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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 건축 너머의 세계를 향한 치열한 질문과 성찰 ㅣ 서가명강 시리즈 17
김광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4월
평점 :
서울대를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서가명강'.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기에, 그리고 최고의 교수님들의 강의이기에 나올 때마다 읽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는 '건축'이었습니다.
건축학도들의 큰 스승으로 우리나라 건축계를 오랫동안 이끌어오신 '김광현' 교수님이 전하는 건축의 지속적 가치와 궁극적인 본질을 찾기 위한 그의 치열한 질문과 성찰에 대한 강의가 시작되었습니다.
"건축은 우리의 삶 그 자체다!"
건축의 지속적 가치를 향한 날카로운 시선!
『건축, 모두의 미래를 짓다』

첫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습니다.
"건축은 불순한 학문이다?!"
왜?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건축이야말로 인간을 생각하며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아름다운 산물인데... 어째서...?
건축은 태생적으로 '배제'하는 것, 이기적인 산물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건축으로 우월함을 뽐내며 주변과 구별 짓고 나아가 주변을 제압하려 했다. 선사시대의 멘힐은 땅을 장악한 것이고, 제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구축한 것이었다. 거석문화 이후의 건축은 모두 중력에 대항하는 구축 의지를 표현했다. 고전주의 신전의 기단은 땅과 분리하기 위한 것이다. - page 23 ~ 24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건축은 건축주의 욕망을 실현해주는 수단이다. 건축 공사는 이웃과 분쟁을 자주 일으킨다. 건축은 부동산이고 재산 형성을 위한 욕망의 산물이다. 근대 건축은 순수한 것, 고립된 것, 더 나뉠 수 없는 것, 기능에 충실한 것, 효율이 높은 것 등을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 유별나게 흰색을 좋아하며 주변과 구별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현실이 이러한데 건축을 정신과 문화로 배제하는 우월주의는 '집은 사고파는 부동산이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건축가의 특유한 작품 우월주의도 심각한 배제의 논리 중 하나다. - page 24 ~ 25
그동안 '건축'을 이상적으로만 바라보았나 봅니다.
'건축'이 인간과 사회에 복잡하게 관련되어 있는 잡학이며 이기적인 산물이었다는 사실을 마주하게 되니 순간 멍해졌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이에 그치지 않고 건축 너머의 '사회'에 대해서도 지적을 해 주셨습니다.
'사회가 건축을 만든다.'
흔히 듣는 말이다. 이 말에는 사회라는 공동체는 언제나 아름답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사회는 선하고 올바르니 그런 사회의 요구를 건축은 충실히 받아 적으면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사회가 어떤 사회이기에 그 요구대로 건축물을 지어야 하며, 그 사회에 대응해 건축은 어떤 답을 내놓아야 하는가? - page 12
결국 사회는 선하기만 한 존재가 아님을, 사회는 건축을 평탄하게 만들고 균질화시키며 장소를 파괴하기까지 하는, 즉 '사회는 건축 뒤에 숨어 건축을 조종한다'라는 사회의 민낯까지도 파헤쳐 주셨습니다.
사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건축'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모두의 기쁨'이 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우리 모두 '건축가'라는 마음으로 건축을 알고 실천해야 함을 일러주었습니다.
'나도 건축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건축물에 참여하면 좋은 공간과 장소에서의 삶,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다. 그리고 작은 공간을, 내 마을에 꼭 있어야 할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좋은 건축물을 만드는 것은 전문가가 훨씬 잘하겠지만, 근본이 되는 가치는 어쩌면 아이들의 생각 속에,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담담한 말 속에 잠재해 있을 수 있다. 건축물과 장소에 관련된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도 있고, 도시의 미래도 지어나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하이데거가 "사람이 거주하기에서 지을 때, 또 거주를 위해서 생각할 때"라고 말한 바와 일치하는 방식이다. 사람은 건축물을 세울 때 거주를 생각하고 배울 수 있다. - page 295
건물이 아름답다는 말은 없다고 하였습니다.
모두 함께 하는 기쁨을 말할 뿐, 이런 공동의 기쁨은 건축에만 있다는 그의 이 말이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모두가 '건축'을 제대로 이해하고 '모두의 건축'을 함께 만들어 나갈 차례임을 마지막 인사로 강의는 끝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