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 최신 버전으로 새롭게 편집한 명작의 백미, 죽음에 맞서는 진실에 대한 열정!
알베르 카뮈 지음, 서상원 옮김 / 스타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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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전은 예전부터 꼭 읽어야지! 하며 다짐을 하였었습니다.

자꾸만 미루어져서 그렇지만...

 

그러다 이번엔 기! 필! 코!! 읽게 되었습니다.

와~

이 감동의 물결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없음에!

또다시 명작의 묘미를 일러준 이 소설.

 

"이 소설은 그 자체가 이미 하나의 이방인이었다"

 

이방인

 

오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어쩌면 어제 돌아가셨을지도 모른다. 양로원으로부터 전보 한 통을 받았다.

'모친 사망, 내일 장례식.'

이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 page 17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주인공 '뫼르소'.

부양할 수 없는 처지였기에 양로원에 어머니를 보내고 혼자 살아가던 그에게 들려온 전보 한 통.

하지만 눈물 한 방울도 나지 않았고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얼굴을 보겠냐는 물음에 보지 않겠다는 답과 함께 장례를 치르게 됩니다.

무던히도 내리쬐던 태양 때문에 혼미해진 정신이었기 때문일까...

장례식에 대해 그는 이렇게 기억하였습니다.

 

 

장례식 다음 날 그는 항구 해수욕장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마리 카르도나를 만나게 됩니다.

저녁에 영화를 보고 동침을 하지만 다음날 그녀는 가버리고 없었습니다.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가로등이 켜지며, 어둠 속에 별빛들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요일이 또 하루 지나갔고, 어머니의 장례식도 이제는 끝났다. 나는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할 것이고, 결국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 page 44

 

아는 사람이라고는 거의 없었던 아파트에서 같은 층에 사는 이웃 '레몽 생테스'를 우연히 알게 됩니다.

그리곤 그는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어떤 여자를 내가 알게 되었는데...... 그러니까 내 정부였어요." - page 51

 

그렇게 운을 떼기 시작하면서 그는 변심한 애인에게 혼쭐을 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레몽은 애인을 괴롭힐 계획을 세우고 뫼르소는 레몽의 계획에 동참(?) 하게 됩니다.

 

일요일 레몽의 친구 마송으로부터 초대를 받게 된 뫼르소는 마리와 레몽과 함께 해변으로 향하게 됩니다.

막 길을 떠나려던 참에 신경 쓰이는 아랍인들이 보입니다.

레몽의 정부 오빠가 있었던 겁니다.

결국 이들과 싸움이 벌어지게 되고 레몽은 단도에 팔과 입이 찢기게 됩니다.

 

치료를 마치고 바람을 쐬고 싶다는 레몽.

그와 함께 바닷가를 걷다가 또 다시 아랍 사람 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햇볕과 침묵, 졸졸 흐르는 샘물소리와 피리의 세 가지 소리만 이 그들을 감싸고...

 

"해치워버릴까?"

내가 그만두라고 하면 그는 제풀에 화를 내어 기어코 쏘고야말 것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말했다.

"저 녀석은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어. 이대로 쏘아버린다는 건 비겁해." - page 86

 

레몽을 설득하여 총을 건네 받았지만...

 



 

 

이렇게 1부가 끝나고 2부에서는 뫼르소가 감옥에 갇히고 재판을 받으면서 우발적인 살인 이후에 비춰진 자신이 '이방인'이 되었다는 것을 참으로 무관심할 정도로 덤덤히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전에도 옳았고, 지금도 옳다. 언제나 나는 옳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살았으나, 또 다르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이런 것은 하고 저런 것은 하지 않았다. 어떤 일은 하지 않았는데 다른 일을 했다. 그러니 어떻단 말인가? 나는 마치 저 순간을, 내가 정당하다는 것이 증명될 저 새벽을 계속 기다리며 살아온 것만 같다.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너도 그 이유를 알고 있다.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삶 전체에 걸쳐, 내 미래의 저 밑바닥으로부터 항상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도 오지 않은 세월을 거쳐서 내게로 불어 올라오고 있다. 내가 살고 있는, 더 실감난달 것도 없는 세월 속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것은 모두 다, 그 바람이 불고 지나가면서 서로 아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만들어버리는 거다. - page 168

 

소설을 읽고 나서 문득 창가에 비치는 햇살이 참 눈부시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햇살과 함께 무표정한 얼굴로 뫼르소가 저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당신은 잘 살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에 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아직 저는 이 소설을 끝맺지 못한 채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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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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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아름다운 세계"

_제인 구달

 

그동안 읽었던 과학책들을 살펴보니...

하늘과 땅, 우주

까지는 읽었는데 막상 '바다'의 세계에 대해 읽어보질 못했습니다.

어째서지...?!

 

그러다 이 책을 마주한 순간!

이제서야 만나게 되다니... 진작에 만났었더라면...

아니다, 이제라도 만나서 어찌나 다행인가...

하며 감탄에 감탄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2021 아카데미상 <나의 문어 선생님> 제작자의 감동적인 기록.

생생한 사진과 함께 그려질 야생의 세계 바다로 떠나보았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생님, 문어를 만났다..."

 

바다 밑에서 이뤄진 특별한 모험, 교감, 그리고 치유

더없이 생생한 언어로 전하는, 매혹적인 야생의 바다

 

바다의 숲

 

 

인도양을 가로지르며 건너온 찬바람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폭풍의 곶(1488년에 이 곶을 처음 발견한 포르투갈 항해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는 주변 해역이 몹시 거친 것에 착안해 폭풍의 곶이라 이름 붙였지만, 이 이름은 나중에 희망봉으로 바뀌었다. - 옮긴이)에 몰아치고,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던 갈매기들이 아래로 떨어진다. 반바지 차림으로 물가에 선 나는 갈매기들이 섬세한 회색 날개를 펼치면서 기류를 타고 손쉽게 날아오른 뒤 다시 바위 위에 내려앉아 머리를 깃털에 파묻는 모습을 지켜본다. - page 34

 

키가 1.9미터나 도는 거구이지만, 왼쪽 어깨에 남은 기다란 수술 흉터를 지닌 '크레이그 포스터' 곁에 '로스 프릴링크'가 서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왜 이곳에 있을까?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이 남자를 따라 이 겨울철에 상어를 보려고 차가운 해저 숲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게다가 이 사람은 잠수복 없이 잠수를 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 page 35

 

이미 바위 위에 서 있기에 마음을 다잡고 바다로 걸어 들어가게 됩니다.

수면 아래로 내려가자 한기가 온몸을 짓눌렀고 처음 몇 분 동안은 다시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미친 듯이 치솟았지만, 자부심으로 간신히 억누르고 크레이그를 따라 그레이트아프리칸시포리스트로 깊숙이 들어가게 됩니다.

 

 

나는 그 야생의 우아함에 홀려 최면에 빠진 듯했다. 상어들은 우리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이 우리의 존재를 너무나도 잘 파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어들을 지켜보며 즐기는 동안 평소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동작을 멈추고 내 머리 위로 '나무들' 사이를 지나가는 상어를 올려다보았다. 그보다 더 위에서는 빗방울이 수면을 때리면서 폭풍 구름이 지나갔다. 그것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웠고, 행복감이 파도처럼 굽이치며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잠시 후 레드로만이 많은 호텐토트도미 떼와 함께 돌아왔는데, 이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나도 그들을 맞받아 쳐다보면서 종과 종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느꼈다. - page 38

 

마치 내면을 깨끗이 씻어낸 것처럼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진 듯한 느낌이, 행복감이 전신을 훑고 지나감을 느끼며 그저 단조롭게만 느껴졌던 바다 아래의 세계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몸을 공 모양으로 만드는 파자마상어에서부터 마치 사람이 손으로 병마개를 돌리듯이 비틀며 삿갓조개를 떼어내 먹는 큰학치, 위장술의 달인인 문어, 주변을 잘 보려고 거꾸로 뒤집힌 자세를 취하는 투톤핑거핀 등 정말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해양 생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접할 수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잠시 저도 바다의 숲을 누비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바다는 그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호텐토트도미 떼들이 그를 둘러싸면서 그의 내면의 귀가 열렸다고 할까.

 

뜨거운 햇볕이 하늘을 향한 내 얼굴에 내리쬐는 가운데 눈을 감고 있었더니, 물고기들이 또다시 나타나 내 주위를 빙빙 도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물 밖으로 나왔지만, 우리는 아직도 서로 연결돼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두려워하지 마."라는 목소리가 아주 선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알았어."라고 대답했다. 그때 나는 내가 '깨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순간 환히 뻗어나가면서 출렁이는 에너지의 느낌이 내 몸속에서 이리저리 흘러다녔다. 그것이 내 머리에 도달한 순간, 내 마음은 불꽃이 되어 활활 타올랐고, 나는 내 생애에서 처음으로 깨어 있었다. - 이 말 말고는 그것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눈을 떴더니 세계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였다. 세계는 지금 막 태어난 상태였고, 나는 그것을 처음으로 보았다. - page 188 ~ 189

 

그동안 외면해왔던 자신의 결핍과 상처를 마주할 용기가 생기게 되면서 조금씩 내면을 단단히 다지며 그 역시도 자신의 아들과의 미숙한 관계에 한발 나아갈 수 있는 '아버지'로의 성장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로스 이야기 후엔 크레이그 포스터의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바로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 부르는 암컷 참문어와의 교감과 우정 이야기.

몇 주일 동안은 전복 껍데기를 방패로 삼아 자신을 보호하던 문어.

그러다 차츰 마음을 열고 문어의 내부 야생 세계로 들어가도록 허락한, 마치 '클럽 입장을 허락받은' 느낌이 들었다는 그.

 

 

문어 선생님은 내게 시포리스트의 동물처럼 움직이는 법을 보여주었다. 내가 물에 일으키는 압력파는 아주 작아야 했고, 몸의 근육을 완전히 이완시켜야 했다. 물을 튀기거나 빠른 움직임도 허용되지 않았고, 정적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내가 이런 식으로 물속에서 오랫동안 움직이는 법을 터득하고 나자, 숲의 동물들과 나의 관계가 변화가 일어났다. 상당히 많은 동물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내게 다가왔고, 심지어 신체적 접촉까지 시도했다. 산족 스승들이 이러한 접촉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동물과 그 동물이 접촉하기로 마음먹은 사람 사이에 특별한 유대가 생겨난다고 했다. - page 344

 

크레이그는 자신의 아들 톰에게도 어릴 적부터 잠수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어느새 성장하여 큰 칠성상어와 함께 잠수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된 그.

 

이 거대한 포식동물의 등 위에 타 수중 숲을 누비는 톰을 바라보는 것은 내게는 꿈과도 같았다. 상어는 공격성이나 불편의 징후를 조금도 내비치지 않았는데, 이것은 사람과 동물 사이의 연결 관계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 page 361

 

참으로 경이롭지 않은가!

 

자연과 연결되고 교감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 역시도 '정화'되었다고 할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치유'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만든 세상이 전부인 줄만 알고 살아왔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 잊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결국 '야생 자연'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그렇기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여행에서 나의 가장 큰 선생님들은 문어, 큰학치, 헬멧고둥, 성게, 갑오징어, 수달, 파자마상어 같은 동물이었다. 나는 매일 이 동물들과 함께 상호 작용하며 많은 해를 보냈고, 이들은 마침내 자신의 클럽에 가입을 허락했다. 그레이트아프리칸시포리스트는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야생 자연 그리고 내 주위의 경이로운 사람들과 연결되는 내 실을 복구하도록 도와준 심오한 지능이다. - page 368

 

이들의 여행을 동행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언제든 동행할 수 있게 책으로 나와주어서 감사합니다.

 

이토록 경이로웠던 바다 밑 세상.

참으로 매혹적이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많은 이들도 그 감동을 직접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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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07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문어선생님 막 울면서 봤어요. 짝짓기하지 마 막 이러면서ㅠㅠ 이거 본 이후로 문어를 못 먹게됐어요. 작은 물고기들과 놀던 모습이며 ㅠㅠ 책으로 나왔군요.
 
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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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갱 시리즈>, <킬러 시리즈>

이번에 접하게 되면서 알게 된, 이미 대한민국에 많은 열혈 독자를 보유한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

그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던 건 기발하고도 독특하게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점이었습니다.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문장.

하지만 날카롭게 우리가 직시해야 할 문제를 일러주는 그.

그래서 그의 작품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나 저에겐 아직도 읽어야 할 그의 작품이 많다는 점이 너무나도 즐겁습니다.)

 

이번이 벌써 그가 작가 데뷔 20년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스스로 이번 작품에 대해

 

'20년의 작가 생활 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비로소 쓸 수 있었던 이야기'

 

라고 평가했다는데...

그가 20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해온 덕분에 이루어낸 하나의 성과라는 이 작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답답한 어른들의 선입관,

우리가 다 뒤집어버리자!

 

거꾸로 소크라테스

 

이 책은 다섯 편의 이야기가 모인 단편집이었습니다.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은 '어린아이'로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상을 향한 외침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읽고 반성해야 할 것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각 제목들을 살펴보면

거꾸로 소크라테스

슬로하지 않다

비옵티머스

언스포츠맨라이크

거꾸로 워싱턴

처럼 '거꾸로' '않다' '아니다' 등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데 이는 저자가 유쾌하게 뒤집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에 역시 그는 천재가 아닐까란 생각도 잠시 해 보곤 하였습니다.

 

아무튼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한 개도 못하는 아이는 뭐든지 못한다

 

"선생님, 하지만." 그때 구사카베가 입을 열었다. "저는."

"구사카베, 뭐라고?"

"선생님, 저는" 구사카베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 page 65

 

왕따 당할 이유가 있어서 왕따를 당한다

 

"왕따를 당할 이유 같은 건 없어. 아무 잘못도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많지." - page 109

 

언제나 낡고 같은 옷만 입고 오는 아이는 가난하다

 

"평판이 사람을 도와주거나 방해해. 그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재미있는 사람이다. 무서운 사람이다. 요전에 어떤 나쁜 짓을 했다. 어른이 된 후에도 그런 평판이 영향을 줘. 만약 양철 필통을 일부러 떨어뜨리거나, 자기 손은 더럽히지 않고 남에게 양철 필통을 떨어뜨리라고 시키는 약아빠진 사람이 있다고 치자." - page 175

 

"인간관계는 의외로 좁아. 친구의 친구가 다른 친구일 때도 있지. 건너건너 지인이 알고 보니 직접 아는 사람일 때도 있고.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가 큰일 날 때도 있어. 양철 필통을 떨어뜨리는 게 특별히 나쁜 짓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는 모두에게 피해를 줘. 법률을 어긴 것도 아닌데 뭘 어쩌라는 거냐고 고집스럽게 버틸 수도 있겠지. 하지만 미안한 짓을 했다고 반성하는 사람이 훨씬 훌륭해. 그리고 그 훌륭함이 평판을 만들지. 그 평판이 언젠가 여러분을 도와줄 거야." - page 177

 

범죄자와는 함께 살아갈 수 없다

 

"추상적인 말을 고래고래 외치며 화내는 건 독재자의 수법이야." 다쿠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독재자가 그런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공포를 안기면, 다음부터는 그 사람의 안색을 살필 수밖에 없게 되니까."

"그런 건가." 미쓰오는 그렇게 말했다.

"그때의 그놈도 그랬을지 몰라."

그때의 그놈이라는 말이야말로 추상적인 말에 추상적인 말을 이어 붙인 것 아니냐고 나는 비판했다.

"6년 전 그 사건의 범인 말이야." - page 221 ~ 222

 

의붓아버지는 아이를 학대한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아동 학대 관련 뉴스를 봤어. 아빠가 가정교육을 한다면서 아이를 때리고, 차고, 막 심한 짓을 했대."

"정말 못된 사람이네."

"그때 해설하는 사람? 패널이라고 하나? 아무튼 그 사람이 그랬어. 새아빠가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었으므로 "그렇게 단정하는 것도 무섭지만"하고 바로 대꾸했다. 엄마가 자주 만사를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page 269 ~ 270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선입관들에 대해 어쩌면 무거운 주제라 다루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저자는 '아이'만이 할 수 있는 순수함과 재치로 싸워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첫 이야기에서 나온 '교사 기대 효과'.

 

"애당초 구사카베가 위축된 건 구루메 선생님이 구사카베를 대하는 방식 탓이라고도 할 수 있어. 교사가 이 아이는 글렀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제구실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이대로라면 구루메 선생님은 자신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 전혀 의심하지 않고 교사 일을 계속할 거야."

"그렇겠지. 우리 엄마를 보면서도 생각하지만, 어른은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더라고."

"완벽한 인간은 없는데도 자신은 완벽하다, 틀릴 리 없다, 뭐든지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최악이야. 먼 옛날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명언도 있지."

"소크라테스?"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만은 안다'라고 말했대." - page 31 ~ 32

 

어른들의 잘못된 선입관.

이를 맞서는 비법은 바로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응?"

"이 대사야." - page 25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는 자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 어린아이들도 아는데!

참 많이도 부끄러웠습니다.

 

우리의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이 의미를 너무 단정적으로 쓰이지 않기를 우리 모두가, 아니 저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답답한 어른들에게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

모두가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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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말, 씀
글순희 지음 / SISO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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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 머리는 딱딱하게 굳어있어서 가끔은 이 딱딱함을 깨어줄 기발한 센스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다 이 책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카피라이터 글순희의 별의별 말들

 

별말, 씀

 

 

읽으면서

'와!'

'난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이 기발함은 무엇!

정말 생각이 깨어지는 느낌이랄까!

재치와 위트, 감수성, 기발함, 글센스.

그 무엇도 빠짐없는 완벽한 저자의 글센스에 페이지 넘기는 속도를 제어할 수 없었고 공감과 위로로 참 많이 힘이 되었다고 할까...

 

아마도 '한글'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해 봅니다.

'언어유희'

언어유희의 방법-동음이의어를 활용하는 방법, 비슷한 음운을 활용하는 방법, 말의 배치를 바꿔서 하는 방법, 발음의 유사(위키백과)-으로 보다 맛깔나다고 할까.

이건 백 마디 말보다 직접 읽으면서 느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책은 총 세 장으로 구성되어있었습니다.

첫 번째 말, 씀_ 일상스럽게 쓰고 이상스럽게 쓰고

두 번째 말, 씀_나랑 너랑, 사랑 씀

세 번째 말, 씀_인생은 쓰니까 인생을 쓰니까

이 중에서 저에겐 <세 번째 말, 씀>이 와닿았습니다.

아무래도 위로와 격려의 말들이 많이 있었기에 읽으면서 '괜찮다' '잘했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일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이

 

빗나간 길을

 

가고 있단

모두의 예상이

 

빗나가 길

 

당신의 인생이

누구보다

 

빛나지 길

"힘 내..."

말 끝까지 해야죠

 

"힘 내가 줄게"

 

특히나 이 문장은 나의 단짝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결혼'의 의미를 되짚어준 이 문장.

 

 

늘 설렐 수 있길...

 

그리고 이 문장은 꼭 일러주고 싶은 곳이 있었습니다.

 

너무 당연한 사실을 자꾸만 왜곡하고 싶어 하는 그들에게.

긴 말 필요없이 딱 한 단어로

DOKDO!!

 

수많은 글자를 보며 오늘 하루도 잘 견뎌낸 이에게 짧지만 진한 응원을 선사하는 이 책이 위로가 되지 않을까!

 

달콤한

후식엔

 

달콤한

휴식을

 

이 책과 함께 해 보는 건 어떨지요.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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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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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읽어보지 않았을 뿐...

(왜 안읽어봤을까...?!)

 

'에쿠니 가오리' 작가만의 특유한 문체를 좋아하기에, 섬세한 감정과는 달리 무덤덤한 문체가 오랫동안 아려오기에 개인적으로 그녀의 작품을 찾아 읽곤 합니다.

좋아하는 작품으론 『냉정과 열정 사이』.

남녀 간의 미묘한 심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정말 두고두고 읽어보는 소설이랄까.

가끔은 실망하는 작품도 있었습니다.

워낙 그녀의 작품 속 주인공이 상처와 결핍을 지니고 있는데 그 치유를 불완전한 사랑-소위 불륜-으로 그려나가는데 아무리 가슴으로 이해해보려 했지만 머리로 이해가 안되었다고 해야할까...

 

그래도 이번 이 작품은 딱 그녀만이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일 것 같아 그래서 조금은 설레었습니다.

 

나는 해방된 기분이다.

하지만 그 해방은 자유가 아니라,

작은 죽음 같은 것이다.

 

웨하스 의자

 

 

옛날에, 나는 어린아이였고, 어린아이들이 모두 그렇듯 절망에 빠져 있었다. 절망은 영원한 상태로, 그저 거기에 있었다. 애당초, 처음부터.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친하다.

오, 반가워.

절망은 때로 옛 친구를 찾듯 나를 만나러 온다. 잘 지냈어? - page 11

 

이 소설의 첫 문장.

소설의 마지막을 읽고 나서 다시 되돌아와서 읽게 된 문장.

쓸쓸하고도 잔잔한 여운이 남았기에 자꾸만 곱씹게 되었습니다.

 

화가이자 스카프, 우산 디자이너인 그녀.

중년에 접어든 애인은 있지만 결혼은 하지 않은 중년의 독신 여인입니다.

 

"언니는, 정말 어린애 같다니까."

동생은 멋대로 그런 말을 한다.

"언니, 참 별나다."

그리고 이런 말도.

"언니, 고독하네." - page 21

 

어른이지만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그녀.

그녀에게 '행복'은 마치 '웨하스 의자'와도 같았습니다.

 

그녀는 애인과의 사랑 안에서만 숨 쉴 수 있는, 사랑 속에서만 행복을 느끼곤 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애인은 두 딸이 있는 유부남이었습니다.

그도 그녀를 사랑하지만...

 

"사랑해."

애인은 나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고는,

"나도 사랑해."

하고 말했다. 똑바로, 성실하게.

나는 매일 조금씩 망가져 간다. - page 144  ~ 145

 

어차피 이 둘의 사랑은 현실적으로 지속될 수 없음을 알기에...

이들의 사랑 역시도 '웨하스 의자'처럼 눈앞에 있지만 앉을 수 없는, 그래서 조금씩 부서지다 결국 부식되어 버리고 마는 것처럼 그녀도 조금씩 망가져 갔습니다.

 

"우리는 같이 그걸 기다리는 거야."

애인이 말했다.

"아마 1초의 오차도 없을걸. 다른 장소에 있어도, 당신에게 그것이 오면, 내게도 올 거야."

나는 어이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

"믿어?"

"안 믿어."

바로 대답했지만, 늦었다. 나는 이미 믿고 있었다.

"당신, 꽤나 절망한 모양이네."

사랑을 담아, 나는 말했다. - page 240

 

어쩌면 파렴치한 '불륜' 역시도 '사랑'의 한 갈래였고 이 사랑의 끝에 그려진 '절망'의 모습을 그녀만의 문체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통해 '슬픔'을 엿볼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슬픔.

나는 슬픔에 대해 생각한다. 슬픔에 대해 명확하게 생각하고 밝히려 하면 할수록, 그것은 진귀한 식물이나 무엇인 것처럼 여겨지고, 전혀 슬프지 않은 기분이 든다. 다만 눈앞에 엄연히 있을뿐. 나는 이 집에서 진귀한 식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 그런대로 좋은지, 그것은 놀랍도록 쑥쑥 자라고 있다. 그것 앞에서 나는 감정적이 될 수 없다. 슬픔은 나와 따로 떨어져 있어서, 나는 나의 슬픔을 남의 일처럼 바라본다. - page 130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 관계가 한편으론 이해할 수 있다면...

난 부도덕한 사람인 걸까...?

읽고 난 뒤 뭔가 표현하지 못할 감정에 휩싸여 쉬이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사랑'과 '절망' 그 아슬아슬함 속에서 '웨하스 의자'를 떠올려봅니다.

길쭉한 네모 반듯한 모양.

조금만 손을 데어도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부서지게 되면 다시 새 웨하스로 보다 두껍게 만들 웨하스 의자를 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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