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그리다
박상천 지음 / 나무발전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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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는 장르는...

참 매력적이라 생각됩니다.

긴 호흡의 문장은 아니지만 읽는 이에겐 긴 호흡으로 음미하게 하는...

그리고 하나의 시가 끝나면 좀처럼 헤어나오질 못하게 만드는...

이 묘한 매력이...

​

이 시는 제목에서 뭔가 '뭉클함'이 가슴을 쿵! 하게 하였습니다.

무엇이 내 가슴에 와닿은 것일까...

조심히 시집을 열어보았습니다.

​

늘 있지만

늘 없는 그녀를 생각하며

​

『그녀를 그리다』



​

갑작스런 아내와의 이별.

​

병원에서 걸려온 새벽 전화에 놀라

정신없이 달려갔을 땐,

이미 서로 작별 인사를 나눌 상황이 아니었던

그 새벽 아내와의 이별,

그 새벽과 같은 이별이

내 딸에겐 일어나지 않게 해주소서. - <따뜻한 이별> 중

​

어차피 해야 하는 이별이겠지만 그래도...

아내와 이별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그 새벽의 이별이, 아내의 부재가 그의 삶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아내에 대한 시를...

늘 있지만 늘 없는 아내를...

​



​

먹먹했습니다.

눈물도 나고 미어지는데...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이...

그럼에도

​

살다 보면 살아진다

​

'살다 보면'이라는 노래가 있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

당신이 세상을 떠난 후 나는,

차를 몰고 가다가 길가에 세우고

한참을 울던 시간도 있었지만

살다 보니 살아졌다.

밥을 먹다가도

갑자기 울컥하며 목이 메어

한참을 멍하니 있는 때도 많았지만

살다 보니 살아졌다.

터벅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리는

시간도 많아졌지만

살다 보니 살아졌다.

​

피어나는 꽃들조차 그렇게 싫더니만

살다 보니 살아졌다.

거지 같다 정말 거지 같다,

내가 살아가는 시간들에 대해

속으로 욕을 하며 살았지만

그 시간들도 그렇게 지나가고

살다 보니 살아졌다.

​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진다.

​

그의 이 고백이 오랫동안 남았습니다.

​

사랑하는 이의 부재.

그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전에 그의 소중함을 느끼며 부지런히 열심히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필요함을...

저도 제 옆의 그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해 보았습니다.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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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2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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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1권을 읽었기에!

이제 이 여정의 마지막을 확인할 차례였습니다.

과연 마지막을 장식할 이는 누구일지...

​

바스테트는 상상력을 동원해 위기를 돌파하고

이 행성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

『행성 2』



​

엄마는 이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은 끔찍한 일이 벌어질 전조란다.>

비가 그칠 줄 모르고 내린다.

대군을 거느린 간악한 두 적장이 대체 무슨 모의를 하고 있는 걸까? - page 9

​

양측 제후 쥐들이 당장에라도 맞붙을 기세로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한 일촉즉발의 상황.

이 두 우두머리 사이에 갈등이 싹튼 걸 감지한 이중 스파이(?) 폴은

​

<우리가 수적으로는 압도적 우위에 있으니 이 전쟁에서 패배할 일은 절대 없다, 문제는 내가 이중 스파이냐 아니냐도 아니고 암고양이 한 마리의 존재가 위협이 되느냐 마느냐도 아니다, 문제는 전쟁에서 이긴 후 우리 정부를 우두머리 하나가 통치할 것이냐 아니면 권력을 나눌 것이냐이다.> - page 50

​

라고 말한 그.

그의 이야기를 인간 청중 고양이 청중 할 것 없이 숨죽이며 귀를 기울인 가운데 전한 핵심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

「티무르가 마음을 바꿨어요. 그 USB 케이스가 충격에 강한 걸 잊고 있었다고 하더군요. 폭발이 일어나도 얼마든지 손상되지 않은 상태로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나쁜 소식을 간단히 요약해 말하자면, 당신들은...... 죽게 된다는 거예요.」 - page 54

​

자유의 여신상 아래 광장에 설치된 연단에 흰 털을 가진 쥐 한 마리가 그 위에 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아무렇지 않은 듯 다가가는 바스테트.

​

「항복을 협상하러 왔어, 티무르. 우리한테 안전한 탈출을 보장해 주면 네가 세상에서 가장 가지고 싶어 하는 물건을 줄 용의가 있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확장판>, ESRAE 말이야.」

...

「잘 들어, 티무르. 나는 기꺼이 네 승리를 인정하고 내 패배를 받아들이기로 했어. 우리 고양이가 아닌 너희 쥐가 인간을 계승하는 게 당연한 귀결인 것 같아. 왜 그런지 알아?」

...

「너희가...... 잡식성이기 때문이다.」

그가 논리에 동의하는 듯 보여 나는 즉시 말을 잇는다.

「우리 고양이들은 육식성이기 때문에 먹이가 제한적이야. 쥐든 새든 물고기든 사냥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어. 반면에 너희들은...... 곡식이나 채소나 과일이나 가리지 않고 먹지. 심지어 스티로폼이나 스펀지 같은 걸 먹고도 멀쩡한 쥐들을 봤어.」

...

「나도 처음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은 외면할 수가 없어. 그게 진화의 방향이니까. 티무르, 너는, 머리가 좋은 너희 종 중에서도 특별히 뛰어난 천재 쥐지. 인간들로부터 인공적인 도움까지 받았으니까.」 - page 86 ~ 88

​

쥐들의 공격과 그에 맞서는 고양이들.

최후의 결전이 시작되었습니다.

그 끝은...

​



​

인간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 대해

​

그래, 인간들이 작동하는 방식은 바로 이거다. 일단 공포에 사로잡히면 그들은 만사를 제쳐 두고 죄인부터 하나 만든다. 그러고 나서는 그에게 모든 불행의 책임을 지운다.

그래도 분이 안 풀리면 결국에는 그를 죽이고.

동족에게 위해를 가해서라도 자신들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려는 것이 인간들의 방식이다.

누군가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희생양의 법칙. - page 65 ~ 66

​

하아...

이 답답한 인간들아...

그런 우리들에게 바스테트가 전한 건...

​

「저는 가장 효과적인 동시에 제가 가장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무기를 제안하고자 합니다.」

「무슨 무기 말입니까?」

「...... 소통입니다.」

「누가 누구랑 소통한다는 거죠?」 잠자코 있던 힐러리 클린턴이 다시 끼어든다.

「저와 티무르 말이에요.」 - page 70

​

그 무엇보다 '인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경종을 울려주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생물계의 일원>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생명체 간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

책을 덮어도 쉬이 떨쳐낼 수 없었습니다.

지금의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하나하나 꽂혔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한 번은 읽어보았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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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1 ㅣ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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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겐 믿고 읽는 작가분인 '베르나르 베르베르'.

이 소설은 『고양이』에서 출발한 이야기라는 것을, 『고양이』에서 시작해 『문명』으로 이어져 이 작품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인공 고양이 '바스테트'.

이번엔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하며...

​

과연 지구를 지배하는 동물은 누가 될 것인가?

이 행성의 운명을 건 최후의 결전이 시작된다!

​

『행성 1』



​

나 참, 기가 차서 야옹 소리가 안 나오네, 이 꼴을 보려고 그 고생을 하며 대서양을 건너왔단 말인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 page 13

​

다양한 종을 대표하는 여러 동행들과 함께 대형 범선인 <마지막 희망>호를 타고 35일 동안 죽을 고생을 하며 대서양을 건너온 이들.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거대 도시 뉴욕은 그들의 아메리칸드림을 처참히 무너뜨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수북이 담겨 있던 사료가 먹으려고 입을 갖다 대는 순간 그릇 밖으로 와르르 쏟아져 내리듯이.

​

쥐들이 없는 안전한 요새를 찾았다고 믿었지만 오히려 파리보다도 많은 쥐들이 우글거리고 특유의 냄새를 풍기며 쥐 떼들이 배를 향해 헤엄쳐 오고 결국...

고양이 144마리에 인간 12명, 돼지 65마리, 개 52마리, 앵무새 1마리까지 총 274명의 승객이 일곱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주인공 고양이인 '바스테트'와 그녀의 인간 집사 나탈리, 로망 그리고 수고양이 피타고라스와 바스테트 아들 안젤로, 바스테트와 라이벌인 에스메랄다, 앵무새 샹폴리옹뿐.

갑자기 수많은 동료가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에 당혹스럽다 못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지만 그보다 더 그들의 앞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시작이 좋지 않아.

불안감이 가슴을 답답하게 옥죄어 온다.

바다에 서서히 어둠이 내리자 검은 파도 위에 크고 노란 불덩이가 하나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동료들이 우리의 꿈과 함께 연기가 되어 마지막 안식처일지 모르는 이 땅을 떠나고 있다.

고통은 역시나 남겨진 자들의 몫이지.

모차르트의 레퀴엠, 불타오르는 쪽배, 별이 박힌 밤하늘 그리고 망자들과의 추억이 나를 감상에 젖게 한다. 그간의 우여곡절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갑자기 머리가 터져 버릴 것 같다. - page 54

​

사실 쥐들이 활개치고 다니게 된 건 인간이란 동물이 서로 간의 폭력성을 드러내면서 인간 사회가 정상적인 작동이 멈추게 되자 거리에 쓰레기가 쌓이기 시작하고 새로운 페스트를 퍼뜨리며 인간 사회는 와해되기 시작합니다.

백신 개발 능력을 가진 과학자들 대다수가 광신주의자들의 손에 죽임을 당하게 되고 오랜 세월 인류가 쌓아 올린 문명이 와해되면서 이 쥐들은 더 이상 어느 생명체도 두렵지 않게 됩니다.

압도적인 쥐들의 공격.

살아남은 인간들은 고층 빌딩에 숨어 목숨을 부지하게 됩니다.

​

지금의 대혼란으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나뿐이야. 나와 내 정신의 힘만이, 우주의 원소들을 상호 연결할 수 있는 내 능력만이 이 세상을 구할 수 있어. - page 140

​

쥐 떼들을 피해 도착한 곳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

이곳에서 101인의 부족 대표단 인간들을 만나 작전을 세우지만 실패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적의 쥐 한 마리를 포로로 데려오게 됩니다.

​

「이 포로한테 나처럼 제3의 눈을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안 돼요, 엄마. 놈은 우리의 적이란 말이에요! 」

「바로 그거야. 적을 활용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 될 수도 있어.」

나탈리와 로망이 가장 먼저 내 제안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눈치다.

「그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우리한테는 단순한 정보원 이상의 스파이가 생기는 셈이에요.」 - page 322

​

이 '폴'이라는 쥐가 스파이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할지...

그리고 지구를 지배하는 동물은 누가 될 것인지...

바로 2권을 만나봐야 했습니다.

​

역시나!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이 소설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건 예전의, 그리고 지금의 우리 상황과 빗대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전염병,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만들어낸 세상.

결코 소설 속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바스테트'의 행보에 동요하게 되었습니다.

​



​

2권에서의 행보.

벌써부터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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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토리×메디슨 - 살리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를 둘러싼 숨막히는 약의 역사, 2022년 하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선정
송은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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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것.

바로 '약'.

아마 우리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약의 중요성을 알기에 역사 속 약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기대가 되었던 이 책.

과연 이 책에 등장한 '약'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와 관련된 역사는 무엇일지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

"약은 사람을 살리기만 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약도, 독약도 모두 '약'이다"

살리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를 둘러싼 숨 막히는 약의 역사

​

『히스토리 X 메디슨』










12명의 약과 인물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소크라테스와 헴록, 율리아 아그리피나와 투구꽃, 잔 다르크와 만드라고라, 체 사레 보르자와 비소, 에드워드 제너와 백신, 벤자민 프랭클린과 콜히친, 사도세자와 우황청심원, 빈센트 반 고흐와 압생트, 민강과 까스활명수, 아돌프 히틀러와 메스암페파민, 조지 오웰과 스트렙토마이신, 마하트마 간디와 인도사목.

너무나 친숙한 이들.

하지만 조금은 낯선 약들.

이들의 조화를 통해 '약'의 의미를 다시금 살펴보면...



​

이 책은

"왜 그들은 결정적 순간에 '그 약'을 선택했을까?"

를 살펴보게 됩니다.

​

'율리아 아그리피나'와 '투구꽃'을 통해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들 '네로'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남편이자 황제였던 '클라우디우스'를 '투구꽃'으로 만든 독약으로 죽였던 '율리아 아그리피나'.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나오는 독약의 성분이었다는 사실.

​

많은 의학자는 줄리엣이 마신 이 독약을 투구꽃에서 추출한 아코니틴이라고 말한다. 아코니틴을 먹으면 심장 기능이 약해지면서 심박수가 떨어지고 혼수상태에 빠져서 사람이 죽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투구꽃의 정식 명칭은 아코니툼 나펠루스다. 서양에서는 울프스베인이라고도 불리는데, 늑대에게 저주와 죽음을 내리고 독이 되는 식물이라는 의미다. 고대인들이 이 꽃의 독을 화살이나 창 끝에 발라서 늑대를 사냥하는 데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전설 속에는 이 꽃이 늑대인간을 물리치는 약초로도 알려져 있다. 프랑스, 스위스, 독일이 원산지고 늦여름에 꽃을 피운다. - page 47 ~ 48

​

하지만 네로는 권력 야망이 가득했던 '포패이아 사비나'라는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겨 휘둘리기 시작했고, 그녀는 네로를 부추겨서 아그리피나를 살해하도록 사주했습니다.

결국 네로가 보낸 병사들의 칼에 찔려 죽고 만 아그리피나.

아들의 손에 죽게 되는 참혹한 비극.

하아......

​

그리고 '애드워드 재너'가 개발한, 인류가 바이러스를 물리친 최초의 사례가 된 '백신'.

우리 역시도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백신 개발이 한창이었고 접종을 하였었습니다.

그러면서 의문이 드는 것이..

백신에 대한 실험과 연구 개발에 필요한 기술, 노하우, 자본력 등 이에 대한 특허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였는데 이에 대해 영국의 의학자 에드워드 제너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

영국학회는 그에게 특허 신청을 할 것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는 백신의 작용 기전을 이유로 특허를 고수하지 않았다. 백신은 우리 몸이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갖게 한다. 엄밀히 말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우리 몸 즉, 우리 면역계고, 백신은 그것을 막기 위해 넣는 일종의 바이러스 자료일 뿐이다. 우리 몸의 면역계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백신은 사실상 아무 쓸모가 없다. 제너는 단지 '자연에 존재하던 바이러스 물질'을 사람의 몸에 집어넣었을 뿐, 병을 막은 건 오히려 접종자의 몫이라고 봤다.

특허를 포기한 이유 하나가 더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특허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 뉴스에서 "백신 접종을 통해 사회 집단 면역이 형성된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집단 면역이란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을수록 나뿐만 아니라 맞지 않은 사람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짐'을 의미한다.

바이러스는 생존하기 위해 숙주 세포에 반드시 감염돼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갖는다면 바이러스는 집을 잃고 헤매다가 사멸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을수록 바이러스 박멸에 유리해진다. 종합하자면, 바이러스 박멸을 위해서 고려해야 할 조건은 '약의 효과'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이며, 아울러 '백신의 공평한 분배' 역시 필수다. 제너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천연두 백신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 page 109 ~ 110

​

너무 멋지지 않은가!

​

흥미로웠던 이야기였던 '까스활명수'.

현재까지도 사랑을 받는 이 까스활명수는 단순히 약 효과를 넘어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부터 이어져온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해 오고 있었습니다.

'보릿고개', '삼순구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흉년이 들면 꼼짝없이 굶어야 하는 날이 많았고, 반대로 풍년이 들어 곡식량이 늘면 냉장고같이 음식을 장기간 보관하는 장비가 없어 음식이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치워야 했던 우리.

그렇기에 흉년에는 극단적으로 소식하다가 식량이 많아지면 과식하는 식습관이 형성되어 소화 불량, 배탈, 설사, 체기, 토사곽란 같은 소화기계 질병이 잦았던 우리의 고통을 '민병호' 선생이

'조선 백성들을 위한 조선의 소화제가 필요하다'

며 탄생시킨 '생명을 구하는 약'이라는 의미의 '활명수' 탄생.

그리고 '같이 화합한다'라는 뜻의 동화를 써서 '동화약방'에서 활명수를 판매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라는 어둡고 암울한 시기에 동화약방은 가난해서 비싼 약을 구할 수도, 병원을 갈 수도 없었던 서민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국민을 살리는 한 줄기 빛이 되었던 곳.

약방 주인이자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던 '민강'은 독립운동가들의 전초 기지로 선뜻 내어주면서 독립운동을 위한 정보망 구축과 군자금 유통을 위한 비밀 행정 조직인 서울 연통부를 설치해 대한민국을 살리는 역할까지 했다는 사실에 자긍심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

단순하다면 단순한 이 약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우리의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목적 달성을 위한 용도로 활용되며 역사를 바꿔놓았다는 사실에 신비롭고 놀랍고 재미있었습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약'을 중심으로 풀어놓았던 이 책.

한 번은 집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

지금 내 손안에 있는 약들.

이들의 사연도 궁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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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 ㅣ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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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전 세계 금융계와 미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역사상 최대 폰지사기 사건!!

에 대해 알지를 못했습니다.

그래서 더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사건이길래!!!

​

"깨진 유리 조각을 삼켜라."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폰지사기에 휘말린 사람들

뒤엉켜버린 운명의 방랑자들이 써 내려가는

탐욕, 죄악, 사랑, 망상의 아름답고도 끔찍한 서사시

​

『글래스 호텔』



​

"내가 더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20년 후 폴은 유타주에 있는 한 재활원에서 상담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시 내가 어땠는지 솔직히 털어놓으려는 것뿐이에요." - page 23

​

'폴'과 '빈센트'.

이 둘은 배다른 남매로 캐나다 밴쿠버섬 최북단의 오성급 호텔 카이에트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폴은 마약 문제로 인해 적성에도 맞지 않는 청소 관리인 일을 하면서 뮤지션으로의 꿈을 키우고 있었고 빈센트는 어머니를 잃은 뒤 학교 유리창에 '나를 멸하라'라는 낙서를 하고 학업을 그만두면서 호텔 바텐더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

그러던 어느 날 밤.

'깨진 유리 조각을 삼켜라.'

카이에트호텔의 동향 유리 벽에 누군가 에칭 펜으로 낙서를 해 놓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후드를 뒤집어쓴 신원 미상의 인물.

하지만 이 일의 범인으로 폴이 의심을 받게 되고 호텔에서 해고됩니다.

그 시각, 빈센트는 호텔 소유주 '조너선 알카이티스'의 구애를 받아 카이에트를 떠나 그의 '대외적 아내' 행세를 하게 됩니다.

​

여기서 등장한 '조너슨 알카이티스'.

그는 엄청난 금융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린 인물이었습니다.

타고난 화술과 카리스마를 지닌 그.

하지만 위태로운 유리의 성채에 불과했었기에 결국 그는 '폰지사기' 사건의 희대의 사기꾼이 됩니다.

​

170년 형을 선고받게 된 알카이티스는 다시금 가상의 세계 '카운터라이프'를 만들게 됩니다.

이곳에서 그는 카운터라이프에 자기 때문에 목숨을 잃은 자들의 유령을 마주하게 되고...

​

또다시 수년이 지난 후, 당시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리언 프레반트'에게 의뢰가 들어오게 됩니다.

한 여성의 실종 사건을...

과연 이 사건들의 연관성은...?

그리고 그에 대한 결말은...?

뭔가 통쾌함을 요구했지만... 참... 그랬다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었습니다.

​

이 사건은 실제 사건으로 '메이도프 폰지사기 사건'을 소재로 하였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치자 마침내 사기임이 드러 마녀 전 세계 금융계와 미국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것은 물론이요, 한때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메이도프는 이 사건으로 150년 형을 선고받고 미연방교도소에서 복역 중 사망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사건과 연관된 이들.

그동안엔 사건과 범인이 포커스였다면 이 소설을 통해 사건과 더불어 연결된 이들의 삶을 바라봄으로써 '이후의 사람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곤 하였습니다.

​

일어날 것이라 예상치 못했던 사건.

그렇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던 사건.

정작 사건의 범인의 모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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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피고인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순간을 맞게 된 것입니다." 단 한 번이 변론 동안 변호인이 '실수'라는 단어를 대체 몇 번이나 쓰려나? 올리비아에게도 빤히 보이는 그의 전략이 판사에게도 보이려나? 그녀는 역시 알 수 없었다. 판사의 표정이 읽히지 않았다. "피고인은 자신이 입은 손실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어'라고 말입니다.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죠. 피고인은 새로 투자하는 고객들의 자금으로 손실을 메우기로 했습니다. 당황한 피고인은 한두 달 내에 손실을 메우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피고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요?" 변호인은 극적인 효과를 위해 잠시 말을 멈추었다. 비어 세티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소송을 맡아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이 사건이 한마디로 '공포의 문제'라고 믿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어느 정도는 끔찍한 순간을 겪기 마련입니다. 피고인은 아내를 잃고 마음 둘 곳을 잃었습니다. 남은 거라곤 일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기라는 끔찍한 실수가 시작된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피고인에게 남은 것이라곤 일밖에 없었는데, 그 일마저 잃는다니 견딜 수가 없었던 거죠." - page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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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그리고 그 사건에 연결된 이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제 짧은 표현력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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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나라에서는 매일 밤 강렬한 공포에 떨며 자리에 눕는 게 필수다. 얼마나 섬뜩한지, 리언은 그 공포가 실제로 손에 만져질 것만 같았다. 악랄한 짐승이 빛을 모조리 삼켜버린 듯싶었다. 그는 마리 옆에 누워서, 이생에서는 그 어떤 실수와 불운을 감당할 여력이 더는 없다고 되뇌었다.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마리는 어떻게 될까? 마리는 가끔 몸이 성치 않았다. 어둠 속에서 공포가 가슴을 짓눌렀다. - page 311 ~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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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냥 소설로만 치부할 수 없었던...

그래서 더 머리가 복잡했던 이야기였습니다.

읽고 나서도 아하... 한숨만 내쉬게 되는 건 나뿐만은 아니리란 생각이...

결국 이 환상적이 호텔의 유리 벽 너머, 그 안쪽이나 바깥쪽 어딘가에서 이루어질 예고된 비극은 분명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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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에서 멀지 않은 해변이다. 우편선이 들어온다. 엄마가 보인다. 엄마는 저 멀리 바다 위를 떠다니던 목재 위에 앉아 계신다.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갠 채 말없이 약속을 기다리는 것 같다. 여전히 땋은 머리를 한 엄마는 아직도 서른여섯이다. 실종되던 날 입었던 붉은색 카디건을 여태 입고 계신다. 사고였다. 당연히 사고가 맞았다. 엄마가 일부러 나를 떠났을 리 없다. 엄마는 그동안 날 기다리고 계셨다. 늘 그 자리에서. 처음부터 여기가 집이었다. 엄마가 바다를,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신다. 내가 부르자, 놀라서 고개를 드신다. - page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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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다소 혼란스럽지만 그렇기에 더 경이롭고도 새로운 의미가 있음을...

카이에트호텔의 유리 벽 너머의 세상이 아름다우면서 황량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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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이었지만 결코 비극이라 불릴 수 없음에.

우리의 모습 한편에서도 엿볼 수 있지 아니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가볍지 않았기에...

그렇다고 많이 무겁지는 않았지만...

'글래스'를 통해, '글래스' 너머로의 의미가 찡하게 남아 맴돌곤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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