.

아니, 우리 모두가 마음 수리공일지도...

 

"나는 전기 수리공이고, 작가님은 마음 수리공이네요."

 

아! 마음 수리공이라니!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을 오랫동안 품고 살아갈 것 같았다. 그래, 나도 병든 마음을 글로 치유했었다. 쓰고 읽는 일만이 나를 구원해주었던 과거가 있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누군가의 마음 수리공이 아닐까.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읽고 쓰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 page 43

 

저 역시도 그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스스로에게 갇혀 일상이 무의미하게 다가왔던 저에게 따스한 촛불 하나로 그 온기를 전해주었던 그녀의 이야기, 『쓰는 사람, 이은정』.

계속해서 쓰는 사람으로 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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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 - 여섯 가지 사랑 테라피 공식 ㅣ 한국추리문학선 10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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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분인 '김재희' 작가.

『경성 탐정 이상』시리즈와 『서점 탐정 유동인』 으로 그녀의 작품을 기다리던 중.

 

단편 소설집으로 만나기엔 처음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이 기대되었습니다.

짧은 호흡으로 이루어진 단편 속에서는 어떤 매력이 넘칠지...

 

소설은 스토리다!

어디서도 못 들어 본 신박한 이야기들!

 

『러브 앤 크라프트, 풍요실버타운의 사랑』

 

 

여섯 가지의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모든 이야기 속 '여자'들의 모습이 각자의 다른 매력으로 다가오지만 그 끝은 왜 그리도 진한 여운으로 남는 건지...

 

시공간을 초월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로마 황제의 아내이자 매춘부인 '메살리나 발레리아'에서부터 조선의 불세출의 화가 '최북', 그리고 풍요실버타운의 할머니들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였습니다.

 

첫 문을 열었던 <타임슬립러브_민트초코크런치의 달콤 쌉싸름한 터질듯한 맛>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순수한 사랑'을 위해 타임슬립까지 하는 그녀.

자신의 지난 인생을 속이면서까지 찾고 싶었던 '진실한 사랑'.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딱 떠올랐습니다.

 

"부드러워, 진짜로."

둘은 꽉 끌어안고 그대로 잠시 있었다. 주연의 입가에 충만한 미소가 걸렸다.

이 느낌을 언제 다시 느껴 볼 수 있을까 싶은 행복감이 들었다. 20여 년 전 결혼 초기에는 느꼈을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솔직히 남편에게 불만은 없었다. 생활비는 풍족했다. 양가에도 실수하거나 걱정을 끼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 친정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멀리 계시는 시아버님만 간간이 연락이 오가고 있다. 아들도 대학교를 다니다 군대에 가 잘 지내고 있다.

그런데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전함..

지금 여기 천안의 원룸에서 35세의 여자가 되어 남친을 사귀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역행해 연애하는 감정이기 때문일까.

잊었던 사랑의 욕구. 그건 주연을 리셋하게 해 주었다. - page 98

 

"여행 갔다 왔어요. 인생을 거슬러 올라가는 타임슬립 여행이요."

"그건 젊은 남자 만나는 걸로 충분하지 않았어요?"

"아뇨. 해원 씨는 날 한 번도 진지하게 대하지 않았잖아. 그냥 스쳐 가는 여자처럼 대했잖아."

남자는 일어섰다. 그리고 카운터로 돌아가 냉장고를 정리하려 몸을 돌려서 구부려 일했다.

주연은 커피를 다 마시고 컵을 그대로 두고서 일어서 나갔다. 이제는 이 백화점에 오는 걸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이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인생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할까.' - page 112

 

정말 진한 마카롱의 맛을 느낄 수 있었던 <대쾌_꿈결 진분홍 마카롱의 달고 진득한 맛>.

이 이야기는 신육복이 정조의 밀명으로 일본에 건너가 풍속화가로 일한다는 《색, 샤라쿠》장편소설을 쓰면서 연구한 최북의 일대기를 단편소설로 구성한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특히나 최북이란 자가 여자를 얻기 위해 자신의 눈마저도 잃는 희생을 범하면서도 결국 이루지 못했다는 점이...

그 죽음마저도 비참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이 안타까워 더 진득하게 입가에 오랫동안 남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나코는 백 마리째의 개구리 등에 침을 꽂아서 벽에 붙여 놓았다. 개구리 등에 새겨진 칠칠이란 글자가 또렷이 보였다. 그러나 나나코가 방금 붙여 놓은 개구리는 침의 끝이 뭉툭해서인지 툭 소리를 내고 벽에서 굴러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나나코의 눈에서 굵은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한 번도 운 적 없는 나나코였다. 부모님을 잃고 나서는 울기를 거부했다. 눈물 흘리면 신세가 더 처량해질 것 같은 불안감에 슬픈 일이 생겨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지만 힘없이 벽에서 떨어져 내리는 백 번째의 개구리를 보고서는 눈물 한 방울이 금세 흘러나왔다.

나나코의 입에서 작은 하이쿠 단가 소리가 흘러나왔다.

 

- 나와 겨루고 있네. 내가 최후를 지켜보게 될 개구리. - page 250

 

유카타 한 장밖에 안 걸친 파리한 그녀의 몸은 금방 쓰러질 듯 잠시나마 위태위태해 보였다. 하지만 이내 나나코의 발걸음에는 힘이 들어가고, 얼굴 표정에는 온화한 미소가 깔리면서 보무도 당당히 혼욕탕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는 흡사 가부키 극에 나오는 위대한 장군처럼 어깨와 가슴을 펴고서 온천탕 문을 열어젖혔다.

탕에 들어선 나나코는 자그마한 목소리를 웃음 가득 담아서 보냈다.

"나나코라고 합니다. 오바상의 명으로 손님을 뫼시러 왔습니다. 실례가 안 된다면 들어가도 되겠는지요." - page 250 ~ 251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를 장식했던 <풍요실버타운의 사랑_애쉬브라운 더블샷 에스프레소의 풍부한 맛>.

사랑하는 남자를 보기 위해 포르쉐 오픈카를 훔쳐 나가는 가영 언니, 나숙 씨, 다정 할머니의 일탈.

그녀들의 유쾌하고도 화끈한 일탈 뒤 저 멀리 수평선에 내리는 노을을 바라보며 서로 다짐을 하지만...

 

김 국장이 나가고 다시 가습기 소리만이 쌕쌕 나는 조용한 병실.

가영 언니와 나숙 씨의 눈꺼풀이 움직이면서, 간호사가 폰으로 음악을 조용히 튼다. 박재범의 <YACHT>가 흘러나온다.

입술이 조금 아주 조금 달싹이는 가영 언니. 그리고 나숙 씨는 눈을 살그머니 끔벅끔벅한다.

가습기에서 하얀 분무가 공기 중으로 퍼진다. - page 280

 

소설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기에...

현실에서의 우리의 모습이 될 수도 있기에...

이 마지막 이야기의 할머니들의 모습이 아련하게도 남곤 하였습니다.

 

역시나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재미만큼 여운도 남았던 이들의 다채롭고 아찔한 사랑 이야기.

읽으면서 '나라면...?' 이런 질문도 던지게 되었습니다.

아마 그들처럼 행동했을까...?!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그녀들을 한 명 한 명 붉은빛에 비춰봅니다.

​

아름다웠던 그대 모습을
이젠 볼 순 없겠지만
후횐 없어 그저 바라볼 수 있게 붉게 타주오

해가 뜨고 해가 지네
노을 빛에 슬퍼지네
달이 뜨고 달이 지네
세월 속에 나 또한 무뎌지네(Oh)
해가 뜨고 해가 지네
노을 빛에 슬퍼지네
달이 뜨고 달이 지네
그대 기억 또한 무뎌지네 

- BIGBANG의 <붉은 노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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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랗고 커다란 물고기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81
다카시나 마사노부 지음, 아라이 료지 그림, 김보나 옮김 / 북극곰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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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계획이라면...

아이의 여름방학 때 바닷가에 놀러가기로 하였습니다.

작년에 코로나로 못 갔기에 올해는 갈 수 있겠지란 희망을 가지고 있었지만...

 

여전히 코로나는 기승을 부리고 있고...

아이는 '방콕' 여행을 하게 되었는데...

아쉬운 마음을 달래보려 그림책을 기웃거리다 이 책을 알게되었습니다.

 

그림체가 아기자기한 것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읽게 된 이 책.

아이에게 살며시 건네니

 

"엄마! 물고기다!"

 

하며 집에 있는 고기잡이 장난감을 가지고 오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고기잡이하면서 읽어야겠다!"

 

라며 호기롭게 장난감 낚시대를 잡고 있는 아이를 앉혀놓고 같이 그림책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무심코 한 거짓말이 자꾸 나를 콕콕 찔러요!

작은 거짓말로 인한 아이의 감정을

유쾌하고 사랑스럽게 그려낸 그림책

 

『커다랗고 커다란 물고기』

 

 

책장을 펼치니 푸르른 바닷 속이 펼쳐졌습니다.

보기만 해도 시원한 이 느낌...

 

어느 여름, 아이는 아빠랑 바다 낚시를 가기고 했습니다.

잔뜩 기대에 부푼 아이!

​

 

 

이미 머리 속엔 한가득 물고기를 잡았네요!

 

처음으로 낚시 가는 거라 친구들에게도 신나게 자랑한 아이.

물고기를 주렁주렁 잡을 거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

하지만...​

​

 

 

너무나도 작은 물고기 한 마리를 잡게 된 아이는 그냥 바다로 돌려보냈습니다.

그리고 아쉬운 마음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빠는

 

"뭐, 이런 날도 있단다."

 

다음 날, 유리가 아이에게 다가와 물어봅니다.

 

"물고기 잡았어?"

"으... 으응."

"얼마나 커?"

"요 정도였나?"

 

아이는 유리를 좋아하는 마음에 엄지손가락과 새끼손가락을 쫙 펼친 정도의 크기인 물고기를 잡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유리에서 진이로, 진이에서 미소로, 미소에서 준호로 갈수록 크기가 점점 커지게 됩니다.

​

 

 

​어쩐지 목구멍에 작은 물고기가 걸려 있는 느낌이야.

그 물고기는 내가 깨어 있을 때도, 잠을 잘 때도

콕콕 콕콕 자꾸만 찔러 댔어.

아, 어떡하지?

 

작은 거짓말이 점점 커져 마음이 불편해진 아이.

낚시 도구를 손질하시던 아빠는 이런 말을 합니다.

 

"물고기를 잡든 못 잡든 바다는 참 좋구나. 바다는!"

 

그렇구나. 물고기를 잡든 못 잡든 바다는 좋은 거구나.

"내가 잡은 물고기는 요만했지만

언젠가 커다랗고 커다란 물고기가 될 거야."

 

그렇게 생각해보니 어느새 목구멍을 콕콕 찌르던 게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

 

작은 거짓말(?)로 인해 가슴은 콩닥콩닥, 목구멍은 콕콕 콕콕 찌르는 듯한 불편한 하루를 보내게 된 아이.

7세인 우리 아이도 요즘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어떻게 일러주어야할지 고민하던 찰나에 이 그림책을 만나게 되어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야!

이 아이가 작은 물고기를 잡았는데 친구들에게는 큰 물고기를 잡은 것처럼 되니까 어떤 것 같아?"

"콕콕 콕콕 찌른다고 했어!"

"만약에 ○○가 이 아이라면 어떨거 같아?"

"나도 콕콕 콕콕 찌를 것 같아!"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작은 물고기를 잡았다고 말할꺼야!"

 

아직 '거짓말'이란 개념을 잘 몰라서 그저 그림책의 내용 그대로를 이해하였지만 언젠가는 이 그림책이 주는 교훈을 이해할 날이 올 거라 생각됩니다.

그때 다시 거짓말에 대해, 그리고 그 감정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성장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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