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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 - 한 올 한 올 나만의 결대로 세상에 적응해나가는 극세사주의 삶에 관하여
김지수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3월
평점 :
책 제목이 참 와닿았습니다.
아마 제 심정과도 같았기 때문이었을까...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누군가 다가오면 반가움보단 낯섦과 두려움이 생기는 나.
그래서 세상살이가 녹록지 않습니다.
주변에선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뿐이었기에 마음을 터놓을 수 없었는데 이 책을 만나자마자 읽으면서 어찌나 공감이 되던지...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난 느낌이랄까!
다음에도 또 만나길 기대하며...
"일정한 분량의 낯섦과 설렘으로
꾸준히 연결되는 어떤 마음들에 관하여"
『서로에 관한 것은 우연히만 알았으면 좋겠어』

남의 컵 쓰기를 싫어하는 오염 강박, 타인의 한마디에 밤새 곱씹는 불안, 수시로 SNS를 탈퇴하는 사회성 결핍, 내 식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통제광...
이런 섬세하고 예민한 성향을 지닌 그녀.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그랬다. 새침데기의 이면에 나는 언제나 사랑을 하고자 했다. 표현이 서툴러 달리 새어나간 말들과 사랑해서 지키고 싶었던 거리를 근거로. 지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촘촘하게 선을 긋고, 넘어오는 모든 것을 불편해한다. 하지만 우리 사이엔 건강한 거리가 있고,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관계가 있다. 그런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익숙지 않은 세상 속에 조우하는 기쁨과 슬픔을 꼭 끌어안고서. - page 7
극강의 촉촉함을 담아내기 위해 겉면이 바삭해진 이른바 '겉바속촉 초코칩'이 된 그녀.
촉촉한 초코칩 나라에서 조금은 움츠러들지라도 자신만의 결대로 속도와 방향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가끔 갈등은 버겁다. 감정이 들고, 시간이 들고, 노력이 든다. 사는 게 바쁘면 무슨 소용인가 싶고 고개를 돌려 모른 척하고 싶어진다. 나의 마음을 짚어보고, 상대에게 전달하고, 마음에 귀를 기울여, 또다시 생각하는 일련의 과정. 풀리지 않는 대화에 간 떨어지는 일 없이 그저 평화로운 하루하루를 지속하고 싶다. 그러나 나는 그럴 수 없다. 천성이 그런 사람인가보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난리법석을 떨며 사랑하고 싶다. 원래 사랑은 어려운 법이다. - page 238
인상적인 문장들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섬세한 그녀가 바라본 '삶'이란...
"산다는 건, '낯섦'과 '낯익음'이라는 극단의 감정을 번갈아 오가는 일이다." - page 163
그렇기에 인생은 얼마나 피곤한 것인가!
세상만사가 그러하듯 예민함은 좋고도 나쁘다. 그리고 내 성취의 대부분은 이 예민함에서 온다. 첨예하게 갈려버린 정신은 아주 작은 것에도 민감하다. 정확하고 신속하다. 그러나 동시에... 피곤하다. 몸과 마음을 쉴 틈 없이 갈아버리니 남아나는 데가 없다. 욱신거리는 다래끼와 가위눌림으로 굳어진 목. 나는 오늘도 벌게진 눈을 하고 글을 쓴다.
'인생은... 원래 피곤하다.' - page 119
낯선 것투성이인 세상에 조금씩 뿌리를 내리며 낯익음으로 서로 공생하며 살아감이 어쩌면 그녀뿐만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있기 마련입니다.
서로의 방식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이 모두에게 낯선 세상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덕분에 제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되돌아보기도 하였고 두렵기만 하였던 세상에 조심스레 한 발을 내밀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