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라하리의 절규
델리아 오언스.마크 오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살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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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다큐멘터리를 좋아합니다.

재미있고 감동적인, 모든 감정과 인생이 그려져 있기에, 특히나 '자연'과 관련된 이야기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살아가는 이들에게서의 묵직한 한 방이...

공존과 상생, 그 이상의 화두를 던지기에 지금을 살아가는, 앞으로 살아갈 이들을 위해 지녀야 할 마음가짐을 다잡아볼 수 있기에 되도록 찾아보거나 읽는 편입니다.

이번 이 책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의 초기 대표작이자 오언스 부부가 아프리카 칼라하리에서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자, 갈색하이에나, 자칼 등 온갖 동물의 행동과 생태에 관하여 연구한 과학보고서이자 그들과 자연을 공유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묶은 휴먼드라마라 하였습니다.

이미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서도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화두를 던졌기에.

특히나 이 책은 그 전제가 될 수 있는 초기작이기에.

꼭 읽어봐야했습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야생의 삶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책을 읽어야 한다"

_제인 구달

칼라하리의 절규



아프리카에 대한 동경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아프리카에서 야생이 사라져가는 현실에 아프리카의 육식동물을 연구함으로써 환경 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서였을까.

아무튼 아프리카에 가겠다는 결심으로 젊은 생태학자 마크와 델리아 오언스가 아프리카 칼라하리에 가게 됩니다.

아프리카에서도 원시의 자연을 간직한 곳 '그레이트 서스트'.

이곳은 아일랜드보다 더 넒은 야생 지역으로 구석기 시대 부시맨들밖에 가본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오지 중의 오지.

마실 물도 부족하고 살인적인 무더위는 말할 것도 없고 변변한 은신처조차 없기 때문에 매순간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매기 일쑤였습니다.

그럼에도 사자, 하이에나, 자칼 등을 연구하며 전한 이들의 이야기가 저에게도 많은 화두를 남겨두었습니다.

특히 인간에 대해서...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

특히나 갈색하이에나로부터 우리는 어떠한지 되짚어보기도 하였습니다.

암컷은 평생 태어난 무리에 남아 있기 때문에 무리가 클수록 이롭다. 하지만 수컷은 성장하면 무리를 떠난다. 게다가 무리에서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거나 다른 무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태어난 무리가 커져도 직접적으로 득이 될 일도 없다. 평균적으로 아버지가 다른 형제는 사촌보다 유전자를 두 배나 더 공유한다.

이런 이유로 갈색하이에나 새끼들은 무리의 암컷 보두와 가장 가까운 피붙이 수컷들의 손에서 자랐다. 언뜻 보기에 이타적으로 보이는 동물의 행동이 진화해온 상황에는 자연선택이 작용하고 있음을 이해함으로써 동물들의 이타적 행동은 결국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연스러운 요소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새끼를 낳은 적이 없는 더스티가 삼 남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을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연 이 자연계에 순수한 이타주의가 존재하기는 할까? 사람이라고 그게 가능할까? 우리는 왜 아프리카에 와서 혹독한 환경에서 몇 년 동안 고생을 했을까? 순수하게 동물만을 위해서였을까? 아니면 우리 자신을 위한 마음도 약간은 있었을까? - page 396

무엇보다 마음이 아팠던 '본즈' 이야기.

첫 번째 환자였다가 친구가 되었고 어느새 마스코트가 되었던 사자 본즈.

하지만...

과학자로서 우리는 본즈의 죽음에 대해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본즈는 합법적인 사냥 전리품이었다. 자연보호구역을 제 발로 떠난 것이지 사냥꾼이 끌어낸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사냥을 세심하게 잘 조절하면 자연보호구역에서 특정 동물이 과도하게 번식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정부가 사냥이나 관광 등, 돈벌이 수단으로 돈을 벌어들일 때만 야생의 자연을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츠와나의 현실을 잘 알기 때문에 우리는 본즈의 죽음에 대해 감정을 배제한 채 이성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했다. - page 290

하아...

그야말로 실질적인 방책 마련이 시급한 것임을.

지금 이 순간에도 목숨을 잃는 그들에게 면목이 없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하우 호수에는 아직도 사냥금지 캠프가 설치되지 않았다. 이동하는 누에 대한 밀렵과 학대는 여전하다. 현지인들은 차를 타고 누를 쫓으며 사냥개를 풀고 총을 쏘거나 때려 죽인다. - page 454

무턱대고 야생은 사납고 무서우며 무질서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우리보다 더 지혜롭고도 경이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위치에서 생태계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건 결국 '인간'이라는 사실.

총 맞은 것처럼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그렇기에 최재천 교수님의 말씀을 깊이 새겨야했습니다.

인류 역사 내내 자연이 우리를 먹여 살렸고, 이제 또 다시 우리는 자연의 품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나는 21세기를 맞으며 우리 인간이 스스로 '현명한 인간(Homo sapiens)'이라 부르는 자만을 반성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며 '공생인(Homo symbious)'으로 거듭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우리 인간이 자연계에서 가장 우수한 두뇌를 지녔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나는 우리가 현명하다는 점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진정으로 현명하다면 우리의 삶의 터전까지 망가뜨리며 살지는 말았어야 했다. 우리는 제 꾀에 넘어가는 헛똑똑한 동물일 뿐이다. 하나뿐인 이 지구에서 자연과 공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생명의 보고 칼라하리를 어떻게 보전하는가는 우리의 의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지금도 칼라하리는 절규하고 있다. 그 절규가 우리의 절규가 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_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이토록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다행이었고, 더 이상 칼라하리가 절규하지 않도록 저 역시도 함께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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