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장, 인생 그림 - 아트메신저 이소영이 전하는 명화의 세계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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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작가님의 '그림'으로부터의 이야기를 참 좋아합니다.

미술이 건네는 말을 차분히 들려주는 그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어느새 따스한 위로가...

쉬이 그쳐지지 않는 여운이 좋아 제 침대 머리맡에 저자의 책을 두곤 하는데...

이번 책이야말로 진정 원하던 책이었습니다.

자신의 하루를 완성하는 '인생 그림'과 '인생 화가'에 대한 이야기.

이 책으로부터 제 하루도 완성될 듯합니다.

앙리 마티스, 피에르 보나르,

차일드 해섬, 빈센트 반 고흐, 화니 브레이트,

피에트 몬드리안, 앤더슨 소른...

우리를 치유의 공간으로 안내하는

인생 그림과 인생 화가를 만나는 시간

하루 한 장, 인생 그림



사실 유명한 화가와 대표작에 관련된 이야기는 시중에서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한 저자의 이야기로부터 깨우치게 된 점이 있었는데...

유명한 화가일수록 그에 대한 이야기는 늘 비슷하게 되풀이된다. 그럴수록 우리는 작품을 더 오래 바라봐야 한다. 세상 사람들이 만들어 낸 수많은 이야기가 아닌, 오로지 작품을 바라보는 시간을 늘린다면 진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바가 조금은 들린다. - page 106

그동안에는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였던 저에게 경종을 울렸던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작품'에 많은 시간을 두었었습니다.

책 역시도 한 페이지 가득히 그림이 있었기에 그야말로 전시장에서 일대일로 마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러다 보니 문뜩 제 마음의 소리도 들리는 듯하였습니다.

'인생 화가'

'인생 그림'

어떻게 찾아야 할까...?

우리가 '인생 화가'를 찾는 조건들은 대단히 엄격하지 않다. 하지만 쉽지만도 않을 것이다. 늘 봐도 시선이 오래 머무는 그림,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인정하게 되는 화가, 살아가면서 더 알고 싶어지는 화가가 있다면 그게 바로 '인생 화가'다. - page 106

저에겐 '인생 화가'는 빈센트 반 고흐였습니다.

워낙에 그의 작품은 유명하고도 익숙하기에 그럴 수 있겠지만 마음이 힘들고 정신이 자신을 갈취하는 것 같은 괴로움에 짓눌려도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온건하고 성실히 이겨내려 했던 한 가난한 예술가인 고흐.

그에게서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자 하는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나중에 사람들은 반드시 나의 그림을 알아보게 될 것이고,

내가 죽으면 틀림없이 나에 대한 글을 쓸 것이다."

_빈센트 반 고흐

오랫동안 시선이 머물렀던 핀란드 화가 '헬레네 세르프벡'.



젊었을 때의 세르프벡, 중년의 세르프벡, 노년의 세르프벡...

그녀의 자화상을 보노라면 많은 생각이 오가곤 하였는데 그녀가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

누구에게나 자신의 노화를

순순히 인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터,

마흔에 접어든 나에게 헬레네의 자화상은 말한다.

모든 것은 다 변하는 것이라고.

변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 page 223

그리고 이 작품도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오랫동안 남았었습니다.

앙리 르 시다네르 <달밤의 창가 모습>.



명확하게 표현되지 않은 풍경들.

저자는 이 화가를 슬픔이라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라 했습니다.

그의 작품 전반에 흐르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감정인 '애상'.

시다네르는 시간이 주는 힘을 알고 있었던 듯하다. 아침과 낮에는 세상일에 온통 정신이 빼앗겨 내 감정에 대해 늘어놓지 못하는 우리는, 해가 저물고 밤이 찾아오면 하루를 정리하며 가까운 사람에게 또는 일기에 오늘 하루 내가 어떠했는지 셀레스탱처럼 감정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알게 된다. 내가 매순간 마주한 목구멍에 맺힌 갑갑한 감정들이 뭉뚱그린 하나의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울고 있는 아이에게 차분하게 왜 우냐고 다가와 연유를 묻는 그림. 그래서 나는 나의 슬픔을 조목조목 나열해 분류하고 있는 시다네르의 그림을 애정한다. 그의 그림은 슬프다고 느끼는 날마다 저녁 시간을 함께해주는 좋은 친구가 된다. - page 407

59인의 화가가 그려낸 '인생 그림'과 다양한 '삶'의 모습들.

보고 나니 가슴 한켠이 먹먹하였습니다.

아마도 화가를 만난다는 것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나의 내면과 만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스스로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살기 위해선 각자의 '인생 그림'이, '인생 화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나의 하루를, 나를 완성하기 위해 그림을 바라볼 시간을 가져봐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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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다시 만날 것처럼 헤어져라 - 일과 삶을 성공으로 이끄는 인간관계의 기술
조우성 지음 / 서삼독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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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흔이 되면 뭔가 안정되고 살아가는 것이 쉬워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어렵기만 한 건 나에게의 문제일까......

특히나 '인간관계'는 힘겹기만 합니다.

어떤 사람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 건지......

여기 변호사로 일하며 보고 겪은 경험들과 풍부한 인문 고전, 경제경영, 자기계발서를 바탕으로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인간관계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게 관계를 다루는 지혜를 알려 준다고 하였습니다.

관계 맺고 끊기의 지혜.

저도 한 수 배워보겠습니다.

변하지 않는 관계는 없고, 모든 관계에는 끝이 있다.

헤어질 것을 알기에 현재에 최선을 다하고

다시 만날 것처럼 잘 헤어지는 법

마흔, 다시 만날 것처럼 헤어져라



아마 다들 같은 생각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관계를 많이 맺을수록 좋다고 생각하고 무리하게 그 수를 늘려 감을.

하지만 우리는 또한 잘 알고 있는 사실.

그렇지만 나무마다 최상의 열매를 맺을 수 있는 한계가 있듯이 사람마다 본인에게 적합한 관계의 양이 있다. 그 양을 무리하게 초과하면 관계 하나하나는 부실해진다. 내가 훈장처럼 수집했던 관계 속에서 새로운 불화와 갈등이 싹트고 결국 처치 곤란한 가지와 열매 때문에 끙끙 속을 앓는다. - page 5

관계의 나무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선 관계의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렇기에 저자 조우성은 우리에게 말하였습니다.

"다시 만날 것처럼 헤어져라"

저자는 평생 가는 관계를 만들 수 있다거나, 상대와 맞지 않으면 당장 손절하라는 식의 성급하고 자극적인 조언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동양 고전, 경제경영, 자기 계발을 바탕으로 누구도 바꿀 수 없는 인간의 본성과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주목하고 그 안에서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지혜로운 답을 제안하였습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이 좋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사람을 얻는 기술》 자기 계발 스테디셀러는 물론, 《논어》, 《사기》, 《한비자》 등 수천 년간 읽힌 고전 필독서와 사례를 바탕으로 건넨 조언이었기에 쉽게 이해할 수 있었고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언제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사소함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저를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큰일보다 사소한 것 때문에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진심으로 고마워하기도 하는 나, 아니 우리들의 모습.

중국 전국시대 책사들의 책략을 모아 둔 《전국책》의 <중산>에도 나와있었습니다.




'작고 사소한 것이니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은가'라는 관점이 아니라 '이 작은 것도 챙기지 못하다니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 page 23

'사소함'으로부터 사람 사는 원리를 일깨워주었던 이야기.

<좋았다가 나빴다가, 그게 인간관계다>

사마천의 《사기》 중 <맹상군열전>의 한 대목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하였습니다.



관계는 좋았다가 나빠질 수 있고, 나빴다가 좋아질 수 있다. 내 상황이 좋지 않을 때는 상대와 거리감이 생기거나 상대가 떠나갈 수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 사람이 떠나갔다고 해서 미워하지 말고, 또 내 상황이 좋아져서 그가 다시 돌아왔을 때 왜 그랬는지 캐묻지 말라. 씁쓸할 수는 있으나 분노하거나 곱씹느라 큰일을 망쳐서는 안 된다. 이익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이기심과 나약함을 인정해야 한다.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이치이자, 인간사인 것이다. - page 195

나 역시도 그랬지만...

씁쓸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에 이렇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시중에 인간관계와 관련된 책들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떤 책보다 더 의미 있게 와닿았던 책.

특히나 마지막 이야기가 참 오랫동안 남았었습니다.

중요한 일을 마무리할 때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었는지 돌아보자. 최선을 다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다면 아쉬움이 남겠지만, 상대와 계속 함께하고 싶다면 기회는 다시 또 온다. 당신이 누군가에게 '결과를 떠나 오래 두고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당신의 인생은 그 누구보다 풍요로울 것이다. - page 234

앞으로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얻었는지 스스로를 되물으며 현재에 충실하되, 끝났을 때는 겸허히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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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마인드
이성민 지음 / 스윙테일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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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재부터 짜릿하였습니다.

연쇄살인마와 프로파일러.

그들의 숨 막히는 대결 속으로 저도 들어가 보려 합니다.

"놈은 약삭빠르고, 잔인해요.

제가 아는 한, 가장 악마에 가까운 존재예요."

평범한 사람을 조종해 살인을 저지르는 마스터와

그를 쫓는 천재 프로파일러의 심리 스릴러

마스터마인드



쿵. 쿵. 쿵.

취조실 한가운데엔 철제 테이블, 그리고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한 의자엔 이미 누군가가 앉아 있다. 오늘의 주인공이다. - page 10 ~ 11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30대 중반의 남성.

그는 바로 375명의 사상자를 만든 '웅진 아울렛 테러 사건'의 주범이었습니다.

그에게로부터 속마음을 꿰뚫어야 하는 프로파일러 '수진'.

놈에게서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순간...

나는 절망을 누르며 다시 놈을 보았다. 피투성이가 된 남자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꺽꺽거리는 소리를 냈다. 붉은 거품이 침을 타고 입 밖으로 질질 흘렀다. 붉게 충혈된 그의 눈알이 허공을 이리저리 방황하더니, 별안간 멈췄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공포에 숨을 멈췄다. 놈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은 것이다. 모두가 패닉에 빠져 소리를 지르던 아비규환 속에서 그는 나를 똑바로 보며 입모양으로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앞으로 내가 꿈속에서 수백 번은 되새기게 될, 섬뜩한 그 말을.

"나중에 보자." - page 18

이 사건이 벌어지고 20분 후, 두 번째 테러로 자신의 남편과 아들을 잃게 된 수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던 어느 날, 한밤중에 자신과 딸을 미행하는 의문의 남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납치 같은 거 아닙니다."

"뭔데요, 그럼? 내가, 지금은 경찰 프로파일러도 뭣도 아닌 내가, 시식 코너 알바나 하는 내가, 이 야밤에 갑자기 왜 필요한데요, 예?"

이를 악물었다.

"국가 안보랑 관련된 문제입니다. 정말 급한 일이라......" - page 41

그리고 난데없이 울린 전화벨.

비록 일은 그만두었지만, 근무하는 동안 많은 신세를 졌던 지은 선배의 전화였습니다.

자초지종 방금 벌어진 일을 설명하니

- 너, 복귀시켜준대. 그것도 그만둘 때 직위에서 두 단계 승급한 걸로.

...

- 근데, 솔직히 느낌이 좀 안 좋아. 야밤에 부른 것도 그렇고, 그 양복 입은 놈들이 끝까지 무슨 일인지 안 밝히는 것도 그렇고. - page 45 ~ 46

일단 의문의 남자와 조우하니 수상한 연구소 '앤트힐'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연구 대상이자 죄수인 '마스터'를 대면하는 일이었습니다.

왜 자신을 선택한 것일까...?

"그게...... 알고 보니까, 이놈이 수진 씨와 완전히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라."

"관계요?" - page 83

직접 대면한 수진.

그녀에게 건넨 말이

"우리 구면이잖아. 취조실에서, 기억 안 나? 볼펜. 목에다 푹. 나중에 보자고 했잖아."

그녀는 검지를 꼿꼿이 치켜들더니, 자신의 목 경동맥 부분을 꾸욱 눌렀다.

"여기. 목에다 푹."

나는 충격에 우뚝 몸을 멈추었다. 공포가 초고압 전류처럼 온몸을 꿰뚫었다.

'말도 안 돼. 넌 죽었잖아. 죽었어야 하잖아.' - page 121

눈만 마주치면 타인의 몸으로 갈아탈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지닌 연쇄살인마, 일명 '마스터'라 불리는 그.

그에게 남편과 아들을 잃었던 수진.

이제 이 둘의 질긴 악연을 끊기 위한 숨 막히는 두뇌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이번엔 마스터를 잡을 수 있을까...?

극악무도한 잔인성을 가진 마스터.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상대의 몸으로 이동해 마음먹은 대로 조종할 수 있는 살인마의 능력은 소설을 읽으면서 누가 마스터인지 쫓아가는 스릴에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놈을 반드시 잡아 족친다. - page 210

정말 한마음으로 그를 쫓고 있었습니다.

왜 그가 무서운 존재인지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의 소름.

"놈은 악마 새끼야. 하지만 국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유용한 '무기'이기도 해."

"무기......?"

내가 말했다.

"그래. 사람들은 언제나 총이나 핵폭탄 따위를 두려워하지. 정작 진짜 두려워할 대상은 그 트리거를 쥐고 있는 인간들인데도. 그리고 마스터는......"

"그 인간들의 머릿속에 마음껏 들어갈 수 있다는 거네." - page 251 ~ 252

하아...

답답한 마음과 분노가 솟구치며 끝장을 보기 전까지 책을 덮을 수 없었던...

악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

열 길 물속보다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이를 통해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보니 더 심란해지곤 하였는데...

무엇보다 마음을 헤아린다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한 일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읽고 나서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범죄는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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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킹덤 1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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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벽돌책의 마지막을 장식할 이 책.

이미 저자의 명성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의 책들이 벽돌책이라 선뜻 읽어보지 않았던...

명실상부한 스릴러의 제왕이자 전설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의 작가

'요 네스뵈'

이번 기회에 그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소설은 그간 그가 내놓았던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가 아닌 스탠드얼론 작품이라 하였습니다.

750페이지의 두툼함 속에 그려질 스릴 만점의 이야기.

기... 대가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당신은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이 소설을 읽고 나면 반드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질 것이다.

<라이브러리저널>

킹덤



개가 죽은 날이었다.

나는 열여섯, 칼은 열다섯. - page 7

매번 집으로 돌아와 사냥할 만한 새를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며 돌아오던 칼.

어느 날 마침내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너무 놀라서 펄쩍 뛰다가 칼에게 마중을 가니 두 뺨이 눈물로 젖어 있던 칼.

"죽었어?" 내가 물었다.

"아니." 칼은 이제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곧 죽을 거야. 입에서 피가 흐르고 두 눈이 박살 났어. 그냥 땅바닥에 누워서 낑낑거리면서 몸만 덜덜 떨고 있어." - page 9

아빠의 사냥용 나이프로 개의 마지막을 맞게 해 준 나 '로위'.

"형도 우네." 칼이 말했다.

"아빠한테 말하지 마."

"형이 울었다고?"

"네가 차마...... 차마 녀석을 재우지 못했다고. 어쩔 수 없다고 결정을 내린 건 나지만, 실행한 건 너라고 말하는 거야. 알았지?"

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 page 10

개의 시체를 놓고 아빠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난 뒤 아빠는 로위를 조금 뒤로 잡아끌어 칼과 거리를 둔 뒤 건넨 말은...

"너랑 나는 비슷해, 로위. 네 엄마나 칼 같은 사람들보다 강인하지. 그러니 우리가 그 둘을 보살펴야 한다. 항상. 알았지?"

"네."

"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야. 친구, 애인, 이웃, 이 지방 사람들, 국가. 그건 모두 환상이야. 정말로 중요한 때가 오면 양초 한 자루 값어치도 안 된다. 그때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뭉쳐야 해, 로위. 다른 모든 사람 앞에서 가족이 뭉쳐야 한다고. 알았지?"

"네." - page 13

시간이 흘러...

형 '로위'와 동생 '칼'이 오랜만에 재회하며 소설은 시작되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오스.

주유소를 운영하며 홀로 살아가고 있던 로위에게 유학을 마치고 아내 섀넌과 함께 칼이 돌아오게 됩니다.

칼이 돌아왔다. 내가 왜 개를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거의 이십년 전 일인데. 어쩌면 예고도 없이 이렇게 갑자기 칼이 귀향한 이유가 그때와 똑같을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지도. 언제나 그랬듯이 똑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형의 도움이 필요해서 왔을 거라고. - page 16

부모님이 물려준 땅에 거대한 호텔을 짓겠다는 칼.

이로 인해 마을은 온통 들썩이고 칼에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지만 로위는 불안하기만 합니다.

경찰이 종결된 옛 살인사건들을 재조사하기 시작하면서 그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되기 시작하는데...

언제나 동생 칼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희생했던 로위.

그런 희생을 당연시 여기는 칼.

이 형제의 얽히고설킨 애증의 모습은 결국 비극을 향해 가고 저자의 질문이 서슬 퍼런 칼날처럼 다가오는데...

"사랑을 위해 당신은 무엇까지 할 수 있습니까?"

지독하리만큼 추악했던 이들의 모습.

혈연, 가족의 의미가 마냥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이 소설.

"가족의 강한 유대와 의리가

도덕을 넘어서는 순간이 있다.

이것이 바로 그 이야기이다."

_요 네스뵈

매우 찝찝함이 남았었습니다.

"이 작고 한심한 농장을 아빠가 뭐라고 불렀는지 알아요?"

"뭐라고 했는데요?"

"킹덤. 오프가르 농장은 우리 왕국이다, 아빠는 항상 이렇게 말했어요. 칼과 내가 이 땅의 주인이 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봐 걱정하는 사람처럼." - page 674 ~ 675

이 소설에서 이들의 모습을 비유하자면 딱 이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되었습니다.

"그 새들을 예로 들어볼까, 로위? 녀석들은 사방을 돌아다녀. 그걸 아마 '이동'이라고 하는 것 같은데. 하지만 자기 선조들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은 녀석들도 안 가. 매번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서식지에서 짝짓기를 한다고. 새처럼 자유롭다고? 웃기는 소리. 그냥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을 뿐이야. 우리도 똑같은 원 안을 맴도는 신세니까. 새장에 갇힌 새랑 똑같아. 다만 그 새장이 워낙 크고 철창이 아주 가늘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 page 198

강한 유대와 결속으로 맺어진 가족이자 형제.

이 죽일 놈의 '가족'이란 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 그들의 모습.

긴 여운이 남아 쉽게 떨쳐버릴 순 없었습니다.

뇌세포를 포함해서 몸의 모든 세포가 바뀌는 데에는 칠 년이 걸린다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따라서 칠 년 뒤에 우리는 원칙적으로 새로운 사람이 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DNA, 세포의 바탕이 되는 프로그램은 변하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잘랐을 때 그 자리에는 똑같은 것이 새로 자라 나올 것이다. 새로 바뀐 뇌세포 역시 옛날 뇌세포와 다르지 않아서, 똑같은 기억과 경험을 대부분 이어받는다. 우리는 변하지 않는다. 똑같은 결정을 내리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한다. 부전자전. 쿠르트 올센 같은 사냥꾼은 계속 사냥할 것이고, 살인자는 만약 정확히 똑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또 살인을 선택할 것이다. 이것은 영원한 원이다. 예측이 가능한 행성의 궤도나 규칙적으로 바뀌는 계절과 같다. - page 745 ~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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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3-02-23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로 들어와서 그런가 하이라이트 하신 것만 보이네요.ㅠㅠ 북플로 다시 읽을게요.^^;;
 
숲속책방 천일야화
백창화 지음 / 남해의봄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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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예뻐서 구입했던 이 책.

알고 보니 이 책은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로 작은 책방 열풍을 불러일으킨 숲속 책방지기의 책과 함께한 20년 이야기

라 하였습니다.

역시!

그래서 이 책을 샀는가 봅니다.

책을 좋아라하는, 책방 이야기도 좋아라하는 저에게 찰떡이었던 이 책!

그곳에선 어떤 환상적인 일이 펼쳐질까요!!

어른들을 꿈꾸게 하는 숲속작은책방,

그곳에서는 천 일이 지나도 끝나지 않을 책덕후들의

가슴 뛰는 이야기가 매일 밤 펼쳐진다!

숲속책방 천일야화



굽이굽이 시골길을 따라 괴산 숲속에 들어가면 아름다운 책방이 나타납니다.

책방 좀 다녔다는 시인과 소설가, 그림책작가, 화가도 한 번 다녀오면 잊지 못하고 마음에 꿈처럼 간직하는, 책 좋아하는 사람의 판타지 같은 공간.

'숲속작은책방'

그곳에 없어서는 안 될 '나비'가 우리를 인도하였습니다.

아주 작은 아기들이 손에 쥐고 보는 그림책부터 책 읽기 싫어하는 어린이들에게 권해 주고 싶은 신기한 책, 세상에 없는 책을 찾아 헤매는 덕후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할 책까지 숲속작은책방이 정성껏 골라 놓은 명품서가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냐옹. - page 18

숲속 책방지기의 책과 함께한 20년 이야기 속엔 숲속에서 만난 책벗들과 그의 삶을 바꾼 인생 책 이야기가 담겨 있었습니다.

때론 웃음 짓게 해 주었고 때론 슬픔을 위로할 수 있었던 이곳.

책방 속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사람 냄새가 참 좋았습니다.

'백창화 북 칼럼니스트 괴산 숲속의 작은책방'

오래된 우편엽서를 손에 쥐고 주소도 전화번호도 모르지만 괴산 좁은 시골에서 책방 하나 못 찾겠나 싶어 음성에서 괴산까지 첫새벽에 출발하는 차를 타고 오셨던 어르신.

당시 <농민신문>에 '시골 책방지기의 마음을 담은 책'이라는 책 소개 칼럼에서 소개한 글을 보고 책을 사러 오셨지만...

아아, 이때 나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어 버리고 싶었다. 왜 책방에 이 책이 없는 거냐고, 왜!

작은 책방은 '당신이 찾는 바로 그 책만 없는 곳'이라지만 이건 최악이 아닌가. 음성에서부터 첫차를 타고 와 마을로 들어오는 버스가 없으니 터미널에서 택시까지 타고 수소문 끝에, 심지어 다시 그 택시를 타고 나가기 위해 바깥에는 기사가 대기하고 있는 마당인데 찾는 그 책이 책방엔 지금 없다. - page 31 ~ 32

음성에서 괴산까지 먼 길을, 또 괴산 터미널에서 책방까지 왕복 택시비 2만 원을 넘게 쓰면서 책을 찾아 읽고자 하셨던 어르신의 열정.

너무 멋지지 않은가!

하지만 그 이면의 씁쓸함이란...

농촌 지역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이들이 원하는 책을 얻기는 쉽지 않다. 이런 도농 간, 세대 간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군 단위, 면 단위 농촌 지역에 서점 설립을 권장하고 그나마 우리처럼 문을 열고 있는 서점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서 정책 지원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도 등 대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서점 지원책이나 조례 제정 등의 활동이 이곳 괴산 오지에까지 이르는 데는 아직도 긴 시간이 필요할 것만 같다. - page 34

그리고 저에게 와닿았던 이야기.

사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떤 책을 골라 주어야 할지 고민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전집을 사서 책장 가득히 채워보지만 아이는 관심 밖이고 그럼에도 꾸준히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를 사주며 나름의 위안을 삼고 있었던 저에게...

어른들은 어린이책에서 재미와 즐거움보다는 다른 걸 좀 더 원한다. 그래서 주위의 평에 많이 기댄다. 전문가 평에 기대고, 옆집 엄마의 추천에 기대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기댄다. 그러다보니 출간된 지 십수 년이 지난 그림책이 여전히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경향이 높다. 어린이책을 공부하거나 추천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독서모임이 많이 생기면서 점차 다양한 선택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도 개성이나 취향에 따른 선택보다는 대다수의 추천과 검증이 더 중요한 시장이다.

독서란 시대를 읽는 것이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지금 시대 그림의 흐름과 취향과 어린이들의 정서를 반영한 새로운 책을 많이 읽으면 좋겠다. 그런데 옛 책이 있으면 나의 향수와 추억에 기대어 자꾸 그 책들을 추천하게 된다. 서가가 2000년대, 2010년대, 내가 그림책을 처음 만나고 감동했던 그 시절에 자꾸만 머물러 있으려 한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 책들을 서가에 두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많이 팔린 이 책들은, 그러니 도서관에 가서 꼭 찾아 읽어 보시라 권하고 지금 새로 나오는 책들을 응원해 달라 이야기한다. 새 출판사에서 발굴하는 새로운 흐름의 책, 새 작가들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이야기, 과거보다는 미래가 보이는 이런 책을 읽으며 작가도 독자도 함께 성장하는 그림책 세상을 꿈꾼다. - page 216 ~ 217

한 사람의 꿈이 다른 누군가의 꿈으로, 나의 삶이 어느 낯선 타인의 삶으로, 이렇게 돌고 돌아 인연의 끈으로 이어진 책방 이야기.

<심야 이동도서관>의 저자가 맺음말에서 던진 질문으로부터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까 생각에도 잠겨봅니다.

도서관은 사후 세계이고, 한 사람이 읽은 모든 글이 보관된 낡은 캠핑카는 천국이다. 이 천국은 대체 무엇일까? 우리가 몇 시간씩, 몇 주씩, 평생토록 책을 읽으며 갈망하는 것은 무엇일까? 오후의 완연한 햇살 아래 아늑한 의자에 앉아 아끼는 책을 영원히 읽을 수 있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희생할 수 있겠는가?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권예리 옮김, <심야 이동도서관>, 이숲

그래서 책으로 가득한 이 집에서 지금 나는 행복한가. 나의 책 읽는 오늘은 그 어떤 날들보다 더 좋았던 날로 기록될 수 있을까. 천 일 동안 천 권의 책 이름을 부를 수 있었던 나는 이제 살아남았음에 축복의 잔을 들어야 하는가.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책은 다른 누군가의 천 권이 될 수 있을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면 나비와 공주, 책방 고양이 두 마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심야 산책을 하며 이 천 권의 이름을 잊어버리지 않게 외우고 또 외워 본다. - page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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