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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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동네 책방을 찾아다니곤 하였습니다.

책방마다 전해주는 색다른 위로에 기대고 있으면 지쳤던 마음이 치유된다고 할까.

그리고 책방마다 추천하는 도서나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책들을 마주하게 되면 어느새 제 품으로 데려와 그때의 느낌을 고스란히 책 속에 담아두곤 하는데...

​

지난 몇 년간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책'이라든지 '서점'과 관련된 이야기에 기대며 잠시나마 위안을 받곤 하는데...

이 소설책을 보자마자 '이거다!' 란 느낌이 확 들었습니다.

마음이 먼저 반응했던 이 소설.

읽으면서 취향 저격으로 더디게 읽고 싶었던 이 소설.

역시나 읽기를 잘했다고 느껴진 이 소설.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음이 쉬어가는 곳,

여기는 '소양리 북스 키친'입니다

​

『책들의 부엌』



'곧 이 공간이 책 냄새 가득한 공간으로 변신하겠지.' - page 8

​

굽이굽이 이어진 산등성이 아래 자리 잡은 '소양리 북스 키친'.

왜 '북스 키친'일까?

​

책으로 가득한 공간에 맞는 이름을 고민하던 중, 책마다 감도는 문장의 맛이 있고 그 맛 또한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 생각났다. 각각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추천해 주듯 책을 추천해 주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힐링이 되듯 책을 읽으며 마음을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북스 키친'이라고 이름 붙이게 되었다. - page 12 ~ 13

​

그렇게 맛있는 책 냄새가 폴폴 풍겨서 사람이 모이고, 숨겨뒀던 마음을 꺼내서 보여주고 위로하고 격려 받는 공간.

여기 '소양리 북스 키친'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진과 수혁, 시우 그리고 세린까지.

이곳에 찾아온 이들과 함께 그려지는 맛있는 이야기가 마음의 허기를 채워주고 있었습니다.

​

'북스 키친'은

그리웠던 추억을 소환시켜주었고,

잊고 지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주었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주는,

따스한 손길로 위로를 건네고 있었습니다.

이런 곳이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을까...?!

​

그리고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책'으로의 처방이 있었습니다.

그것도 요즘 화제의 책들이 소개되었기에 저도 그 책들로부터의 위로를 받고자 합니다.

​

날도 좋아진 요즘.

조금씩 예전처럼의 생활이 가능해졌기에 저도 다시 책방으로의 여행을 떠나볼까 합니다.

책방의 공기가, 책들이 말없이 건네는 위로.

오롯이 몸으로 느껴보고 싶어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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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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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었던 스릴러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이 작품의 작가 '피터 스완슨'.

하지만 그 이후의 작품들은 전에 주었던 그 짜릿함을 저에게 주진 않았기에 흐지부지하고 있었던 찰나!

이번 소설을 마주하자마자 찌릿한 느낌이 먼저 들었습니다.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읽고 그 방법을 따라 했다는 겁니까?"


다시 예전의 그로 귀환한 것일까?!

이 궁금증.

참을 수 없었습니다.


"완벽한 살인, 범인이 절대 잡히지 않을 리스트.

누군가 그 책들에 나오는 살인 방법을 성공적으로 모방했다면?

결코 잡히지 않을 터였다."


들킬 리 없는 완전범죄를 저지른 살인자를 잡을 수 있을까

고전 스릴러 소설 팬들을 위한 가장 완벽한 오마주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보스턴에 있는 추리소설만 취급하는 올드데블스 서점을 운영하며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 '맬컴 커쇼;.

일기예보에 따르면 아침에 시작된 눈보라가 내일 오후까지 계속될 예정이었고, 사립학교들은 이미 오늘은 단축 수업, 내일은 아예 휴교를 하겠다고 발표한 터였습니다.

문을 안 열었어도 되는데...


서점에는 나 혼자였다. 그날 왜 서점 문을 열었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 page 9


문을 닫으려고 했는데 전화 한 통이 걸려오고 몇 분 뒤 서점 문을 밀치고 FBI 멀비 요원이 들어옵니다.


"시작하기 전에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어요. 이제부터 우리가 하게 될 이야기는 반드시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 공식 기록에 나와 있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닌 이야기도 있어서요." - page 13


그렇게 입을 뗀 그녀는 몇몇 피해자들의 이름을 나열하고는 살인사건들의 연관성에 대해 묻기 시작합니다.

근데 왜 자신을 찾아온 것일까...?

단지 내가 추리소설 전문 서점의 주인이기 때문에?

아니면 책을 구하려고? 

하지만 그렇다면 왜 아까 전화했을 때 콕 집어서 나와 통화하고 싶다고 했을까?

잠깐의 침묵 뒤에 멀비 요원은 가죽 가방의 지퍼를 열더니 종이 한 장을 꺼냈습니다.


"2004년에 당신이 이 서점 블로그에 썼던 리스트, 기억하세요?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리스트였죠." - page 19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은 당시 새로운 보스였던 존 헤일리가 좋아하는 추리소설 리스트를 써서 올리라고 했지만 그는 범죄소설에 등장하는 완벽한 살인 리스트를 써 올드데블스 블로그가 자신을 유명 범죄소설 전문가로 만들어줄 거란 망상에 빠져 올린 글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범죄소설 가운데 가장 똑똑하고 독창적이면서 실패할 확률이 없는 살인을 저지른 여덟 작품을 모아놓은 포스팅이었는데...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읽고 그 방법을 따라 하기로 했다는 겁니까? 그것도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면서요? 그게 당신 가설인가요?"

멀비 요원이 입술을 쭉 내밀자 원래 창백했던 입술이 한층 더 창백해졌다. 그녀가 말했다. "터무니없는 말로 들리는 거 아는데......"

"아니면 내가 그 리스트를 작성하고 직접 실행해보기로 했다고 생각합니까?" - page 33


처음엔 낯모르는 이들이 살해당했으나 다섯 번째 피해자는 서점 단골손님이었기에 범인이 누구든 간에 단순히 자신의 리스트만 이용하는 게 아니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범인은 나를 알고 있다. 잘은 모르더라도 약간은. - page 44


살인자의 손길은 점점 커쇼를 향해 다가오고...

도대체 범인은 누구일까....?

왜 이런 일을 저지르는 것일까...?

숨막히는 긴장감과 함께 쫓고 쫓기는 주인공과 살인자의 두뇌 싸움 속에서 조금씩 진실들이 밝혀지고 있는데...


역시!

다시 그가 돌아왔었습니다.

특히나 이번 소설은 고전 스릴러들이 단서로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완벽한 오마주를 이룸에 감탄을 연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개되었던 작품들을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

아이라 레빈의 《죽음의 덫》

A.A. 밀른의 《붉은 저택의 비밀》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살의》

제임스 M. 케인의 《이중 배상》

존 D. 맥도널드의 《익사자》

도나 타트의 《비밀의 계절》


'완벽한' 살인을 하고 마지막 '완벽한' 진실을 남긴 살인자.

정말 그는 완벽했던 것일까...?!

이 질문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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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콘서트 - 와인글라스에 담긴 인문학 이야기
김관웅 지음 / 더좋은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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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과 인문학의 만남. 보다 깊고 풍부한 맛을 음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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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콘서트 - 와인글라스에 담긴 인문학 이야기
김관웅 지음 / 더좋은책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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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물방울』이란 만화책을 만났을 때의 그 짜릿함!

'와인'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직접 마셔보기도 하였지만...

음...

비기너인 저에겐 아직 와인의 특별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마치 '첫키스는 레몬맛에, 귓가에 종소리가 울린다'는 말이 있지만 실제론 아니었다는 것처럼 저에게 '와인'은 그러했습니다.


와인의 맛보단 뭔가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그 매력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와인에 대한 맛의 특징이나 물리적인 모습보단 와인에 얽힌 재미있는 역사적, 문화적 내용을 소개하거나 와인을 경제학적인 시각을 통해 풀어낸 인문학으로 와인이 가진 '매력'을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여느 와인 이야기와는 다르게 다가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인류의 곁에는 항상 와인이 있었다

와인에 녹아 있는 전쟁, 역사, 경제, 상식을 만난다!


『와인 콘서트』



책은 네 가지 테마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1부에는 <전쟁과 와인>으로 십자군 전쟁이 탄생시킨 '부르고뉴 와인'을 시작으로 영국과 프랑스 백년전쟁이 와인 쟁탈전까지 확장된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습니다.

2부에는 <와인에 취한 인류>로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다양한 명품 와인들의 탄생 비화들이 저에게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장이었습니다.

3부에는 <와인의 경제학>으로 와인의 가격을 높여버린 '엉 프리뫼르', 희소성 때문에 돈이 있어도 살 수 없는 '로마네 꽁띠', 줄 세우기 마케팅으로 추종자들을 거느리게 된 '나파 밸리' 와인 등 와인 속에 감춰진 경제학적 실체가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마지막 4부에는 <궁금증으로 풀어보는 와인>으로 이제 와인에 입문하여 궁금한 것이 많지만 누구도 잘 가르쳐주지 않았던 와인 상식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스토리텔링'으로 진행되고 있었기에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성경 속 창세기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와인'.




노아가 대홍수를 겪은 후 방주에서 나와 처음 밟은 땅이 터키 남동부의 아라라트산 높은 계곡이었는데 이 곳에 정착해 처음 심은 게 포도나무였다고 합니다.

아라라트산이 있는 아르메니아 고원 북쪽에는 조지아가 위치해 있고 이 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로 그 역사가 무려 8,500년에 달한다고 하고 방주에서 내린 노아를 취하게 만든 와인이 8000년이 넘게 인류의 입맛을 사로잡아왔다는 사실은 실로 놀라웠습니다.


'레이디 퍼스트'

이 말이 와인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와인을 마실 때 보면 식전 절차가 꽤 까다롭게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와인이 나오면 모임을 주최하는 사람이 먼저 와인을 마셔 보이며 상대방에게 독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게 와인 에티켓이 된 것이죠. 와인 잔을 따를 때 호스트 다음에 받는 사람이 여성인데 이것도 여성 존중과는 거리가 멉니다. 왕이나 영주, 귀족 등이 식사를 할 때는 시식 시종이 항상 따라붙지만 만약에 모임의 특성상 그 자리에 배석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함께 온 여성이 먼저 와인을 맛보고 독이 있는지를 확인하게 한 데서 유래했습니다. - page 102 ~ 103


독살에 대한 공포로 유래된 '레이디 퍼스트'라는 말.

의미가 배려가 아닌 잔인한 에티켓이었다는 사실이!

하아...

이제 누군가 나에게 이 말을 건넨다면 거리를 두어야하는 것일까...(ㅋㅋ)


그리고 와인의 세계에서 2007년 말 온라인 경매사이트 이베이에서 프랑스 보르도를 대표하는 특급 와인 페트뤼스 한 병이 600유로(78만원)에 팔렸다고 합니다.

이 와인은 빈티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한 병에 최소 500만 원 이상 줘야 구할 수 있는 보르도 최고가 와인인데...

알고보니 78만 원 가격은 빈병 가격이었다는 사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와인 시장만큼 가짜가 판치는 곳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왜 이런 가짜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병에 담겨 유통되는 순간, 발각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고 무엇보다 초고가 와인을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그 와인의 맛을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데 있었습니다.


한 병에 500만 원이 넘는 페트뤼스, 3,000만 원이 넘는 로마네 꽁띠는 물론이고 족히 100만 원을 웃도는 보르도 특급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이런 와인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정말 돈이 많은 재벌가의 자손이 아닌 이상 이미 가산이 많이 탕진돼 더 이상 비싼 와인을 사 먹을 여력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또 재벌 집안일수록 오히려 검약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고가 와인을 많이 먹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초고가 와인을 동경하나요. 한번쯤 새겨볼 일이 아닐까요. - page 208 ~ 210


저도 궁금했던 것 중 하나인 '와인, 어떻게 하면 맛있게 제대로 먹을까요'.

와인은 '세 번 먹는 술'이라고 하였습니다.

입으로 맛보기 전에 먼저 눈으로 코로 즐기며 와인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올리는 것.

하지만 눈으로 짐작한, 코로 예상한 맛이 입에서 그대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전혀 다른 맛일 수도 있기에 저자는 말하였습니다.


와인을 바로 삼키지 말고 입속에 머물고 속으로 셋까지 센 다음 삼켜보세요. 입속에서 보석을 살살 굴리는 느낌으로 하면 됩니다. 와인이 입에서 사라진 다음에는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여러 번 쉬면서 와인의 여운을 즐겨보세요. 음미하는 단계입니다. 그래서 저는 와인을 '네 번 먹는 술'이라고도 말합니다. - page 287


솔직히 좀 더 많은 얘기가 담겨있었다면 하는 아쉬운 바람이 있었습니다.

너무 재밌게 읽었기에 더 궁금하고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저녁엔 와인 한 잔을 해 볼까 합니다.

아직은 진정한 와인의 맛을 모르지만 그 속에 담긴 이야기 중 일부는 책을 통해서 알기에 맛보단 매력 속에 빠져볼까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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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과 나
이소영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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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식물과 관련된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 책도 읽어보고 싶어서 사 놓고는 읽어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나름 바빴다고 하면 핑계이겠지만...)

그러다 이번에 책장에서 꺼내들었습니다.

​

워낙 유명하신 식물세밀화가 이소영 작가님.

전작들보다 이 책이 더 끌렸습니다.

아무래도 '식물'과 그 식물을 닮은 작가님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식물과 작가님,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하며...

​

식물과 함께였기에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된 나

식물과 함께하는 오늘의 나

언제까지나 식물과 함께일 내일의 나

​

『식물과 나』



아침 작업실로 오는 길 화단에서 회양목을 보았다. 꽃을 피우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회양목이 꽃을 피었다는 건 곧 그 옆 왕벚나무에 꽃망울이 맺히고, 땅에서는 노란 민들레와 파란 꽃마리가 피어난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봄이 시작된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수많은 봄꽃이 피어날 것이고, 꽃의 아름다움에 무뎌질 즈음이면 푸르른 잎이 무성해지는 여름이 올 것이다. 그러면 곧 단풍이 들며 잎은 떨어지고, 춥고 건조한 겨울이 오겠지. 그 겨울을 지나면 다시 회양목에 꽃이 피는 봄이 온다. 나는 식물의 생애로 시간의 흐름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반복되는 계절을 살아가는 게 우리 삶이고, 그 시간 속에서 만나는 식물이라는 생명을 기록하는 게 내 일이다. - page 7

​

꽃이 '피고 지는' 과정에서 참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마다의 성실함과 강인함으로 살아가는 식물들을 바라보며 징징거리며 나약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

아무것도 아닌 듯 보이는 작은 알뿌리가 가진 힘을 생각한다. 이 둥근 생명체로부터 만들어질 잎과 꽃, 열매와 씨앗. 그리고 꽃과 열매를 향해 모여들 동물과 인간. 그 놀라운 힘을 떠올리면, 내가 그리는 이 풀꽃 한 송이가 하나의 행성처럼 느껴진다. 또 그런 놀라운 존재 앞에 선 내가 보잘것없고 쓸모없는 동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식물을 관찰하고 그릴수록 나는 더 작아지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은 나를 무의미한 존재로까진 만들지 않는다. 설강화의 작은 알뿌리든 수선화의 큰 알뿌리든 때가 되면 각자의 꽃을 피우고, 각자의 씨앗을 맺는다. 누가 더 대단할 것도 없고 누가 더 특별할 것도 없다. 그저 저마다의 꽃을 저마다의 시기에 피울 뿐이다. 그러니 이 작은 알뿌리들처럼 나 역시 내 존재를 다른 무엇의 삶과 비교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을 하며 삶을 열심히 살아내면 그뿐이라고. 삶에는 이겨내야 할 추운 겨울이 있으면 꽃을 피우는 따뜻한 봄날도 있다는 것을, 내 손에 쥐여진 작은 알뿌리들이 알려주었다. - page 26 ~ 27

​

아무래도 시기가 봄이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할미꽃' 이야기.

실제로 보지는 못했지만 이름 때문에 저도 슬프고 아련한 느낌이 들었는데...

​



솔직히 놀랐습니다.

이른 봄 독특한 색과 질감을 자랑한다는 '할미꽃'.

특히 이 꽃의 몸 점체에 밀생하는 흰털이 햇볕 아래서 광채를 내뿜으며 빛난다고 하니 이름과 매치가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다시 봄이 오면 아이들과 함께 할미꽃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

초여름부터 산과 도시 가릴 것 없이 많이 볼 수 있는 '산수국'.

수국의 화려함에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우리가 꽃이라 부르며 좋아하는 가장자리의 커다란 장식화는 암술과 수술이 없어 생식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중성화 혹은 가짜 꽃이라고 불리는데 생식 기능을 못하는 대신 화려한 모습으로 중심의 작디작은 양성화의 수분을 돕는 매개곤충을 유인한다고 하였습니다.

이 산수국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었습니다.

​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양성화로, 또 누군가는 중성화로, 또 누군가는 벌과 같은 존재로 살아간다. 어쩌면 모두가 세상의 중심에서 참꽃, 진짜 꽃이라 불리는 양성화로 살아가기를 꿈꿀지 모른다. 그러나 양성화는 중성화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중성화도 양성화가 없이는 존재에 의미가 없다. - page 107

​

어쩌면 그냥 지나쳤던 식물들, 잘 몰랐던 식물들을 세밀화가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니 좀 더 자세하게 다정히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식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

사람들은 식물이 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라고 말한다. 움직일 수 없고 그래서 다른 생물의 고역을 당하기 쉽다고. 하지만 그건 우리 인간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식물은 우리보다 강하다. 오랜 시간 끈기 있게 변화하며 지능적으로 공격에 대응할 방법을 강구해낸다. 밟혀도 밟혀도 살아 있는 질경이, 아니 밟히면서 더 먼 곳으로 나아가는 질경이를 그리며 나는 다가오는 날들을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 - page 173

​

식물로부터 위로를, 용기를 받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밖에 나가 묵묵히 자신의 꽃을 피우는 이들을 바라보아야겠습니다.

자세하게.

다정하게.

그리고 그들이 전할 이야기에 마음의 귀를 열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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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5-04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았어요. 그림도 예쁘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