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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무새의 정리 1 - 개정판
드니 게즈 지음, 문선영 옮김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을 좋아하는데...
추리에 '수학'이 접목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울 것 같았습니다.
수의 탄생부터
오늘의 수학이 존재하기까지
인류 문명의 수학 역사를 파헤치는
가장 지적인 추리소설
『앵무새의 정리 1』

라비냥가 비탈길 중간쯤에 자리한 '1001개의 파피루스' 서점을 경영하는 뤼슈 씨.
그에게 한 통의 편지가 옵니다.
친애하는 πR에게
자네 이름을 이렇게 쓴 걸로 보아 내가 누군지 알겠지? 놀라지 말게. 나야, 엘가르. 지난 50년 동안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자네의 옛 친구. 그래, 따져 보니 벌써 50년이란 세월이 흘렀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그에게 편지를 보낸 이유를 밝히게 됩니다.
실은 내가 소장하던 책들을 좀 보내려 하네. 내가 가진 수학 관련 서적 모두를 말이야. 무게로 치면 수백 킬로그램쯤 될 걸세.
'문학'의 값진 보물이 모두 거기에 있다네. 자넨 내가 수학을 문학이라고 표현하는 데 대해 분명 의아하겠지. 장담하건대 그 책들 안에는 우리 시대 최고의 소설가들의 작품만큼이나 가치 있는 이야기들이 들어 있다네. 페르시아의 오마르 하이얌이나 알투시, 이탈리아의 타르탈리아, 프랑스의 페르마, 스위스의 레온하르트 오일러 같은 수학자들의 이야기 말일세.
...
여하튼 머지않아 자네 앞으로 배달될 상자 속에는 전 시대를 통틀어 가장 훌륭하고 값진 수학책들이 들어 있다네. 그것은 지금까지 하나로 정리된 적이 없는 것으로 개인 소장품으로는 가장 완벽한 수학 전집이라네.
뤼슈 씨가 책을 팔더라도 일단 책을 읽은 다음 팔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엘가르 그로루브르.
또한 읽고 난 다음에는 결코 내다 팔지 못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기에 그에게 문제의 수학책들을 보냈는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뤼슈 씨는 친구가 보낸 책을 받게 됩니다.
뤼슈 씨에겐 서점 직원 페레트와 그녀의 쌍둥이 남매인 조나탕, 레아, 그리고 입양한 아들 막스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페레트의 경우 웨딩드레스를 맞추러 가던 길에 맨홀에 빠지는 사고 이후 파혼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곤 9개월 뒤 쌍둥이 조나탕과 레아가 태어나게 되고 6개월 된 막스를 입양하게 됩니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자신의 속 사정을 말하지 않던 그녀가 갑작스레 진실을 밝히겠다고 하고, 막스는 상점에서 위기에 처한 앵무새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뭔가 불만스러운 뤼슈 씨.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다니. 그로루브르와 그의 책, 페레트와 그녀의 고백, 게다가 앵무새까지. 그런데 어떻게 앵무새에게 그런 이름을 붙인 거지? 노퓌튀르라. 내 나이로 보나 뭐로 보나 날 그렇게 부르고 싶었던 거야. 그따위 단어를 가지고...... 녀석들 웃기는구먼. 그런데 페레트는 왜 18년을 기다린 이유에 대해선 얘기하지 않았던 걸까? 말도 안돼!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아무것도 달라질 리 없지. 하지만 아이들은...... 애들에게 말해야겠군. 쌍둥이에겐 더더욱 말할 필요가 있어. 두 녀석은 잘못될지도 몰라. 분명해. 하지만 막스는 달라. 걘 강한 아이니까. 그런데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말한다?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군. 걔네들도 이젠 어린아이가 아니야. 어른들이 더 나쁘지. 애들에게 직접 대놓고 말한다면 틀림없이 충격받을 거야. 고집이 세고 자존심도 강한 데다 예민하기까지 한 애들이니. 묘안을 찾아봐야겠군." - page 36 ~ 37
여러 날에 걸친 고심 끝에 드디어 묘안을 찾아내게 됩니다.
"그래, 탈레스야!"


그런데 책을 보낸 그로루브르가 자신의 숙소에서 화재로 숨졌다는 통보를 받게 되고 며칠이 지나서 그로루브르의 집에서 일하던 원주민 하나가 잔해 속에서 발견한 편지 한 통을 건네받게 되는데...
'어쩌면 그로루브르가 책을 보내온 이유가 화재로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그로루브르는 자신의 집이 화재로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훨씬 앞서 알고 있었던 게 아닐까. 그가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거나 혹은 짐작이라도 했거나, 아니면 그럴까 봐 두려워했다는 말인가? 한마디로 화재의 가능성이 있었거나 예상된 일이었단 말인가? 예상된 일이었다면 이미 계획적으로 예정돼 있었다는 말이 된다. 예정돼 있었다면 누가 그런 계획을 세웠단 말인가?' - page 137 ~ 138
꼬리에 꼬리를 무는 추측.
우연으로 하기엔 너무나도 기가 막힌 우연이기에 그는 이 비밀을 파헤쳐 보기로 합니다.
사실 그동안은 수학자보단 수학의 '공식'에 초점을 맞춰 공부를 했었고 그렇게 지내왔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소설을 통해서 무엇보다 '수학자'에 초점을 맞출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수학자들의 이야기와 오버랩되면서 이루어지는 이 소설의 묘미.
시공간을 초월한 이들의 이야기가 독자로 하여금 몰입을 할 수밖에 없음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수학'을 마주하고 있지만 소설을 읽는 것처럼 술술 읽혔습니다.
그래서 마주치게 되는 수학적 도형들도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이 느낌이란...
어릴 때 이 소설을 마주했더라면 '수학'에 그토록 벽을 두지는 않았을거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뤼슈 씨가 진실을 밝혀가는 과정이나 우리가 수학적 공식이 옳음을 밝히는 과정에서 '증명'이라는 것을 해 나갑니다.
이들이 '증명'을 통해 하나씩 풀어나가는 모습에서 오는 짜릿함이란!
추리소설과 수학이 어우러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다음 권이 궁금한 이유는 '앵무새'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였습니다.
(도통 지금까지는 앵무새의 의미를 추리할 수가 없는 한계랄까...)
이 느낌이 사라지기 전에 2권을 읽어봐야겠습니다.
청소년소설이라고는 하였지만 어른들도 한번은 읽어보면 좋을 소설이었습니다.
수학의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나가기에 부담없을 뿐만 아니라 지난 날 배웠던 수학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에 무엇보다 저에겐 의미있는 소설 중 하나였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