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랑한 갱 시리즈>, <킬러 시리즈>

이번에 접하게 되면서 알게 된, 이미 대한민국에 많은 열혈 독자를 보유한 일본 작가 '이사카 고타로'.

그의 작품이 인상적이었던 건 기발하고도 독특하게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점이었습니다.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문장.

하지만 날카롭게 우리가 직시해야 할 문제를 일러주는 그.

그래서 그의 작품에 관심이 많습니다.

(특히나 저에겐 아직도 읽어야 할 그의 작품이 많다는 점이 너무나도 즐겁습니다.)

 

이번이 벌써 그가 작가 데뷔 20년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스스로 이번 작품에 대해

 

'20년의 작가 생활 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비로소 쓸 수 있었던 이야기'

 

라고 평가했다는데...

그가 20년 동안 이 일을 계속해온 덕분에 이루어낸 하나의 성과라는 이 작품.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답답한 어른들의 선입관,

우리가 다 뒤집어버리자!

 

거꾸로 소크라테스

 

이 책은 다섯 편의 이야기가 모인 단편집이었습니다.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은 '어린아이'로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상을 향한 외침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읽고 반성해야 할 것을 일러주고 있었습니다.

 

각 제목들을 살펴보면

거꾸로 소크라테스

슬로하지 않다

비옵티머스

언스포츠맨라이크

거꾸로 워싱턴

처럼 '거꾸로' '않다' '아니다' 등 부정적인 의미가 있는데 이는 저자가 유쾌하게 뒤집기 위함이었다는 사실에 역시 그는 천재가 아닐까란 생각도 잠시 해 보곤 하였습니다.

 

아무튼 이야기들을 살펴보면

한 개도 못하는 아이는 뭐든지 못한다

 

"선생님, 하지만." 그때 구사카베가 입을 열었다. "저는."

"구사카베, 뭐라고?"

"선생님, 저는" 구사카베는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 page 65

 

왕따 당할 이유가 있어서 왕따를 당한다

 

"왕따를 당할 이유 같은 건 없어. 아무 잘못도 없이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많지." - page 109

 

언제나 낡고 같은 옷만 입고 오는 아이는 가난하다

 

"평판이 사람을 도와주거나 방해해. 그 사람은 착한 사람이다. 재미있는 사람이다. 무서운 사람이다. 요전에 어떤 나쁜 짓을 했다. 어른이 된 후에도 그런 평판이 영향을 줘. 만약 양철 필통을 일부러 떨어뜨리거나, 자기 손은 더럽히지 않고 남에게 양철 필통을 떨어뜨리라고 시키는 약아빠진 사람이 있다고 치자." - page 175

 

"인간관계는 의외로 좁아. 친구의 친구가 다른 친구일 때도 있지. 건너건너 지인이 알고 보니 직접 아는 사람일 때도 있고.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가 큰일 날 때도 있어. 양철 필통을 떨어뜨리는 게 특별히 나쁜 짓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는 모두에게 피해를 줘. 법률을 어긴 것도 아닌데 뭘 어쩌라는 거냐고 고집스럽게 버틸 수도 있겠지. 하지만 미안한 짓을 했다고 반성하는 사람이 훨씬 훌륭해. 그리고 그 훌륭함이 평판을 만들지. 그 평판이 언젠가 여러분을 도와줄 거야." - page 177

 

범죄자와는 함께 살아갈 수 없다

 

"추상적인 말을 고래고래 외치며 화내는 건 독재자의 수법이야." 다쿠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독재자가 그런다고?"

"구체적인 이유를 알려주지 않고 공포를 안기면, 다음부터는 그 사람의 안색을 살필 수밖에 없게 되니까."

"그런 건가." 미쓰오는 그렇게 말했다.

"그때의 그놈도 그랬을지 몰라."

그때의 그놈이라는 말이야말로 추상적인 말에 추상적인 말을 이어 붙인 것 아니냐고 나는 비판했다.

"6년 전 그 사건의 범인 말이야." - page 221 ~ 222

 

의붓아버지는 아이를 학대한다

 

"얼마 전에 텔레비전에서 아동 학대 관련 뉴스를 봤어. 아빠가 가정교육을 한다면서 아이를 때리고, 차고, 막 심한 짓을 했대."

"정말 못된 사람이네."

"그때 해설하는 사람? 패널이라고 하나? 아무튼 그 사람이 그랬어. 새아빠가 학대하는 경우가 많다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 없었으므로 "그렇게 단정하는 것도 무섭지만"하고 바로 대꾸했다. 엄마가 자주 만사를 일방적으로 단정하는 건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page 269 ~ 270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선입관들에 대해 어쩌면 무거운 주제라 다루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저자는 '아이'만이 할 수 있는 순수함과 재치로 싸워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첫 이야기에서 나온 '교사 기대 효과'.

 

"애당초 구사카베가 위축된 건 구루메 선생님이 구사카베를 대하는 방식 탓이라고도 할 수 있어. 교사가 이 아이는 글렀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제구실을 못 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

"그래서?"

"이대로라면 구루메 선생님은 자신의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 전혀 의심하지 않고 교사 일을 계속할 거야."

"그렇겠지. 우리 엄마를 보면서도 생각하지만, 어른은 사고방식이 변하지 않더라고."

"완벽한 인간은 없는데도 자신은 완벽하다, 틀릴 리 없다, 뭐든지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최악이야. 먼 옛날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명언도 있지."

"소크라테스?"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만은 안다'라고 말했대." - page 31 ~ 32

 

어른들의 잘못된 선입관.

이를 맞서는 비법은 바로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해."

"응?"

"이 대사야." - page 25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는 자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 어린아이들도 아는데!

참 많이도 부끄러웠습니다.

 

우리의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될 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이 의미를 너무 단정적으로 쓰이지 않기를 우리 모두가, 아니 저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했습니다.

 

답답한 어른들에게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

모두가 이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길 바래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