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인문학 - 동해·서해·남해·제주도에서 건져 올린 바닷물고기 이야기
김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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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오징어, 땅콩!'

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귀한 몸이 된 '오징어'.

이젠 오징어가 아닌 '금(金)징어'라 불러야 했고 그뿐만 아니라 갈치도, 꽁치도 나의 어린 시절 식탁에 존재하던 이들이 이젠 그리운 존재로 되어버린 요즘.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너무나도 당연히 있을 거라 여겼기에 그 소중함을 몰랐던 지난날.

이제라도 알고 싶은, 아니 당연히 알아야 했습니다.

특히나 우리의 바다, 그 바다에 서식하는 바닷물고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알고 싶었습니다.

그렇게해서 읽게 된 이 책.

읽고 난 뒤 바다의 푸르름이 가슴속에 밀려들곤 하였습니다.


바다는 인간의 고향이자, 바닷물고기의 삶터다

명태에서 멸치까지, 동해에서 제주도까지,

바다와 자연과 인간의 숭고한 삶에 대해


바다 인문학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싸 수심이 깊고 대륙붕이 발달하지 않아 조석보다 해류의 영향이 큰 '동해',

수심이 얕고 대륙붕이 발달해 해루보다 조석과 조류 영향이 큰 '서해',

내만이 발달하고 섬이 많으며 역시나 조석과 조류 영향을 받는 '남해',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해안을 이루는 제주도까지.

이러한 바다와 해안의 특징은 바닷물고기를 포함한 해양생물의 서식에 큰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물새의 먹이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도구와 방법과 어촌 생활에도 큰 영향을 주며, 음식 문화에도 영향을 주는 등 바다는 해양생물이 생활하는 삶터이자 우리 인간의 삶이 시작되는 곳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바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책에서는 바닷물고기 22종을 통해 바다와 물고기와 사람살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멸치, 아귀, 조기, 전어, 대구, 갈치, 옥돔 등.

친숙한 이들의 등장은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나의 밥도둑 '고등어'.

가을에 잡은 고등어는 값이 싸고 영양가가 높아 '바다의 보리'라고 불렸다는 이 고등어.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남획도 문제로 어획량이 줄어들곤 하였지만 다행스럽게도 과학적인 연구에 기반한 대책 수립으로 이젠 수족관에서 만나고 싱싱한 회로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안도감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몰랐는데 루시드 폴의 <고등어>라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꼭 한 번 들어보기를 추천합니다.

고등어가 전한 위로...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난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루시드 폴의 <고등어> 중


흥~ 흥!

막힌 코도 뚫어주는 삭힌 맛의 일품인 '홍어'.

『자산어보』에 홍어의 생태적 특징을 적어놓았다는데...


홍어잡이는 "동지 뒤에야 분어를 비로소 잡기 시작한다. 입춘 전후가 되어 살지고 커져서 맛이 좋다가, 3~4월이 되면 몸통이 야위어져서 맛이 떨어진다"고 했다. 또 수컷은 "날개 양쪽에는 잔가시들이 있는데, 암컷과 교미할 때는 날개가 있는 가시들로 암컷을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짝짓기를 한다. 더러는 암컷이 낚시를 물고서 엎드려 있으면 수컷이 암컷에게 다가가 교미한다. 이때 낚시를 들어 올리면 수컷도 함께 따라 올라온다"고 했다. 그래서 "암컷은 식탐 때문에 죽었고 수컷은 색욕 때문에 죽었으니, 색욕을 탐하는 자의 경계로 삼을 만하다"고 적었다. - page 166


이런 사실도 있었구나!

그리고 깊은 바다에서 적응해 살기 위한 생존법을 남도 사람들이 음식 문화로 승화시켰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였습니다.


홍어는 자신의 몸에 염도를 높이는 생존 전략을 택했다. 수심 80미터에서 살아남기 위한 적응이다. 싱싱한 홍어에 톡 쏘는 맛이 없는 것은 요소가 아직 암모니아로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썩었다는 것은 홍어 몸속의 요소가 암모니아로 분해되는 현상이다. 맛있는 홍어를 앞에 두고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화장실에서 비슷한 냄새를 경험할 수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흑산도에서는 막 잡아서 경매로 받아온 홍어를 손질해 썰어 놓는다. 정말 홍어회가 맑은 선홍빛이다. 어떤 바닷물고기의 속살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은근히 유혹하는 색감 못지않게 맛도 독특하다. 삭힌 홍어 맛은 코를 뻥 뚫리게 하는 강한 암모니아, 심하면 재채기를 하고 입천장을 벗겨낸다. 싱싱한 홍어의 찰지면서 입에 착 감기는 맛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씹으면 입안에서 양이 2배로 늘어나는 독특한 식감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며 상상하기 어렵다. - page 173


홍어 맛을 아는 사람들은 어창에서 새어나오는 홍어 썩는 냄새만 맡고도 환장하며 오죽하면

'명주옷 입고도 홍어 칸에 들어가 앉는다'

고 하지만... 저에겐 아직...


인상적이었던 물고기 중 하나는 '서대'였습니다.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서대.

가자미목에 속해 눈이 좌우 한쪽으로 쏠려 있어 모양새로 보면 '비목어'라고 할 만한, 완전체가 되려면 또 다른 어류가 옆에 붙어주어야 한다는, 그래서 제짝을 만나면 헤어지지 않고 "평생을 두 마리가 함께 붙어 다녔다는 외눈박이 물고기 비목처럼 사랑하고 싶다"고 류시화 시인이 노래한 서대.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서대는 여수 섬마을 빨랫줄이나 건조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생선이다. 손님이나 자식들이 찾아왔을 때 쉽게 밥상에 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명절에 자식들에게 보낼 수 있는 엄마표 '슬로피시(지속가능한 어업과 책임 있는 수산물 소비)'다. 여수의 작은 섬 소경도에서는 서대를 빨랫줄에 널고 모기장을 씌워 정성스럽게 말리는 어머니를 만났다. 영감 제사에 올리고 명절에 자식들에게 보낼 것을 준비한다고 했다.

서대든 박대든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계절에 맛이 좋다. 영광 백수 해안도로에 보리밭이 누렇게 익어간다. 조기가 떠난 자리에 서대든 박대든 어느 것이나 눌러앉았으면 하는 것이 어민들의 마음이다. 갯벌은 그대로인데 그 많던 서대는 어디로 갔을까? - page 285



우리의 바닷물고기들을 살펴보면서 이런 어업이, 우리의 식문화가 지속 가능하려면 바다 환경과 생물종의 다양성을 지켜야 함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린 그들과 공존하고 공생하는 관계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라도 '바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할 때입니다.

그들이 잘 살아갈 때 우리 역시도 건강하고 즐거운 밥상과 이웃의 삶을 지탱할 수 있음을.

새기고 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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