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면 괜찮은 결심 - 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정켈 지음 / 아몬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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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들은 말은 '너 참 예민하다'였습니다.

무언가 조금이라도 바뀐 게 있으면 몸과 마음은 '비상사태'임을 선포하며 바짝 긴장한 채로 지내곤 하였습니다.


그러다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한 건 아이를 키우면서였습니다.

육아도 힘겨운데 예민함까지 더해지니 더 이상 견딜 수 없음에 조금씩 놓아주기...

그래도 아직은 아주 조금 남아있곤 합니다.


그래서 이 책이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의 내 모습이기에.

그리고 무엇보다 '그래픽노블'이라는 점이 즐기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남보다 조금

유별나고 섬세한 당신을

힘차게 응원하는,

불안에 관한 웰메이드 그래픽노블


이만하면 괜찮은 결, 

 


두 여성이 등장합니다.

이름 '고결'.

그녀는 계획과 규칙을 중요시 여깁니다.

또 한 명의 여성인 '조심'.

그녀는 안전을 중요시 여기며 오늘도 주변 사람들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며 살아갑니다.

이 유별나게 섬세한 둘이 만나 동거를 하면서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이 그려진 이 작품.


솔직히 읽으면서

'어? 이거 내 얘기 같은데...?!'

하며 공감하며 읽어내려가곤 하였습니다.

<외출>에서처럼 나가기 전에 방마다 창문 확인, 가스 확인, 콘센트 확인 등 한두 번은 해야 직성이 풀렸었고 대문을 닫고 나서기 전에 문이 확실히 잠겼는지 확인 또 확인을, <머리카락>에서처럼 뭔가 하다가 무심코 바닥을 보았을 때 머리카락이라든지 먼지, 아이들이 있기에 과자 부스러기 등이 눈에 띄면 돌돌이를 들고 다니면서 청소하기 등 그녀들의 일상 모습을 보면서 괜히 내 일상이 들켜버린 듯한 느낌에 살짝 얼굴이 붉어지곤 하였습니다.


한편으론 그렇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서 제 스스로에게 위로를 전하곤 하였습니다.

남들이 봤을 때 '유난스럽다', '예민하다', 그래서 '불편하다'라고 하였지만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그리고 이런 이들이 있기에 이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사람들과 오히려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다는...

나름의 위로를 하며...




천천히 읽어내려가고 싶었지만 너무나 공감하기에, 무엇보다 그림들이 내가 읽는 속도에 가속을 더해주었기에 단숨에 읽어내려갔습니다.

한숨에 달리며 읽었지만 책장을 덮는 순간 또다시 만날 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는 묘한 매력이 있기에 손길이 닿는 곳에 이 책을 놓아두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생각보다 불안하고 무섭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기에 다른 이들의 시선에서는 섬세하고 유별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각자의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를 보듬어준다면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강력한 보호막이 되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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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함께 산책을 -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여행하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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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가 되면 마음이 조급해지곤 합니다.

계획을 세우며 들떴던 게 어제 같은데...

어느새 10월을 맞이하게 되고 새삼 되돌아보니 계획대로 된 건 하나도 없고 지쳐있는 내 모습에 탄식이...

 

잠시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게 또 막상 내려놓으려고 하니 쉽게 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또다시 책에 손을 내밀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너무 빠르기만 한 세상 속.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나를 여행하는 을 알려준다는 이 책에 잠시 기대어보려 합니다.

 

"내 마음 깊은 곳의 나와 마주할 때

삶은 제자리를 찾기 시작한다"

 

최고의 니체 전문가가 전하는

위대한 철학자와 예술가 7인의 명상 수업

 

니체와 함께 산책을

 

솔직히 '니체'란 단어에 움찔하였었습니다.

'철학'이란 장르에 대해 아직까지 제 마음속엔 장벽이 존재하기에 쉽게 읽혀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책의 두께도 그랬고 저자는 심적 부담감을 낮춰주고 편안하게 마주할 수 있도록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마음을 내려놓고

니체가 독일 최고의 위인으로 우러렀다는 '괴테'

명상의 체험을 아름다운 시로 남긴 '릴케'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

종교학자 '부버' 등

일곱 명의 사상가가 일상에서 실천한 '명상'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명상이 왜 필요한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으로 사상가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사상은 물론, 그 깨달음의 과정이 공통적으로 어떤 '체험'을 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명상'.

 

명상은 어려운 것도 아니고 특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쉬면서 잠시 모든 걸 잊는 그 순간도 명상이라는 것을.

우리는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도 명상에 빠진다는 사실을, 하지만 우리가 사상가들과 다른 건 오롯이 명상에 빠져들기보단 명상하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생각에 생각을 더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생각을 잠시 멈추고 나에게 집중하는 것.

그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보다 자신을 구원하고 진정한 세상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가질 수 있음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국에 '명상'은 저에게 더없이 필요한 것임을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아니, 그전에도 필요했겠지만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흔들리고 많은 불안과 두려움을 맞닥뜨리면서 나 자신이 흔들리는 모습에 '나'의 모습을 되찾고 싶었습니다.

'명상'

오늘은 잠시 나를 둘러싼 공간을 잊고 나라는 존재를 잊고 투명해지고자 합니다.

 

누군가는 노을을 보며 오늘 하루를 후회하고 내일을 걱정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같은 풍경을 보며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기쁨과 환희를 느낍니다. 어떤 삶이 더 행복할까요? 앞서 살펴본 일곱 명의 사상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명상을 통해 우리의 시야를 가리고 있는 편견을 없애고 우리 앞에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 page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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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0-05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돌아가는 건 책, 명상 ~ 저도 명상이 필요한데 잘 되지가 않네요. 페넬로페님 명상과 좋아하는 일들 통해 다시 기운 차리시길 *^^*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송인석 지음 / 이노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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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여행'이라는 단어가 막연해지곤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기세.

사회적으로 거리 두기는 각 나라와의 왕래도 끊어지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정말 여행을 떠났을 때가 언제였을까...

계획을 잡으며 설레이던 마음.

낯선 곳, 낯선 이들, 낯선 언어...

그 낯섦에서 오던 설렘, 자유가 그리운 요즘.

그나마 위로할 수 있는 건 '여행 에세이'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코로나 시대 전에 떠났지만 돌아오는 길엔 코로나와 함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쉽지 않았을 여행길.

하지만 그 여행길에 동행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 시대 전부터 이후까지

총 582일간의 찬란한 순간들의 기록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엄마, 우리 사진 찍자. 막내아들 이제 2년 동안 못 보는데 사진 한 장은 남겨야지."

"아이고 우리 아들~ 진짜 가네. 군대 전역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가버리나~ 서운해 죽겠네~" - page 15

 

간절히도 원했고, 세계 일주 떠나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그.

막상 떠나려니 엄마의 주름진 얼굴이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응원해준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잠깐의 작별 인사를 하며 돌아서게 됩니다.

 

첫 스타트는 '라오스'였습니다.

자신을 픽업하기로 한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마냥 공항에서 기다리게 된 그.

그러다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사람은 바로 그가 여행작가라는 꿈을 갖게 해준 책의 저자.

쭈삣 쭈삣 다가가 그에게 말을 건네며 자신의 고민을 얘기했을 때 건넨 그의 말 한 마디는 그에게도 큰 울림을 선사하였지만 읽는 저에게도 용기(?)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불안하다는 거 잘 알아. 근데 네가 원하고자 하는 일들을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너의 진심을 알아줄 날이 올 거야. 한 번 열심히 노력해봐." - page 19

 

그렇게 그의 여행이 시작되었고 에세이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위로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저 역시도 20대에 좋아했던 나라를 다시 찾아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라에 대한 애정 보다는 아마도 그 때 그 곳에서의 '추억' 때문일지도...

저자 역시도 추억 속 다시 찾은 곳이 있었습니다.

태국 북부에 있는 빠이.

이곳을 다시 찾으면서 느낀 그 감정이 저 역시도 가져보았던 감정이기에 공감이 되었다는 표현보다는 그리움으로 남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과거를 여행하고 있었다. 예전 감정이 고스란히 있기를 바랐고, 그 감정을 따라서 여행하고 있었다. 숙소 주인이 알아봐 주길, 스쿠터 주인도 반갑게 인사해줬음을 바랐다. 하지만 나는 그저 지나가는 여행자일 뿐이었고, 그드은 당연히 수없이 스쳐 지나가던 나 같은 이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욕심이었다. 과거를 여행하고 있었지만, 그게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추억을 잊지 않고, 다시 꺼내고 싶었다. 스쿠터를 빌려 추억을 남긴 곳을 가 보기도 했고, 전처럼 시원한 바람과 함께 평탄한 도로를 질주하기도 했다. 매일 먹었던 팟타이 가게로 가서 그대로의 맛을 느꼈고, 밤이 되면 환한 불빛으로 비춘 야시장의 그 거리를 걸었다.

 

추억이 잦아들 때쯤 다시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다.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건 여행의 매력 중 하나였다. 다시 찾은 빠이는 낯섦보다는 그리움에 가까웠지만, 다시 찾을 빠이는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하다. - page 23 ~ 24

 

왜 우리는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지 또다시 느끼게 해 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엔 한계가 있기에...

무엇보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있기에...

 

이래서 여행을 떠나는가 보다. 우리는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삶을 살아가고,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일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 사람, 그리고 여행이라는 말이 맞다. 가슴으로 기억해야 하는 건 무엇보다 나의 곁을 맴돌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두 달 동안 인도를 여행하며 느낀 건 여행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분명 사기 치려는 사람들과 알 수 없는 비아냥들. 더러움의 극치를 달하고 귀가 끊어질 듯한 경적까지. 하지만 결국 '사람'에 의해 시작되며 '사람'에 의해 여행은 끝이 났다. 인도에서 가장 갈망스러운 일들을 도전했으며 쉽사리 잊히지 않은 것들을 인도 사람들에 의해 보게 됐다. 내가 느낀 인도는 '위험'이 아닌 '자연스러움'이었다. 그들의 자연스러움을 보고, 듣고 싶었다. 하지만 두 달 동안의 여행은 그들을 보고 느끼기에는 너무 짧았다. - page 91 ~ 92

 

여행은 우리의 '인생'과도 참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움을...

그래서 두렵지만 용기 내 살아가다 보면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저자를 통해 또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인상적인 이야기는 <큐티 보이>였습니다.

 

"큐티 보이~ 잘 지냈어? 오늘도 왔네? 오늘 맛있는 거 해놨는데 같이 먹자." - page 161

 

늘 웃음 지으며 맞이해 주시는 아주머니.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는 달리 큐티 보이라고 불러주시지도 않고 그대로 테이블에 엎드려 팔을 베고 주무시다 화장실을 간 그녀.

오랫동안 나오시지 않아 걱정이 된 그는 조심스레 아주머니를 불러보는데...

 

아주머니의 손목을 부여잡고 구급차가 오고 그녀의 치료가 시작되는데 벗어 놓고 간 빨간색으로 물든 셔츠를 빨며 남긴 그의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극단적 선택은 매우 부정적이지만 어쩌면 아주머니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갖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신의 속마음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겠지. 그래도, 그래도 가장 의지할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말할 순 없었을까. 무기력감에 한없이 빠져들며 어둠이 내리치는 그 날의 기억을 없앨 수는 없었을까. 그날 이후에도 아주머니는 변함없이 '큐티 보이'라며 환하게 반겨주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주머니를 꼭 안아주었다. - page 163

 

여행하던 중 코로나를 맞이하게 된 그.

7개월 동안 한 나라에 갇히기도 하고 차별도 받는 등 쉽지 않은 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조금씩 자주 떠올릴게요. 다시 만날 날을 위해서요.

우리 꼭 여행길에서 만나요. See you down the road." -  page 278

 

책을 덮는 순간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기약할 수 없기에...

 

또다시 돌아온 현실은 차갑게 다가왔습니다.

언제쯤이면 우리에게 다시 '여행'이란 단어를 선사해줄지...

잠시나마 책으로의, 다른 이를 통해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점에 감사함을 느끼며 다음엔 그 여행에 저 역시도 그 발자국을 남겨보고픈 마음은 책 속에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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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흑역사 - 세계 최고 지성인도 피해 갈 수 없는 삽질의 기록들 테마로 읽는 역사 6
양젠예 지음, 강초아 옮김, 이정모 감수 / 현대지성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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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라고 하면 '괴짜' '천재'가 떠오릅니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들.

자연현상을 하나의 '법칙'으로 만들어내는 그들.

정말 우러러 볼 그들이었습니다.

 

하! 지! 만!!

그들에게도 흑역사가 있다는 사실!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진짜?

설마...

어.......?

진짠가 본데...!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그래서 오히려 그들의 흑역사는 숨기기 마련일 테지만 이 책에서는 낱낱이 파헤쳐 졌습니다.

 

천재 과학자들의 바보 같은 실수들이 빚어낸 유쾌한 과학의 역사

"과학은 진보하지만, 이간의 어리석음은 끝이 없다"

 

과학자의 흑역사

 

 

원래 '과학'은 가설을 토대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결론에 도달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의 '실패'들이 있을 수 있을지언정 이를 '흑역사'까지 비하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에게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왜냐....?!

 

과학 이론을 성립하는 데에는 실험 결과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과학자들의 심리나 평소 지닌 철학, 특히나 놀라웠던 건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어리석은 선택도 서슴없었다는 사실이 우리가 존경하던 그 과학자들이 맞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그! 럼! 에! 도!!

그런 그들의 공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해야 할까...

이 역시도 '과학'이기 이전에 한 '인간'이기에 이러한 '흑역사'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해 주었던 이 책.

과학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한 번은 읽고 다양한 시각을 가져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았습니다.

 

책 속엔 천문학자, 생물학자, 수학자, 화학자, 물리학자 등 26명의 과학자가 과학 연구에서 겪었던 실수를 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 같은 존경받는 과학자들의 흑역사는 그들의 업적을 잘 알기에 더 흥미롭게 읽어내려갈 수 있었고 조금은 낯선 과학자들의 이야기는 새로웠기에 호기심으로 다가가 읽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통해 '과학자'들에게 전하고픈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진정으로 위대한 발견은 '오만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해내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감히 자연을 대상으로 평가하고 판단하여 놀라운 과학적 발견을 이룬다. 그러나 과학 발전에 더 새로운 공헌을 하려면 자연을 대하는 겸허한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영국 수상 처칠이 반대 진영인 노동당의 영수 에드윈이 겸손하다는 평가를 받자 질투하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는 확실히 겸손해야 할 부분이 많다." 이 말은 과학자들에게 들려주면 딱 좋을 말이다. 자연 앞에서 모든 과학자는 겸손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가 과거에 어떤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도 말이다. - page 76 ~ 77

 

'겸손'

이는 과학자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자세이기에 순간 '풋'하고 헛웃음이 나곤 하였습니다.

그동안 과학자는 마치 '신'처럼 생각했던 저에게 그들 역시도 우리와 같은 '인간'처럼 느껴져서...

 

무엇보다 '과학'의 양면의 칼날 앞에 놓였던 멸시받은 '독가스 화학자'인 '하버'.

분명 암모니아는 중요한 화학 비료였고 공기 중 질소를 분리해 암모니아로 합성한 것은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되는 과학적 성과였음에도 맹목적인 애국심과 황제가 자신의 가치를 알아준 데 대한 고마움으로 열정을 쏟아 독가스 개발에 힘썼던 그.

그에 대한 평가가 참 씁쓸하였습니다.

 

하버의 일생은 공로도 크지만 과실도 작지 않았다. 그는 천재 화학자였지만 맹목적인 애국자였다. 자신이 독일에 충성을 다하면 그 공로로 유태인이라는 출신을 씻어내고 "진정하고 훌륭한 독일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친구였던 아인슈타인은 여러 차례 그를 비판했다. 하버의 행동은 아무런 이익도 없을 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모욕하는 짓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하버는 아인슈타인의 비판이나 충고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반대로 아인슈타인 같은 행동이 유태인에 대한 평판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다. 결국 죽음에 이르렀을 때야 하버는 자신이 잘못 생각했음을 깨달았다. 일찍이 아인슈타인이 충고했던 말이 옳았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그의 삶이 마지막 지점에 다다라 있었다.

과학자는 매우 똑똑하고 예민한 감각을 보이지만, 사회적인 지식은 보통 사람보다 떨어질 때가 있다. 이런 사례는 세상 어느 나라에서든 쉽게 볼 수 있고, 하버는 그중에서 가장 확실한 사례다. - page 323

 

과학자가 지녀야 할 것 중 우선은 아무래도 문제에 대한 '의심'에서부터 시작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의심이란 과학자들에게 무척 훌륭한 자질이다. 그들은 의심을 통해 우매함, 잘못된 지식, 편견을 깨부순다. 그러나 의심 그 자체가 편견에 가려져 있다면, 이 강력한 무기는 수많은 천재를 목 졸라 죽일 수도 있다. - page 107

 

객관적인 시선, 중립적인 태도, 그렇지만 날카로운 분석.

내가 과학자라면 계속 흑역사만 만들어갈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흑역사가 있음에도 그들이 만들어낸 업적에 존경할 수밖에 없음에 경의를 표하며 책장을 덮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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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9-29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버아내의 선택, 마지막엔 결국 하버도 버려지고 그런 모습들이 참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나요 ~ 표지며 내용이 재미있겠어요 *^^*
 
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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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타고난 '천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예술적 영감과 그 재능이 부러운게 사실입니다.

 

화폭 앞에서, 무대 위에서, 그리고 거리를 누비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실현하는 그들.

우리는 그들의 비춰진 앞모습만 알지 막상 그들의 뒷모습은 가려져있기에, 관심이 없기에 지나치게 됩니다.

그런 그들이 진정 예술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지...

 

"예술가의 일이란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더 나아가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술가의 일

 

 

33인의 예술가들이 등장합니다.

미술, 음악, 건축,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자신의 이름을 곧 예술로 만들어낸 사람들.

저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하나의 예술 장르를 구축했고 이제는 전설로 남겨져있다는 것을 이미 익히 알고 있었지만 새삼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우선 책표지에도 나온 <화성에서 온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

사실 그가 누구인지 잘 몰랐습니다.

글램록을 대표하는 이로 록 음악계의 카멜레온이라고 하였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던 그.

그가 떠난 직후 아케이드 파이어는 보위의 대표곡 <Heroes>를 불렀는데...

 

"우리는 영웅이 될 수 있어, 단 하루만이라도(We can be heroes, just for one day)"라는 가사가 반복해서 울려 퍼졌다.

평범한 사람들의 지루한 삶을 어루만지는 이 메시지 속에서 관중은 춤을 추고 환호성을 질렀다. 모두 행복한 얼굴이었다. 추모제보다는 축제였다. 지구에 찬란한 기운을 선물하고 저 먼 곳으로 떠난 영웅에게 건네는 아름다운 작별 인사였다. - page 23

 

참 가슴 찡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 준 <이상한 것들의 마법사 '다이앤 아버스'>.

깜깜한 어둠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 앞에서 '찰칵' 셔터를 누른 "금기를 깬 예술가"라는 찬사와 동시에 "도대체 이 불쾌한 사진은 무엇인가"라는 비난을 받는 그녀.

그녀가 자신의 모델에게 건넨 이 말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외상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기형인들은 외상과 함께 태어난다. 그들은 이미 삶의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귀족이다." - page 41

 

그렇게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존재를 환하게 비춰졌지만 정작 자신은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그녀의 이야기.

사후 뉴욕에서 열린 회고전을 통해 그녀를 미국인 사진작가 중 최초로 비엔날레에 초대되기도 했는데...

다이앤이 세상을 떠난 지도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저자는 물어봅니다.

 

이제 <프릭스>는 컬트영화의 교과서가 됐고, 다이앤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인정받는다. 이 변화만큼 사회가 기형, 장애, 소수자를 바라보는 태도도 진보했을까. - page 43

 

 

<일본에선 '조센징', 한국에선 '이방인' '이타미 준'>의 이야기는 가슴 한 켠에 아려왔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바다를 건너 일본에 정착한 재일한국인 1세대 부모 밑에서 다섯째로 태어난 그 '유동룡'.

일본 땅에서 차별과 제약을 무릅쓰며 유동룡이란 이름을 지킨 이타미 준에게 한국은 오히려 그를 '이방인'으로 대했습니다.

 

"제 미의식의 밑바탕엔 비애라든가 적막함이 있습니다. 소리 뒤에 여운이, 여운 뒤에 무無가 이어져요." - page 281

 

한국과 일본 사이를 표류했던 그가 선택한 마지막 항구였던 '제주도에서의 그의 작품이 왠지 모르게 애처롭게 다가왔었습니다.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예술가들-안토니 가우디, 프리다 칼로, 수잔 발라동, 에드바르 뭉크-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만우절의 거짓말같이 바람과 함께 사라진 청춘 '장국영',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 어떤 이야기든 마음껏 담는 세상을 꿈꾸었던 '박남옥', 인간을 고발한 좀비 아버지 '조지 로메로' 등 미처 몰랐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이야기로부터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었고 나아가 '전설'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식상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상투적인 문장을 피해서 '예술가의 일'을 설명하려니 그게 또 쉽지 않습니다. 예술가들 역시 제각각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입니다. 누군가는 고독하게 일했고, 누군가는 시끌벅적하게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예술가의 결과물은 결국 인류의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이 유산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 page 6 ~ 7

 

그들이 남겨놓은 예술들.

저마다의 이야기에 또다시 귀를 내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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