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 나는 이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다!
이지니 지음 / 세나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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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글쓰기 강의도 많고 시중에 글쓰기와 관련된 책들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글도 못쓰는 저도 살짝 마음이 흔들리면서...

'나도 글 한 번 써 볼까...?'

란 안일한 생각도 잠시 해 보곤 하였습니다.

글쓰기가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을 너무도 잘 알기에 저는 작가분들의 이야기를 듣는 편에 있겠다는 다짐도 다시금 새겨보며...


이번에 읽게 된 이 책의 저자는 '5년 차 전업 작가'의 이야기였습니다.

녹록지 않은 '리얼 생존 창작 라이프'를 들려준다고 하니 작가의 삶은 어떨지 궁금증을 안고 읽어보았습니다.


글쓰기와 책 쓰기만으로 먹고 살 수 있을까?

5년 차 작가의 눈물 없이도 들을 수 있는 리얼 생존 창작 라이프!

나는 이렇게 전업 작가가 되었다!


무명작가지만 글쓰기로 먹고삽니다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이 책에는 잘나가는 유명작가의 성공기나 글쓰기 비법은 나와 있지 않다. 그저 5년 차 무명작가의 지극히 현실적인 글 쓰는 삶과 소소한 글쓰기 이야기와 책 쓰기 과정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번 책도 내가 쓴 다른 책들처럼 '솔직함'을 넣어 읽기 '쉬운 글'을 쓰려 노력했다. - page 12 ~ 13


그래서 그녀의 글이 진정성 있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지인이 했던 말처럼...

 

'무명작가'라고 하셨지만 그런 구분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굳이 전문적이고도 복잡한, 어려운 글을 쓴다고 다 좋은 것일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글, 편안한 글이 더 공감과 위로를 선사해주기에, 당장의 불꽃보다는 은은한 별이 되는 작가가, 그리고 그런 작품이 더 의미 있음을 사적인 견해를 남겨봅니다.

​글쓰기로 먹고산다는 건...

정말 자신이 원하지 않았다면 그 기나긴 여정을 간다는 것 자체가 힘겨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글쓰기로 '산다'는 것이 아닌 '버틴다'란 의미가 정말 딱 들어맞았다고나 할까...!

그럼에도 꿋꿋이 그 길을 가는 그녀가 멋졌습니다.


'단 한두 명이라도 내 글을 읽고 힘을 얻었다면, 좋은 기운을 받았다면 그걸로 감사하자. 욕심은 또 다른 욕심을 낳는다고 했으니 첫 숟가락에 배부를 생각 말고 묵묵히 쓰자.' - page 60 ~ 61


돌아보니 나라는 사람, 한 걸음 한 걸음 잘 걸었다. 느릴지라도 잠시 주저앉았을지라도 제자리에 멈춰 서지 않고 일어서서 계속 걸었다. 남과 비교할 때도 있었지만 이내 일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봤다. 조급할수록 더욱 하늘의 타이밍을 신뢰했다. 되든 안 되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움직였다. 타인의 속도를 들추기보다는 거북이만큼 느리지만 내가 해야 할 일에 초점을 맞췄다. - page 91


'작가'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메모', '기록', '꾸준함'이었습니다.

생각은 불현듯 나타나 순식간에 사라지기에 그 순간 적고 일상을 기록하며 이런 꾸준함이 작품을 쓸 때 아이디어를 제공하게 되고 한 권의 책이 완성하게 됨을 일러주었습니다.


힘들고 긴 시간을 버텨내고 앞으로도 계속 전업 작가로의 삶을 이어가는 그녀에게서 '희망'이 엿보여서, 그 희망이 저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특히나 그녀의 앞으로의 책들은 우리에게 선한 영향력의 불씨를 밝힐 것 같은 믿음까지도 생겼습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필력보다 영혼이 맑은 글이 좋아>라고 하셨으니까!


 


언젠가 그녀는 '유명작가'가 되실 그날까지 저도 응원을 하겠습니다.

그러니 부디 지치지 말고 계속해서 이야기를 들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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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81
제인 오스틴 지음, 박용수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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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 작품이지만...

이제서야 만나게 된 '제인 오스틴'의 작품!


오만과 편견』 


영화로도 나왔지만 보지 않았었고...

우선 작가의 필체를 느껴보고 싶어서, 읽으면서 나만의 상상을 펼치고 싶어서 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고전이기에 많은 출판사에서 출판되었는데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본문에 원서 초창기 판본의 삽화가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읽는 재미가 더해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 작품에 흠뻑 빠져들었었습니다.


상당한 재산을 가진 미혼의 남자라면 아내가 있기를 바라게 될 거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만약 그러한 남자가 근처로 새로이 이사를 오게 되었다면, 그 남자가 어떤 사고방식을 가졌을지언정 그러한 생각이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박혀 있어서, 자기네 딸들 가운데 하나가 그 남자와 결혼했으면 하는 생각을 당연히 할 수 있을 게다. - page 9


네더필드 파크로 북쪽에서 온 미혼, 갑부 청년 '빙리'가 이사를 온다는 소식에 베넷 가의 어머니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합니다.

과묵하고 비교적 합리적인 성격의 소유자의 아버지는 그런 아내의 호들갑이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왜 경사가 났단 말이오? 걔들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 거요?"

"이 양반 말하는 것 좀 봐. 그 총각하고 우리 딸 중에서 하나가 결혼해야 될 거 아녜요."

"그 사람이 이리 오는 게 우리 딸 중 하나와 결혼하기 위해서요?"

"이 양반이,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우리 딸하고 교제를 할 수도 있을 거 아녜요. 그러니까 당신은 그 사람이 오는 대로 거기 가봐야 하는 거예요." - page 10 ~ 11



다섯 자매 중 결혼 적령기에 이른 첫째 제인과 둘째 엘리자베스.

이 둘은 성격이 정반대입니다.

맏딸 제인은 온순하고 마음이 착하며 내성적이지만 둘째 딸은 인습에 사로잡히지 않고 재치가 넘치는 발랄한 아가씨입니다.

제인은 빙리에게 마음이 가지만 신중히 자신의 마음을 숨깁니다.

빙리 역시도 제인을 사랑하지만 그녀에게서 사랑을 받을지 확신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치만 너무 그렇게 자기방어를 해버려도 좋지 않은 경우가 있어. 여자가 속으로 좋아하면서도 감정을 숨겨버리면 남자가 자기를 좋아하게 만들 기회를 갖지 못하는 거지. 그러면 세상 사람들도 자기가 남자를 좋아했다는 사실을 모르니까 된 거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그게 위안이 되지는 않지. 애정에는 애정 자체만 있는 게 아니라 고마움이나 허영심 같은 게 끼어들어서 혼동스럽게 만들어. 그래서 애정이 제멋대로 가게 놔두면 되는 거야. 우린 모두가 자연스럽게 사랑을 시작할 수 있어. 약간의 호감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을 싹틔울 수는 있지. 그치만 애정이 더 커지도록 하지 않고 내버려뒀는데 상대방이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오기를 바랄 수는 없어. 여자는 자기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애정을 상대방에게 보이는 게 좋다고. 빙리라는 사람이 네 언니를 좋아하는 건 확실해. 그치만 네 언니 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으면 그냥 좋아하는 것 이상은 되지 않을 거야. - page 34 ~ 35


엘리자베스는 빙리의 친구 다씨를 보고 그를 신분을 내세우는 '오만'한 남자라는 '편견'을 갖게 됩니다.

그런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다감하고 자애로운 언니의 행복을 깨뜨리는 역할을 한다고 판단하게 되고...


'언니 하나만 놓고 본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을 테지. 매력도 있고 선량하기도 하니까. 머리도 좋고 교양도 있고 매너도 좋고. 그리고 아버지 때문에 반대할 이유가 없지. 좀 괴팍한 데가 있으시긴 하지만 다씨가 경멸할 수 없는 능력도 갖추시고 다씨가 따라갈 수 없는 인품도 있으시니까.' 그녀의 생각이 어머니에게 미치자 약간 기가 사그러들기는 했지만 어머니 때문에 다씨가 반대할 리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다씨가 반대를 한다면 엘리자베스의 어머니 같은 사람의 지각력 결핍보다는 지위 결핍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다씨가 자신의 오만함 때문에, 그리고 자기 여동생과 빙리를 결혼시키기 위해서 제인과의 결혼을 반대했을 것이라고 결론내리게 되었다. - page 261


하지만 다씨가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하면서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고 조금씩 그에 대해 알아가면서 자신의 '편견'이 잘못되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다씨는 전에 빙리와 제인의 사랑을 의심해 만류했지만 이제는 그들의 사랑을 믿고 결혼을 주선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씨도 엘리자베스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으로 결실을 맺게 됩니다.


한 남자의 '오만'함과 한 여자의 '편견'.

이 둘이 조금씩 변화하면서 결국 '사랑'으로 맺어지는 모습은 소설이 끝났음에도 이 낭만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나 여주인공인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그 시대에서 보기 드문, 당돌하면서도 재기 발랄해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오늘날까지 사랑을 받는지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예리한 심리묘사와 날카로운 듯 재치 있는 대사들은 단순한 연애 소설로만 평가되는 것에서 벗어나 당시의 시대상에 대해서도 일러주었기에 '고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였습니다.

그 속에서 그녀가 우리에게 전할 메시지가 어떻게 그려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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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 건축 너머의 세계를 향한 치열한 질문과 성찰 서가명강 시리즈 17
김광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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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를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기에, 그리고 최고의 교수님들의 강의이기에 나올 때마다 읽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는 '건축'이었습니다.

건축학도들의 큰 스승으로 우리나라 건축계를 오랫동안 이끌어오신 '김광현' 교수님이 전하는 건축의 지속적 가치와 궁극적인 본질을 찾기 위한 그의 치열한 질문과 성찰에 대한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건축은 우리의 삶 그 자체다!"

건축의 지속적 가치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

 

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첫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건축은 불순한 학문이다?!"

왜?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건축이야말로 인간을 생각하며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산물인데... 어째서...?

 

건축은 태생적으로 '배제'하는 것, 이기적인 산물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건축으로 우월함을 뽐내며 주변과 구별 짓고 나아가 주변을 제압하려 했다. 선사시대의 멘힐은 땅을 장악한 것이고, 제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구축한 것이었다. 거석문화 이후의 건축은 모두 중력에 대항하는 구축 의지를 표현했다. 고전주의 신전의 기단은 땅과 분리하기 위한 것이다. - page 23 ~ 24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건축은 건축주의 욕망을 실현해주는 수단이다. 건축 공사는 이웃과 분쟁을 자주 일으킨다. 건축은 부동산이고 재산 형성을 위한 욕망의 산물이다. 근대 건축은 순수한 것, 고립된 것, 더 나뉠 수 없는 것, 기능에 충실한 것, 효율이 높은 것 등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 유별나게 흰색을 좋아하며 주변과 구별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현실이 이러한데 건축을 정신과 문화로 배제하는 우월주의는 '집은 사고파는 부동산이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건축가의 특유한 작품 우월주의도 심각한 배제의 논리 중 하나다. - page 24 ~ 25

 

그동안 '건축'을 이상적으로만 바라보았나 봅니다.

'건축'이 인간과 사회에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는 잡학이며 이기적인 산물이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니 순간 멍해졌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이에 그치지 않고 건축 너머의 '사회'에 대해서도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사회가 건축을 만든다.'

흔히 듣는 말이다. 이 말에는 사회라는 공동체는 언제나 아름답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사회는 선하고 올바르니 그런 사회의 요구를 건축은 충실히 받아 적으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이기에 그 요구대로 건축물을 지어야 하며, 그 사회에 대응해 건축은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하는가? - page 12

 

결국 사회는 선하기만 한 존재가 아님을, 사회는 건축을 평탄하게 만들고 균질화시키며 장소를 파괴하기까지 하는, 즉 '사회는 건축 뒤에 숨어 건축을 조종한다'라는 사회의 민낯까지도 파헤쳐 주셨습니다.

 

사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건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모두의 기쁨'이 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모두 '건축가'라는 마음으로 건축을 알고 실천해야 함을 일러주었습니다.

 

'나도 건축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건축물에 참여하면 좋은 공간과 장소에서의 삶,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작은 공간을, 내 마을에 꼭 있어야 할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좋은 건축물을 만드는 것은 전문가가 훨씬 잘하겠지만, 근본이 되는 가치는 어쩌면 아이들의 생각 속에,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담담한 말 속에 잠재해 있을 수 있다. 건축물과 장소에 관련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도 있고, 도시의 미래도 지어나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하이데거가 "사람이 거주하기에서 지을 때, 또 거주를 위해서 생각할 때"라고 말한 바와 일치하는 방식이다. 사람은 건축물을 세울 때 거주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다. - page 295

 

건물이 아름답다는 말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모두 함께 하는 기쁨을 말할 뿐, 이런 공동의 기쁨은 건축에만 있다는 그의 이 말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모두가 '건축'을 제대로 이해하고 '모두의 건축'을 함께 만들어 나갈 차례임을 마지막 인사로 강의는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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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 간절히 살리고 싶었던 어느 의사의 고백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1
김현지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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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사선생님 이름만으로도 숙연해지면서 존경심이 듭니다.

'이국종' 교수님.

'골든아워' 60분에 삶과 죽음을 가르는 사선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의사의 '노력'과 '수고'를, 그 무엇보다 '의사'란 직업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골든아워』에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것, 그것이 우리의 일이다."

 

이번에 읽게 된 책도 진정 한 의사의 고백이 담겨있었습니다.

안타깝고 처절한 환자들의 사연과 저자의 분투를 통해 우리 모두가 맞닥뜨리고 있는 현실의 민낯을...

그럼에도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그들의 노력을...

그렇기에 안 읽을 수 없었습니다.

 

끝내 놓칠 수밖에 없었던 목숨들과

병원 밖 처절한 세상에 던지는 어느 의사의 질문

 

포기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하여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녀가 맞닥뜨려야 했던 수많은 죽음들.

대학병원 중환자실, 암 병동, 응급실, 요양병원에서의 환자와 의사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기에 쉽사리 넘어갈 수 없이 눈물이 흘렀고 가슴이 아렸으며 때론 화도 났습니다.

 

의사라고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없듯이 이미 여러 치료 방법으로도 불가하여 의료진이 혈관을 통해 공급하는 수액과 영양제만으로 아슬아슬하게 생명을 유지하던 유방암 환자분의 입에서 나온 이 말은 저에게도 먹먹하게 하였습니다.

 

"나 좀 죽여줘, 선생님."

...

"어차피 곧 죽을 거잖아. 뭘 먹지도 못하는데 배는 잔뜩 불러서 갑갑하기만 하고. 선생님, 나 이제 그만 살아도 될 것 같아. 가족들이랑 인사도 다 했으니까 조용히 보내줘." - page 63

 

이 환자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그녀.

아무리 현대 의학이 발전한다 해도 죽음을 앞둔 환자의 외로움이나 두려움, 존엄성을 잃는다는 자괴감을 줄여주지 못하기에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환자에게 의사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의료 행위, '안락사'에 대한 이야기는 쉬이 넘길 수 없는, 이제는 우리가 직면해야 할 점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 봅니다.

 

언제 죽을 수 있나요. 이제 그만 편안해지고 싶어요. 혹은 편안하게 해주고 싶어요.

그럴 때면 나도 환자와 보호자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나라도 저 상황이라면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미 삶에 대한 미련은 없고, 주변 정리도 끝났다. 그럼에도 매일 아침 해는 떠오르고 눈을 뜬다. 자력으로는 내 한 몸 가누기도 어렵다. 또다시 꼼짝없이 병실에 누워 괴로워하는 하루를 보내고 겨우겨우 잠이 든다. 그리고 다음 날 해가 뜨면 이 지지부진한 하루가 반복된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불행히도 나는 환자를 편안하게 죽일 수 있는 방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환자를 죽일 수단에도 합법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환자를 위해 무언가를 해줄 능력이 충분한데도 그걸 해줄 수 없다는 것은 의사에게 또 다른 절망감을 안긴다. - page 70 ~ 71

 

그리고 이번에 그녀의 이야기로부터 알게 된 사실도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지만 '소아 중환자실'이 설치된 곳이 전국에 있는 42개의 상급종합병원 중 단 11곳뿐이며, 그나마도 5곳은 서울이라는 것을 알고는 너무 놀라웠습니다.

아니, 왜?!

나라에서는 저출산이라면서 아이를 낳으라고 재촉하더니!

왜!

어째서!

 

 

뿐만 아니라 요양병원에서도 콧줄을 갖고 있는 환자는 '돌보기 어려운 환자', 즉 '의료고도군'으로 분류되지만 콧줄을 갖고 있지 않는 환자는 그 밑의 단계인 '인지장애군' 혹은 '신체기능저하군'으로 분류되어 환자 한 명당 병원이 받는 수가가 낮아져 의학적 이유가 아닌 돈이라는 경제적 이유로 의료 행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사실은 알고 나니 누구에게 손가락질을 해야 하는 것인지...

의사가 오로지 환자만을 위해, 의학적인 이유만으로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불량 판결문』에서도 그러했듯이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 사건에 대해 그녀 역시도 목소리를 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그저 하릴없이 떠나보냈을 환자를, 지금은 예전보다는 많이 살린다. 그러나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지 않은가. 사고 현장으로부터 아무리 신속하게 환자를 이송해도, 아무리 빠르게 진단하고 치료해도, 이 사람을 살려놓으면 저 사람이 다치고 저 사람을 살려놓으면 또 이 사람이 다친다. 적어도 지금의 현실에서는 그렇다. 사람이 더 건강해지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안전한 사회 그 자체이다.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이나 응급 환자 이송보다 그것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 수많은 보건의료인에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그 어떤 근사한 병원이나 유능한 의사보다도 훨씬 더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 page 187 ~ 188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국회로 발걸음을 옮겨보지만...

 

"김 선생, 우리가 이렇게 노력한다고 세상이 정말 바뀔까요."

국정감사가 한창이던 어느 날이었다. 늦은 밤 회의를 마치고 함께 지하철을 타러 가던 길에 모시던 의원님이 내게 조용히 물었다. 감정을 도통 내비치지 않는 뿌리 깊은 나무 같은 분이었는데, 그날의 질문에는 유독 피로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바뀌어야죠, 바뀔 겁니다." - page 14

 

하루아침에 정책이 변하지 않지만 의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함으로써 보다 제대로 된 보건의료 정책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그녀의 노력에 이제는 우리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디 살아있는 동안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에 저도 힘을 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제가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메시지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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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판결문 -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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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개천용>이란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든든한 '빽'도 그럴싸한 '스펙'도 없지만 무모한 자신감과 정의감 하나로 불합리한 세상과 맞선 '국선 변호사'와 생계형 '기자'의 고군분투가 그려졌던 드라마.

그 드라마에서 건당 30만 원의 수임료를 받는 그의 도움을 받고자 전국에서 찾아온 이들로 건물 변호사가 그에게 불만을 토했을 때,


"내 수임료가 30만 원이지, 여기 계신 분들이 30만 원짜립니까!"

"우리가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습니까?"


라며 그들을, 자신을 무시한 변호사에게 통쾌하게 한 방을 날렸던 그.

그리고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삼정시 3인조의 사건의 안타까운 사연에 그가 한 이 한 마디.


"어려우니깐 해야죠! 쉬운 건 아무나 다 합니다"


그의 당찬 포부가 돈이 정의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정의가 돈이 되는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부조리하고도 불공정하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안타까운 죽음에 내려진 판결이라든지 염전 노예 사건이라든지...

참...한숨밖에 내쉴 수 없음이...

그래서 법과 정의의 여신 디케가 들고 있는 칼과 저울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최정규 변호사가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대한민국 법정을 고발하다


불량 판결문

 


그는 검사나 검찰청 소속 직원이었던 적은 없지만 검찰청 민원실에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실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억울하다는 사람들은 꼭 한번 거쳐 가는 곳으로 대부분 1심부터 3심까지, 더 나아가 재심 등 모든 과정을 거쳤음에도 억울함을 떨쳐버리지 못한 분들의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일개 공익 법무관으로 해줄 수 있는 건 그분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는 일뿐이었는데 놀랍게도 가지고 온 서류 더미를 버리고 가겠다는 분들이 계셨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그는 무력감과 함께 이런 질문이 남았다고 합니다.


'왜 지금껏 숱한 재판 과정에서 나온 판결문을 통해서는 그 인생의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던 것일까?' - page 28


특히나 지적장애인이 10년 넘게 노동력을 착취당한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 풍등 하나 날렸다는 이유로 저유소 폭발에 전적인 책임을 떠안게 된 외국인 노동자 고양저유소 화재 폭발 사건, 지적장애인 명의 처벌분원서가 조작되었지만 그걸 확인하지 못한 판사에게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 사건, 정부가 지정 알선한 곳에서 3년 넘게 임금을 받지 못했음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임금 체불 사건, 상사의 폭언과 폭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면한 고 김홍영 검사 사건 등.

정말 하나같이 '비상식적'이고도 '불량한' 판결로 약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에 더 이상 눈 감지 않고 싸우고자 그는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란 타이틀과 함께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그는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기 위해 나름의 철칙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무실은 법원의 불친절과 무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존중받아야 하는 건 법원 판결의 '내용'이지 법원의 '불친절'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생각을 감추지 않고 직접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었던 건 개업 변호사가 아니라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로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공공 기관이기에 상대적으로 법원 눈치 보기 등에서 자유로워 법원의 부당한 서비스와 판사의 부적절한 재판 진행 등에 당당히 맞섰다.

...

우리가 심하게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앞으로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 눈감고 싶지 않다. 그 이유는 나부터 눈감기 시작하면 결국 우리는 법원의 무례한 태도와 불친절을 계속 경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age 228 ~ 229


저에겐 무엇보다 치를 떨게 했던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이었습니다.

n번방 사건 이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웰컴 투 비디오'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물 웹사이트를 운영하다 검거된 '손정우'.

해당 사이트는 생후 6개월 된 영아를 대상으로 한 영상을 거래할 정도로 반인륜적이었음에도 1심 법원은 '어리고 범죄 전력이 없으며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검찰의 항소로 진행된 2심 법원도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고, 업로드는 다른 회원들이 많이 했으며, 결혼으로 부양가족이 생겼다'는 이유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지금은 출소된 이 상황.

그의 '진지한 반성'을 양형과 집행유예 사유로 삼는 법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이처럼 불량 판결문을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고 합니다.

더 이상은 법원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들이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2013년부터 대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및 바람직한 법률 문화 정착'이라는 모토로 판결문 등을 공개했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현행 판결문 공개 제도에 대해 법관 모임인 전국법관 대표회의도 2021년 1월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와 재판의 투명성 증진, 이를 통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향상시키고 활발한 토론을 통한 법률 문화의 발전을 위해 판결서의 공개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결이 이루어지면서 명품 판결문이 탄생하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것보다는 우리의 관심과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함을 저자는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읽으면서 '이런 일이...' 탄식이 나오곤 하였습니다.

생각 외로 부당하고도 부정한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무지했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동안의 나의 권리와 의무를 성실히 임하지 않은 죄.

이제라도 반성하고 또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보다 사회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고 나의 권리와 의무를 다 할 때 비로소 우리의 사회가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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