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로 나온 미술관 - 길 위에서 만나는 예술
손영옥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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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아파트를 걷다 보면 간간이 조형물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아이가 발견하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런 조형물들을 마주하게 되면 잠시나마 다른 세상에 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빽빽하기만 한 아파트라는 건물에서 볼 수 없던 여백이 느껴진다고 할까...

뭔가 작은 한숨을 내뱉는 듯한 그런 느낌?!


근데 막상 조형물들을 보면서 '예술'이라 떠오르진 않았습니다.

미술관이나 전시관에 가야만 '예술'을 만나는 것이라 생각한 제 편견이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을 좁혔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했습니다.

아주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연중무휴 365일 전시 중인 '거리 미술관'.

그 공공예술의 매력을 흠뻑 느껴보려 합니다.


콘크리트 벽과 지붕으로 막힌 공간이 아닌

마감 시간과 관람선으로부터 자유로운

하늘 천장과 바람 벽이 만든 미술관은 '거리'에 있습니다.


거리로 나온 미술관



미술 작품을 보기 위해 미술관이나 화랑에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 page 8


아파트 단지 안, 대형마트 앞, 회사 건물, 지하철역 근처...

생각보다 우리 주변엔 미술 작품들이 가득했습니다.

저 역시도 되짚어보니 광화문광장에 늠름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이순신 장군상'이, 흥국생명 빌딩 앞에 <해머링 맨>이 망치 든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는 등 너무나 당연한 듯이 자리 잡고 있었기에 미처 '예술'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작품들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

그 순간부터 마법처럼 조각들과 건축물들이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는 사실이 환상적이었다고 할까!

찾아가서 보는 작품들에게도 매력이 있지만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서 언제든 편히 예술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건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으며 공공미술을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했습니다.


광화문 흥국생명 본사 앞 거대한 키네틱아트 <해머링 맨>.

이 거대한 크기와 느린 동작은 우리에게 '심쿵'의 위로를 전한다고 하였습니다.


작가가 이야기했듯이 그것은 우리 노동자의 상징이다. 그는 전통적인 노동자의 심벌을 이용해 노동의 신성함과 숭고함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래서인지, 상사의 갑질에 사표를 던지고 싶다가도 이 망치질하는 사람을 보면 '그래, 내일 또다시'하고 혼잣말하며 다시 출근할 힘을 얻는다. - page 28


오래전부터 그곳에 있었기에 스스럼없이 녹아들어 있던 일상의 한 풍경이었던 이 작품이 이런 의미가 있었다니...

그래서 다시 바라보게 된 <해머링 맨>이 새롭고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광화문의 상징이자 광화문의 풍경이 된 <충무공이순신장군상>.



5·16군사정변으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이 경제개발계획을 통한 근대화와 함께 국가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이데올로기로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1968년부터 이순신, 세종대왕, 김유신, 을지문덕, 원효대사, 유관순, 신사임당, 정몽주, 강감찬 등 역사 속 위인의 동상 세우기의 1호 사업이 바로 광화문 <이순신 동상>이었다고 합니다.

박정희 시대의 상징이 되어 여러 번 철거와 이전 위기를 겪게 되지만 50년이 지난 이 순간에도 그 자리에 굳건히 버틸 수 있는 것은 '예술적 탁월성'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이순신 동상>은 광화문이 갖는 장소적 상징성을 전유해버렸다. 해방 군중이 춤췄던 그 광장에서 1987년 민주황운동의 거대한 함성이 퍼졌고,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일궈낸 촛불집회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역사가 그곳에서 이뤄졌다. 그 모든 역사적 장면을 이순신 장군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지켜보았으며, 어느새 박정희 시대의 상징에서 대한민국의 상징이 된 것이다. 본래 이미지는 탈색되고 국민이 새로운 이미지를 입히고 있는 셈이다.

한때 그곳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기 위한 전시 공간이 있었다.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노동자 추모 분향소'도 <이순신 동산> 인근에 만들어졌다. 노동자들의 일터와 시민의 일상에 어이없는 죽음이 다시금 생기지 않도록 싸우는 과정에서 이순신 장군이, 믿고 의지하고픈 든든한 언덕이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순신 장군은 언제나처럼 광장의 한가운데서 두 눈 부릅뜨고 대한민국이 안전을 향해 제대로 나아가는지 지켜볼 것 같다. - page 68


이제 광화문에 가게 되면 '이순신 동상'을 지그시 바라보며 가슴속으로 외칠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제대로 나아가는지 꼭 지켜봐 달라고...


이 책을 통해 인상적이었던 중량구의 용량폭포공원에 자리한 <타원본부>.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우리만의 기지, 시민들을 안아주는 것 같은 형태의 구조를 생각했다" - page 255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기에 또 하나의 예술품이 될 수 있었던 '타원본부'.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왔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어떤 조각물도 의미 없이 존재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건축가의 마음이 들어가 있고 그래서 조형물의 의미가 부여되며 우리와 함께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야기를 쌓아가 비로소 일상의 풍경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마치 '잡초'와도 닮아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직 그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였기에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하지만 알게 되는 순간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제부터 거리를 걷게 되면 어떤 조형물들이 있는지 그들이 건네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려 합니다.

그럼 조형물과 나 이렇게 단둘만의 공간이 만들어지면서 서로 간의 예술이 탄생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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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2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저 동성이나 작품은 뭘까 궁금했는데 오!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페넬로페님 *^^*