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스토리×메디슨 - 살리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를 둘러싼 숨막히는 약의 역사
송은호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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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사람을 살리는,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것.

바로 '약'.

아마 우리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약의 중요성을 알기에 역사 속 약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나 기대가 되었던 이 책.

과연 이 책에 등장한 '약'은 어떤 것이 있는지, 그리고 그와 관련된 역사는 무엇일지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약은 사람을 살리기만 하지 않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약도, 독약도 모두 '약'이다"

살리려는 자와 죽이려는 자를 둘러싼 숨 막히는 약의 역사

히스토리 X 메디슨










12명의 약과 인물들이 소개되었습니다.

소크라테스와 헴록, 율리아 아그리피나와 투구꽃, 잔 다르크와 만드라고라, 체 사레 보르자와 비소, 에드워드 제너와 백신, 벤자민 프랭클린과 콜히친, 사도세자와 우황청심원, 빈센트 반 고흐와 압생트, 민강과 까스활명수, 아돌프 히틀러와 메스암페파민, 조지 오웰과 스트렙토마이신, 마하트마 간디와 인도사목.

너무나 친숙한 이들.

하지만 조금은 낯선 약들.

이들의 조화를 통해 '약'의 의미를 다시금 살펴보면...



이 책은

"왜 그들은 결정적 순간에 '그 약'을 선택했을까?"

를 살펴보게 됩니다.

'율리아 아그리피나'와 '투구꽃'을 통해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사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아들 '네로'를 황제의 자리에 앉히기 위해 남편이자 황제였던 '클라우디우스'를 '투구꽃'으로 만든 독약으로 죽였던 '율리아 아그리피나'.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나오는 독약의 성분이었다는 사실.

많은 의학자는 줄리엣이 마신 이 독약을 투구꽃에서 추출한 아코니틴이라고 말한다. 아코니틴을 먹으면 심장 기능이 약해지면서 심박수가 떨어지고 혼수상태에 빠져서 사람이 죽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투구꽃의 정식 명칭은 아코니툼 나펠루스다. 서양에서는 울프스베인이라고도 불리는데, 늑대에게 저주와 죽음을 내리고 독이 되는 식물이라는 의미다. 고대인들이 이 꽃의 독을 화살이나 창 끝에 발라서 늑대를 사냥하는 데 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전설 속에는 이 꽃이 늑대인간을 물리치는 약초로도 알려져 있다. 프랑스, 스위스, 독일이 원산지고 늦여름에 꽃을 피운다. - page 47 ~ 48

하지만 네로는 권력 야망이 가득했던 '포패이아 사비나'라는 여성에게 마음을 빼앗겨 휘둘리기 시작했고, 그녀는 네로를 부추겨서 아그리피나를 살해하도록 사주했습니다.

결국 네로가 보낸 병사들의 칼에 찔려 죽고 만 아그리피나.

아들의 손에 죽게 되는 참혹한 비극.

하아......

그리고 '애드워드 재너'가 개발한, 인류가 바이러스를 물리친 최초의 사례가 된 '백신'.

우리 역시도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백신 개발이 한창이었고 접종을 하였었습니다.

그러면서 의문이 드는 것이..

백신에 대한 실험과 연구 개발에 필요한 기술, 노하우, 자본력 등 이에 대한 특허권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였는데 이에 대해 영국의 의학자 에드워드 제너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영국학회는 그에게 특허 신청을 할 것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는 백신의 작용 기전을 이유로 특허를 고수하지 않았다. 백신은 우리 몸이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갖게 한다. 엄밀히 말해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우리 몸 즉, 우리 면역계고, 백신은 그것을 막기 위해 넣는 일종의 바이러스 자료일 뿐이다. 우리 몸의 면역계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백신은 사실상 아무 쓸모가 없다. 제너는 단지 '자연에 존재하던 바이러스 물질'을 사람의 몸에 집어넣었을 뿐, 병을 막은 건 오히려 접종자의 몫이라고 봤다.

특허를 포기한 이유 하나가 더 있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특허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요즘 뉴스에서 "백신 접종을 통해 사회 집단 면역이 형성된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여기서 집단 면역이란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을수록 나뿐만 아니라 맞지 않은 사람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해짐'을 의미한다.

바이러스는 생존하기 위해 숙주 세포에 반드시 감염돼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을 갖는다면 바이러스는 집을 잃고 헤매다가 사멸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을수록 바이러스 박멸에 유리해진다. 종합하자면, 바이러스 박멸을 위해서 고려해야 할 조건은 '약의 효과'뿐만 아니라 전 인류가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저렴한 가격'이며, 아울러 '백신의 공평한 분배' 역시 필수다. 제너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많은 사람이 천연두 백신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 page 109 ~ 110

너무 멋지지 않은가!

흥미로웠던 이야기였던 '까스활명수'.

현재까지도 사랑을 받는 이 까스활명수는 단순히 약 효과를 넘어 우리나라 일제 강점기부터 이어져온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간직해 오고 있었습니다.

'보릿고개', '삼순구식'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흉년이 들면 꼼짝없이 굶어야 하는 날이 많았고, 반대로 풍년이 들어 곡식량이 늘면 냉장고같이 음식을 장기간 보관하는 장비가 없어 음식이 상하기 전에 빨리 먹어치워야 했던 우리.

그렇기에 흉년에는 극단적으로 소식하다가 식량이 많아지면 과식하는 식습관이 형성되어 소화 불량, 배탈, 설사, 체기, 토사곽란 같은 소화기계 질병이 잦았던 우리의 고통을 '민병호' 선생이

'조선 백성들을 위한 조선의 소화제가 필요하다'

며 탄생시킨 '생명을 구하는 약'이라는 의미의 '활명수' 탄생.

그리고 '같이 화합한다'라는 뜻의 동화를 써서 '동화약방'에서 활명수를 판매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일제 강점기라는 어둡고 암울한 시기에 동화약방은 가난해서 비싼 약을 구할 수도, 병원을 갈 수도 없었던 서민들이 이곳으로 모여들면서 국민을 살리는 한 줄기 빛이 되었던 곳.

약방 주인이자 독립운동가이기도 했던 '민강'은 독립운동가들의 전초 기지로 선뜻 내어주면서 독립운동을 위한 정보망 구축과 군자금 유통을 위한 비밀 행정 조직인 서울 연통부를 설치해 대한민국을 살리는 역할까지 했다는 사실에 자긍심이 느껴지곤 하였습니다.

단순하다면 단순한 이 약으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우리의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고 목적 달성을 위한 용도로 활용되며 역사를 바꿔놓았다는 사실에 신비롭고 놀랍고 재미있었습니다.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을 '약'을 중심으로 풀어놓았던 이 책.

한 번은 집고 넘어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내 손안에 있는 약들.

이들의 사연도 궁금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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