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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 스페인 고산 마을에서 일궈낸 자급자족 행복 일기
김산들 지음 / 시공사 / 2019년 2월
평점 :
책 표지의 사진에 빠져들어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 숲에서 살기로 했습니다』

푸른 들밭을 거니는 모습.
요즘같이 미세먼지에, 초미세먼지로 바깥외출을 금하는 이 곳에서의 삶에서 이 사진 한 장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아이를 키우기 때문일까......
그 곳에 사는 아이는 뛰어놀며 얼마나 행복할까......
그렇다고 그들처럼 저는 '숲'에서 살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문명에 길들여져서......
그저 이 책에서, 작가의 이야기로나마 대리만족을 하고 싶었습니다.
<Prologue>에서 작가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네팔에서 만난 남편.
"사람이 만나고, 결국 인연이 다해 헤어질 때 서로 상처 주는 일들이 가득하잖아? 그때 남은 상처가 너무 깊어 시간이 흘러도 회복되지 않을 때가 있어. 진정 소중한 관계라면 헤어지거나 멀리하게 되더라도 상대방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떠나야 하는게 아닐까 싶어."
그의 말은 충격적인 진실로 다가왔다. 사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세상과의 관계는 이런 게 아닐까. 죽을 때조차도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떠나는 책임감 같은 것. 나는 남편을 만나 비로소 소소한 것들의 가치를 배웠고, 세상에 숨어 있는 다양한 진실을 보게 되었다. 그렇게 그와 이 여행을 함께 시작했다. 스페인 고산에 집을 짓고, 세 아이를 자연에서 키우며 생태계를, 자연의 위대함을, 한국과 다른 스페인 문화를 배우면서 인생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내가 세상에 살아 있는 한, 예의를 지키며 세상을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 page 6 ~ 7
그렇게 시작된 스페인에서의, 해발 1200미터의 고산 마을, 비스타베야(Vistabella)에서의 삶이 시작됩니다.
<고산에서 산다는 것>에서 첫째 딸 산드라의 탄생과 함께 이야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저 역시도 아무것도 모르고 첫 아이를 출산했을 때의 감정과 '엄마'라는 책임감.
마냥 행복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두렵기도 하였고 그 시절은 그렇게 눈물도 많이 흘리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녀는 엄마가 있는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 고산의 외딴 마음에서 아이를 키운다고 했을 땐 얼마나 힘들었을지......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조금씩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자급자족으로의 발전된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위생적으로 관리되는 수도 없이 빗물을 받아 생활하는 방식을 신뢰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곧 기후가 건조하고 비가 오지 않는 지구상의 많은 지역에서 이런 수도 시설로 생활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후에는 겸허히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니게 되었다.
한 가지 신기했던 점은 이곳에서는 알파벡 'R'자가 들어간 달에만 빗물을 받는다는 것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스페인어로 Enero(1월), Febrero(2월), Marzo(3월), Abril(4월), Mayo(5월), Junio(6월), Julio(7월), Agosto(8월), Septiembre(9월), Octubre(10월), Noviembre(11월), Diciembre(12월)인데 5, 6, 7, 8월에는 R자가 없어 빗물을 받으면 안 된다고 한다. 따뜻한 계절에는 공기 중에 박테리아가 번식하고, 꽃가루가 많다는 이치가 숨어 있다. 빗물을 식수로 사용했던 이곳 선인들의 지혜가 엿보인다. - page 81
아이가 5개월을 넘어서자 고립된 산골 생활이 조금씩 축복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이를 안고 산책을 나가면 맑은 공기와 햇살을 듬뿍 받을 수 있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새소리가 황홀했다. 허브 향이 가득 담겨 살랑이는 바람에 모든 시름이 사라지곤 했다. 그럴 때면 막연히 '아, 내 아이도 지금의 나처럼 걱정 없이 자라겠구나.'하는 생각에 안도감이 들었다. - page 83
자급자족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
'낭만'으로 들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음에 그녀 역시도 이야기하였습니다.
직접 재배한 채소만 먹는다는 취지는 좋았지만 그해 겨울 우리는 외출도 안 하고, 이웃의 가게에도 가지 않고, 대중교통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은둔자 부부였다. 우리는 의도치 않게 조금씩 고립되어갔다. 그러면서 크게 깨우친 것이 있다. 내가 직접 재배한 것을 먹고 생활한다는 '자급자족'의 개념을 우린 은연중에 '고립'과 동일한 단어로 취급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 겨울 실험을 통해 우리는 자급자족이 결코 말처럼 위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절감했다. - page 121
그래서 그들의 '고립'은 점차 다른 이웃과의 '왕래'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웃들과 거래하기 시작했다. 감자를 수확하면 바꿀 수 있는 과일을 찾아나섰고 양배추를 수확하면 오이와 토마토를 찾아나섰다. 이웃의 담벼락이 무너지면 달려가 수리해주고, 대신 우리 집 닭장을 고쳐야 할 때면 이웃이 달려와 도와주는 식이었다. 돈디 없어서 시작한 품앗이였지만 하다보니 이웃과의 교감과 연대의식이 깊어졌다. 돈 드는 일도 줄어들었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해결되는 일이 늘어나니 시골에 사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던지. 그렇게 알뜰히 산 덕분인지 우리는 몇 년 후 은행 대출금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전기세, 수도세, 월세 등을 내지 않고, 웬만한 건 물물 교환이나 품앗이로 해결한 덕분이었다. - page 124 ~ 125
'시골 생활'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은 많다. 낭만, 전원, 휴식, 자급자족, 유기농, 친환경...... 하지만 이 중에 어떤 단어도 시골 생활을 대변하지는 못한다. 시골 생활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인내'다. 오늘 되지 않으면 내일 될 수도 있고, 오늘 이뤘다 해도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을 기꺼이 감내하며 현실을 즐길 수 있을 때, 비로소 시골 생활이 가능해진다. - page 127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내 아이의 발자국, 생태 발자국>
아이들은 길을 따라 한 발, 한 발, 발자국을 남기면서 앞서간다. 큰아이가 지나간 길을 작은 아이들이 지나가면, 아이들이 지나간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힌다. 그 발자국을 보며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 발자국이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우리가 우려하는 그 미래에 닿아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는 자연과 인간, 동물, 지구상의 모든 살아 있는 종족이 조화를 이루는 시대가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걷고 있는 숲길이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그래서 나는 틈만 나면 아이들을 숲에 데리고 온다. 아이들에게 나무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싶다.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책임지고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는 완전함을 나무만큼 제대로 실천하는 존재가 또 있을까. - page 290 ~ 292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도 우리 아이들이 공기 걱정없이, 모래를 밟으며 해맑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살아갈 미래를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줘야하는 책임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가족들이 마냥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비록 '인내'와 '고난', '시련'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행복'이 찾아온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책 속에서 보듯이 아이들의 해맑은 모습이 머릿 속에 맴돌았습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을 고스란히 받아서일까......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처럼 맑고 밝았던 그들의 모습......
공기가 좋아지면 아이와 손을 잡고 숲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 속에 있는 나무들과 동물들의 이야기를 아이와 함께 나누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