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판결문 - 이유 없고, 무례하고, 비상식적인 판결을 향한 일침
최정규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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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개천용>이란 드라마가 있었습니다.

든든한 '빽'도 그럴싸한 '스펙'도 없지만 무모한 자신감과 정의감 하나로 불합리한 세상과 맞선 '국선 변호사'와 생계형 '기자'의 고군분투가 그려졌던 드라마.

그 드라마에서 건당 30만 원의 수임료를 받는 그의 도움을 받고자 전국에서 찾아온 이들로 건물 변호사가 그에게 불만을 토했을 때,


"내 수임료가 30만 원이지, 여기 계신 분들이 30만 원짜립니까!"

"우리가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습니까?"


라며 그들을, 자신을 무시한 변호사에게 통쾌하게 한 방을 날렸던 그.

그리고 억울하게 누명을 썼던 삼정시 3인조의 사건의 안타까운 사연에 그가 한 이 한 마디.


"어려우니깐 해야죠! 쉬운 건 아무나 다 합니다"


그의 당찬 포부가 돈이 정의가 되어버린 현실에서 "정의가 돈이 되는 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세상을 들여다보면 참으로 부조리하고도 불공정하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의 안타까운 죽음에 내려진 판결이라든지 염전 노예 사건이라든지...

참...한숨밖에 내쉴 수 없음이...

그래서 법과 정의의 여신 디케가 들고 있는 칼과 저울의 의미를 다시금 새겨보고자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최정규 변호사가

부조리하고 불공정한 대한민국 법정을 고발하다


불량 판결문

 


그는 검사나 검찰청 소속 직원이었던 적은 없지만 검찰청 민원실에서 일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민원실은 전국 방방곡곡에서 억울하다는 사람들은 꼭 한번 거쳐 가는 곳으로 대부분 1심부터 3심까지, 더 나아가 재심 등 모든 과정을 거쳤음에도 억울함을 떨쳐버리지 못한 분들의 행렬로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일개 공익 법무관으로 해줄 수 있는 건 그분들의 억울한 사연을 들어주는 일뿐이었는데 놀랍게도 가지고 온 서류 더미를 버리고 가겠다는 분들이 계셨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그는 무력감과 함께 이런 질문이 남았다고 합니다.


'왜 지금껏 숱한 재판 과정에서 나온 판결문을 통해서는 그 인생의 페이지를 넘길 수 없었던 것일까?' - page 28


특히나 지적장애인이 10년 넘게 노동력을 착취당한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 풍등 하나 날렸다는 이유로 저유소 폭발에 전적인 책임을 떠안게 된 외국인 노동자 고양저유소 화재 폭발 사건, 지적장애인 명의 처벌분원서가 조작되었지만 그걸 확인하지 못한 판사에게 책임을 묻는 국가배상 사건, 정부가 지정 알선한 곳에서 3년 넘게 임금을 받지 못했음에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임금 체불 사건, 상사의 폭언과 폭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지만 가해자가 형사처벌을 면한 고 김홍영 검사 사건 등.

정말 하나같이 '비상식적'이고도 '불량한' 판결로 약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에 더 이상 눈 감지 않고 싸우고자 그는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란 타이틀과 함께 세상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그는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기 위해 나름의 철칙을 정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사무실은 법원의 불친절과 무례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존중받아야 하는 건 법원 판결의 '내용'이지 법원의 '불친절'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그 생각을 감추지 않고 직접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었던 건 개업 변호사가 아니라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로 변호사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공공 기관이기에 상대적으로 법원 눈치 보기 등에서 자유로워 법원의 부당한 서비스와 판사의 부적절한 재판 진행 등에 당당히 맞섰다.

...

우리가 심하게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르고, 앞으로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계속 눈감고 싶지 않다. 그 이유는 나부터 눈감기 시작하면 결국 우리는 법원의 무례한 태도와 불친절을 계속 경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age 228 ~ 229


저에겐 무엇보다 치를 떨게 했던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 양형'이었습니다.

n번방 사건 이전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웰컴 투 비디오'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 착취물 웹사이트를 운영하다 검거된 '손정우'.

해당 사이트는 생후 6개월 된 영아를 대상으로 한 영상을 거래할 정도로 반인륜적이었음에도 1심 법원은 '어리고 범죄 전력이 없으며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검찰의 항소로 진행된 2심 법원도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고, 업로드는 다른 회원들이 많이 했으며, 결혼으로 부양가족이 생겼다'는 이유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지금은 출소된 이 상황.

그의 '진지한 반성'을 양형과 집행유예 사유로 삼는 법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이처럼 불량 판결문을 모니터링하는 체계가 잡혀가고 있다고 합니다.

더 이상은 법원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들이 쉽게 접하고 활용할 수 있는, 2013년부터 대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및 바람직한 법률 문화 정착'이라는 모토로 판결문 등을 공개했다고 하였습니다.

 

 


대법원의 현행 판결문 공개 제도에 대해 법관 모임인 전국법관 대표회의도 2021년 1월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법원은 국민의 알 권리와 재판의 투명성 증진, 이를 통한 재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향상시키고 활발한 토론을 통한 법률 문화의 발전을 위해 판결서의 공개 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의결이 이루어지면서 명품 판결문이 탄생하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것보다는 우리의 관심과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함을 저자는 우리에게 일러주었습니다.


읽으면서 '이런 일이...' 탄식이 나오곤 하였습니다.

생각 외로 부당하고도 부정한 일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무지했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그동안의 나의 권리와 의무를 성실히 임하지 않은 죄.

이제라도 반성하고 또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보다 사회에 귀를 기울이고 관심을 가지고 나의 권리와 의무를 다 할 때 비로소 우리의 사회가 올바르게 나아갈 수 있음을 명심해야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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