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슐리외 호텔 살인 ㅣ 클래식 추리소설의 잃어버린 보석, 잊혀진 미스터리 작가 시리즈 1
아니타 블랙몬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혹 코믹극'이라는 색다른 추리소설이라는 점에.

이끌리듯이 읽게 되었습니다.

클래식 추리소설이 선사하는 은밀하면서도 짜릿한 맛을 기대하며.


아가사 크리스티 이후 추리소설의 황금기를 장식한

'후더닛'(who done it)의 계보를 잇는 여성 작가,

아니타 블랙몬의 색다른 추리소설.


『리슐리외 호텔 살인』



그 모든 일은 그날 아침 독신녀인 나, 애들레이드 애덤스가 리슐리외 호텔 로비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던 그때 시작되었다. - page 5


화창한 4월.

작은 레지던스 호텔의 로비보다 더 평온해 보이는 이름만 거창한 호텔 '리슐리외 호텔'에 몇 년째 같은 객실에 묵고 있는 독신녀 '애들레이드 애덤스' 방에 양쪽 귀밑까지 목이 베인 채 샹들리에 십자 가지에 매여 있는 한 남자가 발견됩니다.

이 살해된 남자는 바로 호텔 투숙객 중 한 명이 고용한 사설탐정으로 밝혀지게 됩니다.

하지만 다들 그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하고 범행 시간에 이들 모두가 알리바이가 없는 상태.

수사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추리 재미가 선사되고 있었습니다.


부유한 젊은 미망인과 그녀의 조카 폴리.

폴리의 전 애인 엘리트 은행원 호워드.

술독에 빠진 단 모스비와 그의 아내 로티.

바람기 넘치는 화장품 영업사원 스티븐 랜싱.

이혼 위자료로 한몫 잡은 요부 앤서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데어 모녀.

초반에는 등장인물들이 많아서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반대로 보면 등장인물이 많기에 이들의 사연과 비밀도 많았고 그만큼 이야기가 풍성했음에 읽으면서 여러 요소들이 선사하는 쏠쏠한 재미, 요게 클래식 추리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그리고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들 모두가 용의선상에 오르게 되고 우연찮게도 살인 현장마다 애들레이드가 휘말리게 되면서 엘리트 경위 호머 버니언은 그녀를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게 되고 결국 그녀 스스로 사건을 추적하게 되는데...

애들레이드 애덤스가 마지막에 알게 된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제가 전에 범죄자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습관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고 말씀드렸지요. 그건 여전히 사실입니다. - page 350


리슐리외 호텔에서 일어난 흉악한 살인 사건을 둘러싼 사랑과 우정, 신파와 풍자를 버무린, 좌충우돌 잔혹함 속에서도 피식할 수 있었던 그렇다고 코믹극까지는 아니었던 추리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느낌이 딱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과도 닮아있기에 아니타 블랙몬도 계속 작품 활동을 했다면 미스 마플과 같은 이가 등장하여 추리소설 마니아들을 즐겁게 해 주지 않았을까란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꽃을 삼킨 여자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김재희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가 믿고 읽게 되는 작가분 중 한 분입니다.

바로 '김재희' 작가님!

이번 작품에서 김재희 작가님의 새로운 스타일, 새로운 이슈라는 점에서 독자의 마음을 설레게 해 주었습니다.

바로 '픽업아티스트의 세계'.

과연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픈 이야기가 무엇일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여성의 성 상품화와 섹슈얼리티

그리고 젠더 이슈를 다루는 이야기


『꽃을 삼킨 여자』



"아람 형사, 고사 났다."

아람이 다가가자 아이코스 담배를 피던 선익은 담배를 껐다.

"네?"

"마약사범 은어인데 사고 터졌다구. 보통 아냐. 사람이 죽었어."

"선배님. 우리가 쫓는 사람과 관계, 있습니까?"

선익은 고개만 끄덕였다. - page 7


403호 모텔 방.

문은 활짝 열려 있고 크린가드를 걸치고 발에 덧신을 신은 과학수사요원들 십여 명이 증거를 채취하고... 한 시신이 발견됩니다.

하얀 양말을 신은 반듯하게 편 두 발.

하얀 반팔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는 호리호리하고 키가 큰 한 남자.

알고 보니 그는 경찰시험을 통과하고 경찰이 될 준비를 하던 '김민동'이었습니다.

그의 행적을 추적하다 보니 그들이 쫓고 있는 소액 사기 사건의 용의자와 마지막 통화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설희연'

사기범이 살인사건의 용의자?


같은 사람 다른 혐의, 그녀는 대체 누구일까.


그렇게 '설희연'이라는 인물을 통해 '여성'의 현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설희연의 어린 과거는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알코올중독 엄마와 아빠의 방치로 가출을 하게 된 그녀.

노숙 생활도 하게 되고 가출팸에서도 생활하게 됩니다.

팸이라고 해서 패밀리가 되는 것이 아닌 그저 그녀를 이용하려고만 했을 뿐.

그럼에도 그녀에게 언니라기보단 어른이었던, 엄마 대신인 '주성이'을 만나게 됩니다.


"서두르면 안 돼. 우리가 줄다리기를 잘해야 해. 그리고 이제 부모도 그만 미워해. 이렇게 만든 토대지만 결국 선택은 우리가 한 거야. 대신 어떻게든 적응해서 살아남아. 그러니까 미운 엄마도 잊고, 누구도 믿지 마. 나만 믿어. 희연이 너 뒤에 내가 있어. 남자들에게는 우리가 믿는다는 신념을 심어줘야 해. 그래야 안도하고 잠시나마 우리에게 평온을 느끼게 돼. 돈값을 해줘야 한다는 거야. 우리가 하는 일도 결국은." - page 110


주성이에게 의지하던 희연의 모습이, 그리고는 픽업아티스트로 살아가는 그녀가 딱하다고 할까...

하지만 우리의 시선은...


"어릴 적에 알코올중독 엄마나 아빠의 방치만 아니었으면 가출해서 저 만날 일도, 서른 되는 나이에도 사기 치고 다닐 일은 없었을 거예요. 일방적으로 꽃뱀이라 매도하지 말아주세요. 다 사정이 있어요. 그 누구도 재미로 하지 않아요. 먹고 살 방법이 없어서 그래요."

선익이 참다가 한마디 했다.

"남에게 피해주면서 바른길로 안 가면 결국 다 이렇게 됩니다. 제 경험상으로요."

주성이가 와락 발끈했다.

"남의 생활을 어떻게 그 사람이 아니고 다 알 수 있죠?"

주성이는 컵 손잡이를 꽉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힘주어 말했다.

"함부로 남의 살아가는 방식이나 인생관에 말 섞어 꼰대짓 하지 마세요." - page 186 ~ 187


다른 이들처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 충족되었다면 그녀의 삶은 다르지 않았을까...


소설 속엔 남자와 여자로 대변되는 각각의 인물들이 등장합니다.

남자를 대표하는 '서선익'과 여자를 대표하는 '강아람'.

이 둘의 대화를 보면 조금은 불쾌하지만 여전히 이런 시선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할까...


"사기 재주도 용하다. 내 주변엔 그런 사람 없어. 결혼 못해서 다들 난리야. 연애도 포기하고. 설희연은 남자가 성욕이 강해 어떻게든 여자를 사귀고 싶은 걸 이용해. 단지 여성이라는 성으로 말이지."

"성적 매력만 있다고 돈이 쉽게 나오겠습니까. 형사님은 섹시한 여성이 커피숍에서 갑자기 말 걸고 그럼 돈 백 줘요?"

"뭐, 남자들 비위 맞춰 감정 노동한다 그러는 거야? 그러니까, 아람 형사는 설희연이 쉽게 돈 버는 것은 아니다 이거지?"

"원인 결과 과정이 있겠죠. 그걸 알아내는 게 형사 일 아니겠습니까?" - page 129 ~ 130


한 여성의 서사를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편견을, 고정관념을, 세상을 비판하기 전 나는 어떠했는지...

무엇이 옳다 그르다 단정할 수 없기에...

생각에 생각의 꼬리가 물렸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 - 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걷다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설레는 마음...

과는 달리 현실은 갑갑하기만 했습니다.

하아...


그러다 이 책의 소개글이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소설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고, 여행을 떠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프루스트를 생각하며 파리로 향하는, '여기가 아닌 그 어딘가'를 꿈꾸며 작가와 작품을 쫓는 마음이 자신에게는 일종의 불치병이나 다름없다고 함정임은 이야기한다. 


너무 낭만적이지 않은가!

작가와 작품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향해 그 영원을 느낀다는 것이!

그렇기에 저 또한 그녀에게 홀린 듯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병이라고밖에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없겠다

나는 밤낮없이 그들을 기웃거렸고, 그곳의 기미를 살폈다

헤밍웨이, 모파상부터 오사무와 도스토옙스키까지

작가를 따라 그곳으로 갔고,

홀린 듯 걸었다


『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의 콩브레의 모습을 보며 현재의 시간에서 맞닥뜨리는 대상들은 모두 과거의 크고 작은 공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순간(시간)과 공간은 하나의 장면으로, 나아가 하나의 이야기로 창조된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이 대목, 아니 이 소설을 구상하고 쓰기 시작한 시기는 1910년 전후다. 백여 년 후, 내가 이 마을을 찾아 목도했던 풍경과 분위기는 놀랍게도 당시 프루스트가 기억을 더듬어 재현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나에게 놀라움을 던져준 것은 백 년이라는 시간 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프랑스 시골 소읍의 속성도 속성이지만, 그것을 세밀하게 묘사해놓은 작가의 정밀한 관찰력이다. 마치 펜 끝에 카메라를 장착한 듯, 의식의 촉수에서 그 카메라를 작동하듯, 단어와 단어가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문장과 단락에서 장면과 세상이 마법처럼 창출된다. 집과 거리, 마을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거기 그렇게 있어왔으면서도 작가의 시선을 기다리기라도 했듯 어둠 속에서 깨어나 "마술 환등기"처럼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 page 68 


한강과 박솔뫼의 광주로 떠나기도 하였습니다.

한강의 『흰』은 '흰'에 바치는 비가의 흐름으로 작가가 목록으로서의 서사, 목록을 통한 애도 서사를, 

박솔뫼의 『머리부터 천천히』는 여름, 소설, 무덤, 바다 같은 보통명사와 속리산, 카프카, 부산 같은 고유명사, 그리고 병준과 이덕자 같은 익명에 가까운 인물을 호출해 뒤섞음으로써 다성적이고 다형적인 이야기의 카니발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바.


이들은 그 어떤 페이지에서도, 자기 안에 갇혀 있던 오래된 슬픔, 또는 자기 안팎에 떠도는 이름들을 제대로 호명해줌으로써, 신비로운 치유의 힘을 선사한다. 치유란 가벼워지는 것, 곧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 page 307


혼의 울음, 또는 울림.

자기 자신, 또는 누군가를 위한 추모와 애도.

소설과 세상이 혼합되어 포용하며 치유되어감을 새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아폴리네르와 로랑생, 헤밍웨이, 모디아노와 프루스트, 보들레르와 벤야민의 파리부터 랭보의 샤를빌메지에르와 국경지대, 플로베르와 모파상의 노르망디와 영불해협, 키냐르의 브르타뉴와 카뮈의 루르마랭.

호머의 트로이와 에게해, 파묵의 이스탄불과 아나톨리아 고원,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와 아드리아해, 도스토옙스키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발트해, 바르트의 바욘과 피레네 대서양, 그리고 피츠제럴드의 롱아일랜드와 남프랑스 지중해, 제발트의 유럽, 다자이 오사무의 후지산과 가와구치 호수, 그리고 김채원의 쪽배가 있는 바다, 저자의 바닷가 서재까지.

작가와 작품을 쫓아 태양의 저쪽에서, 때론 밤의 이쪽으로의 여행.

돌아오는 발걸음엔 아쉬움과 미련이...



미지의 세계를 향한 사랑을 기억이든 여행이든 소설이든 그 무엇으로도 떠나고 싶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건희 컬렉션 TOP 30 : 명화 편
이윤정 지음 / 센시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스로 접했을 때 실로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개인이, 아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룹의 기업인이 국내외 거장들의 명화들을 이토록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자신이 수집한 2만 3,000점에 이르는 대규모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했다는 사실이!!

그야말로 '세기의 기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가 아니었으면 실로 만나볼 기회조차 없었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 관련 전시회에 가고 싶었지만...

연일 매진에 실망과 좌절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이 책.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들었습니다.


'세기의 기증' 이건희 컬렉션!

그 안에서 가장 뜨거운

열여섯 작가를 만나다


『이건희 컬렉션 TOP 30 명화 편』



기증된 고미술품 2만 1,693점과 근현대 미술작품 1,400여 점 중에서도 한국과 서양의 화가 열여섯 명의 명화 30점을 중심으로 엮었는데 그 이유는 


'작품을 보는 이건희 회장의 혜안을 깊이 있게 담아내기 위해 '명화'라는 주제에 한정했으며,

그가 특별히 사랑했던 한국과 서양의 화가들을 한데 모아 컬렉터로서의 균형 잡힌 철학'


을 드러내고자 이 책에 실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많은 것을 스윽 보고 지나치는 것보단 몇 가지라도 집중해서 살펴보는 것이 더 의미있기에 단순히 명화를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깊이 있게 읽어내려갔다고 해야 할까...


서양화가와 한국화가 두 파트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보면 비슷한 시대적 배경에 놓인 작가들과 작품으로 구성해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을 비교해 볼 수 있어 보는 재미가 더해지고 있었습니다.

 



유명 화가의 작품이지만 생소했던 작품이, 유명 화가의 유명 작품이 포함되어 있어 그의 깊은 안목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초일류를 향한 이 회장의 집념은 예술품 수집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사람이나 작품에서 최고를 알아보는 조용하고 깊은 '심안'과 평생 갈고닦은 '감식안'의 소유자였다. 재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_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조금 부끄럽지만 이 책을 통해 한국화가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향 이중섭과 수화 김환기, 미석 박수근은 알고 있었는데...

한국 추상회화의 1세대 화가 유영국을 비롯하여 이응노 화가의 '문자추상'도 인상적이었는데 <군상>과 <인간> 작품은 너무나 강렬했다고 할까.


가로 5미터가 넘는 <군상>에는 다른 민중미술 화가들이 주로 사용했던 원색적 색감이나 한국적 요소로 통하는 농민들의 의복, 논밭과 같은 배경이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검은 먹으로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그리며 채워 나간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밀집되었다가 분주하게 흩어지는 장면은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한다. 마치 작은 존재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된다는 메시지를 몸소 보여주는 듯한 이들의 움직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함성이 들리는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불규칙하지만 규칙적인 리듬감 속에서 추상과 구상의 면모를 모두 느낄 수 있다. - page 270


그중 <인간>은 다른 '군상' 연작에 비해 크기가 작아 웅장한 느낌이 덜 하다. 하지만 먹의 ㄴ오담만으로 인간 형태를 모두 다르게 그린 것은 이응노였기에 가능한 표현처럼 보인다. 구간을 나눠 만세를 부르는 사람, 뛰어가는 사람, 손을 맞잡고 역방향으로 나아가는 몸부림 등 구체적인 사건을 명시하지는 않지만 제작년도와 더불어 한국의 역사를 아는 이라면 광주민주화운동의 한 장면이라는 점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 page 271




그리고 이 분.

여성을 넘어 인간 군상에 대정을 가지고 관찰하며 작업했던 예술가 '박래현'.

세간에는 김기창의 아내로 알려졌다는 그녀.




무엇인가를 소망할 때 접는 종이학처럼 간절한 염원을 품고 있는 그림 속 여인.

그렇게 여성 인물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했지만 서서히 특정 기물이나 사물을 연상케 하는 반-추상 시리즈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작품 속 주름진 황색 띠의 정체가...


박래현의 관심은 '태초의 것'을 향해 있으며 이는 자연스레 생명의 기원을 상징하는 모티프의 차용으로 이어진다. 가령, 그리스 신화에서 땅의 여신 가이아가 이 땅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으로 여겨지듯, 기독교에서 아담과 이브가 태초의 남녀로 통하듯 세상에는 시대를 막론하고 시작을 알리는 여러 가지 상징적 요소가 존재한다. 박래현의 추상화는 기원을 야기하는 모든 것의 집합체다. - page 324


이제라도 누구의 아내가 아닌 당당히 그 이름 세 글자를 외쳐봅니다.

박 래 현


직접 작품을 감상했다면 이 감동이 더 크게 와닿겠지만...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자 덕분에 명화를 단순히 '보는' 행위에서 '읽는' 행위까지 확장할 수 있어 그 시대의 예술관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이 책과 함께 혼자만의 이건희 컬렉션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mini74 2022-03-07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기창이 그 당시 보기드문 신여성과 결혼한다고 기사가 실렸다고 하더라고요. 이응노 화백 그림 보러가고 싶네요 ~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
 
엑설런스 - 인간의 탁월함을 결정하는 9가지 능력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대체될 수 없는

탁월함을 가지고 있는가?"


뭔가 의미심장하지 않나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던진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 또한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방대한 지식이나 타고난 지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깊이 공감하고 질문하는 능력'

이라는 사실을.


'도리스 메르틴' 저자는 그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탁월함이 무엇인지, 어떻게 개개인이 고유한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려주고자 '탁월함'이란 개념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과연 그 탁월함이 무엇일지...


"이제는 '엑설런스'를 갖춘 사람만이

자기 인생의 조종대를 잡게 될 것이다!"

세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해도 흔들리지 않고

내 삶을 이끄는 9가지 잠재 능력


『엑설런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당신은 인생이라는 비행기에 올라타 있습니다. 과연 어디에 앉아 있을까요?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


이 질문에 세 가지 선택지 외에 다른 자리를 떠올리지 못했다면 아직 스스로를 '탁월함'과 연결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남이 조종하는 대로 따라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이 아닌

항로와 고도를 결정하고

모든 데이터를 숙지하고

날씨 상황을 주시하고

달라진 비행 조건에 대처해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하는

'조정석'에 앉아야함을 그렇기에 직접 조종대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엑설런스'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 우수성

주어진 잠재력을 최대로 발현하는 탁월함


그렇다면 그 '탁월함'이란 무엇일까?


√ 불확실성에서도 불구하고 뭔가를 결정하기

√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 정보가 불완전하고 주변이 끊임없이 변하더라도 과감하게 실행하기

√ 모른다고 인정하기

√ 해결방안을 과감하게 시도해 보기

√ 새로운 발달에 맞춰 언제든지 프로젝트를 바꿀 준비가 되어 있기


탁월함은 완벽함이나 큰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주어진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능력이자 인간만이 가진 고민하고 성찰하는 힘의 결정체라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탁월함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저자는 9가지 능력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열린 마음 : 호기심은 초능력도 발휘하게 한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면 마음을 열어라.

자기 성찰 : 한번 생각해보라! 나의 소망과 가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인가?

공감 : 혁신은 이제 머리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직 깊은 공감 능력을 통해 창조된다.

의지 :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디테일한 성실함만이 큰 성공을 만들어낸다.

리더십 : 먼저 '나'를 운영하는 리더가 되어라. 리더십은 태도이지 직책이 아니다.

평정심 : 압박에 침착하게 반응하라. 불안정한 세계에선 안정적인 사람에게 주도권이 있다.

민첩성 : 계획만 따르지 말고 변화에 반응하라. 민첩한 이는 예상치 못한 일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웰빙 : 수면과 명상은 몹시 중요하다. 몸과 마음의 건강은 모든 일의 초석이다.

공명 : 서로 자극을 주고 받아들이려는 자세에서 탁월함은 생긴다. 타인과 공명하라!


어렵거나 새로운 이론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안에 잠재되어 있는 이 탁월함들을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하여 '행동하느냐'에 따라 내가 '승객'이 되느냐 '조종사'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의 좋았던 점은 '스토리텔링'으로 어쩌면 자기계발서만이 지니고 있는 진부하고도 상투적인 표현을 나름 재미있게 풀어나가 술술 읽히면서 내 안의 잠재된 능력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각 장마다 '탁월함을 위한 7가지 비밀'들을 정리하여 '아는'것으로 그치지 않고 내 것으로 흡수하게끔 해 주었습니다.


디지털화, 기후변화 같은 메가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사회와 경제뿐 아니라 사람도 변화시키는 이른바 'VUCA 세계'가 도래되었다고 합니다.

(VUCA :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t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

VUCA 시대가 요구하는 정신은 다름 아닌 '탁월함'이었습니다.

이제는 내 안의 모든 것을 발휘할 시간이었습니다.

그 무엇과도 대체될 수 없는 '나 자신'을 만들기.

당당히 세상 앞에 한 발자국 나아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