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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숲 - 나의 문어 선생님과 함께한 야생의 세계
크레이그 포스터.로스 프릴링크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21년 11월
평점 :
"놀랍도록 아름다운 세계"
_제인 구달
그동안 읽었던 과학책들을 살펴보니...
하늘과 땅, 우주
까지는 읽었는데 막상 '바다'의 세계에 대해 읽어보질 못했습니다.
어째서지...?!
그러다 이 책을 마주한 순간!
이제서야 만나게 되다니... 진작에 만났었더라면...
아니다, 이제라도 만나서 어찌나 다행인가...
하며 감탄에 감탄을 더하게 되었습니다.
2021 아카데미상 <나의 문어 선생님> 제작자의 감동적인 기록.
생생한 사진과 함께 그려질 야생의 세계 바다로 떠나보았습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훌륭한 선생님, 문어를 만났다..."
바다 밑에서 이뤄진 특별한 모험, 교감, 그리고 치유
더없이 생생한 언어로 전하는, 매혹적인 야생의 바다
『바다의 숲』

인도양을 가로지르며 건너온 찬바람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폭풍의 곶(1488년에 이 곶을 처음 발견한 포르투갈 항해가 바르톨로메우 디아스는 주변 해역이 몹시 거친 것에 착안해 폭풍의 곶이라 이름 붙였지만, 이 이름은 나중에 희망봉으로 바뀌었다. - 옮긴이)에 몰아치고, 바위 위에 걸터앉아 있던 갈매기들이 아래로 떨어진다. 반바지 차림으로 물가에 선 나는 갈매기들이 섬세한 회색 날개를 펼치면서 기류를 타고 손쉽게 날아오른 뒤 다시 바위 위에 내려앉아 머리를 깃털에 파묻는 모습을 지켜본다. - page 34
키가 1.9미터나 도는 거구이지만, 왼쪽 어깨에 남은 기다란 수술 흉터를 지닌 '크레이그 포스터' 곁에 '로스 프릴링크'가 서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도대체 왜 이곳에 있을까? 나는 잘 알지도 못하는 이 남자를 따라 이 겨울철에 상어를 보려고 차가운 해저 숲으로 들어가려 하고 있다. 게다가 이 사람은 잠수복 없이 잠수를 해야 한다고 고집한다. - page 35
이미 바위 위에 서 있기에 마음을 다잡고 바다로 걸어 들어가게 됩니다.
수면 아래로 내려가자 한기가 온몸을 짓눌렀고 처음 몇 분 동안은 다시 밖으로 나가고 싶은 충동이 미친 듯이 치솟았지만, 자부심으로 간신히 억누르고 크레이그를 따라 그레이트아프리칸시포리스트로 깊숙이 들어가게 됩니다.

나는 그 야생의 우아함에 홀려 최면에 빠진 듯했다. 상어들은 우리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나는 그들이 우리의 존재를 너무나도 잘 파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물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어들을 지켜보며 즐기는 동안 평소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동작을 멈추고 내 머리 위로 '나무들' 사이를 지나가는 상어를 올려다보았다. 그보다 더 위에서는 빗방울이 수면을 때리면서 폭풍 구름이 지나갔다. 그것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웠고, 행복감이 파도처럼 굽이치며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잠시 후 레드로만이 많은 호텐토트도미 떼와 함께 돌아왔는데, 이들은 모두 나를 쳐다보았다. 나도 그들을 맞받아 쳐다보면서 종과 종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느꼈다. - page 38
마치 내면을 깨끗이 씻어낸 것처럼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진 듯한 느낌이, 행복감이 전신을 훑고 지나감을 느끼며 그저 단조롭게만 느껴졌던 바다 아래의 세계 속으로 점점 빠져들게 됩니다.
몸을 공 모양으로 만드는 파자마상어에서부터 마치 사람이 손으로 병마개를 돌리듯이 비틀며 삿갓조개를 떼어내 먹는 큰학치, 위장술의 달인인 문어, 주변을 잘 보려고 거꾸로 뒤집힌 자세를 취하는 투톤핑거핀 등 정말 접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해양 생물들의 생생한 모습을 접할 수 있어서 책을 읽으면서 잠시 저도 바다의 숲을 누비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바다는 그에게 말을 건네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호텐토트도미 떼들이 그를 둘러싸면서 그의 내면의 귀가 열렸다고 할까.
뜨거운 햇볕이 하늘을 향한 내 얼굴에 내리쬐는 가운데 눈을 감고 있었더니, 물고기들이 또다시 나타나 내 주위를 빙빙 도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물 밖으로 나왔지만, 우리는 아직도 서로 연결돼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때 "두려워하지 마."라는 목소리가 아주 선명하게 들려왔다. 나는 "알았어."라고 대답했다. 그때 나는 내가 '깨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순간 환히 뻗어나가면서 출렁이는 에너지의 느낌이 내 몸속에서 이리저리 흘러다녔다. 그것이 내 머리에 도달한 순간, 내 마음은 불꽃이 되어 활활 타올랐고, 나는 내 생애에서 처음으로 깨어 있었다. - 이 말 말고는 그것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눈을 떴더니 세계는 순수한 자연 그대로였다. 세계는 지금 막 태어난 상태였고, 나는 그것을 처음으로 보았다. - page 188 ~ 189
그동안 외면해왔던 자신의 결핍과 상처를 마주할 용기가 생기게 되면서 조금씩 내면을 단단히 다지며 그 역시도 자신의 아들과의 미숙한 관계에 한발 나아갈 수 있는 '아버지'로의 성장 이야기가 펼쳐졌습니다.
로스 이야기 후엔 크레이그 포스터의 이야기도 이어졌습니다.
바로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 부르는 암컷 참문어와의 교감과 우정 이야기.
몇 주일 동안은 전복 껍데기를 방패로 삼아 자신을 보호하던 문어.
그러다 차츰 마음을 열고 문어의 내부 야생 세계로 들어가도록 허락한, 마치 '클럽 입장을 허락받은' 느낌이 들었다는 그.

문어 선생님은 내게 시포리스트의 동물처럼 움직이는 법을 보여주었다. 내가 물에 일으키는 압력파는 아주 작아야 했고, 몸의 근육을 완전히 이완시켜야 했다. 물을 튀기거나 빠른 움직임도 허용되지 않았고, 정적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내가 이런 식으로 물속에서 오랫동안 움직이는 법을 터득하고 나자, 숲의 동물들과 나의 관계가 변화가 일어났다. 상당히 많은 동물들이 두려움을 떨치고 내게 다가왔고, 심지어 신체적 접촉까지 시도했다. 산족 스승들이 이러한 접촉의 효과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동물과 그 동물이 접촉하기로 마음먹은 사람 사이에 특별한 유대가 생겨난다고 했다. - page 344
크레이그는 자신의 아들 톰에게도 어릴 적부터 잠수하는 법을 가르쳤습니다.

어느새 성장하여 큰 칠성상어와 함께 잠수하는 모습을 바라보게 된 그.
이 거대한 포식동물의 등 위에 타 수중 숲을 누비는 톰을 바라보는 것은 내게는 꿈과도 같았다. 상어는 공격성이나 불편의 징후를 조금도 내비치지 않았는데, 이것은 사람과 동물 사이의 연결 관계를 보여주는 증거이다. - page 361
참으로 경이롭지 않은가!
자연과 연결되고 교감을 나누는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저 역시도 '정화'되었다고 할까.
아니 정확히 말하면 '치유'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만든 세상이 전부인 줄만 알고 살아왔었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존재인지 잊고 있었습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결국 '야생 자연'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그렇기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여행에서 나의 가장 큰 선생님들은 문어, 큰학치, 헬멧고둥, 성게, 갑오징어, 수달, 파자마상어 같은 동물이었다. 나는 매일 이 동물들과 함께 상호 작용하며 많은 해를 보냈고, 이들은 마침내 자신의 클럽에 가입을 허락했다. 그레이트아프리칸시포리스트는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야생 자연 그리고 내 주위의 경이로운 사람들과 연결되는 내 실을 복구하도록 도와준 심오한 지능이다. - page 368
이들의 여행을 동행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무엇보다 언제든 동행할 수 있게 책으로 나와주어서 감사합니다.
이토록 경이로웠던 바다 밑 세상.
참으로 매혹적이면서 감동적이었습니다.
많은 이들도 그 감동을 직접 느껴봤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