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 스페인 고산 마을에서 일궈낸 자급자족 행복 일기
김산들 지음 / 시공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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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의 사진에 빠져들어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푸른 들밭을 거니는 모습.

요즘같이 미세먼지에, 초미세먼지로 바깥외출을 금하는 이 곳에서의 삶에서 이 사진 한 장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때문일까......

그 곳에 사는 아이는 뛰어놀며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다고 그들처럼 저는 '숲'에서 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문명에 길들여져서......

그저 이 책에서, 작가의 이야기로나마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습니다.

 

<Prologue>에서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네팔에서 만난 남편.

"사람이 만나고, 결국 인연이 다해 헤어질 때 서로 상처 주는 일들이 가득하잖아? 그때 남은 상처가 너무 깊어 시간이 흘러도 회복되지 않을 때가 있어. 진정 소중한 관계라면 헤어지거나 멀리하게 되더라도 상대방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떠나야 하는게 아닐까 싶어."

그의 말은 충격적인 진실로 다가왔다. 사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세상과의 관계는 이런 게 아닐까. 죽을 때조차도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떠나는 책임감 같은 것. 나는 남편을 만나 비로소 소소한 것들의 가치를 배웠고, 세상에 숨어 있는 다양한 진실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그와 이 여행을 함께 시작했다. 스페인 고산에 집을 짓고, 세 아이를 자연에서 키우며 생태계를, 자연의 위대함을, 한국과 다른 스페인 문화를 배우면서 인생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내가 세상에 살아 있는 한, 예의를 지키며 세상을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 page 6 ~ 7

 

그렇게 시작된 스페인에서의,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Vistabella)에서의 삶이 시작됩니다.

 

<고산에서 산다는 것>에서 첫째 딸 산드라의 탄생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아무것도 모르고 첫 아이를 출산했을 때의 감정과 '엄마'라는 책임감.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두렵기도 하였고 그 시절은 그렇게 눈물도 많이 흘리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엄마가 있는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 고산의 외딴 마음에서 아이를 키운다고 했을 땐 얼마나 힘들었을지......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조금씩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자급자족으로의 발전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위생적으로 관리되는 수도 없이 빗물을 받아 생활하는 방식을 신뢰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기후가 건조하고 비가 오지 않는 지구상의 많은 지역에서 이런 수도 시설로 생활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후에는 겸허히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은 이곳에서는 알파벡 'R'자가 들어간 달에만 빗물을 받는다는 것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스페인어로 Enero(1월), Febrero(2월), Marzo(3월), Abril(4월), Mayo(5월), Junio(6월), Julio(7월), Agosto(8월), Septiembre(9월), Octubre(10월), Noviembre(11월), Diciembre(12월)인데 5, 6, 7, 8월에는 R자가 없어 빗물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한다. 따뜻한 계절에는 공기 중에 박테리아가 번식하고, 꽃가루가 많다는 이치가 숨어 있다. 빗물을 식수로 사용했던 이곳 선인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 page 81

 

아이가 5개월을 넘어서자 고립된 산골 생활이 조금씩 축복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이를 안고 산책을 나가면 맑은 공기와 햇살을 듬뿍 받을 수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가 황홀했다. 허브 향이 가득 담겨 살랑이는 바람에 모든 시름이 사라지곤 했다. 그럴 때면 막연히 '아, 내 아이도 지금의 나처럼 걱정 없이 자라겠구나.'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 page 83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

'낭만'으로 들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에 그녀 역시도 이야기하였습니다.

직접 재배한 채소만 먹는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그해 겨울 우리는 외출도 안 하고, 이웃의 가게에도 가지 않고, 대중교통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은둔자 부부였다. 우리는 의도치 않게 조금씩 고립되어갔다. 그러면서 크게 깨우친 것이 있다. 내가 직접 재배한 것을 먹고 생활한다는 '자급자족'의 개념을 우린 은연중에 '고립'과 동일한 단어로 취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겨울 실험을 통해 우리는 자급자족이 결코 말처럼 위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 page 121

그래서 그들의 '고립'은 점차 다른 이웃과의 '왕래'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거래하기 시작했다. 감자를 수확하면 바꿀 수 있는 과일을 찾아나섰고 양배추를 수확하면 오이와 토마토를 찾아나섰다. 이웃의 담벼락이 무너지면 달려가 수리해주고, 대신 우리 집 닭장을 고쳐야 할 때면 이웃이 달려와 도와주는 식이었다. 돈디 없어서 시작한 품앗이였지만 하다보니 이웃과의 교감과 연대의식이 깊어졌다. 돈 드는 일도 줄어들었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해결되는 일이 늘어나니 시골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 그렇게 알뜰히 산 덕분인지 우리는 몇 년 후 은행 대출금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전기세, 수도세, 월세 등을 내지 않고, 웬만한 건 물물 교환이나 품앗이로 해결한 덕분이었다. - page 124 ~ 125

 

'시골 생활'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많다. 낭만, 전원, 휴식, 자급자족, 유기농, 친환경...... 하지만 이 중에 어떤 단어도 시골 생활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시골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인내'다. 오늘 되지 않으면 내일 될 수도 있고, 오늘 이뤘다 해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을 기꺼이 감내하며 현실을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시골 생활이 가능해진다. - page 127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내 아이의 발자국, 생태 발자국>

아이들은 길을 따라 한 발, 한 발, 발자국을 남기면서 앞서간다. 큰아이가 지나간 길을 작은 아이들이 지나가면, 아이들이 지나간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힌다. 그 발자국을 보며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 발자국이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우리가 우려하는 그 미래에 닿아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자연과 인간, 동물, 지구상의 모든 살아 있는 종족이 조화를 이루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걷고 있는 숲길이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나는 틈만 나면 아이들을 숲에 데리고 온다. 아이들에게 나무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다.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책임지고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완전함을 나무만큼 제대로 실천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 page 290 ~ 292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도 우리 아이들이 공기 걱정없이, 모래를 밟으며 해맑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살아갈 미래를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줘야하는 책임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가족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비록 '인내'와 '고난', '시련'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찾아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 속에서 보듯이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머릿 속에 맴돌았습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고스란히 받아서일까......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처럼 맑고 밝았던 그들의 모습......

 

공기가 좋아지면 아이와 손을 잡고 숲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 속에 있는 나무들과 동물들의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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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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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곽정은'씨를 알게 된 건 <마녀사냥>이란 프로그램에서였습니다.

남녀의 사연에 대해 거침없는 입담을 펼치던 그녀.

화끈하면서도 때론 친근해서 밉지 않은, 오히려 이웃집 언니같은 느낌을 받곤 하였습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책으로 다가왔습니다.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책장을 펼치면 제일 먼저 만나게되는 <프롤로그>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야근을 하고 돌아와 밤새 홀로 써내려간 글들이 나를 작가로 살게 했고, 가부장제로부터 홀로 빠져 나온 일이 나를 자유로운 여성의 삶으로 인도했으며, 십수 년간 일했던 거대한 조직으로부터 나온 일이 일하는 사람으로서 큰 확장과 성장을 경험하게 해주었다. 나라는 존재가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혼자'를 추구하는 일이 인생의 고비마다 또렷한 이정표가 되어 주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 page 11

그렇게 그녀는 주변의 시선, 사회적 편견에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혼자여서 괜찮은 하루'를 위해 애쓴 흔적들......

담담한 이야기가 저에게 따스한 '위로' 한 잔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서른 마흔 그리고 결혼>에서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한국사회에는 개인의 행복론이 있어야 할 자리에 너무 많은 사회적 당위가 있다. 그리고 그 와중에 여성은 더 이른 나이에, 더 강력한 압박을 경험한다. 서른 살의 남자는 이제 시작하는 나이로 여겨지지만, 서른 살의 여자는 그렇지 않다. 같은 일을 해도 남자들보다 낮은 연봉을 받는데, '여자 나이는 크리스마스 케이크 같은 것'이라거나, '여자는 남자만 잘 만나면 장땡'이라는 아무 말 대잔치 앞에서 꿋꿋하기란 쉽지 않다. 자존감이 한참 낮아진 상태에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그렇게 선택한 사람이 자신에게 적절한 상대일 리 만무하고, 그런 이와 보내는 시간이 천국이 될 리 없다. 불편한 사람과 떠나는 여행이, 혼자 떠나는 여행보다 나을 수 없다. - page 35 ~ 36

저 역시도 겪었던 일이었기에 더 공감이 갔습니다.

만약 그때 그녀의 조언을 들었었다면......

정말 두려워해야 하는 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을 인생의 동력으로 삼는 것이라고, 정말 중요한 건 내 삶을 스스로 어떻게 규정할지 정하는 일이라고. 그리고 불안에 잠식되었던 서른 살의 나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십년 뒤, 너는 어리석던 시절에 한 선택을 되돌려 비로소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 홀로 살아가는 마흔 살이 될 거라고. 가끔 혼자 남겨진 것 같은 새벽을 맞을 것이고, 돌연 아프게 되면 혼자 껑껑대며 운전해 응급실도 가고 입원도 해야 하겠지만, 대단히 힘들거나 서러운 일은 아닐 거라고. 결혼이 아니라, 다만 너의 통장이 너를 구원할 것이라고. - page 36 ~ 37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일>에서 '자존감'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저도 '자존감'이 낮았었습니다.

때론 내가 살아가는 이유조차 그 해답을 못 찾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삶이 비극적으로 흘러가는 건, 인생이 원래 그런 것이라서가 아니다. 그저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것을 되돌리는 선택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답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고 나의 오류를 받아들이는 순간 그것을 헤쳐나올 힘도 생기는 법이니까. 내가 그랬다. 너무도 낮은 자존감으로 허우적대던 이십 대 후반에 나 역시 누군가의 구원을 기다리다 아주 후회스런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 삼십 대에 결혼을 하지 않으면 초라할 거라고 생각할 만큼 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내 인생이 이렇게 흘러갈 순 없다고 굳게 다짐하는 순간, 영혼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정말로 내 인생을 구원하는 건 남자가 아니라 스스로 존중하는 선택을 하겠다는 나의 깨달음과 다짐이라는 것을.

...

몸을 돌봐야 몸이 건강해지듯, 마음도 계속 돌보지 않으면 나약하고 부정적인 생각들로 휩싸이기 쉽기 때문이다. 여전히 제 안의 일부는, 사랑을 통해 구원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신도 부디, 오랫동안 방치하고 무시했던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을 만들길. 자신을 측은히 여기고 스스로에 대한 자비를 가져보길. 당신을 위해 뭐든 하려고 애쓰다 보면, 자존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테니까. 그렇게 내리는 작은 선택들이 모여, 우리에게 새로운 역사를 쓰도록 할 테니까. - page 163 ~ 165

저도 저를 위해 '책 읽기'를 시작하였고 책을 통해, 저자들의 이야기로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상처의 흔적으로 고스란히 남았던 마음을 돌볼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전한 <세 가지 삶>에서 저 역시도 삶의 방향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가 완벽히 매료된 마틴 셀리그만의 이야기는 바로 이 세 번째 방식에 관한 것이다. 그가 말한 세 번째의 삶은 바로 '의미 있는 삶'이다. 즐겁게 사는 것도 중요하고, 몰입의 에너지를 경험하며 자신의 일에서 깊은 성장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인생은 자기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재능을, 자신의 범위 이상으로 사용해 나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 어떨까. 삶의 의미란 그저 잘 먹고 즐겁게 놀며, 열심히 일하는 시간 자체에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재능을 바탕으로 타인의 삶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삶으로 향할 때, 비로소 인생의 목적성이 뚜렷해지고 또한 그 결이 풍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 page 261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기에 더더욱 '의미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래야 나로인해 아이들도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기에, 그 전에 내 삶이 더 의미있고 풍부할 수 있기에......

 

그녀의 진심어린 이야기와 조언들을 듣다보면 어느새 우리가 사는 이유에 대해, 그리고 그 방향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런데 왠지모르게 저는 눈물이 나와버렸습니다.

아마도 모른 척 했었던, 아니 모르고 싶었던 내 마음의 상처들이 나와버렸기 때문입니다.

다시 이 책을 읽으려 합니다.

커피 한 잔과 '나만의 시간' 속에서......

그래서 내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조금씩 치유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나면 진정한 '나'를 만나 내가 사는 이유를 찾아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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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숙녀 에놀라 홈즈 시리즈 2
낸시 스프링어 지음, 장여정 옮김 / 북레시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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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라 하면 대표적으로 '셜록 홈즈'가 떠오르곤 합니다.

워낙에 사건 해결에 있어서 냉철함과 뛰어난 분장술, 그리고 그의 영원한 친구 '왓슨 박사'까지.

그의 활약을 읽으면서 '추리'의 묘미를 느끼곤 하였습니다.


이번에 알게 된 탐정은 조금 놀라웠습니다.

왼손잡이 숙녀


'에놀라'.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뜬금없이 마마무의 노래가 생각나는건 뭐지......?!)

독립심이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그리고 무엇보다 런던 최고의 탐정 셜록의 여동생이라는 그녀.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친숙했던 '왓슨 박사'가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아닌 '라고스틴 박사'를 만나기 위해 큰 고민을 가지고 찾아옵니다.

"어머님이 행방불명 상태라고요. 게다가 여동생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그 두 사람이 형제에게 유일한 가족인데 그런 두 사람이 사라져버린 거죠." - page 23

자신의 앞에 있는 '여동생'의 존재를 모른 채 셜록을 걱정하며 상담을 하다 우연히 전해 들은 사건.

"셜록을 만나러 갔을 떄 유스타스 알리스테어 경과 레이디 알리스테어 부부가 딸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부탁하러 오셨더군요. 셜록은 귓가의 벼룩 한 마리처럼 불편한 소리만 골라 하면서 그분들을 돌려보냈고요." - page 30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실종된 '레이디 세실리'를 찾기 위한 수사과정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과연 14살의 소녀 '에놀라'의 활약을 보고 있으면

'역시! 피는 못 속이는군!'

이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곤 합니다.

아니!

셜록보다 용감하였고 눈썰미가 돋보였기에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이 긴장감과 더불어 스릴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죽은 생선을 펼쳐놓은 빨랫줄 아래서 놀고 있는 더럽고 앙상한 아이들.

모자도 없이 가로등 아래 서서 바느질을 하고 있는 여자들.

수염이 덥수룩해선 담배꽁초를 줍고 있는 남자.

동전을 구걸하며 노래를 부르는 이탈리아 가족.

자갈 위에 무릎을 꿇고 신사의 부츠를 반질반질 닦고 있는 맨발의 소년.집집마다 아픈 아이를 데리고 다니며 성냥을 파는 누더기 차림의 여성. - page 90

이는 빅토리아 시대 런던 거리에서 볼 수 있는, 그 도시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이었습니다.

이 그림이 결국 사건과의 연관성이 있었습니다.

가난한 이와 상류층 사람들.

그리고 변화가 시작되던 계급사회의 일면은 제가 알고 있었던 모습보다 더 처절하고 비참하게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문장이 있었습니다.

잔인한 인간. 자기가 힘을 행사하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레이디 세실리를 노예처럼 대해도 되는 건 아니다. - page 223

이 문장을 읽으면서 작년에 떠들썩했던 우리의 사건이 생각났습니다.

'땅콩회항사건'.

이뿐만 아니라 흔히 '갑질'이라는 행위.

힘을 가진 사람이 결코 해서는 안될 행위.

그렇기에 반성에 반성을 해야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마지막 이야기가 유독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안전하고 자유로운 유일한 길은 내 이름이 말해주고 있는 바로 그 길이다.에놀라. 혼자서.

베이커 가 221번지 난로에 땔감을 채워 넣으며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이 아팠지만 또 한편으로 위안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오빠가 알든 모르든, 좋든 싫든, 셜록 오빠는 가족이 줄 수 있는 그런 안식처를 나에게 주었다.

오빠가 나에게 은신처를 제공해준 것이다. - page 239

따뜻했지만 유독 외롭게 느껴지는건지......

아마도 아직 추위가 풀리지 않은 겨울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탐성 소녀 '에놀라 홈즈'.

그녀의 이야기가 또다시 기다려집니다.

이번엔 조금은 따뜻할 때 다가와 보다 강하고 위트있게, 위험하지만 그래도 감동을 줄 사건으로 다가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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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튼 캔디 캔디 뿅뿅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50
하선정 지음 / 북극곰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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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예쁜 동화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코튼 캔디 캔디 뿅뿅』 


코튼 캔디?

솔직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습니다.

알고보니 입에서 샤르륵~하고 녹아드는, 달콤한 '솜사탕'이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동화책을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 아이는 그림을 보더니 귀여운 동물친구들이 눈에 띄었나 봅니다.

저에게

"엄마! 동물친구들이랑 뭐하고 노는 거지?"

라며 천진한 미소로 묻네요!

저도

"음~ 그럼 우리 빨리 동화책을 읽어볼까?"

"좋아요! 빨리 읽어주세요! 제발요!"

라며 보채는 아이와 함께 책을 펼쳤습니다.


솜사탕을 만드는 주문~♬

코튼 캔디 캔디 뿅뿅!

​멋진 솜사탕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모습을 간직하고픈 우리의 고슴도치는 카메라를 찾다가 그만~!!!!

누가 먹었을까요?


아이가

"엄마! 이제 범인을 찾아보자!"

라며 솜사탕을 먹은 범인을 고슴도치와 함께 찾기로 하였습니다.


동물 친구들에게

내 솜사탕 먹었지?

라고 묻는 고슴도치!

하지만 친구들은 전부

나 아니야...

라고 합니다.


"엄마! 동물친구들이 안 먹었으면 누가 먹었을까?"

"글쎄...... 엄마가 먹었나?! (ㅋㅋ)"

아이도 누가 범인인지 너무나도 궁금해 합니다.




결국 동물친구들의 말을 들으며 범인의 몽타주를 그리다보니,

솜사탕 도둑은

바로! 


누구일까요?


결국 범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고 다시 도치는 멋진 솜사탕을 만듭니다.

코튼 캔디 캔디 뿅뿅! 



어느새 범인도 잡게되고 다시 멋진 솜사탕도 만나게 된 이 동화, 『코튼 캔디 캔디 뿅뿅』.

아이도 스케치북과 색연필, 그리고 뿅망치를 가지고 오더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엄마, 나는 토끼를 좋아하니까 토끼 솜사탕을 만들어 볼래요!"

그리고는 그림에 뿅망치를 뿅!

주문과 함께 외칩니다.

코튼 캔디 캔디 뿅뿅!

어찌나 귀여운지......

솜사탕은 되지 않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 재미있는 그림활동까지 할 수 있었던 이 책이 저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그리고 <솜사탕>이란 노래도 아이와 함께 들어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듣게 된 동요라 그런지 옛 기억도 새록새록나고......

아이도 처음 듣지만 어느새 노래에 빠져 율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아이가 배우게 된 점은 거짓말 하지 않기! 그리고 잘못을 했다면 용서를 구하기! 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는 동물친구들이 거짓말을 했을 때

"엄마, 친구들이 피노키오처럼 코가 길어지면 어떡하지?!"

라며 걱정도 하는 아이.

역시 아이의 상상의 나래는 끝이 없나 봅니다.


날이 좋아지면 아이와 손을 잡고 동물원에 가야겠습니다.

이 책과 함께.

그리고 솜사탕도 먹으며 이렇게 외쳐볼까 합니다.

코튼 캔디 캔디 뿅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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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너와 헤어지는 법을 모른다
오휘명 지음, 김혜리 그림 / 쌤앤파커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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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이에 빠지면 온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그 사람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에 웃고 울 수 있는......

그래도 그저 '좋다'란 말밖에......

아니,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감정.

그렇기에 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랑'은 왜그리도 잔인할만큼의 '이별'을 데리고 오는지......

나는 아직 너와 헤어지는 법을 모른다』 



헤어지는 법은 영원히 모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보다 내 아픔은 더 슬프고 아린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나 겪고 아파하기에, 그렇게 우리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는가 봅니다.


<가장 무서운 병>에선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치매가 가장 무섭다고 말했다. 글을 쓰는 사람이고, 그런 내게 뇌 기능의 저하는 그 어떤 질병보다 치명적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늘 짜임새 있는 글을 써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사는 난데, 똑같은 문장만 반복해서 쓴다든지 하는 건 생각하기도 싫다. 그리고 나는 치매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짐을 지게끔 하는 이들을 많이 봐왔다.

이유가 하나 더 있다. 아직은 잊기 싫은 사람과 장면들이 있다. 무엇을 잊게 될지는 모른다지만, 그리고 잊었던 것들을 어느 순간에 기억해내는 환자들도 있다지만, 온전하게 기억하고 싶은 사람과 마음들이 있다는 말이다. 내가 '잊음의 병'에 걸리지 않길 바란다. 그러나 세상 모 일이 바라는 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것도 나는 잘 안다. 앞서 말한 불행이 내게도 닥쳐올지 모른다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 우주에 절대적인

존재가 있다면, 그리고 그가 날 조금이라도 사랑한다면, 다른 건 다 지워도 그 기억들만큼은 잊지 않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한가지, 똑같은

문장만 쓰게 된대도 상관없다.

누구야 사랑한단다, 누구야 사랑한단다, 그 문장이면 되겠다. 그거면 그래도 괜찮겠다. - page 79 ~ 80

예전에 티비에서 치매걸린 노부인과 살아가는는 노인을 보았었습니다.

그 부인은 자신이 사랑한 그 남편에 대한 기억이 사라졌지만 그런 부인의 모습을 그래도 사랑의 눈빛으로, 여전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사랑을 느끼곤 하였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이 '나도 치매만은 걸리지 않았으면...... 내 소중한 기억들이 사라지지 않았으면......'이라며 다짐을 하곤 하였었는데 막상 저자의 글로 만나게되니 다시금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누구야 사랑한단다

이 말이 왜이리도 가슴 아프게 다가오는건지......

입으로 되뇌다보니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고이곤 하였습니다.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에선 사랑과 그 후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변한 건 나 하나였다.

반 년 전의 나는 너를 몰랐고 반 년 후의 나는 너를 안다. 그거 하나만 변했다. 언젠간 너를 데리고 이곳에 다시 와보고 싶기도 하다. 저거 봐. 우리는 변해서 멀어졌지만 저렇게 큰 물이 변하지도 않고 그대로 있잖니. 그렇게 간지러운 말도 하면서. - page 173

결국 '사랑'의 흔적은 '나'라는 존재였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노래가 떠올랐었습니다.

노을의 <붙잡고도>와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란 노래를 찾아 들었습니다.


붙잡고도 싶었지만
나도 결국엔 안 될걸 알기에

잡고 있던 손을 놓아주고 말았어
이젠 보낼게 My love good bye  - 노을의 <붙잡고도> 중에서 

 

사랑이 끝나고 난 뒤에는 이세상도 끝나고
날 위해 빛나던 모든 것도 그 빛을 잃어버려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한가지 사람을 사랑한다는 그일
참 쓸쓸한 일인 것 같아 - 양희은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중에서

 

사랑했었던, 그리고 다가올 사랑을 위해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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