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인간적인 미래
윤송이 지음 / 웨일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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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는 AI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니, 이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라 할까.

특히 팬데믹을 기점으로 개인 정보 활용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디지털 격차로 벌어지는 사회적 불평등, 통제 불능의 사이버 범죄 문제 등 AI 기술의 '편향성'이나 '공정성'과 같은 AI 윤리 문제가 뜨거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현시점에서 'AI'에 대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이슈로 다루어야 하는 건 당연한 문제였습니다.

​

왜 일론 머스크는 AI를 북한의 핵보다 훨씬 더 인류를 위협하는 문제로 꼽았을까?

왜 빌 게이츠는 AI가 자칫 인류의 마지막 기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을까?

​

대한민국 대표 인공지능 전문가인 '윤송이' 박사가 세계적 화두인 '인간과 AI의 새로운 공존'이라는 주제를 꺼내 이 한 권에 AI와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는 철학자, 사회학자, 윤리학자, 공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세계 석학들과 인터뷰를 통해

​

앞으로 닥칠 변화와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세계는 지금 어떻게 지혜를 모으고 있는지

​

등을 통해 우리에게도 성찰과 모색하게 해 주었습니다.

​

정답이 없는 AI 시대,

우리는 어떻게 답을 찾을 것인가!

과학 너머의 인류 미래를 향한 거대한 질문과 성찰

​

『가장 인간적인 미래』



총 다섯 번의 대담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

1장 인간과 인공지능,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2장 인류 역사상 경험해보지 못한 문제들이 온다

3장 인간의 '생각하는 힘'이 없다면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4장 인공지능이 디스토피아를 만들지 않으려면

5장 옳고 그름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 선을 다시 세우다

​

과학 영역인 AI를 인간과 사회의 영역, 나아가 인류 미래로의 넓은 시야와 새로운 관점으로의 해석을 선사해 주었기에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했습니다.

​

"AI가 이제 더 이상

컴퓨터 과학 분야 틈새에 있는

고립된 하위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아주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합니다."

​

무엇보다 AI에 관련된 질문은 정답이 없기에 이를 둘러싸고 수많은 의견이 쏟아지면서 불편과 혼란을 야기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AI 기술 자체는 인류에게 기회일 수도, 위기일 수도 있다는 것, 기술 개발 과정을 잘 다루지 못하면 위협이 되겠지만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초점을 둔다면 AI는 인류 사회 진보에 이바지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AI와 관련된 모든 이들의 지속적 참여와 연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어쩌면 당연히 아는 사실이겠지만 다시금 되짚어 보면서 새겨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기술이란

특정 전문 분야에만 속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입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에 개입되어 있어요."

​

수많은 편견과 모순으로 가득한 인간.

그런 인간을 모방해 정보를 습득하고 학습하도록 프로그래밍된 AI.

이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 저자는 마지막에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

우리가 맞이할 미래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사회적 담화는 무엇이며, 철학자와 윤리학자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

네. 말씀하신 질문은 철학자의 역할에 대한 것이 하나의 문제고, 또 다른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의사 결정을 AI나 슈퍼컴퓨터에 떠넘길 것이냐 하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대부분 AI는 데이터에서 다양한 패턴을 찾아내거나 데이터를 다양한 차원에 따라 정렬하는 도구로 활용됩니다. AI를 통해 추출한 데이터와 관련해 의미 있는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바로 인간이죠. 그러니까 매우 추상적인 문제는 '우리 인간은 과연 어떤 상황에서 기계가 의사 결정을 내리도록 할 것인가'입니다. - page 263

​

결국 우리 인간으로부터 시작과 끝이라는 것을.

가장 인간적인 미래를 위해선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회적 합의가, 끊임없는 성찰이 필요함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를 저자를 통해,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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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라하리의 절규
델리아 오언스.마크 오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살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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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런 다큐멘터리를 좋아합니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모든 감정과 인생이 그려져 있기에, 특히나 '자연'과 관련된 이야기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는 이들에게서의 묵직한 한 방이...

공존과 상생, 그 이상의 화두를 던지기에 지금을 살아가는, 앞으로 살아갈 이들을 위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다잡아볼 수 있기에 되도록 찾아보거나 읽는 편입니다.

​

이번 이 책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의 초기 대표작이자 오언스 부부가 아프리카 칼라하리에서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자, 갈색하이에나, 자칼 등 온갖 동물의 행동과 생태에 관하여 연구한 과학보고서이자 그들과 자연을 공유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묶은 휴먼드라마라 하였습니다.

이미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도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화두를 던졌기에.

특히나 이 책은 그 전제가 될 수 있는 초기작이기에.

꼭 읽어봐야했습니다.

​

"동물을 사랑하고, 야생의 삶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야 한다"

_제인 구달

​

『칼라하리의 절규』



아프리카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프리카에서 야생이 사라져가는 현실에 아프리카의 육식동물을 연구함으로써 환경 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을까.

아무튼 아프리카에 가겠다는 결심으로 젊은 생태학자 마크와 델리아 오언스가 아프리카 칼라하리에 가게 됩니다.

​

아프리카에서도 원시의 자연을 간직한 곳 '그레이트 서스트'.

이곳은 아일랜드보다 더 넒은 야생 지역으로 구석기 시대 부시맨들밖에 가본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

마실 물도 부족하고 살인적인 무더위는 말할 것도 없고 변변한 은신처조차 없기 때문에 매순간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기 일쑤였습니다.

그럼에도 사자, 하이에나, 자칼 등을 연구하며 전한 이들의 이야기가 저에게도 많은 화두를 남겨두었습니다.

특히 인간에 대해서...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

특히나 갈색하이에나로부터 우리는 어떠한지 되짚어보기도 하였습니다.

​

암컷은 평생 태어난 무리에 남아 있기 때문에 무리가 클수록 이롭다. 하지만 수컷은 성장하면 무리를 떠난다. 게다가 무리에서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거나 다른 무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태어난 무리가 커져도 직접적으로 득이 될 일도 없다. 평균적으로 아버지가 다른 형제는 사촌보다 유전자를 두 배나 더 공유한다.

이런 이유로 갈색하이에나 새끼들은 무리의 암컷 보두와 가장 가까운 피붙이 수컷들의 손에서 자랐다. 언뜻 보기에 이타적으로 보이는 동물의 행동이 진화해온 상황에는 자연선택이 작용하고 있음을 이해함으로써 동물들의 이타적 행동은 결국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연스러운 요소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새끼를 낳은 적이 없는 더스티가 삼 남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이 자연계에 순수한 이타주의가 존재하기는 할까? 사람이라고 그게 가능할까? 우리는 왜 아프리카에 와서 혹독한 환경에서 몇 년 동안 고생을 했을까? 순수하게 동물만을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우리 자신을 위한 마음도 약간은 있었을까? - page 396

​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던 '본즈' 이야기.

첫 번째 환자였다가 친구가 되었고 어느새 마스코트가 되었던 사자 본즈.

하지만...

​

과학자로서 우리는 본즈의 죽음에 대해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본즈는 합법적인 사냥 전리품이었다. 자연보호구역을 제 발로 떠난 것이지 사냥꾼이 끌어낸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사냥을 세심하게 잘 조절하면 자연보호구역에서 특정 동물이 과도하게 번식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정부가 사냥이나 관광 등, 돈벌이 수단으로 돈을 벌어들일 때만 야생의 자연을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츠와나의 현실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는 본즈의 죽음에 대해 감정을 배제한 채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 page 290

​

하아...

그야말로 실질적인 방책 마련이 시급한 것임을.

지금 이 순간에도 목숨을 잃는 그들에게 면목이 없었습니다.

​

안타깝게도 하우 호수에는 아직도 사냥금지 캠프가 설치되지 않았다. 이동하는 누에 대한 밀렵과 학대는 여전하다. 현지인들은 차를 타고 누를 쫓으며 사냥개를 풀고 총을 쏘거나 때려 죽인다. - page 454

​

무턱대고 야생은 사납고 무서우며 무질서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우리보다 더 지혜롭고도 경이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생태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건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

총 맞은 것처럼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그렇기에 최재천 교수님의 말씀을 깊이 새겨야했습니다.

​

인류 역사 내내 자연이 우리를 먹여 살렸고, 이제 또 다시 우리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나는 21세기를 맞으며 우리 인간이 스스로 '현명한 인간(Homo sapiens)'이라 부르는 자만을 반성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공생인(Homo symbious)'으로 거듭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 인간이 자연계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를 지녔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나는 우리가 현명하다는 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진정으로 현명하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까지 망가뜨리며 살지는 말았어야 했다. 우리는 제 꾀에 넘어가는 헛똑똑한 동물일 뿐이다. 하나뿐인 이 지구에서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생명의 보고 칼라하리를 어떻게 보전하는가는 우리의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지금도 칼라하리는 절규하고 있다. 그 절규가 우리의 절규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_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

이토록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었고, 더 이상 칼라하리가 절규하지 않도록 저 역시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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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가는 직업 - 단절된 꿈을 글로 잇는 삶 ㅣ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유성은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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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육아를 한지가 8년 차가 된 요즘.

만 가지 생각으로 복잡하곤 합니다.

몇 번이나 찾아왔던 육퇴기와 지금...

무너지지 않기 위해 책을 잡았었고 읽으면서 스스로를 다잡아보곤 합니다.

​

그러다 이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책 소개글을 읽는데...

​

10여 년간 수학자의 아내로, 두 딸의 엄마로 가정을 꾸리는 데 충실해 온 삶. 그러나 생활의 안정은 요원해 보이고 '나'라는 존재는 지워져만 가는 듯한 초조함. 저자는 전업주부에게 곧잘 '엄마태만' 같은 딱지를 붙이는 사회의 시선에 위축되는 자신을 위로하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다.

​

벌써부터 공감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잃어버린 꿈을 좇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도 잊혀졌던 꿈을 되찾아보고 싶기에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

글쓰기로 삶을 재설정하다

잃어버린 꿈을 좇는 사십대 전업주부 분투기

​

『나를 찾아가는 직업』



아동문학가였던 할아버지 서재를 제 방처럼 드나들던 유년 시절부터 아버지를 따라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니며 미술에 눈을 뜨게 된 청소년기를 거쳐 대학생이 되어 다시 찾은 한국에서 불문학과에 진학하기까지.

그녀의 생애에는 글과 그림이라는 '창작물'이 바짝 붙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출산, 육아는 그녀의 꿈을 앗아가게 되었고...

​

지금까지 나는 삶의 대부분의 시간을 내 안에 잠재되어 있을지도 모를 예술성의 흔적을 지우는 데 썼다. 잠자는 것까지 잊고 끼적이던 글들도, 친한 친구에게 언젠가 꼭 글을 쓰고 싶다고 전한 진심도 주정으로 덮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신병 같은 것이었나 보다. 늦은 나이에도 결국 문학의 길을 밟은 할아버지처럼, 대를 이어 도망가기도 끊기도 어려운. - page 85

​

입덧이 끝났는데도 느껴지는 멀미와 헛헛함이 세상에 나의 것을 배출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했던 그녀.

끊임없이 소창 기저귀를 만들어내며 조각가 루이즈 부르주아가 늦은 나이에 거대한 거미 조각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가슴 깊이 와닿았지만 모르는 척했던 그녀.

그러다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에게 글쓰기 수업을 듣고 난 뒤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하게 됩니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

나는 가장 어두운 순간은 늘 '결정적인 순간' 앞에 온다고 생각한다. 동이 트기 전, 세상은 가장 어두우니까. 어둠 속을 헤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 속에서 우리는 참 많은 것을 내려놓게 된다. 처음에는 뾰족구두를, 가죽 가방을, 예쁜 옷 그리고 알량한 자존심을. 마지막으로 죽어도 포기하지 못할 소중한 '단 하나'가 덜렁 남았을 때 우리는 비로소 태양과 마주하게 된다. 내가 포기하지 못한 마지막 한 가지는 '나'였다. 나는 이제 겨우 나를 덮고 있던 흙 너머의 글쓰기라는 여린 빛줄기를 본 듯하다. "모든 우거진 나무의 시작은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씨앗"이라는 호프 자런의 말처럼 나의 기다림도 이제 싹을 틔울 준비를 마친 것 같다. - page 206 ~ 207

​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는데...

​

전업주부가 어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행위에는 아직도 딱지가 붙는다. 업무태만, 아니 '엄마태만' 같은. 나는 부정적인 주위 시선에 무너지지 않으려고, 나를 위해 처음 시작한 이 공부를 취미로 끝내지 않으려고 눈만 마주치면 아이들을 붙들고 '꿈' 이야기를 했다.

"엄마는 다 컸는데 왜 아직도 꿈이 있어?"

수업을 갈 때마다 헤어지기 싫어 울어대던 첫째가 물었다. 나는 어떤 꿈은 나이가 들면 더 선명해지기도 하고 더 간절해지기도 한다고 이야기해주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나도 믿지 않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엄마는 꿈이 뭔데?"

"엄마 꿈은, 엄마의 이야기를 세상에 남기는 거야." - page 115 ~ 116

​

이 글을 자꾸만 되뇌게 되었었습니다.

저 역시도 아이가 '꿈'에 대해 물었었고 거기에 대답을 제대로 못했기에...

내 꿈이... 뭘까...

그래서 방황하는 것이었을까...

​

그녀의 이야기는 책이 되었고 이제는 '작가'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고 있었습니다.

그 글을 통해 저에게도 '꿈'의 씨앗을 심어주었으니 이제는 싹 틔울 시간이 되었습니다.

단단한 껍질을 깨고 나올 나의 꿈.

한 줄기 꽃으로 완성될 때까지 저도 힘을 내보려 합니다.

​

인생에 시기라는 것이 있을까? 늦고 이르고의 기준이 헷갈린다. 봄에 폈다면 다른 화려한 꽃에 묻혀 평범하게 져버릴 동백이 겨울에 핀다는 이유만으로 환영을 받는 것은 동백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봄에 꽃을 피우지 않았다고 해서 동백이 봄에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글을 쓰지 않은 동안에 살면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이 글을 쓰는 것만큼 중요한 것처럼 말이다. 봄을 계절의 시작이라고 하지만 관점에 따라 겨울이 계절의 시작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동백은 빨리 피는 꽃인 셈이다. 게다가 사랑의 종착지가 결혼이 아니듯 인생이라는 것의 목표가 꽃을 피우는 일만은 아닐 텐데 신동이니 늦깎이니 하는 것도 결과 지향적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늦게 피고 빨리 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본인의 정서로 피기만 하면 그만이다. 동백은 동백만의 정서로 자라고 있을 뿐이다. - page 205 ~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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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부터 먹고
하라다 히카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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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좋아하지만 잘 하지 못하는, 그럼에도 술에는 진심인 저의 마음을 달래주었던 '낮술 시리즈'의 작가 '하라다 히카'.

그녀가 이번엔 숨겨진 미식 미스터리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그녀의 작품을 통해 일상의 공감과 위로를 얻었었기에 이번 역시도 기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어느 날 사과를 든 마녀가

우리 사무실로 들어왔다!

​

위기의 스타트업 회사 직원들

x

츤데레 가사 도우미

맛있고 훈훈한 케미스트리

​

『우선 이것부터 먹고』



대학교 동창 다섯이서 의료 스타트업 회사 '그랜마'를 창업하게 됩니다.

회사를 설립하고 회의가 끝나면 술을 마시러 나가거나, 술과 안주를 사와 술자리를 갖는 등 멤버들이 모였었지만 지난 몇 달 동안 모든 멤버가 모인 적이 한 번도 없게 되었습니다.

다들 바빠서 밖에 있거나 마감이 가까워졌거나 "그런 이야기를 할 바에야 1분이라도 더 자고 싶다"며 눈을 붙이는 등.

그런데 일주일 전쯤 그랜마의 CEO 다나카가 살벌해진 회사 분위기를 수습하고자 4명의 창립 멤버들에게 제안을 하게 됩니다.

​

"가사 도우미를 부르려고."

...

"매일 부를 건 아니고 일주일에 사흘, 오후 2시에서 6시까지 4시간 동안 주방과 욕실 청소, 저녁과 야식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거야." - page 19

​

그렇게 해서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게 됩니다.

​

광대뼈가 불거진 투박한 외모, 짧게 자른 머리카락은 희끗희끗한, 여성스러운 느낌이 조금도 들지 않는 그녀의 외양.

​

"오늘부터 일하게 된 가사 도우미 가케이 미노리입니다." - page 11

​

무뚝뚝한 중년의 가사 도우미 가케이는 직원들의 거친 마음에 스며드는 요리를 뚝딱 만들어 낼 뿐 아니라, 사무실 직원들이 가장 먼저 비밀을 털어놓는 상대가 되는, 그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그녀의 과거와 함께 곧 또 다른 사건이 모두를 기다리는데...

​

사실 저에겐 그녀의 첫 등장부터 강렬했습니다.

창업 멤버 중 '홍일점'이었던 고유키.

그래서일까.

'여자'라는 자격지심이 항상 마음속에 있었는데 하필 가사 도우미와 눈이 마주쳐 하는 수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케이 쪽으로 갔더니,

​

"무슨 일이시죠?"

부엌에 들어서자마자 퉁명스레 물었다.

"야식, 만들어 놨거든." - page 42

​

그러면서 테이블 위의 큰 대접을 가리키며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

"데워서 먹고... 그리고-"

"... 그거, 저한테 하라는 건가요?"

"어?" - page 46

​

"우습게 보지 말라고요."

"미안. 그러려던 게 아니라, 아까 둘러보니까 아가씨한테서만 살기라고 할까... 각오라고 할까... 그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거든. 다른 사람들하고 달리. 하지만 그건 그냥 내 느낌이고 혼자만의 생각이니까 아니었다면 미안해."

각오...?

고유키는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끼며 옆에 있던 의자에 힘없이 털썩 앉았다.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고? - page 48

​

그동안 참아왔던 것이 한순간 터져 흐느끼게 된 고유키.

그런 고유키를 보고 가케이는 말없이 가방에서 사과를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사과를 든 비쩍 마른 중년의 여자.

동화 속 마녀 그 자체였던 가케이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껍질을 벗긴 뒤 사과를 굽는 것이었습니다.

​

"여직원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디저트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어쩌면 여자는 단 걸 좋아한다는 편견이나 차별이 무의식적으로 나온 건지도 모르겠네."

가케이는 혼잣말하듯 이어서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뿐이었어."

"감사합니다. 저도 너무 감정적으로 굴어서 죄송했어요."

이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사과한 건 오랜만이었다. 어쩐지 속이 시원해졌다.

"남자의 역할이나 여자의 입장 같은 건 너무 신경 쓰지 마."

가케이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건 이 일을 잘하고 좋아하기 때문이야." - page 54 ~ 55

​

줄곧 고독감에 휩싸여 있었던 고유키.

그런데 새로운 사람이 몇 시간 와 줬다고 이렇게 가족처럼 밥을 먹고 있는 이 모습을 보게 되면서 고유키도 조금 마음을 놓게 됩니다.

​

자, 나도 일하러 가야지. 고유키가 살며시 미소 지었다. - page 59

​

그렇게 가케이는 구운 사과에 아이스크림을 곁들인 디저트부터 도미 머리 밥까지 위로가 필요할 때, 응원이 필요할 때, 논의 상대가 필요할 때 그랜마 직원들 곁을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

무엇보다 가케이 씨의 음식 중 인상적이었던 영양 밥.

​

쌀에는 거의 색이 배지 않았다. 흰쌀밥에 가까운 밥에 잘게 다진 고명을 섞어 놓았을 뿐이다. 그런데도 깊은 맛이 났다. 입에 넣으면 육수 향이 코를 지나 빠져나갔다. 쓱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진득하게 흔적을 남기고 빠져나갔다.

평소에 요리를 거의 하지 않는 다나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아까 그녀가 말한 대로 적은 조미료만 가지고 이렇게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거구나, 싶었다.

씹을 때마다 그 맛은 밥의 단맛과 어우러져 더욱 깊어졌다.

쌀과 육수는 왜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까. 마음과 몸에 서서히 온기가 돌았다. 그날 이후로 싸늘하게 식어 있던 몸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 같다고 다나카는 생각했다.

"맛있다."

한숨처럼 감탄이 터져 나왔다. - page 343 ~ 344

​

심플하지만 복잡하면서 다정한 맛.

그 속에 담겨 있었던 조심스러운 속사정까지.

다 같이 둘러앉아 먹으며 어느새 한 식구가 되어갔고 이해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또다시 '식구'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계기도 되었습니다.

​

소설 속 인물들만큼이나 저도 위로를 받은 느낌이랄까.

마음 한 켠에서부터 따스함이 퍼져나가면서 끝내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습니다.

​

가케이씨가 매 음식마다 외치던 이 한 마디.

​

"자, 우선 이것부터 먹어 봐."

​

그 어떤 말보다 다정했던 이 한 마디를 제 가슴속에도 새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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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까스를 쫓는 모험
이건우 지음 / 푸른숲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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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좋아했지만...

아이를 키우게 되면서 더 많이 먹게 된 '돈까스'.

바싹바싹한 튀김옷을 입은 돈까스 한 입을 베어 물면 행복감이 스며든다고 할까.

그렇다고 '돈까스'만 쫓아 먹지는 않지만...

​

여기 '돈까스'에 진심이신 분이 계셨습니다.

​

"만일 죽을 때까지 한 가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면 무엇을 고르시겠습니까?"

​

이 질문에 '돈까스'라 답한다는 이 분.

이렇게나 돈까스 애호가인 그가 안내하는 '돈까스학'의 모든 것.

궁금하지 않나요?

​

돈까스라는

크고도 아름다운 세계에

첫발을 딛는 당신을 위한 책

​

『돈까스를 쫓는 모험』



우선 그는 왜 돈까스에 그리도 진심일까? 란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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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돈까스는 친숙하다.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식이며 귀찮음만 극복한다면 집에서도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다. 또 돈까스는 다양하다. 같은 '돈까스'라는 이름으로 묶어 부르지만, 50가지 돈까스를 먹으면 그 그림자가 모두 다르다. 그리고 돈까스는 재미있다. 전 세계 많은 나라에 비슷한 형태의 음식이 있고, 돌고 돌아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금의 돈까스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돈까스는 맛있다. - page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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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매력적인 음식이었나!

그래서 저자는 추억의 경양식 돈까스부터 일본식 프리미엄 카츠까지, 소문난 돈까스집부터 이제 막 떠오르는 신흥 강자 맛집까지, 저자가 방문한 수백 곳의 돈까스집 중 엄선한 서울 경기 지역 돈까스집 29곳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돈까스를 향한 무한한 애정과 확고한 철학, 해박한 인문학적 지식까지, 그야말로 '돈까스학'이 집약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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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포문을 연 곳은 저자 마음의 영원한 노스탤지어 '한아름'이었습니다.

1986년부터 명맥을 이어왔다는 한아름, 그 주인공으론 이름부터 위용이 넘치는 '폭팔메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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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팔메산 지방의 특산요리로 돼지고기 튀김 위에 야채소스와 치즈를 얹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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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거창한 듯했지만 알고 보면 얇은 고기를 바삭하게 튀겨내어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리고 치즈를 얹어 녹여낸, 아주 뻔하고 익숙하지만 맛있을 수밖에 없는 조합이자 환상의 맛이었습니다.

특히나 저자의 맛 표현이...

분명 배부른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허기짐이 느껴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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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음식이 나오는 순간 시선을 강탈당하며 솔솔 올라오는 향긋한 냄새의 포로가 된 상태에서 돈까스를 한 입 베어 무는 찰나에 절정을 이룬다. 눅진한 치즈가 입술을 부드럽게 스쳐 지나가고, 튀김옷의 바삭한 소리와 촉감을 귀와 혀에서 동시에 느끼면, 비로소 새콤달콤 고소함이 입안에서 퍼져나간다. 아아, 이곳은 어디인가. - page 17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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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가 먹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현재 휴업 중이라 하였습니다.

아...



이를 필두로

"밥으로 하시겠습니까, 빵으로 하시겠습니까?" 정장을 차려입은 점원의 추억을 소환해 내는 경양식 돈까스 '에버그린'

보기만 해도 배가 든든해지는 듯한 왕돈까스 '성수돈까스', '역촌왕돈까스'

조각마다 맛의 뉘앙스가 다른 일본식 프리미엄 카츠 '가쯔야', '오무라안'

'이 조합이 어울린다고?' 싶은 즉석우동집의 돈까스 '망원즉석우동'

대만인의 소울푸드인 중식 돈까스 파이구판 '향미'

딸기잼을 곁들여 먹는 슈니첼 '더 보헤미아'

'돈까스김치나베'처럼 본류의 곁가지에 있는 돈까스 '가츠시'

등 몇몇 곳은 유명세로 방문해 본 적이 있었지만 저자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이곳이 돈까스 맛집이었어?! 할 맛집들도 있어서 정말 재미나게 읽었(?), 아니 맛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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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은 곳이 'The 92 산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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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돈까스만 생각해서 간판이고 홍보고 다 필요 없고, 심지어 돈에도 욕심이 없다는 말인가? '오로지 돈까스'라는 심산인가? 돈까스계에도 너드가 있다면 여기 The 92 산들바다를 빼놓고는 이야기도 꺼낼 수 없으리라. - page 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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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도 착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가게 이름은 구석으로 몰아넣고 간판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은 "돈까스 전문".

이 다섯 글자가 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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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디자인? 돈까스 전문이라고 쓰면 됐지, 뭐가 더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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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이 가게.

다가오는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가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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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장점은 마지막에 있었습니다.

'서울 경기 돈까스 지도'로 돈까스를 찾아 모험을 떠날 수 있게 도와주었고 '돈까스 테이스팅노트'로 나만의 탐방기도 작성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집에서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냉동 돈까스'에 대해 시중에서 판매하고 있는 네 가지 종류의 통등심 돈까스를 에어프라이어와 오븐으로 조리해 비교, 분석해 주었기에 나의 입맛에 맞는 냉동 돈까스를, 조리법을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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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돈까스'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저녁은 냉동 돈까스와 수프를 사서 가족들과 함께 경양식 아닌 경양식으로 즐겨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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