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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컬렉션 TOP 30 : 명화 편
이윤정 지음 / 센시오 / 2022년 2월
평점 :
뉴스로 접했을 때 실로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 개인이, 아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룹의 기업인이 국내외 거장들의 명화들을 이토록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자신이 수집한 2만 3,000점에 이르는 대규모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했다는 사실이!!
그야말로 '세기의 기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가 아니었으면 실로 만나볼 기회조차 없었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 관련 전시회에 가고 싶었지만...
연일 매진에 실망과 좌절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이 책.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들었습니다.
'세기의 기증' 이건희 컬렉션!
그 안에서 가장 뜨거운
열여섯 작가를 만나다
『이건희 컬렉션 TOP 30 명화 편』

기증된 고미술품 2만 1,693점과 근현대 미술작품 1,400여 점 중에서도 한국과 서양의 화가 열여섯 명의 명화 30점을 중심으로 엮었는데 그 이유는
'작품을 보는 이건희 회장의 혜안을 깊이 있게 담아내기 위해 '명화'라는 주제에 한정했으며,
그가 특별히 사랑했던 한국과 서양의 화가들을 한데 모아 컬렉터로서의 균형 잡힌 철학'
을 드러내고자 이 책에 실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많은 것을 스윽 보고 지나치는 것보단 몇 가지라도 집중해서 살펴보는 것이 더 의미있기에 단순히 명화를 감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깊이 있게 읽어내려갔다고 해야 할까...
서양화가와 한국화가 두 파트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들을 보면 비슷한 시대적 배경에 놓인 작가들과 작품으로 구성해 저마다 자신만의 방식을 비교해 볼 수 있어 보는 재미가 더해지고 있었습니다.

유명 화가의 작품이지만 생소했던 작품이, 유명 화가의 유명 작품이 포함되어 있어 그의 깊은 안목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세계 초일류를 향한 이 회장의 집념은 예술품 수집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사람이나 작품에서 최고를 알아보는 조용하고 깊은 '심안'과 평생 갈고닦은 '감식안'의 소유자였다. 재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_ 김홍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조금 부끄럽지만 이 책을 통해 한국화가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향 이중섭과 수화 김환기, 미석 박수근은 알고 있었는데...
한국 추상회화의 1세대 화가 유영국을 비롯하여 이응노 화가의 '문자추상'도 인상적이었는데 <군상>과 <인간> 작품은 너무나 강렬했다고 할까.
가로 5미터가 넘는 <군상>에는 다른 민중미술 화가들이 주로 사용했던 원색적 색감이나 한국적 요소로 통하는 농민들의 의복, 논밭과 같은 배경이 일체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검은 먹으로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을 그리며 채워 나간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이 밀집되었다가 분주하게 흩어지는 장면은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한다. 마치 작은 존재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된다는 메시지를 몸소 보여주는 듯한 이들의 움직임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함성이 들리는 듯한 기분을 불러일으킨다. 불규칙하지만 규칙적인 리듬감 속에서 추상과 구상의 면모를 모두 느낄 수 있다. - page 270
그중 <인간>은 다른 '군상' 연작에 비해 크기가 작아 웅장한 느낌이 덜 하다. 하지만 먹의 ㄴ오담만으로 인간 형태를 모두 다르게 그린 것은 이응노였기에 가능한 표현처럼 보인다. 구간을 나눠 만세를 부르는 사람, 뛰어가는 사람, 손을 맞잡고 역방향으로 나아가는 몸부림 등 구체적인 사건을 명시하지는 않지만 제작년도와 더불어 한국의 역사를 아는 이라면 광주민주화운동의 한 장면이라는 점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 page 271

그리고 이 분.
여성을 넘어 인간 군상에 대정을 가지고 관찰하며 작업했던 예술가 '박래현'.
세간에는 김기창의 아내로 알려졌다는 그녀.

무엇인가를 소망할 때 접는 종이학처럼 간절한 염원을 품고 있는 그림 속 여인.
그렇게 여성 인물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했지만 서서히 특정 기물이나 사물을 연상케 하는 반-추상 시리즈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특히나 작품 속 주름진 황색 띠의 정체가...
박래현의 관심은 '태초의 것'을 향해 있으며 이는 자연스레 생명의 기원을 상징하는 모티프의 차용으로 이어진다. 가령, 그리스 신화에서 땅의 여신 가이아가 이 땅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으로 여겨지듯, 기독교에서 아담과 이브가 태초의 남녀로 통하듯 세상에는 시대를 막론하고 시작을 알리는 여러 가지 상징적 요소가 존재한다. 박래현의 추상화는 기원을 야기하는 모든 것의 집합체다. - page 324
이제라도 누구의 아내가 아닌 당당히 그 이름 세 글자를 외쳐봅니다.
박 래 현
직접 작품을 감상했다면 이 감동이 더 크게 와닿겠지만...
이렇게라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라 생각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자 덕분에 명화를 단순히 '보는' 행위에서 '읽는' 행위까지 확장할 수 있어 그 시대의 예술관도 넓힐 수 있었습니다.
이 책과 함께 혼자만의 이건희 컬렉션을 감상해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