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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일
조성준 지음 / 작가정신 / 2021년 9월
평점 :
'예술가'라고 하면...
딱 떠오르는 것이 타고난 '천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의 예술적 영감과 그 재능이 부러운게 사실입니다.
화폭 앞에서, 무대 위에서, 그리고 거리를 누비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고 실현하는 그들.
우리는 그들의 비춰진 앞모습만 알지 막상 그들의 뒷모습은 가려져있기에, 관심이 없기에 지나치게 됩니다.
그런 그들이 진정 예술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지...
"예술가의 일이란
사람들이 예술에 대해,
더 나아가 삶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술가의 일』

33인의 예술가들이 등장합니다.
미술, 음악, 건축, 영화 등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 자신의 이름을 곧 예술로 만들어낸 사람들.
저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하나의 예술 장르를 구축했고 이제는 전설로 남겨져있다는 것을 이미 익히 알고 있었지만 새삼 또다른 감동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우선 책표지에도 나온 <화성에서 온 록스타 '데이비드 보위'>.
사실 그가 누구인지 잘 몰랐습니다.
글램록을 대표하는 이로 록 음악계의 카멜레온이라고 하였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던 그.
그가 떠난 직후 아케이드 파이어는 보위의 대표곡 <Heroes>를 불렀는데...
"우리는 영웅이 될 수 있어, 단 하루만이라도(We can be heroes, just for one day)"라는 가사가 반복해서 울려 퍼졌다.
평범한 사람들의 지루한 삶을 어루만지는 이 메시지 속에서 관중은 춤을 추고 환호성을 질렀다. 모두 행복한 얼굴이었다. 추모제보다는 축제였다. 지구에 찬란한 기운을 선물하고 저 먼 곳으로 떠난 영웅에게 건네는 아름다운 작별 인사였다. - page 23
참 가슴 찡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해 준 <이상한 것들의 마법사 '다이앤 아버스'>.
깜깜한 어둠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그들 앞에서 '찰칵' 셔터를 누른 "금기를 깬 예술가"라는 찬사와 동시에 "도대체 이 불쾌한 사진은 무엇인가"라는 비난을 받는 그녀.
그녀가 자신의 모델에게 건넨 이 말이 너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외상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기형인들은 외상과 함께 태어난다. 그들은 이미 삶의 시험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귀족이다." - page 41
그렇게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존재를 환하게 비춰졌지만 정작 자신은 깊은 우울의 늪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그녀의 이야기.
사후 뉴욕에서 열린 회고전을 통해 그녀를 미국인 사진작가 중 최초로 비엔날레에 초대되기도 했는데...
다이앤이 세상을 떠난 지도 반세기 가까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저자는 물어봅니다.
이제 <프릭스>는 컬트영화의 교과서가 됐고, 다이앤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작가로 인정받는다. 이 변화만큼 사회가 기형, 장애, 소수자를 바라보는 태도도 진보했을까. - page 43

<일본에선 '조센징', 한국에선 '이방인' '이타미 준'>의 이야기는 가슴 한 켠에 아려왔었습니다.
일제강점기 때 바다를 건너 일본에 정착한 재일한국인 1세대 부모 밑에서 다섯째로 태어난 그 '유동룡'.
일본 땅에서 차별과 제약을 무릅쓰며 유동룡이란 이름을 지킨 이타미 준에게 한국은 오히려 그를 '이방인'으로 대했습니다.
"제 미의식의 밑바탕엔 비애라든가 적막함이 있습니다. 소리 뒤에 여운이, 여운 뒤에 무無가 이어져요." - page 281
한국과 일본 사이를 표류했던 그가 선택한 마지막 항구였던 '제주도에서의 그의 작품이 왠지 모르게 애처롭게 다가왔었습니다.

이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예술가들-안토니 가우디, 프리다 칼로, 수잔 발라동, 에드바르 뭉크-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만우절의 거짓말같이 바람과 함께 사라진 청춘 '장국영', 영화라는 도구를 통해 어떤 이야기든 마음껏 담는 세상을 꿈꾸었던 '박남옥', 인간을 고발한 좀비 아버지 '조지 로메로' 등 미처 몰랐던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이야기로부터 삶에 대한 태도를 배울 수 있었고 나아가 '전설'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음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앞서 저자는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식상한 표현입니다. 그런데 이 상투적인 문장을 피해서 '예술가의 일'을 설명하려니 그게 또 쉽지 않습니다. 예술가들 역시 제각각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한 사람들입니다. 누군가는 고독하게 일했고, 누군가는 시끌벅적하게 일을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예술가의 결과물은 결국 인류의 유산으로 남았습니다. 우리는 이 유산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 page 6 ~ 7
그들이 남겨놓은 예술들.
저마다의 이야기에 또다시 귀를 내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