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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이선주 옮김 / 정은문고 / 2019년 5월
평점 :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
우리에겐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의 작가인 '알렉상드르 뒤마'.
그렇기에 이 책을 보자마자 믿고 읽게 되었습니다.
"2019년 한국에도 천생 이야기꾼, 알렉상드르 뒤마가 왔다!"
유해처럼 남겨진 자전적 픽션
『몽테크리스토성의 뒤마』

'몽테크리스토성'
소설과 연극으로 성공해 명성을 떨치는 그가 왜 '몽테크리스토성'이란 이름이 붙여지게 된 것일까?
"뒤마 씨 댁으로 가주세요!"
"뒤마 씨 댁이라니요?"
"마를리 거리에 있는 뒤마 씨 댁이요."
"마를리 거리는 두 군데 있는데요. 아래쪽이요, 위쪽이요?"
"뭐라고요?"
"어느 쪽 마를리냐고요?"
"모르겠는데요."
"그렇다면 뒤마 씨의 거주지 이름이라도 주세요."
"그러죠 뭐. 몽테크리스토성이에요." - page 15 ~ 16

멜랑그 부인이 펙에서 마차를 잡아타서 그의 집에 가던 길에서의 헤프닝이 '몽테크리스토성'의 탄생을 야기하게 됩니다.
음...
그의 작품과는 달리 너무 뜬금없다고나 할까...
아무튼 몽테크리스토라는 이름의 집에 살면서 같이 거주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펼치게 됩니다.
동거를 하는 동물들의 명단을 읊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다섯 마리의 개들 '프리차드', '파노르', '튀르크', '카로', '탐보'
한 마리 독수리 '디오게네스'
세 마리 원숭이들 '포티쉬', '최후의 레마누아', '데가르상 아가씨'
파랗고 빨간 커다란 앵무새 '뷔바'
초록과 노랑이 섞인 앵무새 '파파 에브라르'
한 마리 고양이 '미주프'
금빛의 꿩 한 마리 '뤼퀼뤼스'
한 마리 수탉 '세자르'
이들이 이야기를 통해 뒤마가 전하고자하는 '인간상'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그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나는 고독을 아주 좋아한다. 고독을 즐길 줄 아는 사람에게 고독은 안주인이 아니라 애인이다. 일을 하는 사람, 특히 일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고독이다. 사회는 육체를 달래주고, 사랑은 마음을 채워주고, 고독은 영혼의 종교이다. 하지만 나는 단순히 고독 자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지상천국의 고독, 다시 말해 동물로 가득 차 있는 고독을 좋아한다. - page 16
동물로 가득 차 있는 고독을 좋아한다는 그.
왠지 모를 그의 모습이 씁쓸하게 다가오는 건 기분 탓일까......
재미난 일화도 있습니다.
새장의 새들을 잡아먹은 고양이 '미주프'를 변호하는 발언.
"동물은 인간에게 가까워지면서 나쁜 영향을 받았지요. 미주프 스스로 그런 나쁜 범죄를 저지를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자고 있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떠보니 바로 눈앞에 그런 장면이 펼쳐져 있었지, 그런 범죄를 미리 계획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반쯤 잠이 깬 채 다리를 뻗치고 그르렁대면서 깃발 속에 묘사되는 사자의 혀를 닮은 자신의 혀로 잠이 덜 깨서 여전히 분홍빛으로 달아오른 얼굴을 이리저리 핥았겠지요. 그러고는 귀를 흔들며 주위에 귀를 기울였겠지요. 미주프는 자신 앞에 펼쳐진 유혹을 우선은 거절-변호사에 따르면 자신의 고객이 우선은 거절했다고 하니-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어리고 철이 없는 데다 그동안 요리사가 응석을 받아주는 바람에 입맛이 우유나 국물보다는 자연스럽게 고기 맛을 알게 됐던 것입니다. 원래 잔인하거나 포식가라서가 아니라 훈련이 안 돼 있어 막무가내다보니까요. 게다가 범죄가 일어날 당시는 잠이 완전히 깨지 않은 몽롱한 상태였음을 참작해야 합니다. 반면 진짜 범인은 원숭이들입니다." - page 166
"미주프, 가여운 미주프가 방금 언급한 뷔퐁 씨의 내용을 반박하려고 다른 유명한 동물학자의 도장이 찍힌 가짜 증명서라도 가지고 이곳에 왔습니까? 물론 아닙니다. 요리사 아주머니가 자청해서 아쿠아예 씨 댁에서 데려온 것입니다. 창고에 수많은 물건 사이에 숨어 있던 고양이를 주인을 즐겁게 하자는 의도로 그냥 창고에서 발견했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게 작은 새나 잡아먹으라는 의도를 억지로 심어준 행동이었겠습니까? 게다가 메추리는 결국 인간이 먹는데, 그런 참변을 당했으니 이젠 요리사가 메추리에게 접근만 해도 피하려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라고 요리사가 미주프를 사주했겠습니까? 자기 일을 어렵게 만들자고 고의로? 자, 여러분. 여러분의 공정함에 호소합니다. 인간이 지은 죄에 대한 핑계를 댈 때는 새로운 단어를 만듭니다. 그러니까 두 발을 가지고 털이 없는 동물에게는 자유의지를 높이 사며 광기라는 변명을 합니다. 바로 그런 새로운 표현으로 둘도 없이 끔찍한 죄인을 구해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이 흥미로운 미주프에게 닥친 불행은 왜 본능의 이름이나 이방인의 제안에 이끌렸다는 상황을 참작하지 않는 것입니까? 배심원 여러분! 제 고객이 마지못한 상황 때문에 저지른 불가피한 행동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주시길 부디 요청하는 바입니다." - page 168 ~ 169
이 대목을 읽으면서 『동물농장』이 떠오르곤 하였습니다.
뒤마의 주변엔 많은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프리차드'에 애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리 하나를 잃고 눈 한쪽을 잃어도 뒤마의 곁자리를 놓지 않았던 프리차드.
본능에 따르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던, 그렇기에 당당하고 떳떳했던 프리차드의 모습은 뒤마 자신과도 닮아있었는지 프리차드의 죽음 앞에 그는 말 잘 듣는 하인은 아니었지만 친구 하나를 잃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그의 묘비명으로 이런 글을 남깁니다.
기억에 영원히 남을 위대한 란초[30년전쟁에서 눈, 다리 등을 잃은 장군]처럼 전투에서 지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지만
영원한 승자로서 전신의 반은 영광의 전쟁터에 남겨둔 채 온전한 것 하나도 없지만
화성은 그에게 온전한 가슴을 남겨두었다네!
그의 작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아마도 그가 이 작품에 대해 어떻게 서술해나갈지에 이야기했던 부분과도 연관이 있었는데...
뭔가 지루한 것에서 출발할 게 아니라 흥미로운 것에서 출발하고, 단순한 준비 과정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어떤 액션으로 시작할 것. 인물에 대해 잔뜩 언급하고 나서 인물을 등장시킬 게 아니라 우선은 등장시키고 뒤에 인물을 설명할 것. 이쯤에서 여러분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문제될 게 없는 것 같은데요? - page 11 ~ 12
특별한 문제는 아니지만...
몰입도 그렇고 지루함이 없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어서, 그리고 동물들을 통해 인간 사회 풍자를 유쾌하게 바라볼 수 있었기에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