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과 나 사이
김재희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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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작가 '김재희'와의 만남은 5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하지만 막상 한국 추리 소설은 많이 접해보지 않은 저에게 다가온 『경성 탐정 이상』.

책을 펼치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어내려갔었습니다.

읽으면서도 '와~!' 라는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던...

왜 이제서야 이 책을 만나게 되었을까... 아쉬움을 뒤로한 채 곧이어 2, 3, 4권 연일 읽어내려갔었습니다.


암호와 추리에 능한 천재 시인 '이상'

그리고 그의 곁에 뗄레 뗄 수 없는 생계형 소설가 '구보'


마침내 대장정은 이번 이상 탄생 110주년을 맞이함과 동시에 끝을 맺어야 했습니다.

너무나도 애장했던 이들이었기 때문일까...

소설은 끝이 났음에도 제 마음에선 차마 그들을 보낼 수 없었습니다.

(작가는 오죽할까요......)

그러다 이번 에세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경성 탐정 이상』을 그려낸 작가가 이상과 운명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 책에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경성 작가 이상과 서울 작가 재희의

스윗한 데이트


이상과 나 사이


닮은 듯 닮지 않은 이 둘.

하지만 서로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기에 그 감성은 서로의 연이 되어 맞닿게 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책에 대단한 보석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바로 김재희 작가의 어릴 적 썼던 단편 소설.

어디에도 볼 수 없는, 이 책을 통해서만 볼 수 있기에, 어린 나이에 썼다고 하기엔 손색없을 정도의 이야기이기에 이 소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나 혼자만 보기엔 너무나도 아까웠다는...

아...애기하고 싶지만...

이 책을 통해서 만나보시길...

이 책에선 '작가'로서의 이야기가 허심탄회하게 나타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작가'를 꿈꿀 수밖에 없는, '작가'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작가가 되면 인생이 한 단계 성숙해진다. 글에 몰입하는 과정은 겪어본 자만이 안다. 물론 모든 일이나 예술 작업이 그렇겠지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 타인과 소통하는 건 충만감을 느끼게 한다. 사람에 대한 희망과 열정을 되찾고 신뢰성을 획득하는 과정이다. - page77

 

 

 


 

'악플러'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의 연예인들 죽음의 이면에 존재하는 익명의 악플러들.

그런데 우리나라 최초로 익명의 악플러들에게 테러를 당한 사람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바로 '이상'.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오감도> 시 연작을 발표했을 때 온갖 협박이 넘쳐나고 결국 이상은 시를 중단하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럼에도 그의 의연했던 태도는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이상은 유독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거기에는 또 다른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고 분열된 자아를 시로 형상화했다. 도플갱어나 다른 차원의 또 다른 나를 그 시절에 생각해내다니. 참으로 앞서간 인물이다. - page 95 ~ 96


그리고 전한 작가의 이야기는 우리가 각성해야 할 부분임을 명심해야 했습니다.


요즘은 다양한 서평을 보며 독자 취향의 다양성을 존중하게 된 덕분에 오히려 소통하고 싶고, 하나의 관심 표현이라 여기고 수용한다.

하지만, 단호하게 말하건대 작품에 대한 건전하고 고급스러운 가치 지향적 평은 대환영하지만, 연예인 등의 공인에게 사적인 생활까지 빗대 성적인 모멸감을 주거나 가족에게 욕하는 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는 것을 밝힌다. - page 98


작품으로 먼저 만나고 나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서인지 문학적인 면모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에 그만 빠져들었습니다.

이제 『경성 탐정 이상』과는 아쉬운 작별을 하였지만 앞으로 다가올 작가의 작품들이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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