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정명섭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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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길이 가는 작가입니다.

'정명섭' 작가!


그의 이력이 대단하였습니다.

대기업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전업 작가가 된 그.

신춘문예나 계간지를 통해 데뷔하지 않고, 게다가 국어국문학과나 문창과를 나오지 않았으며 투고를 통해 데뷔해 15년 동안 100편의 책을 낸 그.

너무나 대단한 그가 자신의 노하우를 담아 최초의 자전적 작법 에세이를 출간하였습니다.


정명섭 작가가 '작가의 길', '작가의 자세'를 이야기해줍니다.


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현재, 대한민국 출판계에는 아주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매년 출판계가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겪으면서 어려워지고 있는 사이, 작가 지망생은 계속,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서점을 가더라도 '글쓰기'와 관련된 책, '작가'가 되는 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 책들 속에서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아니, 작가가 되는 법을 알려준다면서 왜 계약서 보는 법을 알려주지 않는 거야?" - page 12


글 쓰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출판사와 만나 계약서를 쓰는 것을 알려주는 책은 찾기 어려웠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가 펜을 들었습니다.


"계약서를 주제로 써 볼까?" - page 12


우선 투고 원고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글을 써야 한다는... 그런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문장 이외의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출판사와 친구가 되는 방법, 불치병-설정 병, 본전 병, 자랑 병-에 걸리지 않도록 꾸준히 글 쓰는 태도, 자료조사, 계약서를 작성하기까지의 과정과 검토하는 방법에 대해 솔직 대담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작법서가 아니라고 누누이 말했기 때문에 글을 잘 쓰는 법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지만...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문장'이 지문과 같다고 보는 이유는 간단하다. 글쓰기에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인격과 사고방식, 사상과 신념은 물론,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영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따라서 성인이 된 후 몇 년간 교육을 받더라도 바뀔 수 없다. 따라서 문장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은 출발점이 다르고, 결승점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그게 현실이다. - page 47 ~ 48


그는 희망고문은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문장을 못 쓰면 작가가 되지 못하는가?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는 반증도 바로 나다. 나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빈말로라도 문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들은 적이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신 캐릭터 구성과 줄거리의 반전, 창작해낸 사건을 실제 역사에 교묘하게 끼워 넣을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작가가 되기 위한 또 하나의 필수 요소인 '문장 이외의 것'에서 뚜렷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런 능력은 선천적인 요소가 아니라 '훈련'과 '반복'으로 갖출 수 있다. - page 48


계약서를 쓰기까지의 단계.

서명하기까지 어느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출판사는 날개 달린 천사가 아닌 이상 최대한 손해를 안 보는 방향으로 계약서를 만들고 그 무엇보다 어느 누구도 서명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

그렇기에 신중에 신중을 가해야 함을 조언해 주었습니다.


결국 이 모든 과정은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기에 서로 '존중'하는 태도를 지녀야 함을, 이는 출판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서도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였음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중요하지만 어느 누구도 선뜻 말하지 않았던, 어쩌면 민감할 수도 있었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준 정명섭 작가.

굳이 작가 지망생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재미있게, 그리고 조언을 얻을 수 있을 에세이였습니다.


참고로 유튜브 <쏠쏠라이프TV>에서 정명섭 작가의 "작가가 되는 길" 강의를 무료로 볼 수 있다고 하니 한번 찾아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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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얼굴은 바뀌고 있다 - 세계적인 법정신의학자가 밝혀낸 악의 근원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신혜원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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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있으면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를 하게 됩니다.

12년 전 등교하던 8살 어린이를 납치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그.

하지만 그는 사건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심신미약이 참작돼 저지른 범죄보다 훨씬 적은 형량을 받았다는 점은 뭐라고 해야 할지...


정말 인간이 이렇게까지 잔인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범죄의 형태는 날로 잔혹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범죄의 잔혹함과는 달리 범인이 치르는 댓가는 미약하기만 하고...

특히나 요즘 범인들이 왜 이리도 심신미약, 정신질환 환자들이 많은지...


범죄자들의 심리가 궁금하였습니다.

도대체 왜!


인간을 지배하는 악의 다양한 얼굴!

악은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 안에도 숨어 있다!


악의 얼굴은 바뀌고 있다

 


'악'이란 무엇인가...

악의 개념을 쉽게 정의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악이라는 표현을 살펴보면 증오, 복수심, 시기, 질투, 간계, 악의, 음험함, 교활 등과 같은 특성들이 '사악함'이라는 큰 건물 안에 들어 있고, 이런 특성들이 파괴, 질병, 파국, 황폐 그리고 범죄와 관련 있는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즉, 악이란 부정적인 것, 나쁜 것, 파괴적인 것을 총괄한 개념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악의 뿌리는...?

 


모든 인간이 지니고 있었습니다.

악한 생각과 사고를 지니고 있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며 자기 안에 있는 공격적인 충동과 욕구를 느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행동'이라는 것.

생각, 사고 그리고 계획을 실제로 행동으로 옮겼는지, 경계선이 내부에서 외부로 넘어가 실현을 위한, 악한 행동을 위한 걸음을 내디뎠는 지로 '범죄자'가 되느냐 마느냐였습니다.


평범한 사람도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 성폭행범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는 저자 라인하르트 할러 박사는 살인 범죄자들을 분석하여 악의 근원을 찾는 과정이 그려져 있었습니다.

병적인 기질과 힘겨운 생활 환경의 영향 속에, 악몽이 된 어린 시절의 경험과 사회적인 비극 속에, 나쁜 본보기와 잘못된 친구로 인한 정신적 각인 속에, 과열된 감정과 범죄 집단의 강압 속에, 전체주의적인 체계의 지배권과 나치들의 자기우월주의 속에, 알코올 중독과 마약으로 인한 혼돈 속에, 무엇보다도 상처받은 경험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범죄 사건과 범죄자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요즘 '아동 학대' 사건들이 종종 보도되곤 하는데 그 범인은 '엄마'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자신의 자식에게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는지...


전통적인 영아 살해, 즉 출산 직후의 살인은 대부분 미성숙한 범인이 갑작스러운 출산 때문에 놀라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의식에서 떨쳐버리기 위한 행동인 반면, 어떤 산모들은 나름대로 좋은 의도에서 그런 행동을 하기도 한다. 소위 '사랑의 살인'을 통해 그들은 희망이 없다고 여긴 세상으로부터 아기를 보호하고, 비극적 운명으로부터 아기를 지키며 더 좋은 저 세상으로 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

아이를 살해한 부모가 스스로도 목숨을 끊었을 때 우리는 '확대된 자살'이라는 말이 아닌 더욱 정확한 표현으로 '확대된 살인'이라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당사자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복이 아닌 복수에 대한 자신의 욕구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들은 우울증에 걸린 산모들이 자기 아이들을 살해하는 행동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런 산모들은 우울함을 체험한 상태에서 자신의 사랑스러운 존재, 즉 아이를 나쁜 세상으로부터 보호하고 더 좋은 저 세상으로 데려가려고 한다. 이러한 확대된 자살의 형태는 현대 정신의학과 심리 치료 덕분에 감소하였다. 반면에 확대된 살인은 이혼의 시대라고 불리는 최근에 두려움이 생길 정도로 증가하였다. 악은 늘 자신의 얼굴을 바꾸고, 병적인 동기로부터 새로이 태어난다. - page 271 ~ 272


'사랑'이란 명목하에 '사랑의 살인'이라니...

 참으로 무서운 말이었습니다.


악은 약해지지 않은 강도로, 다양한 잔인함으로, 결코 끝나지 않을 것처럼 반복적으로 계속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다양한 얼굴로 나타나는 악...

그렇다면 우리가 악에 대항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일까...?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말로 책은 마지막을 장식하였습니다.


"사랑은 언제나 가능한 기적이며, 악은 언제나 존재하는 사실이다."


마냥 '악'이라 하면 외면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체를 보고 나니 불편하지만 인지하고 있어야 할 진실들이 보였습니다.


아마 이 책이 전하고자 하는 바가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한 말과 같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이 보이는 최악의 모습에도 아주 많은 선이 숨겨져 있고

최상의 모습에도 아주 많은 악이 숨겨져 있다.

그러므로 아무도 판단을 내리거나 판결을 내릴 자격이 없다."


선과 악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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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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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상에 지친 요즘.

뭔가 신선한 자극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찾아 읽게 된 '스릴러 소설'.


"다시는 너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네가 입을 열면, 리디아도 수잔으로 만들 수밖에."


벌써부터 소름이 돋기 시작하였는데...

과연 이 연쇄살인범의 정체는...?!


블랙 아이드 수잔


카트라이트 집의 소녀, 오래전 10번 고속도로 젠킨스네 근처 공터에서 목 졸린 여대생과 한 무더기 사람 뼈와 함께 버러져 있던 그 소녀.

타블로이드 신문 일면에 대문짝만 하게 실렸던 스타이자 캠프파이어 때 등장하는 공포 괴담의 주인공.

나는 블랙 아이드 수잔 네 명 중 운이 좋았던 단 한 명, '테사 카트라이트'.


16세 테사 카트라이트는 주위에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들의 유골이 흩어져 있는 곳에 산 채로 묻힌 채 발견됩니다.

피해자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

하지만 그녀는 실종된 15시간 동안의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 사건이 '블랙 아이드 수잔'으로 불리게 된 이유.

테사가 발견된 공동묘지에 마치 카펫처럼 블랙 아이드 수잔 꽃들이 피어져 있었기에 희생자들에게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 불리게 된 것이었습니다.

유일한 생존자였기에 테사는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증언을 하였고 이로 인해 범인을 잡게 되었지만...


"당신이 여기 앉아 계시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테사. 제게 말씀하지 않으시는 이유, 전 그 이유를 정말로 알아야 합니다. 그 대답에 따라 당신이 아직도 테렐 다시 굿윈을 범인이라고 믿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에요."

바로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를 생각하느라 간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가 증인석에서... 테렐을 해쳤다는 기분이 들어요." 천천히 나 자신에게 말했다. "내가 많은 사람들에게 조종당했다고요. 오랜 세월 동안. 결국 그를 범인으로 입증하는 결정적인 물리적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앤젤라 때문에 확신하게 됐어요. 그리고 창문 밑에 심어진 블랙 아이드 수잔도 보셨지요." 아직도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 - page 53 ~ 54


18년 전 자신의 증언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텍사스 사형수 감옥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테사.

그런 그녀의 집 창밖에 블랙 아이드 수잔이 피어난 것을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게 됩니다.


그런데 그가 아니라면, 과연 누구일까? - page 63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자신으로 인해 무고한 이가 감옥에 갇혀 있고 사형 집행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더 이상 지체할 수 없기에 유명한 법과학자와 사형수 전문 변호사와 함께 진실을 찾으러 뛰어들게 됩니다.


마침내 괴물은 얼굴에서 진흙을 닦아냈다.

내 괴물. 블랙 아이드 수잔 살인범.

깔끔하게 면도한 얼굴. 미소 짓는 표정.

수잔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이 사람이야, 이 사람이야, 이 사람이야!

그의 팔이 내 어깨를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정장 코트에서 향수 냄새가 났다.

느릿하고 믿음직스러운 말투가 들렸다.

네게 세 가지 소원이 있다면, 뭘까? - page 409


피해자를 사건명으로 불리는 것이 참 안타까웠습니다.

불릴 때마다 자신을 보는 것이 아닌 사건의 '희생자'로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 또 하나의 '주홍글씨'마냥 느껴지기에 계속해서 고통을 전하는 것에 안타까웠습니다.


사건의 진실보다 누군가의 희생을 원했던 그들.

우리 역시도 이런 사건이 있었습니다.

자신들이 '범인'이라 정한 사람을 몰고 가는 수사 방식...

그래도 진실이 밝혀졌기에 무고한 또 한 명의 희생자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보다 사건의 진실을 향해 달려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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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미술관 2 : 한국 - 가볍게 시작해 볼수록 빠져드는 한국 현대미술 방구석 미술관 2
조원재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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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 『방구석 미술관』을 읽은 독자라면 이번 2편 역시도 기대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방구석'에 찾아온 미술계 거장들의 이야기를 '인간미' 넘치게, 사람 냄새 폴폴 나는 '친근감'으로 한껏 수다를 떨 수 있었기에 지금도 가끔 전편을 꺼내읽곤 합니다.


이번엔 '한국'편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동안 고흐, 피카소, 모네 등 서양화가밖에 몰랐던 저에게 한국미술의 매력을, 시대의 풍파 속에서도 우리 미술을 세계적인 경지로 이끈 예술가들을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였습니다.

또다시 '방구석'에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감칠맛 나는 조원재 작가 특유의 유쾌한 스토리텔링은 기본!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빠져읽게 될 거장들의 가슴 찡한 뒷이야기까지 모두 담은 책


방구석 미술관 2

 


첫 문을 열어주신 분은 바로 '소'하면 떠오르는 화가 '이중섭'이었습니다.

우리가 그를 국민화가라 부르는 이유!

20세기 한민족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무엇보다 타인의 삶이 아닌 자신이 겪은 고난과 아픔을 그려냈기에 우리는 그의 그림을 마주할 때 뭔가의 '뭉클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오늘을 사는 우리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은 무엇일까요? 그의 그림을 보는 겁니다. 그냥 힐끗 보고 지나치지 않습니다. 비참한 시절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내면의 희망을 한껏 길어 올려 선과 색으로 노래한 그의 '영혼의 실체'와 만나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 앞에 놓인 시련을 조금 더 견뎌내는 것입니다. 조금 다른 시선으로 돌파구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래요. 그것이 그가 바라던 것입니다. - page 46


아마도 이 이야기는 앞으로 나올 우리의 화가들을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를 일러준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여성이기 이전에 사람이다'를 외쳤던 신여성 나혜석!

그녀는 절대 타협하거나 포기하지 않았기에 여성이기 이전 한 사람으로서 당당히 나아가는 모습이 멋졌지만...

하지만 세상의 시선은 소외시키는 칼날이 되어 구렁텅이 속으로 내몰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녀의 마지막은 쓸쓸히 사라지게 되지만 그녀가 남겨놓은 발자국은 뒤를 이을 이들의 지름길이 되어 있었습니다.


특히나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

"한국 최초로 세계적 예술가가 된 사람은?"

저 역시도 '백남준'을 떠올렸는데 그보다 먼저 작품을 인정받고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월드 아티스트'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이응노'.

언제나 새로운 변신을 하고자 노력하는 그.

하지만 시대를 잘못 타고나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에 휩싸이게 되고 1977년 중앙정보부가 '백건우, 윤정희 납치 미수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는, 어떠한 진실도 밝혀지지 않은 채 그를 간첩 화가로 낙인찍으면서 그의 작품을 국내에서 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누구보다 조국을 사랑한 그인데...

조국에 의해 버려진 예술가...


격동의 20세기 한국의 근현대사. 끝없이 변모하던 시대의 물결을 예민하게 감각하며 자신의 작품을 변신시킨 예술가. 자칫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민족의 예술정신을 현대에 살아 있게 하고자 삶의 모든 것을 던진 예술가. 86년의 생애 동안 수없이 작품의 외형을 변신시켰지만, 그 안에는 오직 인간에 대한 순수한 애정만을 채웠던 고암 이응노. 시대를 초월해 그의 작품에서 영원히 울려 퍼져 나갈 시는 이것이 아닐까.


모두, 함께, 어울려, 자유와 평화의 춤을. - page 139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화가 '천경자'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녀의 삶을 보면 스스로 '비극의 여주인공'을 자처하곤 합니다.

왜?


자신의 삶에 비애와 분노 같은 부정적 감정을 그림의 재료로 써야만 하는 화가. 천경자는 그런 예술가였던 것입니다. - page 313


그렇게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들었던 그녀.

그래서인지 그녀의 그림 속 여인들의 눈이 참으로 애잔하게 느껴졌나 봅니다.


20 ~ 21세기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10명의 화가.

그들의 이야기와 함께한 작품들이 우리에게 전한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왜 모르고 지나쳤는지...


이젠 우리의 예술가들이 궁금하였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그들.

보다 높은 관심과 사랑을 가져야 함을 가슴에 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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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와 어? 인문과 과학이 손을 잡다
권희민.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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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독특했습니다.

그래서 호기심이 일었는가 봅니다.


이 책은 물리학자 남편과 소설가 아내가 쓴 '과학 이야기'였습니다.

서로 다른 듯한 인문과 과학의 만남.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해 봅니다.


일상에서 과학적 진실을 발견하다


아! 와 어?

 


그들이 이 책을 쓴 의도...


이 책을 쓰게 된 것은 우연히, 혹은 필요에 의해서였지만, 숙고해보니 삶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하는 염원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과학적 상상력의 힘을 빌려 지루해 보이는 일상의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 page 10


그래서 첫 이야기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생일날이면 먹는 미역국!

별 의문 없이 받아들였기에 그러려니 하고 먹었던 그 미역국이!!


그러나 이 밋밋해 보이는 미역국은 알게 모르게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 - page 19


그리고는 미역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45억 년의 지구 역사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지구에 나타난 최초의 미역으로부터 오늘날까지 생존해온 '미역'과 지구에 있는 물이 어디서 왔는지 밝혀지지 않은, 그래서 물 분자는 지구 밖의 우주의 어딘가와의 연결점을 긋게 되고...

'소고기'는 태양빛과 땅의 영양분을 섭취하며 자라난 풀을 먹으며 조상 소들의 무수한 교미로 인해 생존을 이어온 이들을, 이 '미역국'을 먹게 된 '인간' 역시도 조상들이 이어준 DNA 지도를 따라 복잡다단한 지구여행을 하며 '무한한 변형의 한 형태로' 여기까지 와서 먹기에 이 어마어마한 진실 앞에 절로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을 바라보면 결국 하나의 연결점이 있었습니다.

'우주'와의 연결성.

정말이지 '와~!'라 놀라면서 읽었습니다.


<풀의 혁명>에서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의 인문과 과학의 교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김수영의 「풀」이란 시에서 보았던 '풀'.

비록 약자로 비춰졌지만 결국 그들은 꿋꿋이 다시 일어선다는 것을...

실제 '풀'역시도 세상을 바꿀 힘을 지니고 있음을...


1만 2천 년 전에는 풀들로 인해 세상을 영원히 바꿀 중대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어떤 특정한 풀에서 시작되었다. 즉 우리가 빵을 만들어 먹는 '밀'이라는 풀이다. 그 밀이란 풀로 인해 인간은 유목생활에서 농경생활로 전환했고, 이어서 문명이란 것도 탄생하게 되었다.

식물은 본래 스스로 애써서 씨를 퍼트려야 되지만 인간이 밀을 경작하게 되면서부터는 엉뚱하게도 풀과 인류의 주종관계는 모호해졌다. 밀과 인간은 서로를 필요로 할 수밖에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풀들이 스스로를 불태우는 전략은 그야말로 혁명 중의 혁명이었다! 결과적으로 인류의 운명까지 바꾸어놓게 되었으니. - page 133


'수'에 대한 이야기 중 '7'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느 수와도 다른, 기하학 모형으로 작도되지 않는 수 '7'.

특히나 '7'은 음악에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7음계.


7음계 구조는 절대 신성으로부터 시작하여 천체의 일곱 계단을 내려와 다시 돌아가는 순환이다. 그런 가운데, 화음으로 결합되거나, 불협화음으로 분열되거나, 하면서 조화와 부조화를 일으키는 양극단 사이에의 떨림이 바로 음악인 것이다. 그것은 또한 우리 삶이기도 하고. - page 228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을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엔 저마다의 '의미'를 지니고 있기에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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