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 - 한 올 한 올 나만의 결대로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극세사주의 삶에 관하여
김지수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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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참 와닿았습니다.

아마 제 심정과도 같았기 때문이었을까...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누군가 다가오면 반가움보단 낯섦과 두려움이 생기는 나.

그래서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습니다.

주변에선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뿐이었기에 마음을 터놓을 수 없었는데 이 책을 만나자마자 읽으면서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

다음에도 또 만나길 기대하며...


"일정한 분량의 낯섦과 설렘으로

꾸준히 연결되는 어떤 마음들에 관하여"


『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



남의 컵 쓰기를 싫어하는 오염 강박, 타인의 한마디에 밤새 곱씹는 불안, 수시로 SNS를 탈퇴하는 사회성 결핍, 내 식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통제광...

이런 섬세하고 예민한 성향을 지닌 그녀.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그랬다. 새침데기의 이면에 나는 언제나 사랑을 하고자 했다. 표현이 서툴러 달리 새어나간 말들과 사랑해서 지키고 싶었던 거리를 근거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촘촘하게 선을 긋고, 넘어오는 모든 것을 불편해한다. 하지만 우리 사이엔 건강한 거리가 있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관계가 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익숙지 않은 세상 속에 조우하는 기쁨과 슬픔을 꼭 끌어안고서. - page 7


극강의 촉촉함을 담아내기 위해 겉면이 바삭해진 이른바 '겉바속촉 초코칩'이 된 그녀.

촉촉한 초코칩 나라에서 조금은 움츠러들지라도 자신만의 결대로 속도와 방향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가끔 갈등은 버겁다. 감정이 들고, 시간이 들고, 노력이 든다. 사는 게 바쁘면 무슨 소용인가 싶고 고개를 돌려 모른 척하고 싶어진다. 나의 마음을 짚어보고, 상대에게 전달하고, 마음에 귀를 기울여, 또다시 생각하는 일련의 과정. 풀리지 않는 대화에 간 떨어지는 일 없이 그저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지속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천성이 그런 사람인가보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난리법석을 떨며 사랑하고 싶다. 원래 사랑은 어려운 법이다. - page 238


인상적인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섬세한 그녀가 바라본 '삶'이란...


"산다는 건, '낯섦'과 '낯익음'이라는 극단의 감정을 번갈아 오가는 일이다." - page 163


그렇기에 인생은 얼마나 피곤한 것인가!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예민함은 좋고도 나쁘다. 그리고 내 성취의 대부분은 이 예민함에서 온다. 첨예하게 갈려버린 정신은 아주 작은 것에도 민감하다. 정확하고 신속하다. 그러나 동시에... 피곤하다. 몸과 마음을 쉴 틈 없이 갈아버리니 남아나는 데가 없다. 욱신거리는 다래끼와 가위눌림으로 굳어진 목. 나는 오늘도 벌게진 눈을 하고 글을 쓴다.

'인생은... 원래 피곤하다.' - page 119


낯선 것투성이인 세상에 조금씩 뿌리를 내리며 낯익음으로 서로 공생하며 살아감이 어쩌면 그녀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있기 마련입니다.

서로의 방식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모두에게 낯선 세상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기도 하였고 두렵기만 하였던 세상에 조심스레 한 발을 내밀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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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무게 -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최인호 지음 / 마인드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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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역시도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지 모르고 살아왔었습니다.

그러다 독서카페를 통해 고전을 읽게 되면서 '아!'하고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글이 전한 묵직한 울림.

그 울림이 저를 성찰하게 해 주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고전을 찾아 읽고자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우리는 고전을 혹은 좋은 작품이나 글을 왜 읽어야 하는가?'

이 의문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책.

고전이라는 '책'이 아닌 고전의 '한 문장'을 통해서 가물어가는 우리의 정신과 영혼에 단비를 뿌려준다고 하니 어떤 고전의 어떤 문장이 무게 있게 다가올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왜 읽고, 왜 써야 했는가?


『문장의 무게』



27권의 고전으로부터의 문장이, 그리고 그 문장이 담고 있는 고전 작가의 세계와 저자의 생각이 또 하나의 '문장'들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역시나 아는 만큼 보이는 것처럼 읽었던 고전을 만났을 땐 그때의 내 문장들도 기억 속에서 하나둘씩 끄집어내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어보게 되었고 새로운 생각에는 또 하나의 문장이 제 머리에 '여백'으로 새겨지곤 하였습니다.


문장은 무겁다. 여백이 있기 때문이다. 여백은 문장의 존재 근거다. 그것은 문장을 품은 산이며 바다이자 우주다. 그 속에는 태초의 시간과 공간이 있고, 눈앞의 경험과 감각이 녹아 있으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별빛들이 숨어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단지 느끼고, 상상하며, 곱씹는 사람들 앞에만 나타날 뿐이다. - page 4


맨 처음 만나게 된 고전은 카프카의 《일기》였습니다.

그의 소설 《변신》에서도 그는 그의 본질로부터 소외되었고 그로 인한 고통은 그를 벌레로 변하게 만든, 결국 그는 가족들로부터 소외되고 방 안에 혼자 갇히고 말았습니다.

이 문장처럼...


"항상 존재하는 것은 방 안에 갇힌 세계이다."


이 문장을 통해 저자가 이야기하는데 그 씁쓸함이 묻어난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 무게감이 자꾸만 이 문장의 되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벌레다. 누에고치의 애벌레다. 자신의 심연에 가득 찬 고독을 토해내지만 그것은 결국 자신을 사람들로부터 차단하는 단단한 벽, 고독이 될 뿐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질문한다. 하지만 답은 오지 않는다. 모두 질문만 할 뿐이다. 질문은 누에고치가 토해내는 실이다. 대답을 얻지 못한 질문들은 나를 감싸며 조여 오는 고독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방 안에서만 존재해야 하는 세계다.

그 속에서 우리는 운다. 이유 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운다. 하지만 아무도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다. 고독이 소리를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애벌레의 주름은 그 소리를 먹고 자란다. 그렇게 불안은 고독으로 깊어지고 늘어만 간다. - page 15


우리는 한 마리의 벌레라는 거...

그것도 고독 속의 한 마리 벌레라는 거...


지금의 봄에 사색하게 만든 문장이 있었습니다.

니체의 시적인 명제인


'신은 죽었다'


차라투스트라의 말들을 보면 인간이 신을 죽였음이 틀림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왜 죽였을까...?


신을 더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욕망이 모순의 칼날이 되어 신의 목을 찌른 것이다. 근대 이후 인간들은 '이성'이라는 도구로 신을 정교하게 다듬고 아름답게 치장했다. 어떤 시대에도 없었던 완벽한 도구로 완벽한 신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믿었다. 그렇게 신은 죽어간 것이다. 신은 이성에 갇혀 숨이 막히고 그들의 영역을 제한받으면서 한없이 작은 존재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신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신은 죽어버렸다. - page 164


인간의 삶 대부분이 불행과 실패가 지배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보니 만들어진 신의 존재는 늘 위태로운 것이었고 그렇게 신들은 빠르게 죽어가고 그들의 주검은 인간의 심장 속에 안치되어 어두운 그림자로 떠돌고 있다고.

니체는 우리가 신을 죽인 후 또 다른 신을 만들고 파괴하는 과정에서 극도의 불안과 우울 그리고 실존의 공포에 휘말려 있는 모습을 예리하게 포착해 이런 문장을 만들어낸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르게 된 그의 이야기는 저 역시도 잠시 창밖의 흩날리는 벚꽃에 생각을 기대어보게끔 해주었습니다.


나의 슬픔과 행복은 저 봄날의 흩날리는 벚꽃을 외면하는 것과 소리를 지르며 감탄하는 감정들 사이에 존재할 뿐, 결코 신의 손에 있지 않다는 것을 나는 알았다. 그렇게 슬픔과 행복을 천천히 오가는 것이, 그것들 중 어느 한쪽만을 갈망하지 않는 것이 나의 영혼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나는 알았다. - page 171


아마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박지원의 《연암집》에서의 그의 사색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림자가 물체를 따라다니듯 한다면 닮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낮에는 난쟁이가 되었다가 해가 기울어질 때는 키다리가 되니, 어찌 닮았다 할 수 있으랴."


이런 우리의 삶을 보면, 박지원은 아마도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만약 반드시 잘 모방한 것을 잘 읽은 보람으로 여긴다면, 똥이 곧장 내려온 것을 잘 먹은 보람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 단어는 바꿀 수 없을지라도, 문장은 누구와도 같지 않도록 추구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어야 하지 않을까? - page 271


문장의 무게...

저에겐 쓸쓸하면서도 공허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아...

조금은 이 무게에 방황을 할 듯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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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의 무게 - 사랑은 은유로 시작된다
최인호 지음 / 마인드큐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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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한 문장을 통해서도 깊은 울림 속에 잠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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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ㅣ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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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타고 다니는 귀여운 펭귄 한 마리.

그리고 빨간 머리 훈남 역무원이 있는 종점역 분실물센터의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들이 담겼던 소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5년 만에 우리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펭귄철도를 타고 분실물센터로 향하는 이들.

그곳에서 진정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며 새롭게 나아가는 모습이.

벌써부터 가슴이 따뜻해지고 있었습니다.


펭귄이 사라졌다?


전철 분실물센터에 사는 치명적 펭귄과

빨간 머리 훈남 역무원 콤비의 일상 감동 판타지!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4편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바닷가 공장지대에 자리한 우미하자마역.

종점역까지 운행되는 오렌지색 전철.

마치 비밀의 방처럼 대합실 벽 너머에 숨어 있는 사무실.

빨간 머리 역무원.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아주는 것까진 변함없이 있었지만 그의 파트너인 펭귄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펭귄은 다른 장소에서 발견되고 펭귄을 쫓다가 또 한 명 의문의 남자를 마주하게 됩니다.

모히칸 스타일의 남자.

너무나도 수상쩍은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알고 보니 이 에피소드들은 2월 15일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이었다는 사실!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해피엔딩임에 위로받았다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부모의 재혼으로 맺어진 동급생 의붓남매가 또다시 남남이 되기 전 서로 몰랐던 점을 알게 되는 <반짝반짝 데이지>.

그들이 잃어버린 건 부모님의 이혼 신청서.

이혼 신청서를 펭귄이 물고 간 것 같다며 펭귄의 행방을 쫓게 되면서 알게 된 진심.


"저기 말이야, 부모님이 이혼하든 말든 떨어져 살든 말든, 우리는 남매로 지내도 되잖아? 난 그렇게 생각해. 앞으로도 줄곧 우에조노 군과 남매로 지내고 싶어. 더 이상 혼자가 되는 건 싫으니까 우에조노 군은 앞으로도 내 남동생으로 있어줬으면 해. 어때?"

료카는 배낭 어깨끈을 쥔 채 대답을 기다렸다. 떡 입을 벌리고 료카를 보던 히지리가 천천히 시선을 돌려 데이지가 피어 있느 ㄴ화단을 보았다.

"......데이지."

"하?"

"그러니까 데이지 꽃말이라고. 몰라?"

"'동감이에요'?" - page 78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데이지를 보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느낌이 다시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사립중학교 입시에 실패하고 왕따인 오빠가 졸업 소풍 날 혼자 인근 수족관으로 가던 중 여동생에게 붙잡혀 원치 않은 동행을 하게 된 <나의 졸업여행>.

이들이 잃어버린 물건은 여동생의 파우치.

그 파우치 속엔 '숨겨둔 보물'인 머리끈이 있었는데...


"그럴 때 내 생일이 돼서 가족이 다 같이 축하해줬고, 오빠한테서도 이런 귀여운 머리끈을 받고는...... 가족 모두가 날 '미 짱'이라 부르며 진짜 여자아이로 생각하고 소중하게 대해주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 싶더라고."

"에? 에? 무슨 소리야?"

이야기가 연결이 되지 않아 신노스케가 몸을 앞으로 쑥 내민다.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 가족 모두가 날 여자아이라고 생각해주는데,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뭐라 말하든, 뭔 상관이냐는 결론이 딱 내려지더라고. 왜냐면 그 아이들은 날 조금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데다 나도 그 아이들은 아무래도 좋았거든. 그럼, 나도 마음대로 떠들어라 싶더라고. 별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그야 뭐 조금은 상처를 입겠지만, 내 전부가 흔들리거나 끽소리 한번 못 하고 죽어지내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았어." - page 153


역시나 저에겐 가족 간의 소중함이 더 애틋하게 다가왔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지만 트라우마로 사람을 살리는 데 강박감을 느끼는 의사가 당직 순찰을 돌던 중 외박을 내준 환자가 집 열쇠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다시 돌아왔다는 환자의 진심을 알게 되는 <UFO와 유령>. 


"'온전하게 산다'는 말에 담긴 의미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고 생각해요. 전 병원에 있었을 때 건강한 사람처럼 사는 게 '온전하게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주 괴로웠어요. 나 자신이 마치 이미 죽은 사람처럼 느껴져서, 죽은 주제에 소중한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고 민폐를 엄청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더는 못 견디겠다 싶었는데...... 하지만 그분한테서 '사람은 태어나면 살아야 할 의무가 있어'라는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의무가 있다고. 의무가 있는 거면 별수 있나. 그냥 힘내서 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page 206 ~ 207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모히칸 헤어스타일의 그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시리즈>의 퍼즐들이 맞춰지게 됩니다.


"모든 게 펭귄을 찾으면서 시작됐으니까 펭귄 매직이네."

"펭귄 매직이라고. 그거 좋은데." - page 317


책을 덮는 순간 울컥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사람을 태우고 이곳저곳을 연결해주는 열차처럼.

펭귄을 보게 되면 '행운'인 것처럼.

펭귄열차를 만난 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어디선가 펭귄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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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12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펭귄매직이라~ 넘 예쁜 말인데요 ㅎㅎ일본은 역관련 이야기들이 많은거 같아요.
 
바다 인문학 - 동해·서해·남해·제주도에서 건져 올린 바닷물고기 이야기
김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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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오징어, 땅콩!'

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귀한 몸이 된 '오징어'.

이젠 오징어가 아닌 '금(金)징어'라 불러야 했고 그뿐만 아니라 갈치도, 꽁치도 나의 어린 시절 식탁에 존재하던 이들이 이젠 그리운 존재로 되어버린 요즘.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너무나도 당연히 있을 거라 여겼기에 그 소중함을 몰랐던 지난날.

이제라도 알고 싶은, 아니 당연히 알아야 했습니다.

특히나 우리의 바다, 그 바다에 서식하는 바닷물고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알고 싶었습니다.

그렇게해서 읽게 된 이 책.

읽고 난 뒤 바다의 푸르름이 가슴속에 밀려들곤 하였습니다.


바다는 인간의 고향이자, 바닷물고기의 삶터다

명태에서 멸치까지, 동해에서 제주도까지,

바다와 자연과 인간의 숭고한 삶에 대해


『바다 인문학』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싸 수심이 깊고 대륙붕이 발달하지 않아 조석보다 해류의 영향이 큰 '동해',

수심이 얕고 대륙붕이 발달해 해루보다 조석과 조류 영향이 큰 '서해',

내만이 발달하고 섬이 많으며 역시나 조석과 조류 영향을 받는 '남해',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해안을 이루는 제주도까지.

이러한 바다와 해안의 특징은 바닷물고기를 포함한 해양생물의 서식에 큰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물새의 먹이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도구와 방법과 어촌 생활에도 큰 영향을 주며, 음식 문화에도 영향을 주는 등 바다는 해양생물이 생활하는 삶터이자 우리 인간의 삶이 시작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바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책에서는 바닷물고기 22종을 통해 바다와 물고기와 사람살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멸치, 아귀, 조기, 전어, 대구, 갈치, 옥돔 등.

친숙한 이들의 등장은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나의 밥도둑 '고등어'.

가을에 잡은 고등어는 값이 싸고 영양가가 높아 '바다의 보리'라고 불렸다는 이 고등어.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남획도 문제로 어획량이 줄어들곤 하였지만 다행스럽게도 과학적인 연구에 기반한 대책 수립으로 이젠 수족관에서 만나고 싱싱한 회로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안도감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몰랐는데 루시드 폴의 <고등어>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꼭 한 번 들어보기를 추천합니다.

고등어가 전한 위로...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난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루시드 폴의 <고등어> 중


흥~ 흥!

막힌 코도 뚫어주는 삭힌 맛의 일품인 '홍어'.

『자산어보』에 홍어의 생태적 특징을 적어놓았다는데...


홍어잡이는 "동지 뒤에야 분어를 비로소 잡기 시작한다. 입춘 전후가 되어 살지고 커져서 맛이 좋다가, 3~4월이 되면 몸통이 야위어져서 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또 수컷은 "날개 양쪽에는 잔가시들이 있는데, 암컷과 교미할 때는 날개가 있는 가시들로 암컷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짝짓기를 한다. 더러는 암컷이 낚시를 물고서 엎드려 있으면 수컷이 암컷에게 다가가 교미한다. 이때 낚시를 들어 올리면 수컷도 함께 따라 올라온다"고 했다. 그래서 "암컷은 식탐 때문에 죽었고 수컷은 색욕 때문에 죽었으니, 색욕을 탐하는 자의 경계로 삼을 만하다"고 적었다. - page 166


이런 사실도 있었구나!

그리고 깊은 바다에서 적응해 살기 위한 생존법을 남도 사람들이 음식 문화로 승화시켰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였습니다.


홍어는 자신의 몸에 염도를 높이는 생존 전략을 택했다. 수심 80미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이다. 싱싱한 홍어에 톡 쏘는 맛이 없는 것은 요소가 아직 암모니아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썩었다는 것은 홍어 몸속의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되는 현상이다. 맛있는 홍어를 앞에 두고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화장실에서 비슷한 냄새를 경험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흑산도에서는 막 잡아서 경매로 받아온 홍어를 손질해 썰어 놓는다. 정말 홍어회가 맑은 선홍빛이다. 어떤 바닷물고기의 속살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은근히 유혹하는 색감 못지않게 맛도 독특하다. 삭힌 홍어 맛은 코를 뻥 뚫리게 하는 강한 암모니아, 심하면 재채기를 하고 입천장을 벗겨낸다. 싱싱한 홍어의 찰지면서 입에 착 감기는 맛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씹으면 입안에서 양이 2배로 늘어나는 독특한 식감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며 상상하기 어렵다. - page 173


홍어 맛을 아는 사람들은 어창에서 새어나오는 홍어 썩는 냄새만 맡고도 환장하며 오죽하면

'명주옷 입고도 홍어 칸에 들어가 앉는다'

고 하지만... 저에겐 아직...


인상적이었던 물고기 중 하나는 '서대'였습니다.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서대.

가자미목에 속해 눈이 좌우 한쪽으로 쏠려 있어 모양새로 보면 '비목어'라고 할 만한, 완전체가 되려면 또 다른 어류가 옆에 붙어주어야 한다는, 그래서 제짝을 만나면 헤어지지 않고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고 류시화 시인이 노래한 서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서대는 여수 섬마을 빨랫줄이나 건조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생선이다. 손님이나 자식들이 찾아왔을 때 쉽게 밥상에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명절에 자식들에게 보낼 수 있는 엄마표 '슬로피시(지속가능한 어업과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다. 여수의 작은 섬 소경도에서는 서대를 빨랫줄에 널고 모기장을 씌워 정성스럽게 말리는 어머니를 만났다. 영감 제사에 올리고 명절에 자식들에게 보낼 것을 준비한다고 했다.

서대든 박대든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계절에 맛이 좋다. 영광 백수 해안도로에 보리밭이 누렇게 익어간다. 조기가 떠난 자리에 서대든 박대든 어느 것이나 눌러앉았으면 하는 것이 어민들의 마음이다. 갯벌은 그대로인데 그 많던 서대는 어디로 갔을까? - page 285



우리의 바닷물고기들을 살펴보면서 이런 어업이, 우리의 식문화가 지속 가능하려면 바다 환경과 생물종의 다양성을 지켜야 함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린 그들과 공존하고 공생하는 관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라도 '바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들이 잘 살아갈 때 우리 역시도 건강하고 즐거운 밥상과 이웃의 삶을 지탱할 수 있음을.

새기고 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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