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시민들
백민석 지음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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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러시아 고전 문학들을 접해서일까...

'러시아'란 나라에 대해 관심이 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러시아'라 하면 왠지 냉정하고 차가운 이미지라 가보고 싶지만 막상 가기는 두려운 나라였는데...

이 책을 통해 너무나도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온갖 역사와 정치, 문화, 예술, 문학의 영감의 원천 러시아,

우리가 몰랐던 그곳의 사람들과 풍경과 이야기들


러시아의 시민들

 


여행을 떠나기 전.

저자는 '여행'에서 '관광객'과 '여행자'의 의미를 되돌아보곤 하였습니다.

 


'관광객'이라는 신분이 더 그 나라를 이해할 수 있기에 앞으론 '관광객'의 신분으로 떠나보려 합니다.


그와 함께 러시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만났던 사람들과 도시와 자연과 마을은 가 보지 않았으면 몰랐을 이야기들로 가득하였습니다.

특히나 사람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거리마다 엄마와 아들, 아빠와 딸처럼 부모와 자식이 함께 다니는 광경을 유난히 많이 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의 얼굴엔 미소가 번져 있었습니다.


두 어린 친구는 웃지 않았다. 둘의 사진은 내가 러시아에서 찍어 온 수백 장의 인물 사진 가운데 미소가 담기지 않은 유일한 사진이다. 그날 햇빛이 너무 강했던 것일 수 있다. 아니면, 자기들 방식으로 웃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웃지 않는 러시아인이라니...... 하지만 옴스크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한 이 미소 없는 사진은, 바로 그래서 이번 여행에서 가장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사진이 되었다. - page 121


그래서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한 이 두 어린 친구.

볼수록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솔직히 러시아가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한때 사회주의 국가였기에, 경찰이 많고 경찰의 권한이 강한 나라이기에, 동양인 인종 차별도 있었기에 꺼려지는 면이 없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런 편견을 지닌 저에게 충고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 자신과 다르게 생긴 외지인을 경계하기 마련이다.

여행은, 세계 어디를 가든 사람 사는 건 다 똑같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어 지킬 것은 반드시 지키면서, 자신이 결코 이해하거나 익숙해질 수 없는 것들도 일부 있으리라는 사실에 마음을 활짝 열어 놓고 있으면, 어느 정도는 잘해 낼 수 있다. - page 142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과거'에 관한 이야기...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아닌 기념일로 만든다는 것이...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에 전한 저자의 이야기.


직접 횡단해 보지 않았다면, 내가 러시아에 대해 가졌던 많은 허황된 편견들이 아직도 그대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실증은 편견을 깨는 데 필수적인 행위다.

어떤 여행지든 여행자에게 그곳은, 여행자가 다닌 만큼 새롭게 다시 생성된다. 나는 열차를 타고 시베리아를 횡단하기도 했지만, 도시에 내려서는 걷고 또 걷는 식으로 도시들 또한 횡단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다른 누군가가 보여 주고 들려준 러시아가 아니라, 나만의 또 다른 새로운 러시아를 만들어 갖고 싶었다. - page 296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러시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새로웠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아마도 저만의 러시아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내가 가진 허황된 편견들...

이것들이 깨질 날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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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지금 뭐 하게?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73
민씨 지음 / 북극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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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도 두 아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엄마에게 일러바치기에 급급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 그림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

둘과 함께 읽어보기로 하였습니다.


나 지금 뭐 하게?

 


역시나...

서로 자기가 읽겠다고 티격태격하고 있습니다...

에효...


"자! 둘 다 앉고 엄마가 읽어줄게!"


잠시 아이들이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책을 펼쳐보았습니다.


미루 형과 두루가 있었습니다.

미루 형은 물놀이하며 두루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두루도 물놀이가 하고 싶지만...

 


주저하는 두루.

왜 그럴까...?


알고 보니 물이 무섭다고 합니다.

 


물이 무서운 두루를 위해 미루 형은 알쏭달쏭 퀴즈를 내기 시작합니다.

 


미루 형이

발장구 치는 모습을,

물에서 숨쉬기 하는 모습을,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움직이는 모습을,

그리고 물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을 하며 두루가 물과 친해질 수 있도록 수영을 알려줍니다.


아이도 이 모습을 보면서 따라 하기가 바빴습니다.


"엄마! 나도 어떤 모습인지 맞춰봐!"


그러더니 둘이 서로 따라 하고 깔깔 웃으며 신나게 놀고 있었습니다.


"잠깐만! 얘들아! 우리 미루랑 두루 이야기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데..."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미루 형이 두루에게 용기를 주었지만 아직도 물이 무서운 두루...


잠깐!

나한테 좋은 수가 있어!


그러더니 구명조끼, 물안경, 튜브 등을 가져옵니다.


와아~ 뜬다~ 떠!


이제 두루는 물이 무섭지 않겠죠!

 


이들의 모습을 보고 나서 제가 아이들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야! 넌 언니니까 나중에 동생이 용기가 없을 때 ○○가 미루처럼 용기를 줘야 해!"

"★★야! 너도 언니가 있으니까 언제든지 언니랑 함께 용기를 내 보는 거야! 어때!"


그러더니 큰 아이가 동생을 안아주면서

"언니가 잘 알려줄께!"

라며 외치고 있었습니다.


그림책을 다 보고 나서는 큰 아이는 몸짓 퀴즈를, 작은 아이는 그저 까르륵~ 거리기 바빴습니다.


종종 우리 아이 둘이 싸울 때 이 그림책을 꺼내 읽어줘야겠습니다.

두 자매의 우애를 위해!

서로 도우며 용기를 내 세상에 나아가길 위해!

간만에 다정한 우애가 엿보이는 그림책을 만난 것 같아 엄마로써 뿌듯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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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도 없는 아이
크리스티안 화이트 지음, 김하현 옮김 / 현암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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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시나 스릴러 독자인 내 눈을 피해 갈 수 없었던 이 소설.

제목부터 의미심장하였지만 무엇보다 추천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스릴러.

이 책을 읽고 나면 며칠간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될 것이다."

-A. J. 핀(베스트셀러 <우먼 인 윈도> 저자)


읽기 전엔 몰랐지만 읽고 난 뒤 강한 묵직함을 받았다고 해야 할까...

무의식중에 뒤를,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곤 하였습니다.


28년 전, 나는 지금의 가족에게 납치되었다


어디에도 없는 아이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노샘프턴 전문대에서 일주일에 세 번씩 저녁에 사진을 가르치는 '킴벌리 리미'.

여느 때와 다름없이 강의를 하고 쉬는 시간.

수줍어 보이는 깔끔한 외모에 미국식 영어를 쓰는, 40대쯤 되는 남자가 그녀에게 다가와 말을 건넵니다.


"알아보시겠어요?" - page 10


'제임스 핀'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그녀에게 사진 한 장을 보여줍니다.

사진에는 짙푸른 눈에 머리칼이 검고 덥수룩한 여자애가 푸릇푸릇한 잔디밭에 앉아 있는 모습.

그리고는 덧붙여 남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새미 웬트입니다. 이건 새미의 두 번째 생일날 찍은 사진이에요. 3일 뒤 아이는 사라졌습니다."

"사라져요?"

"켄터키 주 맨슨에 있는 자기 집에서 사라졌습니다. 2층 침실에서요. 경찰은 침입자의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목격자도, 협박편지도 없었고요. 말 그대로 사라져버린 겁니다." - page 11


난데없이 그녀에게 찾아와 실종된 아이 사진을 보여주는 그 남자.

뜻밖의 이야기를 합니다.


"아이는 1990년 4월 3일에 사라졌습니다. 저는 당신이 새미 웬트를 납치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이 새미 웬트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 page 12


왠지 모를 찝찝함...

호기심에 새미 웬트 + 켄터키, 맨슨을 검색해 보는데...


기사에는 제임스 핀이 보여주었던 사진과 똑같은 사진이 실려 있었고 조금 더 검색해보니 새미의 부모인 잭 웬트와 몰리 웬트의 사진을 볼 수 있었습니다.

몰리의 생김새를 살피다가 자신의 얼굴과 비교를 해보니 어딘지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큰 질문이 유리 조각처럼 머릿속에 들어와 박혔다. 캐럴 리미, 사회복지를 전공한 후 액자걸이를 제조하고 판매하는 회사의 인사과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여자가 정말, 실제로, 그럴 수가-

나는 여기서 생각을 멈추었다. 함축된 의미가 지나치게 거대했고, 솔직히 말해 터무니없었다. - page 22


자신의 어릴 적 사진과 비교해 보기 위해 절반만 자매인 동생 에이미의 집으로 갑니다.

아기 때 사진도 없고, 세 살 전에 찍은 사진도 없지만 새미와 자신이 아주 많이 닮았음을 깨닫게 되고 이 모습을 바라본 에이미...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내가 물었다.

"아무것도 하지 마. 언니가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어. 핸드폰에서 그 사진 지워. 그 남자 번호도 지우고. 전부 잊어버려."

"그럴 수 있을까."

"그렇게 해야 돼, 언니. 이 문제를 끝까지 파헤치면 모든 게 변해버릴 거야."

"알았어." 내가 말했다.

"약속해?"

"약속해." - page 49


하지만 이미 불행의 씨앗은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였기에 그 사건의 진실을 좇기 시작하는데...


소설은 1990년 사라진 아이의 사건과 함께 현재를 오가며 진실을 향해 달려가고 그곳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킴벌리 리미는 새미 웬트일까...?

그렇다면 누가 이 아이를 데려간 것일까...?


우리는 살아가면서 형성되는 기억들엔 저마다의 흔적을 남겨둔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의 '빨간색 실'은 잡아당기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 삶이 망가진 사람들, 그동안 그들이 흘렸을 눈물이 있을 줄이야...

그럼에도 잡아당겼기에 어둠에서 서서히 빛으로 향해 갈 수 있었음을 이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너 내가 과거를 떠올릴 때 뭐가 보이는지 아니?" 아빠가 말했다. "깊고 넓은 바다야. 기억들은 물고기지. 얕은 곳을 걸어 다닐 땐 원하면 물고기를 집어 들어서 볼 수 있어. 두 손으로 기억을 붙잡고 들여다본 다음 다시 물에 던져 떠나보낼 수 있지."

아빠가 화장실 벽을 멍하니 응시했다. 얼굴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떨어졌다. "하지만 깊이 들어갈수록 물도 캄캄해지는 거야. 곧 내 발이 안 보이기 시작하지. 물고기도 안 보여. 물고기가 다리 옆을 스치고 지나가는 건 느껴지지. 물고기들은 저기 어딘가에, 깊은 물속에 있어. 걔네는... 상어야, 키미. 상어고 괴물이야.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해. 내 말 무슨 뜻인지 이해하니?" - page 100


아주 작은 실수를 덮기 위해 그들 나름의 최선이 결국 큰 비극을 불러왔다는 점...

그 '선택'이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는 점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깊은 여운으로 남겨주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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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미셸 딘 지음, 김승욱 옮김 / 마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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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20년은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이 나는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해 지칠 수밖에 없었던 나날들...

그래서 좋아하던 책마저 놓게 되었습니다.


그! 러! 다!!

이 책을 보자마자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성 중심인 사회에서 어! 떻! 게! 글로 만든 세계의 일원이 되었을지 그녀들의 당당한 행보를 바라보며 잠시나마 주춤했던 제 자신에게 기운을 불어넣고 싶었습니다.


20세기 문화의 중심지 뉴욕,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예리한 문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여성들이 있었다.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조금은 부끄러웠습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남성 작가들 -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오웰 등-은 얼추 작품과 함께 얼추 알겠지만...

솔직히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해서 알게 되었고 그마저도 최근에 알게 되었지만 그 외의 책 속에서 소개된 여성 작가들은 낯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 그거!'

하며 탄성을 지를 만큼 그녀들의 업적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제라도 그녀들의 명성이 수면 위로 등장함에 참으로 반갑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첫 등장을 한 '파커'.

그녀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시니컬한 펜은 평단과 대중 모두의 마음을 움직인 시인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직 사회는 그녀의 글보다는 그녀의 명성을, '여자'라는 타이틀을 이용하기에 급급했었고 그녀도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건 그녀를 지지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아직 펜을 놓기엔 세상에 고하고픈 이야기가 많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파커는

펜을 망치처럼 휘둘렀다."


'아렌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왠지 모르게 망치로 한 대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들곤 하였습니다.


아렌트는 여성운동이나 페미니즘의 주장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녀의 직업적인 동료들은 주로 남자였고, 그녀는 남성이 대부분인 지식인 동료들 사이에서 소속감을 놓고 고민한 적이 별로 없었다.

가부장제를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도 않았다. 사실 말년에 누군가가 여성해방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아렌트는 "여성문제"를 크게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나는 여성에게 적절하지 않고 어울리지 않는 직업이 존재한다고 항상 생각했다." - page 129


그럼에도 그녀를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은 생각으로만 그칠 행동을 그녀는 직접 나섰기 때문에, 진실에 몸소 나아갔기에 오늘날에도 그녀가 전한 메시지가 울리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심지어 '꼴사나움'을 무릅쓰고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소수의 피난민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대신에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이점을 하나 얻는다. 그들에게 이제 역사는 끝난 일이 아니고, 정치는 이제 비(非)유대인의 특권이 아니라는 것. - page 141


그리고 '손택'의 이야기.


"예리한 여자,

현대문화를 발톱으로 찢어발기며

자신의 길을

찾아 나아가고 있는 사람."


해박한 지식과 비판적 관점으로 예술평론뿐만 아니라 전 세계 지성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그녀.

인권과 사회 문제에도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며 '포효하는 이기주의자'의 모습을 지녔던 그녀.

그녀의 깊은 생각이 담긴 글이, 그녀의 행동이 있었기에 지금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그래서 마지막 재닛 맬컴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책 속의 11명의 여성들은 서로 '글'로 연결이 되어 있었습니다.

한 여성의 조명이 꺼질 때 쯤 다른 여성의 등장.

그래서 씁쓸한 퇴장이 짙은 여운을 남기곤 하였습니다.


저자는 마지막에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사람들이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을 보고 예리하다고 말할 때 그것이 정확히 무슨 의미였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 말을 칭찬으로 한 사람이 많았지만, 그 저변에는 미약한 두려움이 깔려 있었다. 예리하다는 것은 곧 벨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나는 사람들이 이 여성들에게 예리하다거나 못됐다거나 다크 레이디라거나 기타 이와 비슷하게 어렴풋이 불길한 느낌이 나는 꼬리표를 붙였을 때 일종의 환상이 작동했음을 점점 더 확신하게 되었다. 이 환상은 이런 여성들이 파괴적이고 위험하고 변덕스럽다고 주장했다. 마치 지적인 삶이 일종의 고딕 소설이라도 되는 것처럼. - page 481


그럼에도 우리가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부여된 목소리로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높이와 음조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의 경험이다. 그런 경험 중에는 여성으로 살면서 겪은 일들이 반드시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서로에게서, 우리보다 앞서 살아간 사람들의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자기만의 길을 개척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언제나 다른 사람들이 이미 건너간 소용돌이와 개울 속에서 이루어진다. 앞서 간 사람들을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들의 주장에 동의하든 반대하든, 이 모든 상황을 초월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간절하든 상관없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여성이 배워야 했던 교훈이었다. - page 484


그녀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목소리를 '글'로써 당당히 표현하였는데...

이제는 그녀들이 남긴 글에 담긴 목소리를 귀를 기울일 차례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목소리가 빛이 날 때 비로소 우리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할 수 있음에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그녀들 한 명 한 명을 다시금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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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과 나 사이
김재희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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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작가 '김재희'와의 만남은 5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만 막상 한국 추리 소설은 많이 접해보지 않은 저에게 다가온 『경성 탐정 이상』.

책을 펼치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어내려갔었습니다.

읽으면서도 '와~!' 라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왜 이제서야 이 책을 만나게 되었을까...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곧이어 2, 3, 4권 연일 읽어내려갔었습니다.


암호와 추리에 능한 천재 시인 '이상'

그리고 그의 곁에 뗄레 뗄 수 없는 생계형 소설가 '구보'


마침내 대장정은 이번 이상 탄생 110주년을 맞이함과 동시에 끝을 맺어야 했습니다.

너무나도 애장했던 이들이었기 때문일까...

소설은 끝이 났음에도 제 마음에선 차마 그들을 보낼 수 없었습니다.

(작가는 오죽할까요......)

그러다 이번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경성 탐정 이상』을 그려낸 작가가 이상과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경성 작가 이상과 서울 작가 재희의

스윗한 데이트


이상과 나 사이


닮은 듯 닮지 않은 이 둘.

하지만 서로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기에 그 감성은 서로의 연이 되어 맞닿게 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책에 대단한 보석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바로 김재희 작가의 어릴 적 썼던 단편 소설.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이 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기에, 어린 나이에 썼다고 하기엔 손색없을 정도의 이야기이기에 이 소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나 혼자만 보기엔 너무나도 아까웠다는...

아...애기하고 싶지만...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보시길...

이 책에선 '작가'로서의 이야기가 허심탄회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작가'를 꿈꿀 수밖에 없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작가가 되면 인생이 한 단계 성숙해진다. 글에 몰입하는 과정은 겪어본 자만이 안다. 물론 모든 일이나 예술 작업이 그렇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 타인과 소통하는 건 충만감을 느끼게 한다. 사람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되찾고 신뢰성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 page77

 

 

 


 

'악플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의 연예인들 죽음의 이면에 존재하는 익명의 악플러들.

그런데 우리나라 최초로 익명의 악플러들에게 테러를 당한 사람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바로 '이상'.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오감도> 시 연작을 발표했을 때 온갖 협박이 넘쳐나고 결국 이상은 시를 중단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의연했던 태도는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이상은 유독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거기에는 또 다른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분열된 자아를 시로 형상화했다. 도플갱어나 다른 차원의 또 다른 나를 그 시절에 생각해내다니. 참으로 앞서간 인물이다. - page 95 ~ 96


그리고 전한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가 각성해야 할 부분임을 명심해야 했습니다.


요즘은 다양한 서평을 보며 독자 취향의 다양성을 존중하게 된 덕분에 오히려 소통하고 싶고, 하나의 관심 표현이라 여기고 수용한다.

하지만, 단호하게 말하건대 작품에 대한 건전하고 고급스러운 가치 지향적 평은 대환영하지만, 연예인 등의 공인에게 사적인 생활까지 빗대 성적인 모멸감을 주거나 가족에게 욕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밝힌다. - page 98


작품으로 먼저 만나고 나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문학적인 면모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에 그만 빠져들었습니다.

이제 『경성 탐정 이상』과는 아쉬운 작별을 하였지만 앞으로 다가올 작가의 작품들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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