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더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겠어요." 20년 후 폴은 유타주에 있는 한 재활원에서 상담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시 내가 어땠는지 솔직히 털어놓으려는 것뿐이에요." - page 23
'폴'과 '빈센트'.
이 둘은 배다른 남매로 캐나다 밴쿠버섬 최북단의 오성급 호텔 카이에트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폴은 마약 문제로 인해 적성에도 맞지 않는 청소 관리인 일을 하면서 뮤지션으로의 꿈을 키우고 있었고 빈센트는 어머니를 잃은 뒤 학교 유리창에 '나를 멸하라'라는 낙서를 하고 학업을 그만두면서 호텔 바텐더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깨진 유리 조각을 삼켜라.'
카이에트호텔의 동향 유리 벽에 누군가 에칭 펜으로 낙서를 해 놓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후드를 뒤집어쓴 신원 미상의 인물.
하지만 이 일의 범인으로 폴이 의심을 받게 되고 호텔에서 해고됩니다.
그 시각, 빈센트는 호텔 소유주 '조너선 알카이티스'의 구애를 받아 카이에트를 떠나 그의 '대외적 아내' 행세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등장한 '조너슨 알카이티스'.
그는 엄청난 금융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린 인물이었습니다.
타고난 화술과 카리스마를 지닌 그.
하지만 위태로운 유리의 성채에 불과했었기에 결국 그는 '폰지사기' 사건의 희대의 사기꾼이 됩니다.
170년 형을 선고받게 된 알카이티스는 다시금 가상의 세계 '카운터라이프'를 만들게 됩니다.
이곳에서 그는 카운터라이프에 자기 때문에 목숨을 잃은 자들의 유령을 마주하게 되고...
또다시 수년이 지난 후, 당시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리언 프레반트'에게 의뢰가 들어오게 됩니다.
한 여성의 실종 사건을...
과연 이 사건들의 연관성은...?
그리고 그에 대한 결말은...?
뭔가 통쾌함을 요구했지만... 참... 그랬다는 결론밖에 내릴 수 없었습니다.
이 사건은 실제 사건으로 '메이도프 폰지사기 사건'을 소재로 하였고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치자 마침내 사기임이 드러 마녀 전 세계 금융계와 미국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것은 물론이요, 한때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메이도프는 이 사건으로 150년 형을 선고받고 미연방교도소에서 복역 중 사망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사건과 연관된 이들.
그동안엔 사건과 범인이 포커스였다면 이 소설을 통해 사건과 더불어 연결된 이들의 삶을 바라봄으로써 '이후의 사람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곤 하였습니다.
일어날 것이라 예상치 못했던 사건.
그렇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던 사건.
정작 사건의 범인의 모습은...
"그렇게 피고인이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는 순간을 맞게 된 것입니다." 단 한 번이 변론 동안 변호인이 '실수'라는 단어를 대체 몇 번이나 쓰려나? 올리비아에게도 빤히 보이는 그의 전략이 판사에게도 보이려나? 그녀는 역시 알 수 없었다. 판사의 표정이 읽히지 않았다. "피고인은 자신이 입은 손실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어'라고 말입니다.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입니다. 끔찍한 실수를 저지르고 만 것이죠. 피고인은 새로 투자하는 고객들의 자금으로 손실을 메우기로 했습니다. 당황한 피고인은 한두 달 내에 손실을 메우면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피고인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요?" 변호인은 극적인 효과를 위해 잠시 말을 멈추었다. 비어 세티는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소송을 맡아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이 사건이 한마디로 '공포의 문제'라고 믿고 있습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어느 정도는 끔찍한 순간을 겪기 마련입니다. 피고인은 아내를 잃고 마음 둘 곳을 잃었습니다. 남은 거라곤 일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기라는 끔찍한 실수가 시작된 것입니다. 바로 그 순간 피고인에게 남은 것이라곤 일밖에 없었는데, 그 일마저 잃는다니 견딜 수가 없었던 거죠." - page 275
하아...
그리고 그 사건에 연결된 이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제 짧은 표현력으로는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둠의 나라에서는 매일 밤 강렬한 공포에 떨며 자리에 눕는 게 필수다. 얼마나 섬뜩한지, 리언은 그 공포가 실제로 손에 만져질 것만 같았다. 악랄한 짐승이 빛을 모조리 삼켜버린 듯싶었다. 그는 마리 옆에 누워서, 이생에서는 그 어떤 실수와 불운을 감당할 여력이 더는 없다고 되뇌었다. 만약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마리는 어떻게 될까? 마리는 가끔 몸이 성치 않았다. 어둠 속에서 공포가 가슴을 짓눌렀다. - page 311 ~ 312
마냥 소설로만 치부할 수 없었던...
그래서 더 머리가 복잡했던 이야기였습니다.
읽고 나서도 아하... 한숨만 내쉬게 되는 건 나뿐만은 아니리란 생각이...
결국 이 환상적이 호텔의 유리 벽 너머, 그 안쪽이나 바깥쪽 어딘가에서 이루어질 예고된 비극은 분명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부두에서 멀지 않은 해변이다. 우편선이 들어온다. 엄마가 보인다. 엄마는 저 멀리 바다 위를 떠다니던 목재 위에 앉아 계신다. 두 손을 무릎 위에 포갠 채 말없이 약속을 기다리는 것 같다. 여전히 땋은 머리를 한 엄마는 아직도 서른여섯이다. 실종되던 날 입었던 붉은색 카디건을 여태 입고 계신다. 사고였다. 당연히 사고가 맞았다. 엄마가 일부러 나를 떠났을 리 없다. 엄마는 그동안 날 기다리고 계셨다. 늘 그 자리에서. 처음부터 여기가 집이었다. 엄마가 바다를,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를 바라보신다. 내가 부르자, 놀라서 고개를 드신다. - page377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다소 혼란스럽지만 그렇기에 더 경이롭고도 새로운 의미가 있음을...
카이에트호텔의 유리 벽 너머의 세상이 아름다우면서 황량함을...
'비극'이었지만 결코 비극이라 불릴 수 없음에.
우리의 모습 한편에서도 엿볼 수 있지 아니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가볍지 않았기에...
그렇다고 많이 무겁지는 않았지만...
'글래스'를 통해, '글래스' 너머로의 의미가 찡하게 남아 맴돌곤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