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 식물의 사계에 새겨진 살인의 마지막 순간
마크 스펜서 지음, 김성훈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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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체'에 접근하여 분석하는 이들로는 '법의학자'와 '법의인류학자'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

식물?

법의식물학자?

시체가 부패하기 시작하면 구더기가 나오니 곤충학자까지는 이해하겠는데... 식물학자?

식견이 좁은 저에겐 새로웠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범죄 현장의 이파리는 산산이 부서진 한 삶의 상징이다.

그 조각을 통해 나는 만난 적 없는 누군가와 연결된다."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아마 대부분(?), 아니 저는 식물이라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희망' '아름다움' '기쁨'을 주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인간의 어두운 측면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는 것은...

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식물은 우리 삶의 대부분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왜 우리는 식물의 단면만 보고 있었던 것일까...?

그에 대해 저자는 '식물맹'을 콕 집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인류는 식물의 가치와 잠재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식물맹'의 성향이 있었기에 사회는 큰 위험을 감수하게 되고...

그렇기에 우리는 그동안 간과한 식물 그리고 무척추동물, 균류, 세균 등 다른 생명체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필요함을 지적해 주었습니다.

 

이제 식물에 관심을 가졌다면 본격적으로 범죄수사에서의 '법의식물학'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해 살펴볼 차례였습니다.

아마 텔레비전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용의자의 옷에 묻은 '꽃가루'를 이용해 용의자와 희생자 또는 용의자와 범죄 현장을 연관시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꽃가루는 오랜 시간을 버티며 분포 패턴을 이용해 사람과 특정 장소를 연관 지을 수 있기에 중요한 단서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블랙베리덤불'.

이 나무가 왜 현장 수사에 도움이 되는 걸까?

 

블랙베리덤불이 식물 달력이기 때문이다(이 점은 모든 식물이 그렇다. 그저 그들을 이해하는 법만 배우면 된다). 그래서 시신이 그 자리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추정할 때 도움이 된다. 시신이 처음 발견될 때는 경찰도 그 사람의 신원을 모를 때가 많다.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경찰은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이 시신이 여기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가?" 일부 사건에서는 블랙베리덤불(그리고 다른 식물들 역시)이 그 질문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 눈에는 뒤죽박죽 무질서해 보이겠지만, 사실 블랙베리덤블은 질서정연하다. 블랙베리덤불은 환경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안무를 짜듯 우아하게 설계된 구조물이다. - page 88

 

블랙버리덤불은 산울타리, 숲 그리고 많은 범죄가 저질러지는 영양분 풍부한 거주지의 구석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을 전략을 갖춘 아주 '짜임새 있는' 식물이기에 현장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이 나무.

허투루 지나칠 수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비'라는 묘지에 땅, 나무둥치, 묘비 등을 뒤덮는 이 식물.

이 식물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무덤의 훼손 흔적을 찾을 때였습니다.

 

내게 가장 쓸모 있는 부분은 발육단계의 아이비 줄기다. 아이비로 뒤덮인 무덤 석판은 줄기를 끊어내지 않고는 움직일 수 없다. 석판을 조심스럽게 원래의 위치에 가져다놓는다고 해도 그 흔적을 들킬 수밖에 없다. - page 166

 

역시

 

식물은 말 없는 목격자

 

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요약한다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또 하나의 목격자.

지금도 어디선가 우리의 행동거지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식물에 대해서, 식물학에 대해서, 나아가 법의식물학에 대해서 알아볼 수 있었던 『시체를 보는 식물학자』.

덕분에 식물이 더 궁금해졌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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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게임
제니퍼 린 반스 지음, 공민희 옮김 / 빚은책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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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자마자 무조건적으로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미국의 MZ 세대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

"아마존 YA소설 New Experience 부문 1위 《상속 게임》시리즈."

 

라고하니 더 이상의 망설임은 시간 낭비였습니다.

 

462억 달러 상속이 걸린 위험한 동거

 

상속 게임

 

 

아버지는 현재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이고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바람에 혼자 먹고살기에도 벅찼을 이복 언니 '리비'와 살고 있는 우리의 주인공 '에이버리 그램스'.

시간을 쪼개며 돈을 모으고 틈틈히 공부도 하는 드라마에서 전형적으로 보이는 소녀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실 문이 열리면서 사무직원이 온 교실에 다 들리게 큰 소리로 말합니다.

 

"에이버리 그램스는 교장실로 가 주세요." - page 16

 

느닷없는 호출에 당황도 잠시.

교장실에 가니 형광 파란색으로 염색한, 익숙한 포니테일의 리비 언니도 이곳에 있었습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정신없는 와중에 양복 입은 젊은 남자가 건넨 이야기는 더없이 황당하기만 합니다.

 

"난 그레이슨 호손이라고 해. 우리 할아버지의 자산을 관리하는 댈러스 소재 로펌인 '맥나마라, 오르테가 앤 존스를 대신해 여기 왔어." 그레이슨의 창백한 눈동자가 날 똑바로 봤다. "우리 할아버진 이달 초에 돌아가셨어."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할아버지 존함은 토비아스 호손이야." 그레이슨은 내 반응을 자세히 살폈다.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무 반응 없는 날 살폈다고 해야 할까. "이름을 들으니 뭐 떠오르는 게 없니?"

여전히 선로에서 갈등하는 기분이었다. "네. 그래야 하나요?"

"우리 할아버지는 아주 부유하신 분이야, 그램스 양. 우리 가족을 비롯해 수년간 할아버지를 모시던 사람들과 더불어 네 이름이 할아버지 유언장에 있더군." - page 20

 

토비아스 호손이 누구신지도 모르는 자신에게, 유언장에 자신의 이름이 있다는 게 웬 말인가!

그래서 그레이슨이란 작자는 에이버리를 유언장 발표에 초대가 아닌 소환 시키고자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에이버리는 유언장 발표가 있는 '호손 하우스'로 가게 됩니다.

 

대저택이라기보다 왕궁에 더 가까운 호손 하우스.

그냥 쳐다만 봐도 감탄이 절로 나오는데 낯이 익은 이가 보입니다.

바로 그레이슨.

 

"형제가 세 명 더 있어." 그레이슨이 알려 주었다. "어머니는 같지만 아버지가 다 달라. 자라 이모는 자식이 없어." - page 36

 

그리고 그레이슨의 어머니(사실 그녀는 어머니라 불리는 것을 싫어해서 이름 '스카이'로 부릅니다.)는 그레이슨이 '상속예정자'라며 한껏 들뜬 마음으로 유언장이 공개되는 곳으로 향하게 되는데...

 

토비아스 호손을 위해 일한 이들에게도 재산을 주는데 막상 자신의 딸들에겐 자기 경호팀장보다 더 적은 돈을 남겨줍니다.

그리곤...

 

토비아스 호손은 462억 달러의 자산가인데 손자들에게 총 100만 달러를 남겼어. 딸들에게는 총 10만 달러를. 50만 달러는 하인에게, 할머니의 연금으로......

이 수학 등식에 더하기는 없다. 더할 수 없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날 쳐다보기 시작했다.

오르테가가 유언장을 읽었다. "남은 내 재산은, 모든 부동산과 화폐성 자산, 그 밖에 언급하지 않은 소유물은 에이버리 카일리 그램스에게 남긴다." - page  50 ~ 51

 

이게 진짜일리 없어!

꿈일꺼야!

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명백한 사실이었습니다.

 

"다들 널 원하고 있어, 미소. 이건 세기의 스토리가 될 거야."

세기의 스토리라니. 이게 장난이 아니라는 징조가 나타나면서부터 내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난 공상에 빠진 게 아니다.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다.

난 상속녀다. - page 55

 

한순간에 백만장자가 된 그녀.

도대체 왜 자신에게 유산을 남긴 건지 이해할 수 없는데 이 유산 상속엔 단 한 가지 조건이 달려 있었습니다.

 

반드시 저택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도 일 년 동안.

 

그리고 토비아스 호손이 그녀에게 남긴 편지엔

 

친애하는 에이버리

미안하구나.

-T. T. H.

 

마치 호손이 낸 미스터리한 상속 게임에 속하게 된 네 명의 손자와 에이버리.

 

이 게임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그려지는데...

 

호손이 남겨둔 힌트에 접근하면 할수록 그동안 표면적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비극적인 이야기가 서서히 드러나게 되고 네 명의 각기 다른 색을 지닌 손자들과 에이버리 사이의 케미가 한껏 재미를 더해주는데...

앞으로도 계속 펼쳐질 이들의 활약.

빨리 2권, 3권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네 명의 손자들.

우연의 일치일까!

<꽃보다 남자>도 그렇고 <상속자들>도 그렇고 네 명이 등장해야 케미가 맞는 것일까... 란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이 소설이 드라마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뻔할지도 모르는 이 소설.

그래서 부담 없게 술술 읽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호손은 왜 생판 남인 에이버리에게 모든 재산을 상속했을지...

그 해답을 드라마보다 책으로 먼저 만나보시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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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0-27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명의 손자와 상속녀 ~ 뭔가 막장드라마같기도 하지만 ㅎㅎ 무지 재미있겠어요 ㅎㅎ 어릴 적 갑자기 내 앞으로 큰 유산 혹은 어느 나라 왕이 내가 네 할애비다 이런 거 상상하곤 했는데 ~~
 
술, 질병, 전쟁 : 미생물이 만든 역사 - 인류의 운명을 바꾼 아주 작은 생물
김응빈 지음 / 교보문고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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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와 원치 않은 만남이...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이 바이러스는 팬데믹을 일으켰으며 다가오는 2021년 11월부터 우리는 '위드 코로나'로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되찾아가는 방향으로 전환된다고 하는데...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바이러스'의 위협이라고 할까...

딱히 체감할 수 없었기에 '그런가 보다...'하고 넘겼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허투루 볼 수 없게 된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미생물들.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미생물이 없었다면 인류의 역사는

완전히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역사의 보이지 않는 설계자, 미생물

 

술, 질병, 전쟁 : 미생물이 만든 역사

 

 

지구 생물의 터줏대감 격인 '미생물'.

인류 탄생의 순간부터 지금까지 우리를 지켜봐 왔고 앞으로도 쭈욱 살아갈, 인류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이들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습니다.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면 너무 작아서 맨눈에는 보이지 않기에 존재감을 몰랐다고나 할까...

비겁한 변명인 건 알지만...

 

저자는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미생물과 세균, 바이러스의 구분이 어려운 독자들을 위해 '상자글'에 <미생물이란?>이란 코너가 있는데...

딱히 세균과 바이러스의 차이를 일러주지는 않았고 미생물에 속하는 생물에 대해 전반적으로 일러주었지만...

개인적으로 한눈에 알아보고 싶어서 검색해 본 결과 아마도 이 그림으로 이해하는 것이 편했습니다.

 

 

▲  생명의 나무. Ribosomal RNA의 염기서열 비교를 통하여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의 계통 (연관) 관계를 보여준다. Bacteria, Archaea, Eukarya 등 세 도메인의 존재, 그 안에 속한 대표생물의 연관관계,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가 세균과 유사함을 보여준다.

 (출처: 한국미생물학회)

 

즉, 미생물은 진핵세포 생물체는 물론 원핵세포 생물체와 비세포성 생물체인 바이러스 모두를 포함하는 가장 거대한 생물집단을 포함하고 있다는 개념을 잡고 본문으로 들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책 속에는 세계대전부터 6.25전쟁, 성경부터 조선왕조실록까지 우리나라와 동서양의 다양한 이야기 속 미생물들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위협적인 존재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음식과 술을 만들어주고 생명을 구하는 항생제를 제공하는 이로운 존재들까지.

그렇기에 마냥 이들을 적으로만 여길 것이 아니라 그들과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함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일러주고자 하였습니다.

 

첫 문을 열어준 이는 우리에게 환상의 음료를 만들어주는 '효모'였습니다.

포도주의 부패에 관해 연구하면서 미생물을 찾아내 생물의 자연발생성을 부정하고 저온살균법을 발견한 파스퇴르.

1885년 '파스퇴르 연구소'를 세우고 미생물 연구, 특히 감염병 연구를 선도해 온 그에게 자신보다 무려 스물한 살이나 어린, 게다가 적대국 독일의 과학자 코흐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인류를 감염병에서 구하는 원동력이 되었기에 그의 이 말이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었습니다.

 

 

각 장마다 소개되는 미생물은 <인류사>와 <미생물사> 연도를 같이 보여줌으로써 우리 역사의 변곡점마다 그들이 존재함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6.25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공격했던 한타바이러스.

이 바이러스를 대한민국의 바이러스학자 이호왕 박사가 연구하고 1988년 세계 최초로 한타바이러스 예방백신을 개발하여 대한민국 국산 신약 제 1호 '한타박스'가 탄생하였던 것.

다행히 한타바이러스는 코로나19처럼 사람 간 전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였지만 ...

 

기후 변화에 더해 인간의 활동 양식 변화도 한타바이러스를 눈에 띄게 부추기고 있다. 무분별한 난개발은 인간이 한타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을 증가시키고 있다. 게다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한타바이러스와 마주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처럼 다양한 설치류가 서식하는 지역에서 더욱 그렇다. 유감스럽게도 이대로라면 새로운 한타바이러스의 출현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 page 218

 

그렇기에 우리는 보다 겸허한 자세를 가지고 살아야 함을 명심 또 명심해야 했습니다.

 

지구 전체로 보면 생명이 숨을 쉬는 땅과 물, 공기를 아우르는 공간은 지구 표면의 극히 얇은 층이다. 그런데 이런 생물권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며 사는 인간이 이곳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반면 미생물은 생물권 전체의 물질 순환을 관장하고 화학 균형을 유지해 모든 생명체의 존립에 필수적인 역할을 은밀하게 수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지구에서 살아가는 눈에 보이는 모든 삶은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게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인간도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일원일 뿐이라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인간 중심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감염병 시대를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 page 224 ~ 225

 

지금의 우리의 상황은 1947년 발표된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페스트는 실질적으로 모든 것을 뒤덮어버렸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개인의 운명은 더 이상 있을 수 없었고, 페스트라는 집단적인 사건과 모든 사람의 감정만 존재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별과 유배의 감정으로 거기에는 두려움과 반항심이 내포되어 있었다.

《페스트》. 알베르 카뮈 지음. 유호식 옮김. 2015. 문학동네​

 

소설에서도 엿볼 수 있듯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낙인과 혐오를 넘어서 증오 범죄까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자의 이 이야기가 그 해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염병 팬데믹이 전통적 유대감을 파괴하고 우리를 자기밖에 모르는 외톨이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이를 치유하려면 '정신적 백신'이 필요하다. 아마도 그건 소통과 배려, 나아가 사랑이 아닐까. - page 249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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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 신라공주와 페르시아왕자의 약속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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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 입는 남자』와 『김의 나라』의 작가 '이상훈'.

너무나도 감명 깊게 읽었었습니다.

 

역사소설은 역사적 팩트에 근거해서, 기록이 누락된 부분을 상상력으로 메꾸거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작업이다. - page 4

 

그였기에 가능했던 '역사적 가정'의 공백을 메우는 일은 독자에게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에 보다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곤 하였습니다.

 

이번 소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우리 역사 속에 숨겨진 페르시아,

이란 역사 속에 숨겨진 신라를 펼친다!

 

신라와 페르시아, 이란과 한국의 인연이 있었다는 사실부터 저에겐 흥미로웠습니다.

이 범상치 않은 인연, 과연 어떤 사연이 담겨있을지...

 

사마르칸트 벽화 속의 신라인과 신라 왕릉의 페르시아 전사,

실크로드 서쪽과 동쪽의 끝, 신라와 페르시아의 숨겨진 역사

 

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바닷가가 가까운 경주의 시골 마을이 고향인 희석.

이국적인 외모 때문인지, 그들의 조상이 페르시아에서 왔다는 이야기가 신라 때부터 대를 이어가면서 구전으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할아버지는 희석이 어릴 때부터 늘 이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우리의 조상은 페르시아 제국에서 건너온 왕자의 후손들이야. 페르시아왕자가 나라를 되찾기 위해서 떠나갈 때, 여자와 어린애들은 여기에 남아서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이거다." - page 17

 

그저 한 귀로 듣고 흘렸지만, 그것이 인연이 되었는지 이란에서 소년 시절을 보내게 된 희석에게 할아버지는 희석의 손을 잡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란이 우리 조상이라고 하는 페르시아 제국의 땅이다. 네가 그곳에 가면 신라에 왔다는 그 나라 왕자의 기록을 꼭 한번 찾아보거라." - page 17

 

이란 사람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형제의 나라라고 하면서 가족처럼 다정하게 품어주곤 하였습니다.

그들이 왜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하는지 한 번은 학교 선생님께 물어보았습니다.

 

"선생님, 왜 이란에서는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하나요?"

시를 사랑하는 이란 선생님은 미소로 희석에게 답했다.

"옛날에 우리 페르시아왕자님이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 피난을 가셨어. 다른 나라들은 모두 외면했는데 신라의 대왕은 우리 왕자님을 형제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셨단다. 그리고 그 페르시아왕자님은 신라의 공주님과 아름다운 사랑을 이루시고 아들을 낳았는데, 그 아들이 우리 페르시아의 영웅이 된 거야. 지금 이야기는 역사책에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구전으로 입에서 입으로 천 년 이상을 이어져 오고 있지. 그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래동화가 되어서 이란 사람들은 신라의 나라,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여기는 거야." - page 18

 

그는 할아버지가 말씀하신 뿌리를 꼭 찾고 싶어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으로 하면서 틈틈이 페르시아 제국과 신라의 자료를 파헤치곤 하였습니다.

그후 그는 방송국 다큐멘터리 피디가 되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그 미스터리를, 자신의 뿌리를 파헤치고 싶어했습니다.

 

"무슨 사건이라도 터졌어?"

"오늘 아침에 이란에 한국선박이 억류되었다는 뉴스가 떴어!" - page 20

 

정말 그와 인연이 되려고 했을까...

아무도 시사 특집을 맡고 싶어 하지 않기에 그는 자원해서 이번 이란과 한국과의 사건과 관련지어 자신이 꼭 만들고 싶었던 페르시아와 신라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어릴 때 경험했던 이란과는 너무나도 변해버린 지금의 이란 모습은 낯설기만 한 희석.

어째서 이렇게 된 것일까......

이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대학 다닐 때 밤새 술을 마시면서 페르시아의 역사에 관해 토론한 적이 있는, 페르시아와 중동의 역사 전공으로 그 지역을 발로 뛰어다니며 박사 논문을 써서 실력을 인정받은 박 선배(박현철)로부터 어릴 때 구전으로 전하던 페르시아왕자와 신라공주의 이야기가 담긴 책 《쿠쉬나메》를 발견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신라공주와 페르시아왕자의 로맨스가, 신라와 페르시아의 숨겨진 역사가 밝혀지게 되는데...

 

읽으면서 '역사'에 대해 되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페르시아의 높은 문화에 감동받은 사람은 역사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헤로도토스였다. 그는 페르시아 황제의 배려로 페르시아에서 머물면서 페르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으로 남겼다. 헤로도토스가 아니었으면 페르시아는 역사에 사라지고 유물만 남았을 것이다."

"그러면 유럽의 역사학자들도 페르시아의 문화가 그 당시 최고였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가요?"

"일부 양심적인 학자들은 헤로도토스가 기록한 내용을 인정하지만, 중세 유럽에 들어오면서 기독교 문화가 지배하면서 이슬람 문화에 대한 배격으로 이슬람화가 된 페르시아를 일부러 깎아내렸다. 지금도 유럽의 학자들이 페르시아의 높은 문화를 알고 있지만, 기독교적인 시각에서 현재의 이슬람이 된 페르시아를 애써 무시하는 거야."

희석은 혼자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역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네요." - page 109 ~ 110

 

무엇보다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우리의 것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일러주는 대목이 있었는데...

 

"중국과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타지키스탄 국경 부근에 법현과 현장 그리고 혜초의 비석이 세워져 있어. 세 스님이 지나간 자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운 비석인 경행처비가 나란히 서 있지. 그 비석은 중국이 세웠는데, 그 비석에 혜초를 당나라 승려로 표기하고 있어. 혜초의 비석에는 '대당화상혜초경행처'라고 새겨져 있다. '당나라 스님 혜초가 지나간 곳'이라는 뜻이야. 동북공정에 이어 김치와 한복까지 자기들 것이라고 우기는 중국이야. 혜초까지 빼앗겨서는 안 돼. 우리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 page 275 ~ 276

 

혜초의 글들이 둔황 석굴에서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혜초는 역사에서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역사란 그런 것이다. 우리 모두의 삶이 역사가 되지만 기록이 없으면 그 삶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우리의 삶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우리의 아름다운 삶도 사라진다. 거창한 역사적 기록이 아니더라도 혜초처럼 여행의 기록에 자신의 삶을 남기면 후세에 그것이 역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삶은 짧지만, 기록은 영원한 것이다. 우리가 죽더라도 기록은 영원하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살다가 갔지만 아름다운 기록을 남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삶은 기록ㅇ이다. 기록은 역사다. 혜초는 그렇게 우리의 역사가 되었다. - page 276 ~ 277

 

지금도 왜곡되어 있는 역사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임을 잊지 말아야겠다는 굳은 다짐을 해 봅니다.

 

페르시아 아비틴 왕자와 신라 프라랑 공주의 인연은 훗날 '테헤란로'로 그 의미를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신라와 페르시아를 이어주는 연결고리이자 과거와 현대를 만나게 하는 통로.

그래서 이야기가 끝나면서도 여운이 남곤 하였습니다.

 

테헤란로에서 쏟아져 나오는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면서, 희석은 아비틴이 보였고, 프라랑이 보였고, 페리둔이 보였다. 테헤란로에서 아비틴 왕자와 프라랑 공주가 나란히 걸으며 희석에게 미소를 보낸다. 희석의 긴 여정은 그 미소 속에 스며든다. - page 386

 

소설의 뒷 장엔 <신라와 페르시아의 인연, 그 흔적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첫 시작이었던 페르시아 제국 실크로드의 중심인 사마르칸트에서 아비틴과 신라의 사신과의 만남이 그려진 벽화.

그리고...

 

이야기를 읽고난 뒤에 남겨진 흔적들을 바라보니 가슴이 뭉클하는 것이...

애처롭게 다가왔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역사이지만 막상 그 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에,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부끄러움.

마냥 소설이라고 하기엔 깊은 울림을 선사하였기에 쉬이 책장을 덮을 수 없었던 이 소설.

그래서 '이상훈' 작가님의 이야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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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를 걷는 신라공주 - 신라공주와 페르시아왕자의 약속
이상훈 지음 / 파람북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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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가 역사의 우연이 아닌 필연이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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