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의유해성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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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을 마주했을 때 의문이 들었습니다.

왜?

명탐정이 유해하다고?

호기심에 집어 들게 된 이 책.

어째서 명탐정이 유해한 존재가 되었는지 저도 한 번 알아보고자 합니다.

AI도 SNS도 존재하지 않던 그 시절,

세상에는 '명탐정'들이 활약했다고 전해진다

#명탐정 유해성


"어서 오세……." - page 7

도쿄 동쪽에 자리한 서민 동네 가메이도.

역에서 북서쪽으로 도보 십 몇 분, 가메이도 덴진을 지나 해가 잘 들지 않는 샛길에 위치한 33제곱미터 넓이의 오래된 가게 '오이디푸스 찻집'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루미야 유구레'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어? 아저씨 혹시 유명한 사람 아니에요?"

'명탐정 사천왕'이라 불리던 탐정 '고코타이 가제'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사실 고코타이와 나루미야는 명탐정과 조수로 전국을 떠돌며 사건을 해결했지만 이제는 옛일이 되어버렸었는데...

다음 날.

찻집 단골들이 '명탐정의 유해성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어째서 명탐정을, 그것도 붐이 종언을 맞이한 지 약 20년 지난 지금, 갑자기 고발한다는 거지?

이제 다 지난 일인데! 게다가 다들 그때는 도움을 받아서...... 명탐정에게 그렇게 고마워했는데. - page 43

명탐정에 대해 하는 이야기가...

"그러니까 명탐정은, 필수 노동자 행세를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란 말이죠. 그게 찜찜하더라고요. 명탐정은 오리혀 사냥꾼, 게이머 아니에요? 산 사람의 운명을, 목숨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면서, 퀴즈라도 푸는 것 같은 기분으로, 모르는 타인의 인생을 좌우하잖아요. 그래 놓고 모른 척 가버리는 건 너무하지 않아요?"

"그렇군요."

"그런 일방적인 특권이 허락되는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어요? 인도적으로 너무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 page 45

어쩌다 명탐정에 대해 이런 오해가 있는 건지...

"도망친다고 할지, 난 스스로 증명해야 해. 혼자가 되고 나서 그걸 알았다. 그래서 일단 나루미야 널 데리러 온 거야. 명탐정한테는 조수가 필요하니까."

"증명?"

"즉, 내가. 우리가. 옳다는 걸. 우리는 지금까지 쭉 옳았다는 걸 말이지."

"뭔 소리야?"

"그렇잖냐. 과거를 아는 건 우리 세대잖냐. 게다가 명탐정에 관해 정확하게 아는 건 당사자인 나랑 나루미야 너 아니냐. 그런데 그렇게 수상쩍은, 그냥 젊기만 한 녀석한테 영문 모를 트집이나 잡혀서. 과거를 그렇게 멋대로 고쳐 쓰는데 닥치고 참으라고? 걘 그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고. 나루미야, 명탐정의 올바름은 증명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올바름은 존재하기 때문이지. 존재하는 건 증명할 수 있어. 당사자인 나라면. 그리고 내내 함께 행동했던 너라면. 그러니까!" - page 52 ~ 53

그리하여 고코타이와 나루미아는 자신들이 '정답'이라 믿었던 결론이 과연 진실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건의 현장과 관계자들을 차례로 방문하게 됩니다.

'인체의 신비전'을 시작으로 펜션에서 일어난 연속 살인사건, 폭발을 향해 달려가는 기차, 학교에서 일어난 괴담 같은 살인사건, 대형 공연장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까지...

이번엔 '범인'이 아닌 '진실'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이들의 결론은 어떨지...!

"그러니까 말이지, 과거에 내가 늘 옳았던 게 아니란 걸 안 게 나한테는 큰 수확이었어. 전와하고 이야기했는데, 내가 좋은 뜻으로 한 일이 상대방을 난처하게 했다든지, 추측한 게 사실하고 달랐다든지. 부부관계 악화 사건의 수수께끼가 지금에 와서 하나씩 풀렸지 뭐냐. 그래서 난 생각했다. 그 친구하고 전과는 다른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지금, 내 여행은 끝난 게 아닐까 하고. 야, 나루미야...... 너만은 알아주겠지? 옛날에 난 누가 뭐라든 진짜 명탐정이었다는 걸. 쉰 살이 된 지금 난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서 마지막 추리를 한 거야. 자기 인생의 수수께끼를 죽을 힘을 다해 푼 거라고. 똑똑한 조수랑 함께. 명탐정 고코타이 가제 최후의 사건, 그게 이 여행이었던 거다." - page 471

그 시대에

그것은 최선이었고

그래서 진실이라 믿으며

'명탐정'들이 활약했었지만...

"그러니까 그때 나와 있는 증거를 바탕으로 최선의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고자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거야. 완벽한 최선의 결과를 내는 건 늘 불가능했어. 그럼 차선의 결과에 착지하고자 노력하는 게 어른의 판단이다. ......차선이면 충분하잖냐? 충분하고도 남잖냐? 좌우지간 그때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고. 사건의 피해자가, 범인으로 의심받는 사람이, 도와달라고 명탐정한테 매달리는 사람이 많았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며 지금 이 순간 추리하는, 지금 이 순간의 존재였어. 그렇기에 명탐정이었던 거야." - page 331

완전히 증명되기란 어렵다는 것을

그때의 정의가 지금은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을 통해 우리에게도 해결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해 주었습니다.

사실 저도 사건 '해결'에만 초점을 두었지 그 후의 이야기에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그동안 사건들을 향해, 범인을 향해서만 손가락을 가리켰었는데 이제 나머지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은 이들의 눈물을, 울부짖음을...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세상도 과거의 잘못을 지금이라도 바꿔 더 나아갈 수 있기에

되짚고, 보다 정의로운 선택으로 새 길을 열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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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양장 특별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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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온라인 연재 당시부터 17년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이 소설.

계속 눈여겨 보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다 영화 <파반느> 개봉을 앞두고 있기에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한다기에

(이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긴 하지만...)

매번 그렇듯 영화화된 작품들은 원작을 찾아 읽었기에

원작을 구입했습니다.

그리하여 드디어 읽게 된 이 소설!

이번 개정판에는 소설 속 '나'와 '그녀', 요한의 17년 후 이야기를 더했다고 하니 더 소장 가치 뿜!뿜!!

이제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그 이유를 저도 한 번 느껴보겠습니다.

사랑이라는 칼날로 벗겨낸 삶의 허상들,

그 변두리를 비춘 눈부시게 초라한 사랑의 기억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 page 35

1999년 겨울, 이 문장을 한 번 더 반복하고 키보드에서 잠시 손을 뗀 ''.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목소리를 들으며 한 번 더, 베이비... 한 번 더, 나는 그날 밤의 일과 그녀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리고 더는...

어떤 기억의 편린도 찾지 못하는 스스로의 한계를 실감하게 되는데...

그녀를 생각한다. 만날 수 없으므로 죽은, 나의 왕녀를 생각한다. 실은 죽은 지 오래였던 나를, 돌이켜본다. 내게 남은 건 과연 무엇일까. 과연 이 글을 나는 끝까지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 너무나 오랜 시간이 사막의 바람처럼 우릴 휩쓸고 지나갔다. 헤어진 모래처럼 서로를 찾을 수 없다면, 다시 저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 외엔 다른 도리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바람이 다시 데려다주기만을, 나는 기다리고 기다릴 것이다. 검푸른 드레스를 입고 선 그녀의 곁으로... 이제는 죽은, 왕녀의 곁으로... - page 39

그렇게 이야기는 1986년으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뒤늦게 인기배우가 된 잘생긴 아버지와 그런 남자를 위해 헌신한 못생긴 여자였던 어머니.

성공을 거머쥐자 아버지는 가족을 떠났고, 슬픔과 절망 속에서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던, 내 나이 스무 살.

나는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두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 누구도 쳐다보기 싫어하던 못생긴, 하지만 자꾸만 신경이 쓰였던 '그녀'

가족에 대한 상처를 지니고 있는, 하지만 정신적 스승이 되어준 '요한'

나와 그녀는 서로 사랑했고, 즐거웠지만 어느 날 사라져 버린 그녀.

그 뒤에 그녀로부터의 편지로부터 지난 그녀의 삶을 듣게 되는데...

'외모'로 인한 세상의 시선들...

그 억압된 시선들로 하여금 상처받은...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세월이 흐르고 소설가로 성공한 '나'는 수소문 끝에 그녀를 찾게 됩니다.

낯선 나라에서의 재회...!

(하지만 마지막에 반전이 있다는!!!)

이 세계를 사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란히 선 두 개의 탑처럼 우리는 눈앞의 광경을 오래오래 바라보았고, 굳은 표정으로.... 그러나 부드럽고, 부드러운 무언가를 가슴 깊이 담고 서 있었다. 정말 이곳에 올 수 있었네요, 그녀가 속삭였다. 인생은 정말이지 알 수 없는 거야, 라고 나는 중얼거렸다. 알 수 없는 인생처럼 - page 406

가슴 시렸던 이 소설.

'외모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하는 이들의 처절한 목소리는 우리 모두에게 일침을 선사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 무엇도 이해할 수 없었고, 그 무엇도 믿지 않았다. 따라 뛰는 사람들, 피리 소리를 따라 어디론가 달려가던 사람들과...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세상의 풍경들을 그저 우두커니 바라볼 뿐이었다. 아름다워지는 여자들... 아름다워 <져야만> 하는 여자들과... 학력을, 차를, 또 집을... 말하자면 힘을 <가져야만> 하는 남자들... 서로에 의해, 서로에 비해, 올라선 서로를 위해 구축하던 프리미엄과... 올라서지 못한 서로에게 요구되던 또 그만큼의 스펙에 대해... 그러나 전혀 달라지지 않는 삶의 성질에 대해... 오로지 스펙과... 프리미엄만 늘어날 뿐인 이 삶에 대해... 하여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알 수 없었다. 30년만 지나면 허물어야 할 한 채의 집을 위해, 실은 조건과 조건... 이윤과 프리미엄에 의해 만난 서로에 의해... 하여, 실은 있지도 않았던 사랑에 ㄷ내내 절망할 이 삶에 대해... 하여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 page 344 ~ 345

여자는 누구나 자신의 내부에 그런 방을 가지고 있어요. 아름답고, 아름다울 수 있고... 해서 진심으로 사랑받고... 설사 어떤 비극이 닥친다해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뜰 거야 라고 중얼거릴 수 있는... 그런 방, 말이에요. 아무리 들어갈 수 없는 방이라 해도 결국엔 문득

그 방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거예요. 전 그게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아무도 찾아올 리 없지만, 그래도 그 방문에 몸을 기대면... 기대어 울고 있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거죠. - page 220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픈 이야기

우리의 손에 들린 유일한 열쇠는 <사랑>입니다. 어떤 독재자보다도, 권력을 쥔 그 누구보다도... 어떤 이데올로기보다도 강한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그들은 실로 대책없이 강한 존재입니다.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가 부끄러워하길 부러워하길 바라왔고, 또 여전히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인간이 되기를 강요할 것입니다. 부끄러워하고 부러워하는 절대다수야말로 이, 미친 스펙의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와와 하지 마시고 예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 서로의 빛을, 서로를 위해 쓰시기 바랍니다. 지금 곁에 있는 당신의 누군가를 위해, 당신의 손길이 닿을 수 있고... 그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말입니다. 그리고 서로의 빛을 밝혀가시기 바랍니다. - page 436

우리는 서로 사랑하고 사랑해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음에

진정한 '사랑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이 소설.

왜 많은 이들이 좋아했는지 이제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괜스레 저도 남편을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퇴근하고 오는 남편에게 말없이 안아주며 가벼이 서로의 술잔을 채워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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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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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이 의미심장하였습니다.

그래서 소개글을 보았더니


정신 병원에서 자란 소년의 눈에 비친 삶과 죽음, 정상과 비정상의 유쾌한 공존


심상치 않은 소설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미 소설 이전에 연극으로 먼저 발표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는 이 작품.

그에 힘입어 발표한 소설은 부작 시리즈로 모든 책이 출간 직후 슈피겔 베스트셀러 차트에 진입,

독일에서만 3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세계 11개국에 수출되었으며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니...

이 정도면 이 작품은 반드시 읽어야 했습니다.


배우이자 연출가 요아힘 마이어호프의 유쾌하고 탁월한 데뷔작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 한가운데에서 자라난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아이러니하지만 눈부시고, 고통과 사랑이 공존하며

산 자와 죽은 자가 손을 잡고 끝까지 걸어가야 할 삶에 대하여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정신병원이 집이었던 소년 '요아힘'

아버지는 어린이청소년 정신병원 원장이었는데 이들의 집은 시설의 한가운데에 있었기에 

매일 아침 등굣길의 절반은 정신병원 경내를 지나가야 했고

천오백 명이 수용된 이들이 밤이면 통곡인지 환호인지 모를 비명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들었습니다.

그런 요아힘이 갓 학교에 들어간 어린 시절부터 혼란스러운 청소년기, 청년이 되어 집을 떠나기까지의 삶이 담겨 있었는데...


무엇보다 이 소설의 말미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의 이야기로부터 진한 여운을 선사하고 있었습니다.


과거란 사실 미래보다 훨씬 더 불확실하고 확정되지 않은 곳이 아닐까 하고. 흔히 우리는 내 뒤에 놓인 것이야말로 확정된 것이자 완료된 것이자, 이야기되기만 기다리는 변하지 않는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내 앞에 놓인 것은 이른바 아직 만들어가야 할 미래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만일 과거 또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라면? 철저히 파고들어 재구성한 과거로부터만 열린 미래 같은 것이 생겨난다면? 이런 생각이 나를 짓누른다. 그럼에도 가끔은 아직 내 앞에 놓인 삶이 내게 맞게 재단된, 피할 수 없이 끝까지 걸어가야 할 구간처럼 느껴진다. 끝까지 조심조심 균형을 잡으며 걸어가야 할 하나의 선처럼.

그래, 나는 이제 믿는다. 내가 기억의 꾸러미를 다시 하나하나 풀어 꺼내놓을 때, 겉으로 확실해 보이는 과거에 대한 믿음을 접고 과거를 혼돈으로 받아들이고 형상화하고 꾸미고 기념할 수 있을 때, 그리고 나의 죽은 이들이 모두 다시 살아나 친숙하면서도 내가 지금껏 인정한 것보다 더 낯설고 자율적인 존재가 될 때 비로소 나는 현재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때야말로 미는 그 영원한 약속을 이행하고 불확실해지고, 하나의 선이 하나의 면으로 넓어질 것이다. - page 478 ~ 479


과거의 확실성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고 혼돈 속에서 과거를 재구성하고 재해석함으로써 지금 자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음을

과거의 삶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자신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고 가능성으로서의 미래가 열리다는 것을

한 소년의 삶을 통해, 그의 목소리를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요아힘에게 세상 사람들은 유해하였습니다.

자기만의 생각에 빠지기 일쑤였고 골칫덩이였던 그.

오히려 정신질환자라고 불리는 페르디난트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받았고

유일하게 무서워했던 '종지기'는 그저 커다란 종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울리는 것 외에는 무해하고 심지어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여겨지면서 친구가 됩니다.


그리고 그의 가족들을 살펴보면

아버지는 정작 가족들에게는 관심이 없었던, 외도를 일삼았었고

어머니는 가정에 헌신하였지만 그녀마저도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었고, 무신경한 남편에게 지칠 때면 발작적인 히스테리를 부렸던...

그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관찰하며 나아갔던 요아힘을 바라볼 때면 가슴 한편이 아려오곤 하였습니다.


정상과 비정상.

그 기준은 무엇일까...

오히려 이 경계를 허물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해'라는 자세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세상을 떠난 이들이, 억눌렸던 과거의 기억들이 날아오르며 비로소 자유로워진 요아힘.

이젠 제 자신도 조금은 자유로워질 준비를 해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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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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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작가분 덕분에 알게 된 명화가 있었습니다.

(역시나 화가 이름은... 검색해야 하지만...!)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이 모델에 대한 여러 추측만이 존재하고

이 당시 화가들이 상상의 인물을 그리거나 연습 삼아 그리는 인물 연구화로 '트로니' 중 하나로 추정되지만...

저에게는 소설로 강한 인상을 남겼었습니다.

예술적 심미안과 섬세한 고증을 바탕으로 인물의 숨결과 한 시대의 공기를 완벽하게 되살려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이번에 읽게 된 책의 작가님이신 '트레이시 슈발리에'

사실 명화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책을 읽을 때 '소설'임에도 소설이 아니었던,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읽는 내내 장면들이 그려져 화가의 시선이 마치 나의 시선과도 같이 느껴졌던

정말 그때 그 책을 만나고선 화가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던......

(세월이 흐르면서 흐지부지했지만...)

한동안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제 관심도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는데...

(24년도에도 작품을 내셨네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찾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주 귀고리 소녀』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신작

이 문구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어떤 이의 이야기를 실감 나게 그려낼지 기대하며...

연휴 동안 읽어보았습니다.

사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다!

차별받는 여성에서 열정적이고 독창적인 예술가로!

시간, 전통, 생존, 그리고 사랑 이야기!

글래스메이커


첫 페이지, 첫 문장을 보면...!

우리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됩니다.

때는 1486년, 르네상스가 한창인 시기, 그리고 베네치아는 유럽과 그 외 세계 많은 지역의 무역에서 중심지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의 도시는 영원히 부유하고 강력할 것처럼 느껴지고

그중에서도 우리가 손에 돌을 들고 베네치아의 북쪽 끄트머리에 서서, 곤돌라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무나로 유리 섬을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오르솔라 로소'

우리의 주인공입니다.

무라노에 살지만, 아직 유리공예를 시작하지 않은...

유리 제작은 남자들만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그녀의 가문이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무너져가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관습을 어기고 유리공예에 뛰어들게 됩니다.

남성들에게 여성의 창작품이 받아들여지려면 완벽해야 했기에 죽기 살기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던 오르솔라.

그녀의 인생은 그야말로 납작한 조약돌이 물수제비를 뜨듯 뛰어오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오르솔라는 고개를 듭니다. 이제 서른일곱 살입니다. 오르솔라와 그녀에게 중요한 사람들은 여덟 살 더 나이가 들었습니다. 그들의 운명은 인근 도시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베네치아는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고통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면서 그 세월 안에서 너무 길게 어정거리지 않도록 우리의 길을 늘리고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역병으로 격리되거나 집이 봉쇄되는 사건이,

주요한 혁명(미국 독립 혁명, 프랑스 민중 혁명), 전쟁, 산업화, 관광화 등으로 베네치아와 무라노의 위상이 바뀌게 되면서 이제

무라노의 유리공예 산업은 전성기에서 점차 쇠퇴하게 되고

베네치아는 교역 중심지에서 관광 중심지로 변하게 됩니다.

유리구슬 사업이 예전만큼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놓을 수가 없었던 오르솔라...


오르솔라...

역경을 견뎌내고 그녀가 만든 구슬을 지닌 사람들, 그리고 같이 구슬을 만든 사람들의 역사를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을 모습이...

왠지 처연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마지막 장면이 더없이 울컥하게 하였습니다.

'유리 돌고래'

10대 시절의 연인인 안토니오.

같이 떠나자는 안토니오의 제안을 거부하고 가족 곁에 남은 오르솔라.

그를 향한 마음을 주머니에 늘 들어 있는 유리 돌고래처럼 함께 했었는데...

그 마음이 시간을 흘러도 변치 않게 다시금 돌고 돌아와 또다시 그녀 앞에 나타남에...

오르솔라는 잠깐 머뭇거린다. 요새는 이 돌고래들이 든 서랍을 그렇게 자주 열어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씨." 그녀는 말한다. "자리에 앉아요." 그를 위해서, 그렇게 할 것이다. - page 508

그 영롱한 유리 돌고래 빛이 제 마음속에도 오랫동안 유영하고 있었습니다.

한 여인의 일대기 속엔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시대의 역사가, 그녀라는 한 사람이, 예술가로서의 삶이...

조용하지만 강인했고 잔잔하면서도 불꽃같은 감동이 공존하며 복잡 미묘한 감정에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점점 현대로 넘어오면서는 그 시대를 살아가기에 더 공감하면서, 몰입하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누구보다 인물들을 촘촘하게 그려내며 한 장면 한 장면을 다층적으로 그려내 마치 하나의 작품을 보는 것 마냥 생동감과 경이감을 불러일으켰던 트레이시 슈발리에.

이번 작품 역시도 매혹적이었고

영화화하기에 충분하였고

오르솔라라는 인물을 또다시 가슴에 새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그녀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그녀의 대를 이어가는 이들은 또 어떤 삶을 살아갈까......

지금의 흐름 속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어딘가엔 오르솔라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가 있지 않을까....

그런 이를 만나게 되면 말없이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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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 경성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건너는 미술 여행
우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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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근·현대 미술...

솔직히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물방울 화가'라 불리는 '김창열' 화가님의 작품을 직접 관람한 뒤

'천경자' 화가의 작품을 보고...

점점 우리의 화가들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픽! 하게 되었습니다.

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근대의 숨결과 현대의 몸짓이 맞물리는 교차점을 섬세하게 포착하였다는데...

그동안 알지 못했던 화가들을,

그들이 건넨 말들을

지금의 우리에겐 어떤 위로로 다가올지 기대하며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통과 모더니즘의 절묘한 교차

삶과 예술의 본질을 함께 사유하다

근대의 숨결과

현대의 몸짓이 맞물리는

우리 그림 이야기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부 '나와 당신의 도시'는 경성과 서울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은 풍경화들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근대의 예술가 김주경은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1927년)에 서양식 건물이 들어선 거리를 통해 변화하는 1920년대 경성을 모습을 그렸고

현대의 예술가 정영주는 <도시-사라지는 풍경 531>(2020년)에 불 켜진 작은 판잣집이 빼곡한 달동네 풍경을 담으며 건넨 이야기가...

새로움이 일어난다. 변화하고 움직인다. 지나가고 흘러간다. 머물고 떠난다. 잊히고 그리워한다. 도시에서의 삶은 그러하다. 치열한 도시 속에서의 오늘이 괴로웠다면 지나간다고 다독여보고, 어제가 아쉬웠다면 새로운 날들이 다가옴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다. 도시에서의 낮과 밤을 살아내는 모두에게, 그리고 한때는 전부였던 지금은 멀어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언제 어디서든 너의 안녕을 바란다"고. - page 26

2부 '경계선 위의 존재들'은 외지인·여성·장애인 등 시대적·사회적 체제에 의해 경계로 떠밀린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나혜석의 <자화상>(1928년) 속 모던걸이 꾹 담은 입술이 묻는 말 "너는 근대의 신여성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대해

이재현의 <아이돌>(2020~2023년)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흠집 하나 없는 인형이기를 바라는 시선들을 통해

우리는 태어난다. 성별은 주어질 뿐이다. 각자가 던져진 생 안에서 분투한다. 그 길 위에서 여자 또는 남자라는 이유로 아플 일들이 줄어들었으면. 나혜석이 지금의 세상을 보는 마음은 어떨지 묻고 싶다. 이재헌이 바라는 여성과 남성을 넘어서는 인간다움에 대해서도. 다시 계절의 끝자락이다. 당신의 자화상이 자주 웃음 짓기를. - page 116

청각 장애를 넘어선 화가 김기창은 <군마>(1955년)에서 표현했듯이 해방과 전쟁의 시기를 넘고 들리지 않는 세계를 딛고 나아가리라는 다짐을

현덕식이 인간 내면의 욕망들을 그리고 싶었다는 <유시도>(2024년)를 보며

불쑥 튀어 오르는 내 속의 욕망들에게 말을 건네본다.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어." 당신도 부디 자책하지 말기를. 작은 힘듦도 크게 느껴졌던 추운 날들이 지나간다. 봄은 늘 온다. - page 145

3부 '계절을 통과하는 감각'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과 계절감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겨울을 표현했던 이성자와 이채원의 그림이 전한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는데...

혹한의 날들이다. 이 계절이 끝나지 전 한 번 더 눈이 내리기를 바라본다. 새하얀 눈길 위에 나의 발자국을 남기리라. 이성자의 <눈 덮인 보지라르 거리> 속 고목처럼 당당하게. 이채원의 <고요의 바다> 속 얼음 조각상에 나의 온기를 맞대며. - page 213

4부 '내면의 소용돌이'와 5부 '삶에 흐르는 이야기'는 삶의 본질적 요소들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예술가라는 자아가 지닌 욕망과 불안, 사랑, 우정, 연대 등에 대하여...

그중에서 저는 이번에 이중섭 전시를 볼 예정이라 그의 이야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국민화가" "소 그림의 대가" "비운의 천재"

이중섭을 이야기할 때면 하는 말들.

하지만 그 이면엔 애달픔에 서글퍼집니다.


류노아의 <실낙원>(2021년)은 유학 생활 중 한동안 몸이 심하게 아파

"가족이 너무 그리웠지만 아프다고 바로 돌아갈 수 없었다."

7년 만에 귀국한 뒤 돌아와 그린 이 그림.

금속을 벗겨낸 듯 바래진 색의 인물들이 있다. 시간은 흐른다. 맺어짐에서 점점 멀어진 오늘날의 가족의 모습처럼. 흐릿한 변색들로 채워졌음에도 여운이 깊다. 류노아가 그리는 세계다. - page 326

이 그림들이, 화가가 전한 이야기로

가족이란 양면적이다. 마법 같은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곳보다 따스하나 칼에 배일 때도 있다. 이중섭은 가족 모두가 단단하게 엮어 있기를 바랐고, 류노아는 닿지 않는 각자의 공간을 표현했다. 당신은 어느 가족을 꿈꾸는가. 완벽한 낙원은 없다. '함께'하거나 '홀로' 있거나. - page 326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며 조만간 직접 이중섭과의 대화를 해 보려 합니다.

총 47인의 근현대의 예술가를 바라보며...

그중에서 한 예술가가 인상에 남았습니다.

바로 노은주 화가.

<스틸 라이트 2> 작품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스틸 라이트 2>의 꽃은 사라질 듯 흘러내린다. 피어나기를 멈춘 듯, 형태만을 남겨두고. 신기하다. 아슬아슬하게 엉켜 간신히 매달려 있음에도 동적이다. 말라버린 가지에 감겨 있는 물질들이 움직인다. 미세하게. 손을 뻗고 싶다. 떨어지는 꽃을 붙잡고 싶다. 볼수록 차갑다. 냉정한 정물화다.

...

낙화가 아니었다. <스틸 라이트 2> 속 꽃들은 피어나고 있다. 그래서였다. 삶의 귀함은 화려하게 만개하는 날들에 있지 않다. 정지한 시간 속에서 시계추를 돌리려는 작은 손짓들에 존재한다. 가느다란 선에 의지해 어려이 달라붙어 있는 마른 꽃잎들이 더 이상 애처롭지 않다. - page 39 ~ 40

'모두에게 찬란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존재만으로도 괜찮다.'

그러니 이 작품으로 모두에게, 아니 저에게 따스함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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