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일 (양장)
이현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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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서평단'

출간 전 먼저 만나볼 수 있는, 무엇보다 이 소설의 작가가 비밀이라는 사실에 궁금증이 더해지면서 설레었습니다.


누구나 겪게 되는 '사춘기'.

그때의 나는 어땠는지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답게 많이도 방황하곤 했었는데...

이 소설 속 인물들은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낼지...


"그때 우리는 온통 흔들리고 있었다"


얼어붙은 사춘기, 끝내 맞이하는 성장과 치유

『아몬드』, 『유원』을 잇는 눈부신 성장소설


호수의 일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 page 7


진주, 호정이와는 아홉 살 차이가 나는, 도무지 겁나는 게 없는 아이.

그런 진주에게 세상은 새로운 것으로 가득 찬 놀이동산일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겠지만...


진주의 여덟 살 생일을 맞아 가족은 호수로 놀러 가게 됩니다.

얼어붙은 호수에 썰매를 타자고 하지만 썩 내키지 않는 호정.

그건 아마도...


정말이지 기억이란 뒤죽박죽인 서랍과 같다. 정작 필요한 건 보이지 않고 쓸데없는 것들만 어지럽다. 그러다 불쑥, 잊고 있던 일들이, 잊고 싶었던 것들이 튀어나오기도 하고. 가끔은 소중히 간직해 둔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쩌면 호수는 그 기억 옆에 있어서 눈에 띈 건지도 모르겠다. 혹은 그날이 호수 옆에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고. - page 20 ~ 21


담임인 이라진 선생님 교실에서 조회를 기다리던 때였습니다.

라진 샘이 교실로 들어오고 있었는데,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이 친구는 강은기야." - page 23


라진 샘이 한마디 인사말을 하라고 해도 웃으며 고개만 꾸벅하던 전학생.

이 전학생의 등장으로부터 본격적인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지게 됩니다.


은기와 조금씩 가까워진 호정.

우연찮게 은기의 주민 등록증을 보게 됩니다.

아직 발급받을 나이가 아닌데 은기는 왜...?

그렇다고 은기에게 직접 물어보지도 못하는 호정.

그러다 은기의 속사정을 알게 되고 그 사정이 친구들 사이에 퍼지게 된 원인이 자신이었음에 충격을 받게 됩니다.


사실 호정은 어릴 적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 엄마 아빠는 꽤 잘되는 태권도장을 운영하였고 누군가의 제안으로 중국에 태권도장 체인을 내기로 했다가 전재산을 넘어 할머니 재산까지 쏟아부었는데...

일곱 살 한밤중.

어둠 속에서 들여왔던 말, 격렬한 말들은 그녀에게 상처로 남게 됩니다.


그때 나는 알았다. 그냥 알았다. 그들은 나의 엄마 아빠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 엄마 아빠를 미워하거나 적어도 원망했다. 그보다 더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할머니 댁에 거의 오지 않았고, 나는 내내 거기 있어야 했다.

오갈 데 없는 채, 내 부모에 대한 원망이 가득한 곳에.

그게 그렇게 화나는 일이었을까? 삼촌과 고모를 만나면 문득문득 치밀어 오른다. 장남이라고 혜택만 입다가 결국 동생들 몫까지 다 날려 버린 형, 오빠. 나라도 화가 났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적어도 당신들은 어른이었잖아. - page 138


다시 돌아온 엄마와 아빠는 만두가게를 하면서 동생 진주도 태어나고 함께 같이 살게 됩니다.

그건 바로 초등학교 3학년 때.

전학하고 얼마 안 되어서 자기 딴에는 친구들이랑 친해지기 위해 애들을 엄마 아빠의 만두 가게에 데려가는데 아빠는 무섭게 눈을 부라리며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입을 다물고 주방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엄마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웃음을 지으며 집에 가서 놀아, 하며 호정을 슬쩍 흘겨봅니다.


나는 꼼짝없이 서 있었다. 고집을 부렸던 게 아니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대로 사라지고 싶었다. 도대체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나 모르겠다. 엄마가 내 손목을 잡고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 page 166


그렇게 상처들은 곯고 곯아서 터지게 됩니다.


내가 왜 이런 인간인지 모르겠다. 도저히 모르겠다.

나는, 나를, 내가.

자고 싶었지만 머리가 터질 듯했고, 정신을 차리고 싶었지만 머릿속이 미세 먼지 가득한 하늘처럼 부옜다. 나는 그저 눈을 감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어둠보다 더한 어둠 속에서, 아침이 되도록 어둠 속에서. - page 246


너무 많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들끓고 있었다. 나도 미처 몰랐던 생각들, 있는 줄도 몰랐던 마음들. 패닉에 빠져 출구로 한꺼번에 몰려가는 미친 군중 같은 생각들. 혼란의 현장에서 압사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했습니다. - page 251


결국 그 상처는 그녀를 고요한 세계 속으로, 어떤 소음도 기억도 마음도 무거움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런 곳으로 데려가게 됩니다.


다시 돌아온 세상.

그녀는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상처로부터 치유를 하게 됩니다.

그리곤...



읽으면서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습니다.

나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을까...

이 가슴 찡함이 남아 제 속에 있던 상처들도 어루만져 주고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문구들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어째서 모르면 좋은 것을 그냥 덮어 두지 못할까. - page 210


마음의 상처도 눈에 보이면 좋겠다. 그러면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볼 수 있을 텐데. 곪아 가고 있다는 것도, 아물어 가고 있다는 것도. 상처는 결국 흉터가 되겠지. 이따금 흉터로 인해 상처의 기억이 되살아나겠지만,, 그래도 더 이상 아프지는 않겠지. - page 334


이렇게 방황하고 상처받고 그러면서 일어날 수 있는 건 혼자가 아니기에, 그리고 우리에겐 잠재된 치유의 능력이 있기에 성장하게 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일 겁니다.

이 소설 덕분에 그 시절 그 마음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호정이에게 응원의 박수를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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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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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에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책 소개글에서 이 물음이 자꾸만 맴돌았습니다.

과연 무엇일까...?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고립되고 이제까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과 마주했을 때 80세가 넘은 이 예술가가 선택한 주제가 바로 '봄'이었다고 하였습니다.

인간의 고통스러운 상황과는 상관없이 시간은 흐르고 봄은 오기 마련이기에...

이 시기 역시도 반드시 지나갈 것이기에 조급한 마음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맡겨보는 여유를 가져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가 그려 나간 그림들을 그리고 그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은 어떨지...


따뜻하고, 지적이고, 영감을 주는 책. 코로나19 시대에 사랑과 우정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공유한다. ......이 책은 이 시대 중요한 예술가의 정신세계로 안내한다.

_『월 스트리트 저널』


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출신의 팝아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그는 2019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봄을 맞기로 했다는 계획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노르망디에 머무르게 되었는지, 그것이  호크니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해서 동료이자 친구인 미술평론가 마틴 게이퍼드와의 대화가 담겨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노르망디의 아름다운 자연과 햇빛에 반해 작업실 '그랑드 쿠르'를 구했던 그.

그에게 작업실이란 작품의 영감이자 소재가 되었습니다.

작업실에서 하루를 시작해 작업실에서 하루를 끝내는 그의 모습은 '살아 있는 거장'이라는 호칭이 무색할 정도로 소박하면서도 성실하였습니다.

그렇기에 그가 '거장'일수밖에 없음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압니다. 내 나이가 여든둘이죠. 하지만 작업실에 가면 서른 살처럼 느껴집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서 있습니다. 주로 서서 작업을 하죠. 사람들은 의자에 앉는 것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것들이 나쁜 것으로 간주됩니다. - page 76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합니다. 나는 항상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늘 그림을 그리고 싶었죠.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나의 직업이라고 생각하고 60년 넘는 시간 동안 그 일을 계속해 왔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여전히 흥미롭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은 살펴보면 아주, 아주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렬한 열정을 가지고 그렇게 많이 보지 않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하지만 나는 그렇게 봅니다." - page 202


특히나 그는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세계적 봉쇄가 이어진 이 시기에도 중단 없이 계속해서 작업하고 성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세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을 일러주는데...


"나는 작업을 계속할 작정이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나는 내 작업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연과 유리되었습니다. 어리석은 일이죠. 우리는 자연과 별개로 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입니다. 이 상황은 때가 되면 끝날 겁니다. 그 다음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는 무엇을 배웠습니까? 나는 거의 여든세 살에 가깝고 언젠가는 죽게 될 겁니다. 죽음의 원인은 탄생이죠. 삶에서 유일하게 진정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음식과 사랑입니다. 내 강아지 루비에게 그렇듯이 바로 그 순서대로입니다. 나는 이 점을 진심으로 믿습니다. 예술의 원천은 사랑입니다. 나는 삶을 사랑합니다." - page 116


그리고 이 책에서 얻고자 했던 질문의 답도 찾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예술가들은 모두 세계를 새로운 방식으로 보는 방법을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호크니는 분명 그렇다. 하지만 그느 세계를 새롭게 보는 방식의 명확성에서, 그리고 결과적으로 돌파하는 능력에서 더욱 보기 드문 사람이다. 이 점은 그의 성격과 작품에서 선천적이고 필수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선과 형태, 구성에서 명료성을 사랑한다. 이 모든 요소들이 방을 가로질러 크게 울려 퍼지고 더 나아가 전시장 벽을 훌쩍 뛰어넘어 예술계 밖의 더 넓은 공동체의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그의 그림에 제공한다. - page 266 ~ 268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며 이를 직업이라 여기며 살아가는 그.

솔직히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이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 따스함이 그 진정성이 고스란히 작품에 담겨 우리에게 말을 건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해가 뜨고 지고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이 지금의 이 시국도 분명 끝은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희망을 갖고 호크니의 작품을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따뜻한 위로를 얻어보시길 추천해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한 마디를 외쳐보겠습니다.

"봄은 언제나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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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26 17: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저도 외쳐봅니다 봄은 언제나 찾아옵니다 ㅎㅎ

프레이야 2022-01-28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동명이인이라 잠시 헷갈렸어요^^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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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아파트를 걷다 보면 간간이 조형물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가 발견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런 조형물들을 마주하게 되면 잠시나마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빽빽하기만 한 아파트라는 건물에서 볼 수 없던 여백이 느껴진다고 할까...

뭔가 작은 한숨을 내뱉는 듯한 그런 느낌?!


근데 막상 조형물들을 보면서 '예술'이라 떠오르진 않았습니다.

미술관이나 전시관에 가야만 '예술'을 만나는 것이라 생각한 제 편견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좁혔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했습니다.

아주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연중무휴 365일 전시 중인 '거리 미술관'.

그 공공예술의 매력을 흠뻑 느껴보려 합니다.


콘크리트 벽과 지붕으로 막힌 공간이 아닌

마감 시간과 관람선으로부터 자유로운

하늘 천장과 바람 벽이 만든 미술관은 '거리'에 있습니다.


거리로 나온 미술관



미술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관이나 화랑에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 page 8


아파트 단지 안, 대형마트 앞, 회사 건물, 지하철역 근처...

생각보다 우리 주변엔 미술 작품들이 가득했습니다.

저 역시도 되짚어보니 광화문광장에 늠름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순신 장군상'이, 흥국생명 빌딩 앞에 <해머링 맨>이 망치 든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등 너무나 당연한 듯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미처 '예술'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작품들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

그 순간부터 마법처럼 조각들과 건축물들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는 사실이 환상적이었다고 할까!

찾아가서 보는 작품들에게도 매력이 있지만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서 언제든 편히 예술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으며 공공미술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했습니다.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 앞 거대한 키네틱아트 <해머링 맨>.

이 거대한 크기와 느린 동작은 우리에게 '심쿵'의 위로를 전한다고 하였습니다.


작가가 이야기했듯이 그것은 우리 노동자의 상징이다. 그는 전통적인 노동자의 심벌을 이용해 노동의 신성함과 숭고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상사의 갑질에 사표를 던지고 싶다가도 이 망치질하는 사람을 보면 '그래, 내일 또다시'하고 혼잣말하며 다시 출근할 힘을 얻는다. - page 28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기에 스스럼없이 녹아들어 있던 일상의 한 풍경이었던 이 작품이 이런 의미가 있었다니...

그래서 다시 바라보게 된 <해머링 맨>이 새롭고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광화문의 상징이자 광화문의 풍경이 된 <충무공이순신장군상>.



5·16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계획을 통한 근대화와 함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1968년부터 이순신, 세종대왕, 김유신, 을지문덕, 원효대사, 유관순, 신사임당, 정몽주, 강감찬 등 역사 속 위인의 동상 세우기의 1호 사업이 바로 광화문 <이순신 동상>이었다고 합니다.

박정희 시대의 상징이 되어 여러 번 철거와 이전 위기를 겪게 되지만 50년이 지난 이 순간에도 그 자리에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것은 '예술적 탁월성'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순신 동상>은 광화문이 갖는 장소적 상징성을 전유해버렸다. 해방 군중이 춤췄던 그 광장에서 1987년 민주황운동의 거대한 함성이 퍼졌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일궈낸 촛불집회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그곳에서 이뤄졌다. 그 모든 역사적 장면을 이순신 장군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지켜보았으며, 어느새 박정희 시대의 상징에서 대한민국의 상징이 된 것이다. 본래 이미지는 탈색되고 국민이 새로운 이미지를 입히고 있는 셈이다.

한때 그곳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전시 공간이 있었다.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 분향소'도 <이순신 동산> 인근에 만들어졌다. 노동자들의 일터와 시민의 일상에 어이없는 죽음이 다시금 생기지 않도록 싸우는 과정에서 이순신 장군이, 믿고 의지하고픈 든든한 언덕이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순신 장군은 언제나처럼 광장의 한가운데서 두 눈 부릅뜨고 대한민국이 안전을 향해 제대로 나아가는지 지켜볼 것 같다. - page 68


이제 광화문에 가게 되면 '이순신 동상'을 지그시 바라보며 가슴속으로 외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제대로 나아가는지 꼭 지켜봐 달라고...


이 책을 통해 인상적이었던 중량구의 용량폭포공원에 자리한 <타원본부>.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우리만의 기지, 시민들을 안아주는 것 같은 형태의 구조를 생각했다" - page 255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기에 또 하나의 예술품이 될 수 있었던 '타원본부'.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왔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어떤 조각물도 의미 없이 존재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건축가의 마음이 들어가 있고 그래서 조형물의 의미가 부여되며 우리와 함께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야기를 쌓아가 비로소 일상의 풍경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마치 '잡초'와도 닮아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였기에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하지만 알게 되는 순간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제부터 거리를 걷게 되면 어떤 조형물들이 있는지 그들이 건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려 합니다.

그럼 조형물과 나 이렇게 단둘만의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서로 간의 예술이 탄생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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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2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저 동성이나 작품은 뭘까 궁금했는데 오!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페넬로페님 *^^*
 
걷는 여자
리지 스튜어트 지음, 하얀콩 옮김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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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끌려서 읽게 된 이 책.

단숨에 읽을 수도 있었을 법한 이 책은 쉬이 한 장 한 장 천천히 곱씹으면서 넘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무작정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걷기를 통해 자기 성찰의 길과

삶의 고민들을 호젓하게 풀어 가는

그림 에세이 


걷는 여자



저자 '리지 스튜어트'는 도시를 걷는 여성들이 등장하는 영화 속 장면을 좋아합니다.

특히 198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걷는 장면을 좋아하는 그녀.

느슨하게 걸쳐 입은 1980년대의 오버 사이즈 옷들이 그들의 걸음에 무게를 더하면서 자신의 생각대로 세상을 걸어가는 듯한 그녀들을 바라보면서 저자는 느낍니다.


영화 속 여성은 그런 길들을 걸으며 지나가는 남성들의 위협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평범한 삶을 살아갈 뿐이고 삶의 현실에 대해 생각할 뿐이다. 나는 도시에서 홀로 지내며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 내는 그녀의 모습에 가슴이 뛴다.


그리고 저자 역시도 직접 거리를 걷는 것을 무척 좋아합니다.

걸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나 상황에 대해 정리하고 고민을 풀어가면서 사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여러 거리를 걸으며 성찰하고 사색한 경험을 그린 에세이가 바로 『걷는 여자』였습니다.



일상의 사소한 일부터 주거, 나이, 성별, 인종, 여성, 임신 등에 대해 특히나 자신이 여성으로 살아가기에 사회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문제를 풀어가고자 걷고 또 걷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묻고 답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담담하지만 인상 깊게 남았습니다.


내가 엄마가 서른한 살 때 입던 옷을 입는 것은 엄마가 당시 느꼈던 감정과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 사이의 연관성을 찾고자 해서일까? 아니, 아마도 그런 건 아닐 거다. 나는 그저 주기적으로 되풀이되는, 최악의 경우에는 게으르게 반복되는 패션을 따르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천 조각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집을 나서면서 엄마와의 어떤 연결고리를 느낄 수 있어 참 좋다. 나는 우리가 단지 여자라는 이유를 들이대거나 유전학과 가족사의 광기에 얽매이지 않는다면 우리가 여전히 친구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임신부를 보면 경외감이 든다. 임신부를 우리와 다른 종족이라 생각한다. 이를테면 생산 능력이 있는 신체를 지닌 지위 높은 슈퍼우먼이라고 말이다. 우리가 어떻게 엄밀히 같은 존재일 수 있는지 궁금하다. 당신 몸속에서 한 인간이 성장하고 있는 느낌과 아이를 키우는 느낌을 당신은 알고 있을 수도 혹은 알지 못할 수도 있겠다. 이 모든 것들을 알면서 우리가 에전과 같을 수 있을까? 당신은 상상 속 관계를 맺고 있는 엄마다. 나는 그들이 다른 사람을 성장시키고 또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사람들의 확신에 겁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누가 그들이 확신을 갖는다고 했지?라는 생각에 기분이 상했다. 그들이 일주일 후의 미래를 상상하는 데 고군분투하지 않는다고 그 누가 선뜻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걷기'를 통해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걷기'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질문이 나에게 던져졌습니다.


아이들뿐 아니라 차, 집, 승진과 관계없이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세상에서 온전한 나로 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저 역시도 밖으로 나가 걸어보아야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온전한 '나'와 마주하지 않을까요.


나는 걷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걷는 것이 왜 나를 분명하게 바라보게 하는 유일한 방법인지 알아내려 애쓴다. 나는 그것이 불확실한 사람인 나를 확고하고 능력을 갖추고 전진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나는 걷는 것이 나를 머릿속을 떠나 세상으로 나오게 하기에 좋아한다. 걷기는 내가 삶에 참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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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여자
리지 스튜어트 지음, 하얀콩 옮김 / 숨쉬는책공장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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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하는 ‘걷기‘.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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