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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송인석 지음 / 이노북 / 2021년 8월
평점 :
절판
이제는 '여행'이라는 단어가 막연해지곤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의 기세.
사회적으로 거리 두기는 각 나라와의 왕래도 끊어지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정말 여행을 떠났을 때가 언제였을까...
계획을 잡으며 설레이던 마음.
낯선 곳, 낯선 이들, 낯선 언어...
그 낯섦에서 오던 설렘, 자유가 그리운 요즘.
그나마 위로할 수 있는 건 '여행 에세이'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코로나 시대 전에 떠났지만 돌아오는 길엔 코로나와 함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쉽지 않았을 여행길.
하지만 그 여행길에 동행하고 싶었습니다.
코로나 시대 전부터 이후까지
총 582일간의 찬란한 순간들의 기록
『어쩌면 마주치지 않았을 순간들』

"엄마, 우리 사진 찍자. 막내아들 이제 2년 동안 못 보는데 사진 한 장은 남겨야지."
"아이고 우리 아들~ 진짜 가네. 군대 전역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가버리나~ 서운해 죽겠네~" - page 15
간절히도 원했고, 세계 일주 떠나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던 그.
막상 떠나려니 엄마의 주름진 얼굴이 쉽사리 발걸음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응원해준 어머니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잠깐의 작별 인사를 하며 돌아서게 됩니다.
첫 스타트는 '라오스'였습니다.
자신을 픽업하기로 한 사람은 보이지 않고 마냥 공항에서 기다리게 된 그.
그러다 저 멀리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사람은 바로 그가 여행작가라는 꿈을 갖게 해준 책의 저자.
쭈삣 쭈삣 다가가 그에게 말을 건네며 자신의 고민을 얘기했을 때 건넨 그의 말 한 마디는 그에게도 큰 울림을 선사하였지만 읽는 저에게도 용기(?)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불안하다는 거 잘 알아. 근데 네가 원하고자 하는 일들을 꾸준히 한다면 언젠가는 누군가가 너의 진심을 알아줄 날이 올 거야. 한 번 열심히 노력해봐." - page 19
그렇게 그의 여행이 시작되었고 에세이로 일상에 지친 우리에게 위로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저 역시도 20대에 좋아했던 나라를 다시 찾아갔던 적이 있었습니다.
나라에 대한 애정 보다는 아마도 그 때 그 곳에서의 '추억' 때문일지도...
저자 역시도 추억 속 다시 찾은 곳이 있었습니다.
태국 북부에 있는 빠이.
이곳을 다시 찾으면서 느낀 그 감정이 저 역시도 가져보았던 감정이기에 공감이 되었다는 표현보다는 그리움으로 남았다고 해야 할까...
나는 과거를 여행하고 있었다. 예전 감정이 고스란히 있기를 바랐고, 그 감정을 따라서 여행하고 있었다. 숙소 주인이 알아봐 주길, 스쿠터 주인도 반갑게 인사해줬음을 바랐다. 하지만 나는 그저 지나가는 여행자일 뿐이었고, 그드은 당연히 수없이 스쳐 지나가던 나 같은 이들을 경험했을 것이다. 욕심이었다. 과거를 여행하고 있었지만, 그게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좋았다. 추억을 잊지 않고, 다시 꺼내고 싶었다. 스쿠터를 빌려 추억을 남긴 곳을 가 보기도 했고, 전처럼 시원한 바람과 함께 평탄한 도로를 질주하기도 했다. 매일 먹었던 팟타이 가게로 가서 그대로의 맛을 느꼈고, 밤이 되면 환한 불빛으로 비춘 야시장의 그 거리를 걸었다.
추억이 잦아들 때쯤 다시 새로운 여행을 시작했다.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건 여행의 매력 중 하나였다. 다시 찾은 빠이는 낯섦보다는 그리움에 가까웠지만, 다시 찾을 빠이는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하다. - page 23 ~ 24
왜 우리는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지 또다시 느끼게 해 준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간접적으로 느끼는 것엔 한계가 있기에...
무엇보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사람'이 될 수 있기에...
이래서 여행을 떠나는가 보다. 우리는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기 위해 삶을 살아가고, 여행을 떠나기 위해 일상을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 사람, 그리고 여행이라는 말이 맞다. 가슴으로 기억해야 하는 건 무엇보다 나의 곁을 맴돌고 있는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두 달 동안 인도를 여행하며 느낀 건 여행은 결국 사람이라는 것이다. 분명 사기 치려는 사람들과 알 수 없는 비아냥들. 더러움의 극치를 달하고 귀가 끊어질 듯한 경적까지. 하지만 결국 '사람'에 의해 시작되며 '사람'에 의해 여행은 끝이 났다. 인도에서 가장 갈망스러운 일들을 도전했으며 쉽사리 잊히지 않은 것들을 인도 사람들에 의해 보게 됐다. 내가 느낀 인도는 '위험'이 아닌 '자연스러움'이었다. 그들의 자연스러움을 보고, 듣고 싶었다. 하지만 두 달 동안의 여행은 그들을 보고 느끼기에는 너무 짧았다. - page 91 ~ 92
여행은 우리의 '인생'과도 참 많이 닮아있었습니다.
예측하기 어려움을...
그래서 두렵지만 용기 내 살아가다 보면 즐거운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저자를 통해 또다시 되새겨볼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에게 인상적인 이야기는 <큐티 보이>였습니다.
"큐티 보이~ 잘 지냈어? 오늘도 왔네? 오늘 맛있는 거 해놨는데 같이 먹자." - page 161
늘 웃음 지으며 맞이해 주시는 아주머니.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는 달리 큐티 보이라고 불러주시지도 않고 그대로 테이블에 엎드려 팔을 베고 주무시다 화장실을 간 그녀.
오랫동안 나오시지 않아 걱정이 된 그는 조심스레 아주머니를 불러보는데...
아주머니의 손목을 부여잡고 구급차가 오고 그녀의 치료가 시작되는데 벗어 놓고 간 빨간색으로 물든 셔츠를 빨며 남긴 그의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극단적 선택은 매우 부정적이지만 어쩌면 아주머니는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갖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신의 속마음을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겠지. 그래도, 그래도 가장 의지할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말할 순 없었을까. 무기력감에 한없이 빠져들며 어둠이 내리치는 그 날의 기억을 없앨 수는 없었을까. 그날 이후에도 아주머니는 변함없이 '큐티 보이'라며 환하게 반겨주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아주머니를 꼭 안아주었다. - page 163
여행하던 중 코로나를 맞이하게 된 그.
7개월 동안 한 나라에 갇히기도 하고 차별도 받는 등 쉽지 않은 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

"조금씩 자주 떠올릴게요. 다시 만날 날을 위해서요.
우리 꼭 여행길에서 만나요. See you down the road." - page 278
책을 덮는 순간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기약할 수 없기에...
또다시 돌아온 현실은 차갑게 다가왔습니다.
언제쯤이면 우리에게 다시 '여행'이란 단어를 선사해줄지...
잠시나마 책으로의, 다른 이를 통해 다른 세계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었던 점에 감사함을 느끼며 다음엔 그 여행에 저 역시도 그 발자국을 남겨보고픈 마음은 책 속에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