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메이커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박현주 옮김 / 소소의책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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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작가분 덕분에 알게 된 명화가 있었습니다.

(역시나 화가 이름은... 검색해야 하지만...!)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이 모델에 대한 여러 추측만이 존재하고

이 당시 화가들이 상상의 인물을 그리거나 연습 삼아 그리는 인물 연구화로 '트로니' 중 하나로 추정되지만...

저에게는 소설로 강한 인상을 남겼었습니다.

예술적 심미안과 섬세한 고증을 바탕으로 인물의 숨결과 한 시대의 공기를 완벽하게 되살려냈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이번에 읽게 된 책의 작가님이신 '트레이시 슈발리에'

사실 명화에 대해 알지 못했기에 책을 읽을 때 '소설'임에도 소설이 아니었던,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읽는 내내 장면들이 그려져 화가의 시선이 마치 나의 시선과도 같이 느껴졌던

정말 그때 그 책을 만나고선 화가에 대해 관심을 가졌었던......

(세월이 흐르면서 흐지부지했지만...)

한동안 작가님의 작품을 만나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제 관심도도 점점 사라지고 있었는데...

(24년도에도 작품을 내셨네요?! 이 책을 읽고 나면 찾아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진주 귀고리 소녀』 작가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신작

이 문구에 심장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어떤 이의 이야기를 실감 나게 그려낼지 기대하며...

연휴 동안 읽어보았습니다.

사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다!

차별받는 여성에서 열정적이고 독창적인 예술가로!

시간, 전통, 생존, 그리고 사랑 이야기!

글래스메이커


첫 페이지, 첫 문장을 보면...!

우리는 시간 여행을 하게 됩니다.

때는 1486년, 르네상스가 한창인 시기, 그리고 베네치아는 유럽과 그 외 세계 많은 지역의 무역에서 중심지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의 도시는 영원히 부유하고 강력할 것처럼 느껴지고

그중에서도 우리가 손에 돌을 들고 베네치아의 북쪽 끄트머리에 서서, 곤돌라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는 무나로 유리 섬을 바라보고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오르솔라 로소'

우리의 주인공입니다.

무라노에 살지만, 아직 유리공예를 시작하지 않은...

유리 제작은 남자들만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그녀의 가문이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무너져가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관습을 어기고 유리공예에 뛰어들게 됩니다.

남성들에게 여성의 창작품이 받아들여지려면 완벽해야 했기에 죽기 살기로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던 오르솔라.

그녀의 인생은 그야말로 납작한 조약돌이 물수제비를 뜨듯 뛰어오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그려지는데...

오르솔라는 고개를 듭니다. 이제 서른일곱 살입니다. 오르솔라와 그녀에게 중요한 사람들은 여덟 살 더 나이가 들었습니다. 그들의 운명은 인근 도시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베네치아는 고통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고통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면서 그 세월 안에서 너무 길게 어정거리지 않도록 우리의 길을 늘리고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역병으로 격리되거나 집이 봉쇄되는 사건이,

주요한 혁명(미국 독립 혁명, 프랑스 민중 혁명), 전쟁, 산업화, 관광화 등으로 베네치아와 무라노의 위상이 바뀌게 되면서 이제

무라노의 유리공예 산업은 전성기에서 점차 쇠퇴하게 되고

베네치아는 교역 중심지에서 관광 중심지로 변하게 됩니다.

유리구슬 사업이 예전만큼 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놓을 수가 없었던 오르솔라...


오르솔라...

역경을 견뎌내고 그녀가 만든 구슬을 지닌 사람들, 그리고 같이 구슬을 만든 사람들의 역사를 바라보며 회상에 잠겼을 모습이...

왠지 처연하게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마지막 장면이 더없이 울컥하게 하였습니다.

'유리 돌고래'

10대 시절의 연인인 안토니오.

같이 떠나자는 안토니오의 제안을 거부하고 가족 곁에 남은 오르솔라.

그를 향한 마음을 주머니에 늘 들어 있는 유리 돌고래처럼 함께 했었는데...

그 마음이 시간을 흘러도 변치 않게 다시금 돌고 돌아와 또다시 그녀 앞에 나타남에...

오르솔라는 잠깐 머뭇거린다. 요새는 이 돌고래들이 든 서랍을 그렇게 자주 열어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씨." 그녀는 말한다. "자리에 앉아요." 그를 위해서, 그렇게 할 것이다. - page 508

그 영롱한 유리 돌고래 빛이 제 마음속에도 오랫동안 유영하고 있었습니다.

한 여인의 일대기 속엔 수많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시대의 역사가, 그녀라는 한 사람이, 예술가로서의 삶이...

조용하지만 강인했고 잔잔하면서도 불꽃같은 감동이 공존하며 복잡 미묘한 감정에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점점 현대로 넘어오면서는 그 시대를 살아가기에 더 공감하면서, 몰입하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누구보다 인물들을 촘촘하게 그려내며 한 장면 한 장면을 다층적으로 그려내 마치 하나의 작품을 보는 것 마냥 생동감과 경이감을 불러일으켰던 트레이시 슈발리에.

이번 작품 역시도 매혹적이었고

영화화하기에 충분하였고

오르솔라라는 인물을 또다시 가슴에 새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그녀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그녀의 대를 이어가는 이들은 또 어떤 삶을 살아갈까......

지금의 흐름 속에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어딘가엔 오르솔라처럼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가 있지 않을까....

그런 이를 만나게 되면 말없이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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