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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ㅣ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22년 3월
평점 :
전철을 타고 다니는 귀여운 펭귄 한 마리.
그리고 빨간 머리 훈남 역무원이 있는 종점역 분실물센터의 가슴 따뜻한 에피소드들이 담겼던 소설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5년 만에 우리 곁으로 찾아왔습니다.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펭귄철도를 타고 분실물센터로 향하는 이들.
그곳에서 진정 소중한 것들을 발견하며 새롭게 나아가는 모습이.
벌써부터 가슴이 따뜻해지고 있었습니다.
펭귄이 사라졌다?
전철 분실물센터에 사는 치명적 펭귄과
빨간 머리 훈남 역무원 콤비의 일상 감동 판타지!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리턴즈』

4편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바닷가 공장지대에 자리한 우미하자마역.
종점역까지 운행되는 오렌지색 전철.
마치 비밀의 방처럼 대합실 벽 너머에 숨어 있는 사무실.
빨간 머리 역무원.
잃어버린 물건을 되찾아주는 것까진 변함없이 있었지만 그의 파트너인 펭귄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펭귄은 다른 장소에서 발견되고 펭귄을 쫓다가 또 한 명 의문의 남자를 마주하게 됩니다.
모히칸 스타일의 남자.
너무나도 수상쩍은 이 남자의 정체는 무엇일까?
알고 보니 이 에피소드들은 2월 15일 하루 동안 일어난 일들이었다는 사실!
한 편의 옴니버스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해피엔딩임에 위로받았다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부모의 재혼으로 맺어진 동급생 의붓남매가 또다시 남남이 되기 전 서로 몰랐던 점을 알게 되는 <반짝반짝 데이지>.
그들이 잃어버린 건 부모님의 이혼 신청서.
이혼 신청서를 펭귄이 물고 간 것 같다며 펭귄의 행방을 쫓게 되면서 알게 된 진심.
"저기 말이야, 부모님이 이혼하든 말든 떨어져 살든 말든, 우리는 남매로 지내도 되잖아? 난 그렇게 생각해. 앞으로도 줄곧 우에조노 군과 남매로 지내고 싶어. 더 이상 혼자가 되는 건 싫으니까 우에조노 군은 앞으로도 내 남동생으로 있어줬으면 해. 어때?"
료카는 배낭 어깨끈을 쥔 채 대답을 기다렸다. 떡 입을 벌리고 료카를 보던 히지리가 천천히 시선을 돌려 데이지가 피어 있느 ㄴ화단을 보았다.
"......데이지."
"하?"
"그러니까 데이지 꽃말이라고. 몰라?"
"'동감이에요'?" - page 78
그렇지 않아도 최근에 데이지를 보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 느낌이 다시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사립중학교 입시에 실패하고 왕따인 오빠가 졸업 소풍 날 혼자 인근 수족관으로 가던 중 여동생에게 붙잡혀 원치 않은 동행을 하게 된 <나의 졸업여행>.
이들이 잃어버린 물건은 여동생의 파우치.
그 파우치 속엔 '숨겨둔 보물'인 머리끈이 있었는데...
"그럴 때 내 생일이 돼서 가족이 다 같이 축하해줬고, 오빠한테서도 이런 귀여운 머리끈을 받고는...... 가족 모두가 날 '미 짱'이라 부르며 진짜 여자아이로 생각하고 소중하게 대해주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자 싶더라고."
"에? 에? 무슨 소리야?"
이야기가 연결이 되지 않아 신노스케가 몸을 앞으로 쑥 내민다.
"그러니까 말이야! 우리 가족 모두가 날 여자아이라고 생각해주는데,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뭐라 말하든, 뭔 상관이냐는 결론이 딱 내려지더라고. 왜냐면 그 아이들은 날 조금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데다 나도 그 아이들은 아무래도 좋았거든. 그럼, 나도 마음대로 떠들어라 싶더라고. 별 상관도 없는 사람들이 무슨 소리를 하든, 그야 뭐 조금은 상처를 입겠지만, 내 전부가 흔들리거나 끽소리 한번 못 하고 죽어지내지는 않을 거라는 걸 알았어." - page 153
역시나 저에겐 가족 간의 소중함이 더 애틋하게 다가왔었습니다.
대학병원에서 일하지만 트라우마로 사람을 살리는 데 강박감을 느끼는 의사가 당직 순찰을 돌던 중 외박을 내준 환자가 집 열쇠를 잃어버리는 바람에 다시 돌아왔다는 환자의 진심을 알게 되는 <UFO와 유령>.
"'온전하게 산다'는 말에 담긴 의미는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다고 생각해요. 전 병원에 있었을 때 건강한 사람처럼 사는 게 '온전하게 사는' 거라는 생각이 들어 아주 괴로웠어요. 나 자신이 마치 이미 죽은 사람처럼 느껴져서, 죽은 주제에 소중한 사람들의 시간을 빼앗고 민폐를 엄청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더는 못 견디겠다 싶었는데...... 하지만 그분한테서 '사람은 태어나면 살아야 할 의무가 있어'라는 말을 듣고 나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의무가 있다고. 의무가 있는 거면 별수 있나. 그냥 힘내서 살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page 206 ~ 207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이야기는 모히칸 헤어스타일의 그의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시리즈>의 퍼즐들이 맞춰지게 됩니다.
"모든 게 펭귄을 찾으면서 시작됐으니까 펭귄 매직이네."
"펭귄 매직이라고. 그거 좋은데." - page 317
책을 덮는 순간 울컥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사람을 태우고 이곳저곳을 연결해주는 열차처럼.
펭귄을 보게 되면 '행운'인 것처럼.
펭귄열차를 만난 건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은 어디선가 펭귄을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상상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