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오세……." - page 7
도쿄 동쪽에 자리한 서민 동네 가메이도.
역에서 북서쪽으로 도보 십 몇 분, 가메이도 덴진을 지나 해가 잘 들지 않는 샛길에 위치한 33제곱미터 넓이의 오래된 가게 '오이디푸스 찻집'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루미야 유구레'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어? 아저씨 혹시 유명한 사람 아니에요?"
'명탐정 사천왕'이라 불리던 탐정 '고코타이 가제'가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사실 고코타이와 나루미야는 명탐정과 조수로 전국을 떠돌며 사건을 해결했지만 이제는 옛일이 되어버렸었는데...
다음 날.
찻집 단골들이 '명탐정의 유해성을 고발한다!'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어째서 명탐정을, 그것도 붐이 종언을 맞이한 지 약 20년 지난 지금, 갑자기 고발한다는 거지?
이제 다 지난 일인데! 게다가 다들 그때는 도움을 받아서...... 명탐정에게 그렇게 고마워했는데. - page 43
명탐정에 대해 하는 이야기가...
"그러니까 명탐정은, 필수 노동자 행세를 하지만 실제로는 아니란 말이죠. 그게 찜찜하더라고요. 명탐정은 오리혀 사냥꾼, 게이머 아니에요? 산 사람의 운명을, 목숨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면서, 퀴즈라도 푸는 것 같은 기분으로, 모르는 타인의 인생을 좌우하잖아요. 그래 놓고 모른 척 가버리는 건 너무하지 않아요?"
"그렇군요."
"그런 일방적인 특권이 허락되는 사람이 대체 어디에 있어요? 인도적으로 너무 문제 있는 거 아니에요?" - page 45
어쩌다 명탐정에 대해 이런 오해가 있는 건지...
"도망친다고 할지, 난 스스로 증명해야 해. 혼자가 되고 나서 그걸 알았다. 그래서 일단 나루미야 널 데리러 온 거야. 명탐정한테는 조수가 필요하니까."
"증명?"
"즉, 내가. 우리가. 옳다는 걸. 우리는 지금까지 쭉 옳았다는 걸 말이지."
"뭔 소리야?"
"그렇잖냐. 과거를 아는 건 우리 세대잖냐. 게다가 명탐정에 관해 정확하게 아는 건 당사자인 나랑 나루미야 너 아니냐. 그런데 그렇게 수상쩍은, 그냥 젊기만 한 녀석한테 영문 모를 트집이나 잡혀서. 과거를 그렇게 멋대로 고쳐 쓰는데 닥치고 참으라고? 걘 그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다고. 나루미야, 명탐정의 올바름은 증명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올바름은 존재하기 때문이지. 존재하는 건 증명할 수 있어. 당사자인 나라면. 그리고 내내 함께 행동했던 너라면. 그러니까!" - page 52 ~ 53
그리하여 고코타이와 나루미아는 자신들이 '정답'이라 믿었던 결론이 과연 진실이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건의 현장과 관계자들을 차례로 방문하게 됩니다.
'인체의 신비전'을 시작으로 펜션에서 일어난 연속 살인사건, 폭발을 향해 달려가는 기차, 학교에서 일어난 괴담 같은 살인사건, 대형 공연장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까지...
이번엔 '범인'이 아닌 '진실'을 찾아 나서게 되는데...
이들의 결론은 어떨지...!
"그러니까 말이지, 과거에 내가 늘 옳았던 게 아니란 걸 안 게 나한테는 큰 수확이었어. 전와하고 이야기했는데, 내가 좋은 뜻으로 한 일이 상대방을 난처하게 했다든지, 추측한 게 사실하고 달랐다든지. 부부관계 악화 사건의 수수께끼가 지금에 와서 하나씩 풀렸지 뭐냐. 그래서 난 생각했다. 그 친구하고 전과는 다른 식으로 이야기할 수 있게 된 지금, 내 여행은 끝난 게 아닐까 하고. 야, 나루미야...... 너만은 알아주겠지? 옛날에 난 누가 뭐라든 진짜 명탐정이었다는 걸. 쉰 살이 된 지금 난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서 마지막 추리를 한 거야. 자기 인생의 수수께끼를 죽을 힘을 다해 푼 거라고. 똑똑한 조수랑 함께. 명탐정 고코타이 가제 최후의 사건, 그게 이 여행이었던 거다." - page 471
그 시대에
그것은 최선이었고
그래서 진실이라 믿으며
'명탐정'들이 활약했었지만...
"그러니까 그때 나와 있는 증거를 바탕으로 최선의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고자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거야. 완벽한 최선의 결과를 내는 건 늘 불가능했어. 그럼 차선의 결과에 착지하고자 노력하는 게 어른의 판단이다. ......차선이면 충분하잖냐? 충분하고도 남잖냐? 좌우지간 그때 도와줘야 할 사람들이 있었다고. 사건의 피해자가, 범인으로 의심받는 사람이, 도와달라고 명탐정한테 매달리는 사람이 많았어.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며 지금 이 순간 추리하는, 지금 이 순간의 존재였어. 그렇기에 명탐정이었던 거야." - page 331
완전히 증명되기란 어렵다는 것을
그때의 정의가 지금은 유해할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을 통해 우리에게도 해결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해 주었습니다.
사실 저도 사건 '해결'에만 초점을 두었지 그 후의 이야기에는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그동안 사건들을 향해, 범인을 향해서만 손가락을 가리켰었는데 이제 나머지 손가락이 가리킨 곳을 보게 되었습니다.
남은 이들의 눈물을, 울부짖음을...
그리고 우리의 인생도, 세상도 과거의 잘못을 지금이라도 바꿔 더 나아갈 수 있기에
되짚고, 보다 정의로운 선택으로 새 길을 열어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