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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 이은정 - 요즘 문학인의 생활 기록
이은정 지음 / 포르체 / 2021년 7월
평점 :
간만에 에세이가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기웃기웃하다 보니 눈에 띈 책이 있었습니다.
2018 삶의향기 동서문학상 대상이자 2020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수혜자인 쓰는 사람 '이은정' 작가.
아직 작가분의 작품을 접해보진 않았지만 그 열정만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쓰고 싶어서 문학인으로 살겠다"
'전업 작가'로 살겠다는 쓰는 사람, 이은정 작가.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하였습니다.
춥고 배고프며 가난한 작가의 삶,
그 속에서 마주하는 소중한 일상의 나날
『쓰는 사람, 이은정』

어느 어촌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사는 작가 이은정.
사실 이곳이 마음에 드는데 매매로 들어올 형편이 안 되었습니다.
실망과 아쉬움을 안고 주인아주머니께
"그냥 돌아가려고 했어요. 근데 혹시 결과를 기다리실까 봐 말씀드리러 왔어요." - page 16
그리고는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주인아주머니의 돌아온 대답이 너무나 따스했습니다.
내 말을 들은 주인아주머니는 대단히 감동한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들이 집을 보러 많이 오는데 보통은 말없이 가버린다고. 계약하지도 않을 거면서 다시 돌아와 인사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가진 게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세도 좋고 월세도 좋으니 여기 와 살라고.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내 주인아주머니는 내 손을 꼭 잡더니 고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바르게 살면 좋은 일들이 생긴다고... 그 말 때문에, 그 따뜻한 손 때문에, 나는 그만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여기 와서 글 열심히 쓰겠다며 연신 머리를 조아리는 나에게 아주머니는 더욱 반색하며 말했다.
"작가였구나! 좋은 작가가 되겠어." - page 16 ~ 17
그렇게 해서 시작된 시골 마을에서의 삶.
간만에 사람 냄새를, '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겨울 이른 저녁, 감기 때문에 입맛이 없어서 죽을 사러 나갔다가 군고구마를 파는 할아버지는 만나게 됩니다.
한 봉지를 사기엔 너무 많고 반만 사기로 한 그녀.
만 원을 건네서 할아버지는 오천 원을 건네주십니다.
그리고 작은 병.
군고구마처럼 뜨끈뜨끈한 쌍화탕.
거스름돈을 가지러 이발소 안으로 들어갔던 것인지 쌍화탕을 가지러 들어갔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무뚝뚝하게 건네신 할아버지.
"추우니까 빨리 가라!" - page 30
정을 구우시는 할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그녀의 집에서 고작 이삼 분 거리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다짜고짜 따라오라고 하셔서 같이 나선 그 걸음.
자신의 집까지 가는 동안 세 번쯤 멈춰 서서 숨을 고르시던 할머니.
천천히 그 짧은 길을 걸어서 도착한 할머니 집에 할머니는 비닐장갑과 커다란 위생 봉지를 건네며 원하는 만큼 김치를 담아가라고 하십니다.
"이거 주고 싶어서 직접 오신 거예요?"
벽에 기대앉아 숨을 고르던 할머니가 대답했다.
"주고 싶은데 들고 갈 수가 있어야지." - page 33
이어진 작가의 이야기가 가슴 찡하게 다가왔습니다.
누군가는 세 번이나 쉬어 가야 했던 길.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고 싶어서 다녀간 먼 길.
그 길은 나누고 싶은 사람의 마음처럼 가볍지 않았다. 마음의 무게가 느껴졌다. 뭔가를 나누고 싶지만 가져다줄 기력이 없다면 얼마나 서글플까. 어리석은 나는 그 마음을 아직 모르겠다. 그저 사랑도 정도 건강해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걸 그 먼 거리를 걸으며 깨달았다. - page 33
그렇지 않아도 요즘 내 이웃이 모르고 사는 세상에 진정 사람이 사는 세상을 일러준 이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마음이 서서히 핑크빛으로 물든다고 할까...
그곳에서 저도 살고 싶었습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일러주곤 하였습니다.


혼자 고립되어 외롭게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처음이기에 서툴러도 괜찮다!
조금은 틈을 내주어도 괜찮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해라!
라며 위로와 용기를 건네주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진정한 쓰는 사람이자 마음 수리공이었습니다.
아니, 우리 모두가 마음 수리공일지도...
"나는 전기 수리공이고, 작가님은 마음 수리공이네요."
아! 마음 수리공이라니!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을 오랫동안 품고 살아갈 것 같았다. 그래, 나도 병든 마음을 글로 치유했었다. 쓰고 읽는 일만이 나를 구원해주었던 과거가 있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누군가의 마음 수리공이 아닐까.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읽고 쓰는 사람들이니까 말이다. - page 43
저 역시도 그녀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을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스스로에게 갇혀 일상이 무의미하게 다가왔던 저에게 따스한 촛불 하나로 그 온기를 전해주었던 그녀의 이야기, 『쓰는 사람, 이은정』.
계속해서 쓰는 사람으로 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