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 경성에서 서울까지, 시간을 건너는 미술 여행
우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의 근·현대 미술...

솔직히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물방울 화가'라 불리는 '김창열' 화가님의 작품을 직접 관람한 뒤

'천경자' 화가의 작품을 보고...

점점 우리의 화가들에 대해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픽! 하게 되었습니다.

미술사의 흐름 속에서, 근대의 숨결과 현대의 몸짓이 맞물리는 교차점을 섬세하게 포착하였다는데...

그동안 알지 못했던 화가들을,

그들이 건넨 말들을

지금의 우리에겐 어떤 위로로 다가올지 기대하며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통과 모더니즘의 절묘한 교차

삶과 예술의 본질을 함께 사유하다

근대의 숨결과

현대의 몸짓이 맞물리는

우리 그림 이야기

근대와 현대 미술 잇기

책은 5부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1부 '나와 당신의 도시'는 경성과 서울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은 풍경화들을 소개하고 있었습니다.

그중에서 근대의 예술가 김주경은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1927년)에 서양식 건물이 들어선 거리를 통해 변화하는 1920년대 경성을 모습을 그렸고

현대의 예술가 정영주는 <도시-사라지는 풍경 531>(2020년)에 불 켜진 작은 판잣집이 빼곡한 달동네 풍경을 담으며 건넨 이야기가...

새로움이 일어난다. 변화하고 움직인다. 지나가고 흘러간다. 머물고 떠난다. 잊히고 그리워한다. 도시에서의 삶은 그러하다. 치열한 도시 속에서의 오늘이 괴로웠다면 지나간다고 다독여보고, 어제가 아쉬웠다면 새로운 날들이 다가옴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다. 도시에서의 낮과 밤을 살아내는 모두에게, 그리고 한때는 전부였던 지금은 멀어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언제 어디서든 너의 안녕을 바란다"고. - page 26

2부 '경계선 위의 존재들'은 외지인·여성·장애인 등 시대적·사회적 체제에 의해 경계로 떠밀린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나혜석의 <자화상>(1928년) 속 모던걸이 꾹 담은 입술이 묻는 말 "너는 근대의 신여성을 얼마나 알고 있느냐"에 대해

이재현의 <아이돌>(2020~2023년)에서 바라볼 수 있었던, 흠집 하나 없는 인형이기를 바라는 시선들을 통해

우리는 태어난다. 성별은 주어질 뿐이다. 각자가 던져진 생 안에서 분투한다. 그 길 위에서 여자 또는 남자라는 이유로 아플 일들이 줄어들었으면. 나혜석이 지금의 세상을 보는 마음은 어떨지 묻고 싶다. 이재헌이 바라는 여성과 남성을 넘어서는 인간다움에 대해서도. 다시 계절의 끝자락이다. 당신의 자화상이 자주 웃음 짓기를. - page 116

청각 장애를 넘어선 화가 김기창은 <군마>(1955년)에서 표현했듯이 해방과 전쟁의 시기를 넘고 들리지 않는 세계를 딛고 나아가리라는 다짐을

현덕식이 인간 내면의 욕망들을 그리고 싶었다는 <유시도>(2024년)를 보며

불쑥 튀어 오르는 내 속의 욕망들에게 말을 건네본다.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어." 당신도 부디 자책하지 말기를. 작은 힘듦도 크게 느껴졌던 추운 날들이 지나간다. 봄은 늘 온다. - page 145

3부 '계절을 통과하는 감각'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풍경과 계절감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겨울을 표현했던 이성자와 이채원의 그림이 전한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는데...

혹한의 날들이다. 이 계절이 끝나지 전 한 번 더 눈이 내리기를 바라본다. 새하얀 눈길 위에 나의 발자국을 남기리라. 이성자의 <눈 덮인 보지라르 거리> 속 고목처럼 당당하게. 이채원의 <고요의 바다> 속 얼음 조각상에 나의 온기를 맞대며. - page 213

4부 '내면의 소용돌이'와 5부 '삶에 흐르는 이야기'는 삶의 본질적 요소들에 주목하고 있었습니다.

예술가라는 자아가 지닌 욕망과 불안, 사랑, 우정, 연대 등에 대하여...

그중에서 저는 이번에 이중섭 전시를 볼 예정이라 그의 이야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국민화가" "소 그림의 대가" "비운의 천재"

이중섭을 이야기할 때면 하는 말들.

하지만 그 이면엔 애달픔에 서글퍼집니다.


류노아의 <실낙원>(2021년)은 유학 생활 중 한동안 몸이 심하게 아파

"가족이 너무 그리웠지만 아프다고 바로 돌아갈 수 없었다."

7년 만에 귀국한 뒤 돌아와 그린 이 그림.

금속을 벗겨낸 듯 바래진 색의 인물들이 있다. 시간은 흐른다. 맺어짐에서 점점 멀어진 오늘날의 가족의 모습처럼. 흐릿한 변색들로 채워졌음에도 여운이 깊다. 류노아가 그리는 세계다. - page 326

이 그림들이, 화가가 전한 이야기로

가족이란 양면적이다. 마법 같은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곳보다 따스하나 칼에 배일 때도 있다. 이중섭은 가족 모두가 단단하게 엮어 있기를 바랐고, 류노아는 닿지 않는 각자의 공간을 표현했다. 당신은 어느 가족을 꿈꾸는가. 완벽한 낙원은 없다. '함께'하거나 '홀로' 있거나. - page 326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며 조만간 직접 이중섭과의 대화를 해 보려 합니다.

총 47인의 근현대의 예술가를 바라보며...

그중에서 한 예술가가 인상에 남았습니다.

바로 노은주 화가.

<스틸 라이트 2> 작품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기에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스틸 라이트 2>의 꽃은 사라질 듯 흘러내린다. 피어나기를 멈춘 듯, 형태만을 남겨두고. 신기하다. 아슬아슬하게 엉켜 간신히 매달려 있음에도 동적이다. 말라버린 가지에 감겨 있는 물질들이 움직인다. 미세하게. 손을 뻗고 싶다. 떨어지는 꽃을 붙잡고 싶다. 볼수록 차갑다. 냉정한 정물화다.

...

낙화가 아니었다. <스틸 라이트 2> 속 꽃들은 피어나고 있다. 그래서였다. 삶의 귀함은 화려하게 만개하는 날들에 있지 않다. 정지한 시간 속에서 시계추를 돌리려는 작은 손짓들에 존재한다. 가느다란 선에 의지해 어려이 달라붙어 있는 마른 꽃잎들이 더 이상 애처롭지 않다. - page 39 ~ 40

'모두에게 찬란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존재만으로도 괜찮다.'

그러니 이 작품으로 모두에게, 아니 저에게 따스함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