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쿵. 쿵.
취조실 한가운데엔 철제 테이블, 그리고 두 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한 의자엔 이미 누군가가 앉아 있다. 오늘의 주인공이다. - page 10 ~ 11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30대 중반의 남성.
그는 바로 375명의 사상자를 만든 '웅진 아울렛 테러 사건'의 주범이었습니다.
그에게로부터 속마음을 꿰뚫어야 하는 프로파일러 '수진'.
놈에게서 무언가를 알아내려는 순간...
나는 절망을 누르며 다시 놈을 보았다. 피투성이가 된 남자는 바닥에 널브러진 채 꺽꺽거리는 소리를 냈다. 붉은 거품이 침을 타고 입 밖으로 질질 흘렀다. 붉게 충혈된 그의 눈알이 허공을 이리저리 방황하더니, 별안간 멈췄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나는 공포에 숨을 멈췄다. 놈이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은 것이다. 모두가 패닉에 빠져 소리를 지르던 아비규환 속에서 그는 나를 똑바로 보며 입모양으로 한마디를 중얼거렸다. 앞으로 내가 꿈속에서 수백 번은 되새기게 될, 섬뜩한 그 말을.
"나중에 보자." - page 18
이 사건이 벌어지고 20분 후, 두 번째 테러로 자신의 남편과 아들을 잃게 된 수진.
모든 것을 내려놓고 트라우마 속에서 살아가던 어느 날, 한밤중에 자신과 딸을 미행하는 의문의 남자들을 만나게 됩니다.
"납치 같은 거 아닙니다."
"뭔데요, 그럼? 내가, 지금은 경찰 프로파일러도 뭣도 아닌 내가, 시식 코너 알바나 하는 내가, 이 야밤에 갑자기 왜 필요한데요, 예?"
이를 악물었다.
"국가 안보랑 관련된 문제입니다. 정말 급한 일이라......" - page 41
그리고 난데없이 울린 전화벨.
비록 일은 그만두었지만, 근무하는 동안 많은 신세를 졌던 지은 선배의 전화였습니다.
자초지종 방금 벌어진 일을 설명하니
- 너, 복귀시켜준대. 그것도 그만둘 때 직위에서 두 단계 승급한 걸로.
...
- 근데, 솔직히 느낌이 좀 안 좋아. 야밤에 부른 것도 그렇고, 그 양복 입은 놈들이 끝까지 무슨 일인지 안 밝히는 것도 그렇고. - page 45 ~ 46
일단 의문의 남자와 조우하니 수상한 연구소 '앤트힐'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연구 대상이자 죄수인 '마스터'를 대면하는 일이었습니다.
왜 자신을 선택한 것일까...?
"그게...... 알고 보니까, 이놈이 수진 씨와 완전히 관계가 없는 것도 아니라."
"관계요?" - page 83
직접 대면한 수진.
그녀에게 건넨 말이
"우리 구면이잖아. 취조실에서, 기억 안 나? 볼펜. 목에다 푹. 나중에 보자고 했잖아."
그녀는 검지를 꼿꼿이 치켜들더니, 자신의 목 경동맥 부분을 꾸욱 눌렀다.
"여기. 목에다 푹."
나는 충격에 우뚝 몸을 멈추었다. 공포가 초고압 전류처럼 온몸을 꿰뚫었다.
'말도 안 돼. 넌 죽었잖아. 죽었어야 하잖아.' - page 121
눈만 마주치면 타인의 몸으로 갈아탈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지닌 연쇄살인마, 일명 '마스터'라 불리는 그.
그에게 남편과 아들을 잃었던 수진.
이제 이 둘의 질긴 악연을 끊기 위한 숨 막히는 두뇌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과연 이번엔 마스터를 잡을 수 있을까...?
극악무도한 잔인성을 가진 마스터.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상대의 몸으로 이동해 마음먹은 대로 조종할 수 있는 살인마의 능력은 소설을 읽으면서 누가 마스터인지 쫓아가는 스릴에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놈을 반드시 잡아 족친다. - page 210
정말 한마음으로 그를 쫓고 있었습니다.
왜 그가 무서운 존재인지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의 소름.
"놈은 악마 새끼야. 하지만 국가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유용한 '무기'이기도 해."
"무기......?"
내가 말했다.
"그래. 사람들은 언제나 총이나 핵폭탄 따위를 두려워하지. 정작 진짜 두려워할 대상은 그 트리거를 쥐고 있는 인간들인데도. 그리고 마스터는......"
"그 인간들의 머릿속에 마음껏 들어갈 수 있다는 거네." - page 251 ~ 252
하아...
답답한 마음과 분노가 솟구치며 끝장을 보기 전까지 책을 덮을 수 없었던...
악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
열 길 물속보다 어려운 사람의 마음을 읽는 이를 통해 그들과 우리의 차이를 보니 더 심란해지곤 하였는데...
무엇보다 마음을 헤아린다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도 중요한 일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을 읽고 나서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이런 범죄는 없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